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짓
"물론 안되지."
'너 같으면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미치광이 광전사를 보디가드로 쓰겠니? 애초에 보디가드를 쓰는 대장장이가 어디 있는데?'
-스릉...!
칼을 빼 드는 용사, 아니 광전사.
'저년이!! 드디어 나도 죽이려고 하는구나...!! 아이고 세상 사람들. 저딴 게 용사랍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용사가 칼을 쥔 손을 벌벌 떨며 말했다.
"..왜요? 왜 안되는데요? 제가 뭐 잘못한 게 있나요? 잘못한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뭐든 금방 고쳐 보일 테니까 제발..!"
'진짜 존나 무섭네.'
일단 칼을 좀 내려놓고 말하면 안 되겠니? 칼 들고 애원하는 건 부탁이 아니라 협박이란다.
승리, 아니 빅토르는 그녀가 최대한 폭주하지 않도록 변명을 해가며 그녀를 밀어내려 입을 열었다.
"아니 애초에 경호원을 쓰는 대장장이가 어딨다고.."
"대장장이님, 아니 빅토르 님은 그저 그런 평범한 대장장이가 아니잖아욧!!! 남자 대장장이잖아요!! 심지어 엄청 잘생기기까지 한!!"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대장장이가 경호원을 쓸 이유가 있나..?"
"당연히 있죠, 특히나 남성 대장장이라면 더더욱. 빅토르님, 대장간을 주로 찾는 고객들이 누구죠?"
"그야... 모험가들이나, 기사들이겠지? 무기나 보호구가 자주 망가질 테니까."
그의 대답에 아이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모험가와 기사, 특히나 모험가들이 자주 이용하죠, 그런데 모험가 놈들 성격 아시죠? 오늘도 당해보셨으니까."
'응 그중에서도 네가 제일 무서웠지.'
"빅토르님? 무슨 생각 하시나요?"
"어? 어어... 그렇지.."
"일단 남자 대장장이라는 것부터 여자들이 즐겨보는 춘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 그런 사람이 실존한다고 하면 모험가들이 정말 빅토르님께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하겠... 지?"
..진짜 뭐지? 갑자기 용사의 지능 수치가 3배 정도는 올라간 것 같았다. 각종 토론 대회를 휩쓸던 나를 말로 밀어붙일 줄이야..!
"그쵸? 그래서 저를 고용하셔야 하는 겁니다!!!"
"근데 있잖아."
"넹?"
"너는 나한테 아무 짓도 안 할 거냐?"
"..."
"어이. 대답을 해보도록."
"아니이~ 경호를 하다 보면 좀 가까이 지내기도 하고, 가까이 지내면서 좀 친해지고, 그러면서 오빠 동생 사이로 발전하고, 오빠아♡ 동생♡ 사이로도 발전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그러다가 오빠랑 동생을 낳는 관계도 되고?"
"그렇죠!! 역시 빅토르님! 뭘 좀 아시네요!"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대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리스의 목걸이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자야,아까전에는 곁에서 모시기만 해도 만족한다고 하지 않았니..?아, 알겠다! 조용히 있을 테니까 변기통에 빠트린다는 말은 하지 말아다오!!!!>
'오... 목걸이로 스승님과 통화할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건가...? 그런데 변기에 빠트린다니. 스승을? 제자가??'
아이리스가 직접 말하는 걸 듣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스승이 하는 말로 대충 뭐라고 협박했는지 눈치챌 수 있었던 빅토르는 그녀에게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너 스승님한테 제자가 그래도 되는 거야?"
"예?"
<엥.>
빅토르의 말을 들은 두사람의 반응이 이상했다.
'내가 뭐 해서는 안 될 말이라도 한 건가?'
"저기..빅토르님? 호, 혹시 들리신 건가요? 스승님 목소리가?"
