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펑크의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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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봉
작품등록일 :
2024.10.30 16:40
최근연재일 :
2024.10.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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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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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3화.


처음 들어가본 전당포 내부는, 의외로 오와 열을 갖춘 선반이 가득했다.


빽빽한 장서가 꽂힌 도서관의 책꽂이처럼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된 잡동사니로 꽉꽉 차 있던 선반들.


"근데 여기서 싸우라고?"

"그럴리가."


이를 둘러본 류의 물음에, 마리가 카펫 깔린 전당포의 바닥을 가리켰다.


태양 문양이 인상적인 그 카펫을 들추자, 바닥에 손잡이 달린 문짝 하나가 나타났다.


끼익- 뚜껑을 열자 보이는 계단.


"나중에 어디 가서 자랑해도 돼."


지하로 내려가니, 퀘퀘한 냉기가 올라오는 광활한 공간이 보였다.


"너 같은 애들 중에서 해피타워 방공호에 들어온 사람은 몇 없거든."

"영광인데. 해결사 중에-"

"아니. 너 같은, 이라고 말했잖아."


류의 말을 자른 마리가 신고 있던 하이힐로 바닥을 콕콕 찍는다.

별다른 소리가 안난다.

벽과 비슷하게 푸르스름한 윤기가 흐르는 게, 특수한 코팅이 되어 있는 모양.


"소음 차단성이랑 내구도도 높으니까 마음껏 날뛰어도 돼. 여기선 비명 질러도 아무도 못 들어. 그러니까 안심해도 좋아."

"딱 좋네."

"너보고 한 얘기 아냐. 타이론?"


킬킬거리며 옆에서 콧김을 내뿜는 가드를 바라본 마리.


끄덕.


기다릴 새도 없었다.


타이론이라 불린 가드가 한발로 바닥을 박차나 싶더니, 쾅-하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뒤져."


곧바로 류의 귀 옆에 풍압이 느껴졌다.


쐐애애애액!


본능적으로 허릴 젖혀 주먹을 피한 류.


동시에 바로 몸을 낮추니 쏘아져 온 힘을 주체 못한 타이론이 저편으로 날아간다.


쿠당탕탕!


뒤쪽 벽에 처박힌 녀석은 그러나, 툭툭 털고 일어나 인상을 구길 뿐.


검지로 놈을 가리킨 류가 설명을 요하는 표정으로 마리를 바라보니 바로 답이 온다.


"걱정 마. 쟤 왼다리랑 양팔은 아직 순정이거든."


그럼... 오른 다린 개조했다는 거잖아.

사이버 레그(Cyber Leg)라.

순식간에 거릴 좁힌 걸 보니 출력도 꽤 있는 편으로 보이는데.


"좀 하네? 그걸 피할 줄은 몰랐어."

"죽이기 있는 거야?"

"그럴 리가. 대신 병원비는 알아서 내는 걸로."

"다행이네."

"그치?"

"아니, 너희 쪽 말고."


피식 웃으며 한 손을 들어올린 류.

저 편에서 씩씩대며 두번째 돌격을 시작한 타이론을 바라본 그가, 나머지 말을 뱉으며 손을 젓자.


"요새 내가 돈이 좀 궁해서."

"으아아!"


류과 그를 향해 도약해온 타이론 사이의 허공에 검은 장막이 펼쳐지나 싶더니.


반짝.


순식간에, 푸른 안광을 밝힌 해골 병사 한 구가 소환됐다.


* * *


도약경로 살짝 아래 쪽에 소환된 스켈레톤.


와삭.


놈의 돌진력이 강했던 탓에, 살짝 걸린 것만으로 스켈레톤의 상반신이 박살났지만. 타이론 역시 멀쩡하진 않았다.


쿠당탕- 메카 레그의 출력으로 쏘아지던 중 균형을 잃고 다른 쪽으로 우당탕 날아간 것이다.


물수제비처럼 몇번이나 바닥을 튕긴 타이론.


"이런 씨이이이이이팔!"


