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게임속 마스터 대장장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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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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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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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가 힘을 숨김

DUMMY

"용사..?"


그녀의 얼굴을 본 승리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얼굴이나 복장이 레트로 게임, [레전드 오브 마스터리] 속 용사의 도트로 된 그것과 너무나도 닮아있었기 때문.


"저기... 대장장이 씨, 괜찮으세요?“




마치 황금으로 실을 뽑아낸 듯 찰랑이는 가늘지만 빛나는 금발에, 사파이어를 박아넣은 듯한 푸른 눈, 신출내기 모험가의 복장을 한 것이지만 범상치 않은 몸매 탓에 야한 코스프레처럼 보이는 갈색 가죽조끼까지.


내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틀림없는 [레전드 오브 마스터리]의 용사였다.


그런 그녀가, 게임 속에 있어야 할 그녀가, 승리의 앞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그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잠깐만'


'대장장이라고?'


승리는 황급히 집 안에 있을 거울을 찾기 시작..


....여기


"여기 대체 어디냐...?"


그가 지금 있는 곳은 그가 원래 살고 있던 넓은 저택이 아닌, 차갑게 벼려진 날붙이들이 장식된, 대장간이었다.


'잠깐 그러면 내 몸은?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지?'


그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거울을 찾았으나, 대장간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승리는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으로 벽에 걸려 장식된 빛이 번쩍번쩍 반사되는 대검에 그의 모습을 비췄다.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꽤나 상등품일 것으로 보이는 대검에 비친 그의 모습은, 붉은 머리에, 보안경을 쓰고, 화상 방지용으로 두꺼운 장갑과 두꺼운 가죽옷을 입고 있는,


그야말로 완벽한


대장장이의 모습이었다.


"씨발 이게 대체 무슨.."


승리가 눈앞이 캄캄해져 쓰러지려 하자, 용사가 재빨리 달려와 부축했다.


"대장장이 씨!! 대장장이 씨 정신 차려요!!"


'너 같으면 정신 차리겠냐..'


승리는 그녀의 풍만한 두 언덕을 쿠션 삼아 기대며 생각했다. 절대 이 감촉을 더 느끼기 위해서 몸에 힘이 풀린 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응. 진짜로.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작품을 연재하던 노벨유토피아라는 사이트에는 주인공이 자신이 즐겨보던 만화나, 소설, 게임의 한 인물에게 빙의하는 작품들이 있었다.


'근데 시발 그게 내 얘기가 될 줄은 몰랐지.'


아무리 '승리'에 집착하는 그라고 해도 다른 것에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지구에서 쌓은 일반인은 상상조차도 못 하는 인물들과 맺어진 인맥,

주식투자에 성공해 수천억대로 불어난 그의 자산,

음악/미술/문학 계열에서 활동한 작품이 정기적으로 벌어오는 수익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그는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대기업 그 자체였던 사람이었다.


근데 승리가 피땀 흘려가며 쌓은 그의 소유물들이, 이젠 모두 없어진 것이다.


"아아... 아직 우리 스물여덟번째 부릉이의 이름을 붙여주지도 못했는데..."


그는 그곳에 두고 온 그의 슈퍼카 컬렉션을 생각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대, 대장장이 씨 애가 스물여덟이나 있는 거예요?! 저랑 나이가 비슷하신 거 같은데? 대, 대체 부인이 몇 명이시길래... 그보다 죽지 마세요. 대장장이 씨!!!"


..얜 또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 걸까.


아이가 많은 걸 듣고 놀라거나 죽지 말라며 슬퍼하거나 둘 중 하나만 하라고..


순식간에 스물여덟명의 아이의 아버지가 된 승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을 걱정하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진짜 엄청 예쁘긴 하네.'


그녀는 단순히 금발벽안의 글래머일 뿐만 아니라 코와 입이 아담하며 피부도 하얀,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이게 생긴 백인 여성을 갖다 만들어놓은 듯했다.



아.


실제로도 만든 게 맞구나?


벌써 이 게임 속 세계에 익숙해진 걸까. 본인도 모르게 이곳이 현실이라고 생각해버린 승리였다.


'에휴, 그래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내가 자유도 높은 게임을 찾으면서 밤늦게까지 잠을 안 잤으니까 어쩌면 이게 되게 리얼한 꿈일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떠올린 생각이라는 게 결국 현실도피였지만 아무튼 부정적인 감정이 들지 않으니 된 거 아닐까?