<드,드드들리는거니?정말이니? 우효오오오옷!!!! 8년 만에 나타난 내 목소리를 들어준 유일한 사람이 이렇게 잘생긴 미청년 이라닛!!!>
아. 이거 원래 남들한테는 안 들리는 거였나 보네.
이걸 이제 와서 사실은 안 들렸다고 할 수도 없었기에 빅토르는 순순히 사실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 유일하다뇨, 저도 있잖아요."
<넌 사람 새끼가 아니잖니.>
".."
"..."
..스승에게 마저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용사가 있다?
"후아!! 그나저나 남들 앞에서 목소리를 내서 스승님과 대화하는 건 엄청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스승님하고 목소리를 내서 대화하면 사람들이 저를 정신병 걸린 사람처럼 취급했거든요! 솔직히 저도 가끔 스승님은 이미 돌아가셨는데 제가 환청을 듣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는데. 헤헤..."
<누가 죽었다는 거니! 비록 영혼으로 남겨져 있는 거지만 난 살아있다고 몇 번을 말해!!>
"에이~ 그래도 지금이라도 스승님이 살아있다는 걸 확신했으면 된 거죠. 아, 그러면 이럴 게 아니라 스승님도 자기 소개하시죠!"
<뭣, 그,그렇구나.. 거의 십 년 만의 인사인지라, 부끄러운데엣.. 우으으..>
"하하... 스승님이 너무 오랜만에 다른 사람과 대화해서 부끄러우신가 봐요, 빅토르님 먼저 소개해주실래요?"
"응 알겠어. 안녕하세요? 그.. 아이리스의 스승님이시죠? 저는 빅토르라고 합니다. 지금은 대장장이 일을 하고 있어요."
"후욱,후욱.. 이거 뭔가 상견례 자리 같아서 설레네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쪽으로 몰고 가는 용사.. 잘 때 장갑이라도 끼고 자야겠다. 잠깐 방심했다간 혼인신고서에 나도 모르는 새에 내 지장이 찍혀있을지도...
<크,크흠..! 안녕? 반갑구나. 나는 아이리스의 스승, 아이린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스승님? 왜 목소리를 갑자기 깔고 말씀하시나요?"
<ㄴ, 내가 언..! 크흠. 내가 언제 그랬니, 아이리스.>
내가 듣기에도 많이 깔았는데, 갑자기 왜...
아, 전생에서도 중저음이니 동굴 보이스니 별 이상한 게 유행할 때 저러고 다니는 애들이 몇 있긴 했었지.
아마 그런 부류인 건가... 저게 남자다운, 아니 여자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는것이다.
전생의 중저음충들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정확한 판단을 내린 빅토르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확실히 중저음을 좋아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저는 원래 목소리를 편하게 내는 여자가 더 좋아요. 너도나도 다 중저음이라면 특색도 없고, 뭣보다 그게 원래 목소리라면 모를까 일부러 내는 목소리라면 아이린 님도 불편하시잖아요?"
<흠흠..!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마.>
좀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조금은 목소리를 깔고 말하는 그녀였다.
용사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아마 소리를 내지 않고 그녀의 스승과 뭔가 얘기를 하는 모양.
<아니..!나이 차이가 좀 나더라도..! 나도 양보 안 해..! 나도 처음 본 ... 남자라고! 읏, 지금 당장 몸이 없긴 해도 ..만 있으면!>
용사와 그녀의 스승은 서로 티격태격 싸우는 듯 했다.
용사는 역시나 마음속으로 말하고 있는지 아이리스의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의 스승이 하는 대답이 어렴풋이 들려와 어떤 내용인지는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빅토르의 외모는 죽은 사람에게도 먹히는 모양.
'뭐지. 이쯤 되면 나 진짜로 인큐버스인건가..?'
빅토르가 자신의 종족을 의심하고 있을 무렵, 두 여자 쪽은 휴전 협상을 맺은 것인지, 싸움을 멈춘 스승 쪽에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빅토르라고 했지? 내 생각에도 우리 제자와 함께 다니는 것이 좋을 듯 하구나.>
"예? 갑자기 어째서?"
