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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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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기원 l (12)

DUMMY

신의 기원 l (12)



똥이었다. 한 무더기로 싸놓은 똥이었다. 그런데, 보통 똥이 아니다.


계속 움직이는 똥이었다. 똥 위에서는 마치 외계 생물처럼 수 십개의 움직이는 촉수가 있었다.


회충이다. 똥에 섞여서 같이 나온 회충이다.


어린아이 새끼 손가락 굵기의 회충 수 십 가닥이 한 곳에 뭉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징그럽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한 광경이었다.


- 저 아이는 살았다. 우리들의 예측이 맞았다.


구충제의 약효로 회충이 밀려 나온 것이다.


뱃속을 가득 채울 정도로 성장한 회충이 장벽을 뚫었으면 이 아이는 죽었을 것이다. 그토록 요동치던 회충이 구충제의 힘에 못이겨 똥으로 끌려 나온 것이다.


저 밑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여럿이 몰려오는 소리다. 경계를 서던 자가 황급히 뛰어 내려가 현 상황을 알린 듯했다.


동굴 입구로 나갔다. 맨 앞에는 우버가 뛰어 올라온다. 그의 얼굴은 흥분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어미 품에 있던 아이가 계속 콘라드를 가리키고 있다. 그 와중에도, 자기에게 무엇을 먹인 것을 기억하는 것 같았다.


그의 어미도 그것을 알아듣고 계속 이쪽을 향해 몸을 조아린다.


우버와 그 일행은 아이가 멀쩡한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싸놓은 똥을 보았다. 그 위에는 아직도 회충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 이 동굴은 곧 죽을 사람만 들어가는 곳이다. 여태껏 여기 들어가서 살아나온 사람은 없다. 그런데 죽어야 할 자들이 멀쩡히 살아있다.


원시인들의 얼굴에 경악과 경외의 감정이 떠올랐다.


- 저 존재들이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자는 하늘에서 내려온 저 존재들밖에 없다.


그들의 얼굴은 다시 한 번 경외심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동굴 입구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두 존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버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들이 머리에 쓰고 있는 하얀 것에서 밝은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석양에 반사된 헬맷에서 빛이 부서져 쏘아지고 있었다. 우버와 원시인들은,너무 눈이 부셔서 도저히 뜰 수가 없었다.


홀린 듯 바라보던 우버는 돌연 날듯이 달려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들어오자 마자 부상당해 정신을 잃고 있던 남자를 찾았다.


그는 놀람의 눈을 다시금 부릅떴다. 출혈과 고열로 당장 죽을 것 같았던 부상자가 일어나 앉아 있었다.


아직 제정신을 다 차리지는 않았지만 죽음의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우버는 얼이 빠진 듯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이윽고 우버는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콘라드의 발등에 입을 갖다 댔다.


그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도 경의의 표현이다. 같이 올라온 원시인들도 같이 무릎을 꿇었다.


- 이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들이다.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얼굴엔 그런 표정이 가득했다.

다행히 약효가 제대로 먹혔다. 이들은 약이라는 것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약에 대한 내성이 전혀 없다. 한 알의 항생제도, 미량의 구충제도, 이들에게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콘라드는 우버를 일으켰다. 이렇게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그를 통해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 일단, 저 동굴 속의 그림이다. 그를 데리고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플래시를 비추자 그는 펄쩍 뛰며 놀랐다. 갑자기 사람의 손에서 불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림이 또렷이 보이자, 그는 놀람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켰다. 그리고, '우버, 우버' 하고 소리를 냈다. 아마 자기가 그렸다는 뜻이리라.


이 그림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없다가,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을 만나니 반가운 것 같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검은 물감을 찍어 조그만 소의 모습을 그려 보였다. 앞서 보았던 달리는 소의 모습과 똑같았다.


이 그림은 우버의 작품이 확실했다. 그는 전사임과 동시에 예술가였다.


돌연 그가 무엇을 가리켰다. 자신만의 캔버스에서 자기가 그리지 않은 것을 본 것이다. 콘라드가 아까 써놓은 'C' 자였다.


콘라드가 글자와 자신을 번갈아 가리키자, 우버는 다시 한 번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개인 헬맷에 적혀있는 그의 이름 Conrad의 대문자인 'C' 를 가리켰다. 머리와 관찰력이 보통 좋은 자가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 저 밖에서 우버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버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뛰어 나갔다. 그림에 지체하느라 더 궁금한 것을 물어보지 못했다.


동굴 밖에는 키리 할멈과 족장으로 보이는 삼색 물감의 노인이 와 있었다. 동굴속 부상자도 걸어나와 휘청거리며 동굴 밖에 서 있었다.


그들은 살아나온 두 사람을 보고 얼이 빠져 있었다. 여기는 죽을 사람들만 들여 보내는 곳이다.


여기 들어가서 제 발로 걸어 나온 예가 없다. 그런데 죽을 것이 확실한 부상자와 어린 아이가 살아 나왔다.


이 마을의 제사장인 키리할멈은 생각했다.


- 이것은 분명히 같이 들어갔던 저 허여멀금하고 이상하게 생긴 놈들의 짓이다. 이런 미증유의 힘은 본 적이 없다. 위험한 놈들이다.


키리할멈은 경이와 질투심을 동시에 느꼈다. 이 마을의 모든 의사결정과 사람들의 생사존망은 자기 손으로 결정한다.


이 환자들을 죽음의 동굴에 집어넣으라고 결정했던 것도 자신이다.


이들은 자신의 권위를 비웃듯 이렇게 멀쩡히 살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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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신의 기원 l (14) 25.01.20 30 4 6쪽
45 신의 기원 l (13) +1 25.01.17 42 4 6쪽
» 신의 기원 l (12) 25.01.15 37 4 6쪽
43 신의 기원 l (11) +1 25.01.13 34 5 6쪽
42 신의 기원 l (10) 25.01.10 32 4 6쪽
41 신의 기원 l (9) +2 25.01.08 37 5 6쪽
40 신의 기원 l (8) 25.01.06 37 3 6쪽
39 신의 기원 l (7) 25.01.03 46 5 6쪽
38 신의 기원 l (6) +2 25.01.01 52 3 6쪽
37 신의 기원 I (5) +1 24.12.30 47 6 6쪽
36 신의 기원 I (4) 24.12.27 55 5 6쪽
35 신의 기원 I (3) +1 24.12.25 62 5 6쪽
34 신의 기원 I (2) +1 24.12.23 67 5 6쪽
33 신의 기원 I (1) +3 24.12.20 103 5 6쪽
32 목 매다는 나무 9 +3 24.12.11 142 8 7쪽
31 목 매다는 나무 8 +4 24.12.10 138 7 7쪽
30 목 매다는 나무 7 +3 24.12.09 130 7 6쪽
29 목 매다는 나무 6 +4 24.12.06 154 9 6쪽
28 목 매다는 나무 5 +3 24.12.05 158 11 6쪽
27 목 매다는 나무 4 +3 24.12.04 174 10 6쪽
26 목 매다는 나무 3 +1 24.12.03 179 9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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