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게임속 마스터 대장장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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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10.2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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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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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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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했습니다

DUMMY

청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한승리.


그래, 승리 패배 할때 그 승리 맞다.


그는 이름값을 하고 싶었기에 승리할 수 있는 모든 종목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 '했었다'.


미술, 음악, 악기연주, E-스포츠, 육상, 구기종목, 격투기, 각종 학문 등등 승리는 그야말로 '승리'를 위해 살아왔다. 그런데..


"그래서 이제 뭐 하지?"


승리할 수 있다면 그게 뭐든 질릴 때까지 파고 또 팠던 청년은 결국 더 이상 할 게 없어지기에 이른 것!!


"쓰읍... SAT(미국 대학 시험)을 볼까...? 아, 그건 저번에 만점으로 클리어했었지."


노벨유토피아라는 웹사이트에서 승리가 연재하던 웹소설이 노벨문학상을 타버리게 된 이후로, 글쓰기마저 질려버린 참이다.


재능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도 괴로운 일이었다. 뭐든지 금방 해내고 말아서 오랫동안 진득하게 즐겨본다는 게 뭔지 겪어본 적이 없게 만드니까.


승리할 곳이 없다는 것, 그것은 그의 이름값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말과 같았다. 그리고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존재 의미의 상실을 의미하는바.


'죽을까.'


삶 자체에 권태기가 온 승리는 자살 또한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임을 금방 깨달았다.


무서워서 그런 거냐고?


그럴 리가. 그는 죽음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죽는다는 것=패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흔히들 게임을 할 때 패배하면 "아 죽었네." "아 뒤졌네." "아 망했네."라고 하지 단순히 '졌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것은 곧 승리가 만약 자살하게 된다면 유서에 그의 이름을 한'승리'에서 한'패배'로 바꾸어야 한다는 소리이자 승리의 장례식과 납골당에도 한승리가 아닌 한패배라는 추한 이름이 올라간다는 뜻.


뭣보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수능 만점자 겸 SAT 만점자 겸 각종 E 스포츠 우승자 겸 각종 스포츠 우승자 겸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존재 자체가 만화 속에 나오는 뇌절급 천재는 전 세계에 나밖에 없는데 당연한 일이지.'


이게 뭘 의미하냐고?


외국에서는 한국인을 부를 때 성+이름으로 부르는 게 아닌, 이름+성으로 부르는 건 모두가 아는 상식이지.


만약 여기서 그가 이름을 한패배로 개명하고 자살하게 된다면?


'승리한'이 아닌 '패배한'이 죽었다는 속보가 전 세계에 퍼지게 되고, 나는 전 세계가 아는 패배자가 되는 것이지. 너무 끔찍한 일인것이다...!!!


패배(자살)한 패배 한(paebae-Han).


그야말로 치욕스러운 이름..!!


승리는 주식시장에서 승리하며 벌어들인 돈으로 거주하게 된 텅 빈 100평짜리 3층 저택의 거실에 덩그러니 홀로 있는 컴퓨터를 켰다.


게임을 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PVP 위주의 게임이나 스피드런(speed run, 비디오 게임을 최단 시간으로 클리어하는 기록 경쟁)은 이미 그의 손을 거쳐 간 것들이었다.


"개발자 새끼들 뭐하냐 신규게임 출시 안 하고."


그때, 인터넷 서핑 사이트에 '자유도 높은 게임 추천 20' 이라는 제목의 글이 그의 눈에 띄었다.


보통 게임에서 자유도가 높다는 것은 정해진 선택지가 있거나 뭘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자신의 성향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런 게임들은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평균 플레이타임이 엄청 길다는 거지.'


그가 그토록 찾던 오랫동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


승리라는 개념이 없다시피 하는 게임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패배' 보단 '한자유'가 낫겠지.


"좋아, 그러면 자유도 높은 레트로 게임 좀 찾아볼까?"


왜 레트로 게임이냐고?


이건 그가 살아오며 갖게 된 습관인데, 어차피 클리어할 게임이기 때문에 뭐가 클리어한 게임인지 구분하기 쉽게끔 오래된 게임부터 플레이하곤 했다.



"어디~~한번~자유도 높은 레트로 게~임을~~찾아보올까요오!"



한국인특, 뭐 찾을 때 흥얼거리면서 찾음. 물론 그는 그 흥얼거림마저 예술로 승화해낼 수 있을 정도이기에 단순한 흥얼거림이라고 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건... 레트로 게임이긴한데 자유도가 낮고, 이거는... 자유도도 낮고 레트로 게임도 아니네."


'세상에 게임이 이렇게 없었나?'


