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값 8

<인간의 몸값 8>
그들은 원금과 법정 이자를 돌려 받을 때까지는 온순한 양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채업자의 본색을 드러낼 때가 온 것이다. 이자가 복리라는 것이다. 그것도 일복리였다.
그들에겐 항의도, 법적 대응도 소용 없었다. 내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계약 당시 내 주민등록 번호와 얼굴이 매칭되지 않는다는 것을 놈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확실한 상가가 있었기 때문에 놈들이 거래한 것이다.
이제 내게서 받아 먹을 것은 다 받아 먹었다. 내 약점을 우려먹는 수순만 남았다.
일복리로 계산한 청구서는 이자만 3 억이 조금 넘었다.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가고 있었다.
돈이 없으면 장기를 팔아서라도 갚으라는 것이었다. 간신히 빌고 빌어 3 일의 여유를 얻었다.
나는 깡패 놈들의 호구가 되었다. 내가 신분 때문에 경찰에 신고도 못 한다는 것을 놈들은 잘 알고 있다.
실제 경찰에서 상가 매입 비용을 추궁하면 할 말도 없다.
공무원들 앞에서 악마니, 몸값이니 하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놈들은 24 시간, 밖에서 감시하겠다는 협박을 남기고 내 방을 나갔다.
처음부터 이런 놈들과는 거래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채업자는 내 상가를 다시 사간 기획 부동산 놈들과 한 패다.
내 모든 마음과 정신은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무 생각도 없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다.
- 이 깡패 새끼들. 돈 못 갚으면 내 장기를 팔아 먹는다고? 그래. 내 특기가 몸 팔아 먹는 것이다. 이제 내 몸 속 장기인들 못 팔아 먹겠느냐? 그래. 팔자. 팔어.
실망할 것 없다. 그렇게 망설이고 주저했던 나의 네 번째 전략(?) 을 실시할 시간이 확실히 돌아온 것 뿐이다.
벨리알은 즉시 나타났다. 주저 없이 말했다.
"제 위를 팔고 싶습니다.
네 번째 전략이란 게 겨우 이런 것이다. 드디어 내부 장기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위암 환자에게 들었다. 위를 잘라내도 살 수 있다고. 식사량은 줄지만, 생존은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식도와 소장이 서서히 위장의 기능을 대신 해나간다고 들었다. 의학적으로도 검증이 된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벨리알은 여태까지와 똑같은 어조로 말했다.
"호오, 드디어 장기에 까지 손대기 시작했구만. 내 말을 오해하지 마라.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난 거래할 수 있으니 좋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3 억이다"
벨리알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내 위장 값이 3 억이다.
놈들이 요구하는 것은 총 3 억 2 천이다. 이떻게든 3 억에 퉁 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일푼이 된다.
무엇이라도 하려면 종자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필요하다.
이런 괴로운 결정의 고민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정말 마지막이다. 이왕 할 것, 지금 결정 하고 말자.
"쓸개도 팔고 싶습니다"
이 역시도 네 번째 전략 범위 안에 들어간다. 쓸개 빠진 놈이란 소리를 많이 들어봤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쓸개 제거 수술을 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생존해 있단다. 다만, 쓸개즙이 없기 때문에 고기 종류만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O.K 결정했다.
"쓸개도 계산해 주십시오"
"4 억이다"
공정한 것 같다. 위는 점차 그 기능을 대신할 것이 생기지만, 쓸개는 재생도 대체도 안된다.
당연히 더 높아야 겠지. 온 몸의 힘을 모아 소리치듯 말했다.
"모두 거래 하겠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잊으려는 단말마의 비명 같았다.
7 억이 쌓이고, 벨리알은 공간의 문을 열고 사라졌다. 의미 없는 돈만 내 앞에 쌓여 있었다.
* * *
깡패들을 까페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서 3 억에 합의를 봤다.
더는 한 푼도 없다고 했다. 더 요구하면 내 목숨을 가져 가라고 했다.
깡패들도 그 정도면 뜯을 만큼 뜯었다고 생각했는지 선선히 합의를 해줬다. 지금의 나는 돈 개념이 전혀 없다.
지금 뜯기는 3 억이 얼만큼 큰 돈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힘들여 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내 몸을 주고 공작에게 돈을 받아 왔을 뿐이다.
만약에 1 년 전의 나였으면 300 만원에도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모든 채무는 변제 되었으며,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겠다는 말도 안 되는 문서를 쓰게 했다.
놈들은 히죽거리며 문서를 썼다. 나는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누가 봐도이상할 것이다. 나만 빼놓고는...
한 푼도 없다던 놈이었다. 그런 놈이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원룸에서 3 억을 갖고 나왔다.
그것도 대용량 비닐 쓰레기 봉지에 담아서 그런 거금을 들이밀었다.
웃기는 문서 한 장 값이다. 바보 같은 악수도 교환했다.
그날 밤, 문을 뜯고 들어온 강도들에게 내 쓸개 판 돈 4 억을 그대로 뺏겼다. 모두 얼굴을 가렸지만, 분명히 놈들이다.
나는 너무 어리석다. 죽고 싶을 만큼 어리석다.
방에서 3 억이란 거금을 들고 나오다니. 내 방이 금고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 하소연 하겠는가?
경찰에 신고? 내 쓸개 판 돈 4 억을 강도 당했소?
내 신분도 의심스럽다. 주민 등록증과도 매치가 안 된다. 그대로 정신 병원행이다.
완전히 멘붕이다. 3 일을 혼수 상태에서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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