"..미안 폐를 끼쳤네. 요즘 너무 피곤해서 악몽을 꾼 모양이야. 걱정해 줘서 고마워." 승리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말 괜찮으신 거 맞나요? 신전에라도 가셔서 사제분들께 치료받아야 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녀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지만, 승리는 정말로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진짜 괜찮다니까 그러네. 원래 대장장이들은 뜨거운 불길 앞에서 일하기 때문에 가끔 더위 먹으면 나처럼 발작을 일으킬 때도 있는 법이야. 일종의 직업병이지."


즉석에서 생각해낸 것 치곤 그럴듯한 변명을 대며 승리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용사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는 듯 얼굴에 들어간 힘을 풀더라.


"그보다 용사님, 용사님은 무슨 일로 왔다고 했지?" 그가 그녀에게 대장간을 찾은 이유를 묻자, 그녀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헤실헤실 웃는듯하면서도 부끄러워하듯 살짝 상기 된 얼굴이었다. 얘 왜 이래? 너도 더위 먹었니?


"에, 에이~ 저 같은 초짜 모험가가 용사라뇨~ 대장장이 씨 아부도 잘하시네요. 그런다고 안 살 물건을 사지는 않을 거라고요?"


아까는 애 스물여덟명 딸린 유부남 취급을 하더니 이번에는 호객행위를 위해 아부하는 장사꾼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뭐 말은 그렇게 해도 몸은 솔직해서 얼굴이 붉어지고 몸은 배배 꼬이고 있었지만.


"에헤헤... 제가 용사를 동경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아보신 거예요? 대장장이를 하면 그런 것도 알 수 있는 건가?"


의아해하는 얼굴. 저건 연기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의문이었다.


'설마 이 시점에는 아직 용사가 되지 못한 건가...?'


아무래도 [레전드 오브 마스터리]의 용사라는 직업은 게임 시작부터 용사인 채로 플레이하게 되는 게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에 어떠한 계기로 용사로 각성하는 모양이다. 고전적이지만 나름 정석적인 전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



"뭐 딱 보면 그렇지. 금발벽안의 모험가잖아. 소설 속에 나오는 용사님의 정석 아니야? 아, 설마 그걸 노리고 염색한 건가?"


승리는 용사가 아직 용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지만 애써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여유로움을 연기했다.


"아니에요오. 저는 태어날 때부터 금발에 푸른 눈이었는걸요? 제 자랑거리죠."


그녀가 그녀의 가슴을 쭉 펴며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바람에 그녀의 가슴을 간신히 감싸고 있던 가죽조끼가 죽여달라고 비명을 지를 것 같은 꼴이 되었지만, 그녀는 외간 남자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용사니까 털털한 성격일 거라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털털하네.'


승리는 더 이상 말이 다른 곳으로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아무튼 그래서, 여긴 왜 찾아온 거야?"


"아, 맞다. 혹시 제가 쓸 칼이 있을까요? 대검으로요."


"음? 대검이라고?"


분명 게임 속 용사는 롱소드 한 자루를 쓰거나 숏소드 두 자루로 이도류를 쓴다고 했는데?


"네! 대검이요!!"


"왜?"

"네?"


"아, 아니... 네 체격에는 대검보단 롱소드나 숏소드를 다루는 게 맞지 않나 싶어서."


"그치만, 전설의 용사 이지스 님도 대검을 쓰셨는걸요?" 뭘 그런걸 묻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 용사. 아니, 아직은 모험가였지


"아니...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너는 이지스가 아니잖냐... 내가 좋은 롱소드랑 숏소드 보여줄 테니까.."


"싫어요! 대검이 아니면 싫어요!" 승리가 다른 무기를 추천하자 그녀가 재빨리 대답했다.


"아니... 일단 네가 생각하는 날이 넓고 큰 대검은 실전성 없는 허구의 검이라니까? 너 같은 대검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 그걸 점점 그럴듯하게 발전시키긴 했는데, 그래도 다른 검보단 실전성이 떨어지는 쓰레기라는 게 사실이지."


진짜다. 역사 속 대검은 만화나 게임 같은 매체에서나 나오는 무기였다.


냉병기 시대의 말단비대증 환자들이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엄청나게 사이즈 업 된 롱소드가 존재하긴 하지만, 흔히들 아는 [대검]은 존재하지 않는 검이다.


"애초에 너, 대검을 만들어주면 휘두를 수는 있니...? 오히려 검에 네가 휘둘릴 것 같은데."


승리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누가 실전에서 대검 휘두르다가 넘어져서 고블린도 못 죽이는 폐급 모험가라는거에욧!!"


"아니, 난 그렇게까지 말 안 했는데."


"이이익..."