<아, 아니이~ 물론 빅토르 네가 마나를 각성한 자라 평범한 여성 모험가보다도 강한 건 알지만, 그러면 오히려 마나까지 다루는 남자 대장장이라고 소문나서 네가 감당할 수 없는 녀석들이 꼬일 수도 있지 않겠니?>
"아... 확실히 그건 그렇네요. 약한 놈들이 나가떨어지면 강한 놈들이 찾아오는 건 클리셰니까. 음... 죄송해요."
<응? 갑자기 뭐가 죄송해?>
"아니... 저는 아이린 님이 아이리스처럼 흑심을 품고 함께하자고 하시는 줄..."
<...>
"..아닌 거 맞죠?"
<그,그,그그그럼!! 나, 나는 그런 흑심 따위는 전혀 품지 않았단다!!>
완전 품으신 거 같으신데요. 흑심.
스승 쪽의 설득에도 찝찝함을 버리지 못한 빅토르는 끝까지 변명했다.
"아니 근데 저는 아이리스를 고용할 돈이..."
"돈은 안 받아도 돼요!!"
"아무리 그래도 식비가.."
"빅토르님을 옆에서 보조하면서 겸사겸사 모험가 일도 해서 벌어올게요!!"
'..뭐지? 내 변명이 그렇게 뻔했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답변하는 그녀를 보며 빅토르가 '하아.' 한숨을 쉬었다.
"하아... 알겠어. 앞으로 잘 부탁해. 아이리스."
빅토르가 그녀에게 악수를 청하기 위해 손을 내밀자 그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씨익 웃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는,
-쪼옥!
그의 손등에 키스했다. 어머나 세상에 망측하게 뭐 하는 짓이야!
"헤헤... 빅토르 님이 너무 잘생겨서 동화 속 왕자님 같다는 생각에 그만..."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고 했던가. 그 말이 딱 맞더라. 너무 해맑게 웃으니까 뭐라 하지도 못할 것 같았거든.
"동화 속 왕자를 성적으로 보는 기사가 대체... 됐다. 일단 대장간으로 돌아가자."
"응? '일단'이라뇨? 대장간일, 그만두시는 건가요?"
"아예 그만두는 건 아니고, 임시 휴업이랄까."
"에엑. 갑자기 왜요? 우리의 사랑의 보금자리가!!!" 비명을 지르는 아이리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누구 맘대로 [우리의] 사랑의 보금자리냐.'
"어차피 장사 잘 안되기도 했고. 뭣보다 네가 각성한 그 힘, 그거 단순한 마나가 아닌 거 같으니까 알아보러 가야지."
"저, 저를 위해서인가요? 저를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역시 빅토르님...! 사랑해요!"
-물컹!!
그녀가 팔을 꽉 껴안는 바람에 빅토르는 그의 팔에 닿는 그녀의 어마무시한 가슴이 존재감을 뽐내는 것을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속이 남자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 해도 진짜 가슴 앞에서는 방벽이 와르르 무너지기 마련.
빅토르는 그의 얼굴이 점점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사랑한다느니 뭐라느니 그런 건 기쁨의 표현을 과장해서 표현한 걸 테니까 넘어가고..
중요한 건 가슴이니까. 아니, 중요한건 가슴을 떨어트려야 하는 거니까!!
"야야 붙지 마 더워. 야, 떨어지라니까?!"
말로는 떨어지라 하지만 밀어내는 손에는 전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빅토르는 그런 자신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꼬오오오오옥!!!
그렇게 힘을 빼는 빅토르와 그와 반대로 더 세게 그의 팔을 끌어안는 그녀.
'아니 더 세게 안아버리면 내 팔부러져버렷..!'
"안돼요 빅토르님, 호위가 호위 대상의 옆에 밀착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라고요?"