"개발자 새끼들 뭐하냐?"


게임 개발자라는 탈을 쓴 노예들에게 몹쓸 생각을 한 그는 족히 몇십년은 됐을 거 같은 그래픽의 도트게임을 발견했다.


"오... 레전드 오브 마스터리? 이거 재밌어 보이네. 직업 선택할 수 있고, 해당 직업의 마스터가 되는 게 목표인 거구나?"

승리는 게임의 소개글을 읽기 시작했다.


"뭐야, NPC들도 죽일 수 있어? NPC를 죽여도 스토리 진행에 차질이 없다는 뜻인데... 이거 갓겜이라는거 아니야...? 근데 왜 다운로드 수가 2명밖에 없지? 게임 출시된 지..30년 전?!"


다운로드 수는 곧 흥행, 흥행은 곧 게임의 즐거움과 어느 정도 비례하기에 승리는 조금 찝찝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먹었다.


"알 게 뭐야, 갓겜이면 된 거지. 어차피 PVP 게임도 아닌데! 자 게임 드가자 드가자~"



컴퓨터가 잠깐 암전하더니, 게임의 제목을 나타내는 픽셀 문구가 빛을 내며 나타났다.


[Legend of Mastery]



"크으!! 이게 픽셀뽕이지. 도트 감성 낭낭한거보소."


[당신의 이름은?]


'닉네임을 적으라는 거겠지?'


승리는 모든 게임의 닉네임을 자신의 본명으로 지었다.

승리자가 익명의 가면을 쓸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


"한..승...리"

-탁!


그가 경쾌하게 엔터키를 치자 나타난 경고문.


[닉네임은 영문으로 입력해주세요.]


"뭐야. 한국어 닉네임 입력이 안 된다고? 하긴 옛날 게임이니까.."


승리는 자신의 닉네임을 고민, 또 고민했다. 그냥 한국 이름을 발음 나는 대로 적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영어로 발음만 같게 한다면 이름 속에 승리라는 의미가 없지 않은가!!!


"껍데기뿐인 승리에 의미는 없다."


그렇기에 승리는 '승리'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오 이거 괜찮네, 이름도 레트로 게임에 나올 거 같은 이름이고."


몇분이 지났을까. 그는 마침내 닉네임을 정할 수 있었다.


"내 닉네임은, 그래 빅토르(viktor)다."


[viktor님, 환영합니다!!]


"어우 확인 문구도 없이 바로 정해지네."


옛날게임특, '~~로 닉네임을 정하시겠습니까?' 같은 문구 없이 그냥 바로 정해버림.


"농담삼아 '고릴라암내' 같은 걸로 닉네임 하면 좆되는거지."


승리가 제가 한 말에 피식거리며 웃고 있자, 또 다른 픽셀 문구가 떠올랐다


[당신이 플레이할 직업을 선택해주세요]



"오... 그래 직업은 뭐가 있냐아.. 용사, 궁수,방패병, 기사, 사무라이&닌자, 성기사, 성녀. 그야말로 레트로 RPG의 정석이라는 느낌이구먼. 뭐야 도트도 수준급이잖아? 그림인 줄."


용사는 금발벽안의 미녀였고, 궁수는 당연히 엘프였다. 고기를 먹지 않는 엘프의 특성 탓일까, 용사의 그것에 비하면 엘프의 젖가슴은 건전지를 연상케 했다.


방패병은 키가 작고 살이 가슴에 몰빵된 드워프였는데, 어쩐지 메스가키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생김새였다.


드워프의 뒤에 위치하던 기사는 육중한 갑옷을 입고 있는 과묵한 캐릭터였는데, 캐릭터 상세히 보기 버튼을 누르니까 투구를 벗은 모습이 나왔다. 그 육중한 투구 속에 숨겨져 있었던 건 장발의 약간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미인이었다. 여기사는 인정이지.


사무라이와 닌자는 자매인 듯 플레이 도중 스위칭해서 캐릭터를 바꿀 수 있는 특이한 컨셉의 캐릭터들이었다.


언니인 사무라이는 붕대로 그녀의 가슴을 지탱하고 다녔는데, 동생인 닌자는 지탱할 그것이 없었다. 거유 언니와 빈유 동생이라니, 이 게임이 유명했다면 필시 동인지로 만들어져 수많은 유저의 덮밥이 되었으리라.


사무라이&닌자 자매의 뒤에 있는 건 둔기를 들고 있는 성기사. 신성력 주머니라고도 불리는 가슴이 평범한 걸 보면 확실히 아직 초보 성기사인것 같았..


"시발 내가 뭔 생각을 하는 거지."