튕기는 와중에도 짜증나 죽겠다는 고함을 지르는 그를 바라보며, 류가 여유롭게 다른 한 손을 휘둘러 남아있던 스켈레톤의 하반신 뼈를 수거하는 참이었다.


순간 지하의 공기가 확 달아오름과 동시에.


"으아아아아아아! 진짜 짜증나네!!!"


얼굴이 시뻘개진 타이론이 이쪽으로 소릴 지르자.


슈우욱!


쩍 벌어진 녀석의 입에서 강대한 기파가 날아든다.


공기의 진동만으로 심각함을 알아낸 류.


'...괴물이구만.'


자릴 피한 동시에 손가락을 튕기자, 류의 주변에 생긴 검은 장막에서 방금 회수한 스켈레톤의 뼈가 가루가 되어 충돌지점에 펼쳐진다.


일명 본 쉴드(Bone Shield).


어제 청소부가 쐈던 더블배럴 샷건의 총탄을 막아냈던 그만의 방어체계였지만.


와사사사삭!


재채기에 날아가는 설탕가루처럼 그대로 흩어진 뼈의 방패.


아슬하게 옆으로 구른 덕에 멀쩡했던 류를 향해, 씩씩거리는 타이론의 분노가 들린다.


"너 씨발, 착각하지마! 다리 교체한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적응이 안 된거니까!"

"그, 대가리를 교체하시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딱! 기! 다! 려! 기다리라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깨를 우득 돌린 그가, 끓어오르는 화를 못 참겠다는 듯 양주먹을 들어 바닥을 쿵쿵 때린다.


쾅쾅쾅쾅쾅쾅쾅!


'잠깐.'


저거, 지금 커지고 있는 건가?


얼굴은 점점 붉어지고, 양 주먹은 바닥에 두드리는 동안 미세하게 커지는 듯 하다.


마나 회로.


마치 그것처럼 보이는 묘한 그림들이 녀석의 기계 다리를 제외한 곳에 희미하게 퍼지기 시작한 듯한 모습.


점점 강맹한 기운이 실리기 시작한 타이론의 목소리.


"으극, 제대로 해, 끝까지 가면...큭, 으그극! 내가 다 이겨."

"끝났어."

"까...고 있네."


어금니까지 꽉 깨물며 뭘 준비하는 듯한 녀석이.


한 순간 자리에서 튕겨 올라, 이쪽으로 도약해올 자세를 잡느다.


기계로 개조한 다리를 로켓 발사대처럼 사용한 아까와는 다르다.


양 다리의 균형을 잡은 모습부터가, 묘하게 격투가로서의 틀이 잡힌 듯한 분위기인데...


휘리릭!


...그딴 걸 기다릴 생각은 없다.


'6개월 동안 기다렸는데 뭘 또 기다려.'


류가 다시 한번 손짓을 한다.

생츄어리(sanctuary).

그가 6개월 간의 노력으로 개화시킨, 어디서나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만의 아공간 기술을 다시 한번 시전한 그때.


"간드-"

"끝났다니까."


순간, 분노한 타이론의 뒤편에 펼쳐진 검은 장막이 펼쳐지더니.


철컥!


거기서 녀석과 마리, 둘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커다란 장전 소리가 지하에 울려퍼졌다.


어느샌가 류의 손에서 사라져 있던 더블 배럴 샷건.


그 총구를 타이론의 뒤통수에 겨누고 있는 스켈레톤을 바라보며.


"뭐, 이씹-"

"그만."


마리의 만족한 듯한 음성이 지하에 울려퍼졌다.


* * *


아무도 못 말릴 기세로 분노를 표출하던 타이론.


"으아아아아! 내가! 내가! 메카 다리로 교체한지 얼마 안 돼서 그래! 너 이 새끼, 다시 붙어."

"타이론."


한참을 씩씩대던 녀석을 올려보낸 건, 마리의 나지막한 한 마디였다.