..이번만큼은 진짜 상식이었기에 봐주기로 했다.
'결코 팔에 닿는 가슴의 감촉에 함락 된 것이 아니야. 응.그렇고 말고.'
***
4인조의 깊은 산속 아지트에서 나오는 길목에는 아이리스와 4인조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했던 모험가들과 4인조가 [사용]한 빅토르를 또 [사용]하기 위해서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험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오! 나온다 나와!!"
"어디 어디. 허어... 미남이라더니 진짜 말도 안 되게 잘생겼네."
"저런 미모로 왜 대장장이 같은 걸 하고 있는 거지...? 저 정도면 공주마마의 부마, 아니지. 여왕 폐하께서 정실로 들일 수도 있을법한데."
"꺄아아악!! 날 봐줘요!!!"
"인큐버스 킹이시여!!! 제발 저에게도 인큐버스 신공을!!!"
저 인큐버스충 새끼는 또 왔네.
"아니 근데, 저건 아이리스 아닌가?"
"뭐?? 진짜네?! 어떻게 아이리스랑 같이 나오는 거지? 4인조는?"
"아까전에 들리던 굉음들과 관련이 있는 건가..!"
"아,아아아아아!!! 나는, 나는 저곳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노라!!!"
또다시 어그로를 끄는 인큐버스충 새끼였다. 저 새끼 너튜브 하면 성공하겠는데?
"아까전의 그 굉음은... 저분이 4인조와 난교를 하는 과정에서 난 소리임이 틀림없다!!"
'?'
"말도 안 돼... 저렇게 연약해 보이는 남자가 그런 거친 플레이를 견딘다고..?"
"쯧쯧, 저 친구. 맛이 갔구먼. 뭐 맛이 갈 정도로 미남이긴 하지만."
"갈!!!!!!!!!!!!!!!!!!!!!!!!!!!!!!!!!!"
워매 깜짝아.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귀가 떨어질 듯한 소리였다...! 은은히 공중에 느껴지는 마력을 보아 목소리에 마력을 담은 것 같았다.
잠깐, 마력이라고?
그러면 저 새끼가 상위모험가야? 씨발. 세상 사람들 저딴 것도 상위모험가랍니다.
"네 녀석. 정녕 저분, 인큐버스 킹께서 그까짓 4인조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게냐!!!"
"그, 그 정도라고..?"
"하, 하긴 저 친구도 꽤 하는 상위모험가였지. 저 친구가 인큐버스라고 할 정도면 사실 엄청난 색남이었던게..?"
"화, 확실히... 저 정도 미모라면 얼굴만 봐도 몇번을 절정에 이르겠군. 음.."
"그, 그렇다면..4인조가 여기 없는 이유가.. 저 남자에게 복상사를 당했다는 건가? 허어..그 놈들이 역으로 복상사 당하는 날이 올 줄이야.."
상위모험가면서 그딴 주장에 힘 싣지 말라고.
"그러면, 아이리스는 왜 멀쩡히 나오는 거지?"
"쯧, 자네 아다구만?"
"뭐 이 새끼야? 갑자기 왜 시비야?"
"화내는 거 보니까 아다 맞군. 아무튼 시비가 아니니까 저길 보게. 저 남자의 표정을."
묘하게 거만한 한 모험가의 말에 다른 모험가들의 시선이 다시 빅토르 쪽을 향했다.
"..빨개져 있어? 그리고 묘하게 맨들맨들 해 보이는 게..."
"후우.. 아직도 눈치 못 챈 건가? 쯧쯧, 저건 남자가 여자와의 잠자리가 아주 만족스러웠을 때 나타나는 신호라네."
"과연...! 그런 건가!!!"
'아니야 미친놈들아.'
얼굴이 빨개진 건 니들이 하는 헛소리 때문이고, 얼굴이 반들거리는 것도 니들이 하는 헛소리 때문에 땀이 흘러서 그런 거잖아!!!