노벨유토피아에서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물든 탓일까. 승리는 자신도 모르게 젖가슴=신성력 주머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서운 세뇌의 힘..!!


마지막으로 성녀. 그녀는 펑퍼짐한 수녀복을 입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캐릭터 중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펑퍼짐한 수녀복이 그녀의 [존재감]을 더 부각시켰다고 보는 것이 옳은 표현이리라. 성(性)녀는 못 참지.


도트로 된 여자캐릭터들의 몸매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들의 초기 능력치를 확인 및 비교하고 있던 승리는 플레이할 직업을 선택하던 중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잠깐만, 이거 왜 다 여캐냐...? 성별 교환은 어디 갔어?"


승리는 황급히 마우스를 이리저리 클릭하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에이 씹, 갓겜하나 찾았나 했는데 플레이어블 남캐가 없네. 난 남캐 아니면 플레이 안 하는데. 아쉽지만 넌 삭제다."


승리는 그가 플레이 하게 될 성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을 삭제하려고 했다.


그게 그렇게 큰 이유냐고? 당연한 소리!!!


플레이어블 캐릭이 여캐밖에 없다는 건 게임을 접고도 남을 이유인 것이다!!!



'그냥 여캐로 플레이하라고? 그러면 마음에 드는 캐릭이 있어도 여자라서 백합이 되잖아.'


백합의 고귀함은 인정하지만, 보빔이라는것은 생물학적으로 비효율적인 것이다.


'나 한승리, 승리를 위해서는 고귀함보다 효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 비효율적인 짓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주인공 캐릭에 맞춰서 남캐가 히로인이 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법했다.


남캐 놈들 서비스씬을 보라고...? 게다가 이 게임, 의외로 고퀄 도트라서 남캐놈들이 상의 탈의라도 하면 그 새끼들의 젖꼭지까지 구현해낼 것이다!!!!


"우욱,씹!!"


남자들의 젖꼭지 같은 존재 이유를 모를 부위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이다!


승리가 결심했다는 듯 망설임 없이 삭제 버튼을 누르자 경고문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당신은 이 게임을/를 삭제할 수 없습니다.]


"뭐야? 왜 안 되는데?"


[당신은 이 게임을/를 삭제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이 게임을/를 삭제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이 게임을/를 삭제할 수 없습니다.]

...


셀 수 없이 뜨는 경고창들에, 승리의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시, 시발? 이거 왜 이래!!"



띵-


뒤늦게 뜨는 경고문 하나.



[당신은 이 세상을/를 구원 할 수 있겠습니까?]


"뭐,뭔 구원 같은 소리야 방금까지 자살하려.."


이윽고 컴퓨터에서 엄청난 섬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섬광은 넓디넓은 저택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씨발 눈뽕!!!"


거실불 다 꺼놨는데 섬광탄을 쏘다니!!!


게임 개발자 새끼들, 자신을 노예로만 바라보는 게임소비자들에 대한 반역인가? 게이머들이 자주 불을 끄고 게임을 한다는 것을 노린 치밀한 책략까지 짜오다니!! 이 악랄한 새끼들..!!


눈이 너무 부셨던 탓일까. 승리는 자신의 몸이 어디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시발 눈 다치면 뇌도 다치게 된다는데, 그런 건 아니겠지..?'


몇분이 지났을까. 그의 눈에 남아있었던 섬광의 여운이 다 없어지자, 승리는 눈을 뜰 수 있었다.




눈을 뜬 그의 앞에 있던 건



금발벽안의ㅡ



"용사..?"


레트로 게임, [레전드 오브 마스터리] 속 용사였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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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건 또 무슨 소리래 24.11.10 2 0 13쪽
15 아무한테나 이러지 않아요 24.11.08 4 0 11쪽
14 두번째 플레이어블 캐릭터 24.11.08 3 0 14쪽
13 아수라 교관 24.11.08 4 0 12쪽
12 그러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24.11.08 2 0 15쪽
11 뭘 잘못했는데? 24.11.08 3 0 22쪽
10 여우짓 24.11.08 4 0 18쪽
9 닉네임 영문으로 입력해주세요 24.11.07 3 0 15쪽
8 죽여버릴거야 24.11.07 6 0 11쪽
7 폐급보존의 법칙 24.11.06 5 0 12쪽
6 용사각성 24.11.05 7 0 12쪽
5 이 새끼 웃는데? 24.11.04 8 0 13쪽
4 여친 있어요? 24.11.04 9 0 12쪽
3 누나라고 불러보슈 24.11.01 9 0 12쪽
2 대장장이가 힘을 숨김 24.10.30 17 0 13쪽
» 빙의했습니다 24.10.29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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