용사는 분하다는 듯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아니 내가 너한테 대검 팔았다가 네가 죽기라도 하면 진짜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고.'


흔한 레트로게임의 클리셰 중 하나, 마왕은 용사만이 죽일 수 있다는 설정.


'뭐 이 게임 플레이라곤 캐릭터 선택창밖에 못 본 나지만, 이 게임도 대충 그런 설정이겠지.'


개나 소나 마왕을 죽일 수 있다면 용사가 왜 있겠나? 승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용사를 설득했다.


용사는 씨익씨익 숨을 내쉬더니 승리를 가리켰다. 아니 자세히 보니까 그녀의 손가락은 승리가 아닌 그의 뒤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 저건 뭔데요?"

그녀가 가리킨 것은 승리가 아까전에 거울 대신 썼던 대검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 검을 팔라는 얘기이리라.


"말했잖아. 실전성은 없지만, 로망이 있다고. 한마디로 장식용으로 만든 장식품이라는 거다."




'잠깐만, 나는 이런 지식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승리가 아무리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천재라곤 해도 그가 경험하거나, 연구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건 애초에 천재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니까.


설마 이 몸에 들어온 영향인 건가? 그렇다면 검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됐다.


'아 그러고 보니... 그걸 안 해봤네.'



이런 게임 속에 빙의한 소설 속 주인공들이 한 번쯤 시도하는 [그것]을 해보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들리기라도 하면 쪽팔리니까.'



"상태창."



파앗-



승리가 그것의 이름을 부르니,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질적인 느낌의 마치 컴퓨터의 그것을 가져온 듯한 '화면'이 생성됐다. 눈앞의 그녀의 표정을 보니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는 않는 모양.



이윽고 그가 상태창을 읽어보니,



[M(마스터) 대장장이(힘이 봉인됨), LV:99]


[패시브] 대장장이의 지식 Lv. Max -> Lv. 10 (페널티로 인해 레벨이 일시적으로 낮아진 상태입니다.)


나, 마스터 대장장이더라.



마스터, [레전드 오브 마스터리]의 소개글에 의하면 그들은 특정 직업군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의미했고, 그들의 능력은 그들의 직업의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묘사되는 초월적 강자들이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그가 빙의한 이 대장장이인 모양, 젊어 보이는데 엄청 뛰어난 놈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 승리였다.



'원래의 나처럼 뛰어난 녀석이었나 보네. 근데 어쩌다가 페널티를 받게 됐냐..?'


그런 의문을 가지며 쭉 읽어 내려가자 그의 의문에 답을 해주듯 한 문구가 쓰여있었다.



[현재 낯선 영혼이 육체로 들어온 상태입니다. 능력에 큰 페널티를 받습니다.]


'...내가 이 몸에 들어와서 그런 거야?'



마스터 대장장이가 힘을 (강제로) 숨김. 무슨 웹소설 제목도 아니고..



승리가 그의 상태창을 보며 한숨을 쉬자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용사가 카운터를 주먹으로 살짝 내리치며 말했다.



"저 대검. 저한테 팔아요."



"안돼. 저거 장식용이라니까?"



"..저도 장식용으로 쓰려는 거에요. 롱소드도 하나 주세요."



"그래, 잘 생각했어. 너한테는 롱소드가 딱 적당할 거다."



승리는 돈을 지불하고 대검과 롱소드를 챙겨 나가려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 혹시나 해서 얘기하는 건데, 절대 대검 실전에서 쓰지 말아라."



"...당연하죠." 그녀는 쌀쌀맞게 답하고 도망치듯 도도도 뛰어 가게를 벗어났다.






..저 폐급 용사, 아니 폐급 모험가 새끼. 분명히 사고 칠 거 같은데.





승리는 그녀를 미행하기로 했다.


아니 네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고!!



"시...발. 나도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 큰 여자 뒷바라지를 해야 하냐?"







뛰어난 적군보다 무서운 건 폐급인 동료라는 게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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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아무한테나 이러지 않아요 24.11.08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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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우짓 24.11.08 7 0 18쪽
9 닉네임 영문으로 입력해주세요 24.11.07 7 0 15쪽
8 죽여버릴거야 24.11.07 10 0 11쪽
7 폐급보존의 법칙 24.11.06 8 0 12쪽
6 용사각성 24.11.05 10 0 12쪽
5 이 새끼 웃는데? 24.11.04 11 0 13쪽
4 여친 있어요? 24.11.04 13 0 12쪽
3 누나라고 불러보슈 24.11.01 10 0 12쪽
» 대장장이가 힘을 숨김 24.10.30 19 0 13쪽
1 빙의했습니다 24.10.29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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