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값 3

<인간의 몸값 3>
젊어지고 돈도 생겼다. 그간 고생한 내 몸과 마음을 추스려야겠다.
이 돈은 나 자신을 위해 쓸 것이다.
새로운 몸을 가졌으니 마음도 새로워져야 하지 않겠는가?
며칠 동안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았다. 그간 먹고 싶었던 것들을 다 사 먹었다. 통닭, 갈비, 초밥. 옷도 한 벌 샀다.
물론, 방도 옮겼다. 원 룸이지만 창문도 있다. 예전의 쪽방하고는 비교도 안 된다.
젊은 얼굴로 돌아 다니며 어찌 어찌 하다 보니, 아가씨도 사귀었다. 물론 가벼운 데이트 상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젊은 여자애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돈도 돈이지만, 제일 큰 문제점은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이다.
얼굴은 20 대인데, 내 마음과 정신은 50 대 아저씨다. 그리고, 원래부터 니주구리 하빠빠 눌변이었다.
문제는 그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마음, 정신과 더불어 몸도 50 대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간신히 사귀었던 여자애는 '아이. 재미없어. 꼭 아저씨 같아.' 그러면서 떠나갔다.
그렇다. 그동안 착각하고 있었다. 난 젊은이가 아니다. 주름만 없앤 늙은이일 뿐이다. 모든 면에서 말이다.
행동에도 제약이 많다. 주민 등록증을 요구하는 곳은 무조건 안 된다. 편의점 알바도 안 된다.
이 얼굴과 예전의 신분증이 서로 매치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자신의 증명을 전제로 하는 어떤 경제 행위도 힘들다. 돈 버는 것은 포기했다.
20 대든, 50 대든, 같은 또래하고 대화하는 것도 포기했다. 양쪽 세계가 다 내 곁을 떠났다.
빤빤한 젊은 얼굴의 폐해는 의외로 나를 피폐하게 만들어 주었다.
* * *
한 달을 흥청망청 하는 사이에 돈이 바닥났다. 한 달 선금의 원룸비도 내일 모레가 만기다.
-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참, 돈 가치가 없다. 쓰려고 마음 먹으니 1,000 만원은 순식간이다. 그러나, 별 걱정은 되지 않는다. 내게는 벨리알 은행이 있다.
핸드폰으로 일몰 시간을 확인하고, 나의 구세주 벨리알 공작에게 배알을 요청했다. 그는 약속대로 순식간에 나타났다.
책상에 다리를 꼬고 앉으며, 그는 나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봤다.
"여어. 신수가 훤해졌구만. 젊은 얼굴에 멋진 옷이라. 역시 인간은 돈이 있어야 돼"
백 번, 천 번 옳은 말이다. 그는 이 세상을 정확히 안다. 존경스러울 정도로 정확히 안다.
왜 현세에 벨리알교가 없는지 의심스럽다. 이 정도로 공명 정대한 신이라면 얼마든지 모실 수 있을 것이다.
"다 공작님의 배려 덕분입니다. 줄곧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씰긋 올라간다.
그는 정성스레 수염을 꼬며 말했다.
"본론으로 들어가지. 그래, 이번엔 무엇으로 거래를 할 생각이냐?"
나는 미안한 마음에 약간 주저하다가 말했다.
"예. 제 젖꼭지 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그는 약간 놀라는 듯 했다. 그러다, 잠시 뒤 웃음을 터뜨렸다.
"으큭큭큭. 이번에도 제대로 머리를 썼군 그래. 탁월한 선택이야. 남자의 젖꼭지가 크게 필요한 물건은 아니니 말야. 그러나, 그런 것으로는 큰 돈은 못 만져. 푼돈 수준 밖에 안 돼. 2,000 만원이다"
'역시나' 다. 필요 없을수록 값이 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후한 금액이다. 쓸모 없는 것을 주는 대가로 2,000 만원 이라면, 거의 기부 선행 수준이다.
그러나, 이 돈으로는 안 된다. 아껴 쓰면 얼마간의 생활비는 되겠지만, 이 더러운 삶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금액은 결코 아니다.
이 기회에 하나를 더 거래해서 종자돈을 마련해야 한다.
"배꼽까지 포함이라면 3,000 이다. 싫다면 앞으로의 거래에서 배꼽은 제외한다.
이어지는 벨리알의 말을 듣고 나는 진땀이 났다.
사실 배꼽을 다음 순위에 넣으려 했다. 그런데 벨리알이 벌써 알고 선수를 친다.
나는 이틀 동안 고민했다. 내 몸에 없어도, 내게 별 지장이 없는 것. 그것만 팔아 먹고 그만 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이 별로 없었다.
머리를 쥐어짜고 쥐어짜서 생각해 낸 것이 젖꼭지와 배꼽이다.
이것이 없으면 수영장 같은데 가면 쪽 팔린다. 그러나, 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여자라면 절대 그렇지 않겠지만 다행히 난 남자다. 그래서 거래 제안을 한 것인데, 벨리알이 저렇게 선수를 친다.
물론, 3,000 만 원이란 금액은 쓸모 없는 물건에 비해 큰 돈이다. 그러나,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돈은 아니다.
그렇다고 벨리알에게 물건값을 흥정할 수도 없다. 그에게는 좋다, 싫다만 표시할 수 있다.
"좋습니다"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내 앞에 현찰이 놓이고, 가슴과 배가 허전해졌다. 젖꼭지와 배꼽이 사라진 것이다. 절단의 고통은 전혀 없다.
"더 이상의 거래 제안이 없다면 돌아 가겠다"
벨리알이 사라지려 한다. 나도 모르게 그를 잡았다.
"저어, 공작님"
하나를 더 팔아야 한다. 어차피 팔 것이면, 빨리 팔아 사업 밑천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고, 눈알이나 혓바닥을 팔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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