물론 그들은 그 사실을 알 도리가 없었으므로, 말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렇다면..아이리스가, 그 남자 경험 없던 아이리스가, 4인조를 압도하는 색남을 침대 위에서 정복할 수 있을 정도로 절륜하다는 소리인 건가!!!"
"끼에에에엑!!! 나도 복상사 당해도 좋으니 한 번만!!!!"
"아서라. 4인조도 복상사시킨 남자인데, 너는 넣기도 전에 쓰러질걸?"
"끄아아아악!!이런 더러운 보익부 보익빈...!!!!"
"씨바알..저런 남자 데리고 살 거면 세금 열배로 내라고..."
여자 모험가들이 그렇게 헛소리를 하고 있는데, 아이리스의 상태가 이상했다. 뭔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가슴과 어깨를 쭉 펴고, 고개는 한껏 위로 제껴져 있었다.
'설마 이 상황이 자랑스러운 거야...? 대체 왜?'
아이리스의 이상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빅토르가 그녀가 처해진 상황을 현실 세계에 대입해서 생각해보았다.
'지금 이 상황을 현실 세계로 환원시켜 생각하면...'
붉은머리의 천상계 미녀가 사실 4명을 한 번에 복상사 시킬 정도로 엄청난 색녀였는데, 그런 여자가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품에 안겨 모텔에서 나오는 걸 사람들이 보고 부러워하는 상황.
...자랑스러워 할만하네. 그래 이건 봐준다.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빅토르는 한시라도 이 공간에 더 있고 싶지 않았기에 그가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숨겨두었던 비장의 무기 중 하나를 꺼내기로 했다.
[남자들은 모르는 여자들의 여우짓, in 역전세계] 제 1식, 소매 당기기.
빅토르는 아이리스의 옷소매 끝자락을 엄지와 집게손가락만으로 잡고, 살짝 당기며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
"저, 저기..부끄러우니까, 빨리 지나가자..!응?"
"...?"
"???"
"......?!?!?!"
-푸슛!!!!
그가 소매를 살짝 당기며 애원하자, 아이리스는 소매를 잡은 빅토르의 손과, 애원하는 그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보다가 이내 코피를 세차게 뿜어댔고.
<어?어으?우으으?아?>
아이린은 언어기능을 상실했으며..
.
.
.
"끼..끼요오오오옥!!!!"
"저,저런 요망한!!!!!!!!!!!!!"
"저 요망한 기술의 이름은 무엇이란 말인가!!! 소매를, 소매를 잡았어!!!"
"저, 저것은 소매가 아니다!! 저것은 여자의 영혼이야!!! 영혼을 잡아채는 공격이다!! 누구도 저 공격을 피할 수 없어!!!"
"인큐버스!! 인큐버스 킹의 인큐버스 신공이 재림했다!!! 모두 경배하라!!!"
"내, 내게도 인큐버스 신공을 써줘어어억!!!!"
..다른 모험가들은
"어째서!! 어째서 내 옷에는 소매가 없는거야아악!!!!!!!!!!!!!"
"오늘 저 남자가 한 저 요망한 기술은 앞으로 미인계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을 것이다!!!나는 지금, 그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있다!!!"
"오늘부터 소매 있는 옷만 입고 다니겠어!!! 지금 당장 옷 가게로 가서 소매 있는 옷을 사재기 해야 한다!!! 소매 있는 옷의 품귀 현상이 올 거야!!!!!!!"
..아주.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걸 보면 기억을 상실한다고? 에이 설마.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걸 보면 기억을 상실한다고? 에이 설마.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걸 보면 기억을 상실한다고? 에이 설마.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걸 보면 기억을 상실한다고? 에이 설마."
아주...
'...지랄 났네.'
빅토르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빅토르는 광기에 휩싸인 모험가들을 피해, 이성을 상실한 아이리스를 업고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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