스켈레톤을 다시 생츄어리에 집어넣은 류의 시선이 계단 위로 사라지는 타이론의 뒷모습에서 마리를 차례로 향한다.


저 무식한 걸 어떻게 다루느냐는 듯한 그 시선에, 마리는 답했다.


"돈이지. 쟤 목표를 이루는데 내가 필요하니까."


하지만.


"굳이 저런 앨 써야 돼?"

"목줄만 있으면 저렇게 속이 다 보이는 타입이 일하기 더 편해. 경영의 기본이지. 그보다-"


확 거릴 좁히는 마리.

붉은 머리카락만큼이나 자극적인 향수 냄새가 류의 코를 확 자극한다. 그만큼이나 강렬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그녀가 류의 귀에 속삭이듯 묻는데.


"류. 네가 쓴 거, 흑마법 맞지?"

"그래 보여?"

"그러면 납득이 가거든. 요 얼마 동안 네가 하이에나처럼 잔챙이들 싸움 근처에만 얼쩡 거렸던게. 마나 대신 모종의 대가를 치르는 게 흑마법이잖아."

"사실-"


류는 알고 있다.

'마법과 흑마법'이라는 이 분류가 왜 의미없는 짓인지 일반인에게 설명하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류는 여기서 자연의 기운이 응축된 마나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강의를 할 생각이 없다.

이런 음지 쪽에선 흑마법사로 알려지는 게 더 편하기도 하고.

그래서.


"-어. 존나 무섭지!"

"왁!"


과장된 표정으로 양 팔을 들어올린 류에게 마리는 깔깔거리는 웃음으로 보답했다.

농담처럼 넘어간 궁금증은, 하지만 이내 다른 궁금증으로 대체된다.


"해피타운에서 흑마법사를 볼 줄이야. 아니, 하긴 해피타운이니까 흑마법사가 숨어든 거려나. 근데... 흑마법사면 왜 그 동안 쥐새끼처럼 다닌 거야?"

"이렇게 잘 생긴 쥐새끼 봤어?"

"..."


이번엔 웃음이 돌아오지 않겠다.

이 질문은 농담처럼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는 마리를 본 류는, 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름대로 이 바닥 좀 둘러본 거지."

"왜?"

"아무랑은 일하기 싫거든."

".....흐으음, 그렇구나."


류의 곁에 붙어있던 마리가 뒤로 한 발짝 떨어지더니,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쓸어내리며 장난치듯 묻는다.


"그래서. 둘러보니 어때?"

"전반적으로 냄새가 아주 지독하더라고."

"해피타운 말고. 나 말이야."

"그러니까."

"뭐?"


순간 눈쌀을 확 찌푸린 마리.

욕설이라도 내뱉을 듯 험상궂은 표정을 한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건, 류가 이어서 내뱉은 한 마디였다.


"돈 냄새."

"...아."

"돈 좀 만질 수 있을 것 같아. 너랑 일하면."


검지와 엄지를 비비며 웃음 짓는 류의 말에 마리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대답했다.


"말투가 살짝 마음에 안 드네."

"내 실력은 마음에 들 거야."

"하여간 일 한번 안 해본 초짜 해결사들 자신감은....뭐, 좋아. 그래도 약속한 거니까."


까딱.


손가락질과 함께 류를 데리고 지하 계단 위로 올라간 류.


"잠깐 있어."


잠시 류를 기다리게 한 뒤, 선반 즐비한 전당포의 가장 구석으로 들어간 그녀는 이내 파일철 하나와 함께 돌아왔다.


팔락.


파일철을 열어보니 바로 사진 하나가 보인다.


서류에 클립으로 꽂힌 그 사진에는, 비쩍 마른 몸에 안경을 낀 남자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게 네 의뢰인 사진이야."

"오호."


첫 의뢰를 앞두고 의뢰인의 사진을 바라보는 류를 향해.


"류. 너, 여태까지 갱단이랑 싸워본 적 있어?"


어쩐지, 짓궂은 표정을 지은 마리가 묘한 웃음을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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