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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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꿍이
작품등록일 :
2024.11.0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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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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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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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시(2)

DUMMY


레이는 시엔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언데드라고 생각해?"


시엔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하도시의 조건을 생각하면, 언데드일 확률이 높아. 대량의 시신, 음습한 공간, 그리고 원망이 깃든 사념까지··· 모든 게 들어맞아 떨어지니까."


레이는 그런 시엔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물었다.


"좋아. 언데드가 생성될 조건이 다 갖춰졌다고 치자.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술사 아니야?"


그 한마디에 시엔은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해졌다.


레이는 그녀를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언데드는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아. 조건 충족이 까다로운 만큼, 술사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 술사의 역량에 따라 얼마나 파괴적인 언데드가 나오느냐가 결정돼."


레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잠시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전쟁 당시, 괴수왕 오거의 부하 중 7장군이라 불렸던 한 명.


네크로맨서 모르타.


죽었다고 생각했던 괴수들이 그대로 일어나 끊임없이 싸우고, 아군이었던 동료들이 죽어있던 모습 그대로 다시 살아나 달려들던 그 광경은 지옥 그 자체였다.


순간, 레이는 이를 악물었다.


"언데드는 아무리 높은 확률이라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단어야."


그는 시선을 돌려 시엔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잘 생각해서 말해. 정말로 언데드라고 생각해?"


시엔은 레이의 무게 있는 목소리에 머뭇거리며 고민했다. 말문이 막힌 그녀의 옆에서 라움이 앞으로 나섰다.


"언데드일 확률이 있을 거라고 말한 건 나다."


라움의 단호한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스톤가드는 알 수 없는 분노를 삼키는 레이를 바라보다가 자리에 일어서며 한 손을 뻗었다.


대공방 구석에 세워져 있던 거대한 둠스톤이 날아와 손에 정확히 안착했다.


둠스톤의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 스톤가드는 가볍게 어깨에 걸쳤다.


"언데드든 아니든, 무언가가 움직인다는 거니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게 빠를 것 같군."


그는 짧게 말을 남기고 대공방을 나섰다.


라움은 스톤가드의 결단에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그 뒤를 따라갔다.


레이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시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


시엔은 그런 레이를 잠시 쳐다보더니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난 걱정돼서 말한 건데··· 추궁당한 것 같아서 좀... 서운하네."


그녀는 살짝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말한 뒤 스톤가드와 라움의 뒤를 따라 나갔다.


레이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나쁜 놈이지···"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뒤따랐다.


일행은 지하도시로 들어가는 공터에 도착했다.


드넓은 공터에는 푸르스름한 잎들이 자라 있었고, 듬성듬성 옛 도시의 흔적들만이 남아있었다.


건물의 토대와 파편 몇 조각이 과거의 영광을 희미하게 떠올리게 했다.


레이는 말없이 공터를 바라봤다. 머릿속에는 과거 번영했던 지하도시의 모습이 겹쳐 보이며, 잠시 아련함에 잠겼다.


스톤가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공터 한가운데로 이동했다.


그는 둠스톤을 바닥에 세우고 두 손으로 잡은 뒤, 천천히 눈을 감았다.


주변이 고요해지고, 스톤가드는 땅속 깊숙한 곳으로 의식을 집중했다.


잠시 후, 스톤가드가 눈을 뜨며 둠스톤을 들어 올렸다. 다시 한번 도약해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며 말했다.


"깊숙한 곳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무언가 있긴 있군."


그의 말에 일행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스톤가드는 그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 둘 수는 없으니, 들어가야겠다."


라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입구를 찾아야겠군요."


스톤가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찾기 힘들면 뚫고 내려가면 그만이지요."


그때, 공터 구석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스톤가드와 레이는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기하학적으로 뒤틀린 몸을 가진 변종 몬스터가 숲의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몸은 길게 늘어졌고, 근육과 뼈가 뒤엉킨 형태였다. 피부는 검붉게 변색되어 있었다.


스톤가드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둠스톤을 휘둘렀다.


둠스톤의 강력한 타격에 변종 몬스터는 통째로 으깨져 바닥에 붉은 피와 살점으로 흩어졌다.


"여기서조차 튀어나오는 건가, 잡것들이."


레이는 통째로 피떡이 된 몬스터를 바라보다가, 공터 반대편에서 또 다른 변종 몬스터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저기 또 한 마리가 있네요."


레이는 검을 소환하며 몸을 날렸다.


스톤가드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베어내면 재생하니, 한 번에 터뜨려야 된다."


레이는 짧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검을 의념으로 강화하며 빠르게 몬스터 쪽으로 다가갔다. 뒤틀린 근육 사이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검붉은 점들을 발견했다.


'설마··· 북부에서 봤던 붉은 결정?'


레이는 변종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며 검붉은 점들을 정확히 베어냈다.


검이 점들을 베어낼 때마다 몬스터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마침내, 검붉은 점들을 모두 베어낸 순간, 몬스터는 그대로 조각조각 분리되며 바닥에 쓰러졌다.


스톤가드는 그쪽으로 걸어가며 둠스톤을 다시 들어 올렸다.


"재생할 수 있으니 뭉개버리겠다."


그러나 몬스터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스톤가드는 둠스톤을 내려놓으며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음? 뭐지? 재생되지 않는 건가?"


레이는 스톤가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검붉은 점 같은 게 보이지 않았나요?"


스톤가드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보이지 않았다. 베면 재생하길래 통째로 으깨버린 것뿐이다."


스톤가드의 말을 듣고 레이는 더욱 의문에 잠겼다.


북부에서도 느꼈던 그 이질감이 떠올랐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다.


'8왕인 스톤가드조차 보지 못했다면··· 이건 나한테만 보이는 게 분명하다.'


레이는 생각이 빠르게 이어졌다.


자신과 다른 이들 간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단 하나였다.


의념과 마나.


의념은 과거의 유물이자 잔재였다.


반대로 마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사용하는 힘이었다.


레이는 단서들을 퍼즐처럼 맞춰보기 시작했다.


'의념으로만 볼 수 있는 약점. 마나를 쓰는 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약점···'


마치 그 약점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진화된 것처럼 보였다.


'그래··· 마치 노렸다는 듯이.'


생각이 점점 구체화되며 머릿속에 선명하게 하나의 결론이 떠올랐다.


이제는 슬슬 부정하기 힘들다.


'이건 변종 몬스터가 아니야. 최하급 괴수가 맞아.'


천천히 주먹을 쥐며 눈을 가늘게 떴다.


불길한 예감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었다.


'끝이라 생각하지 말라던 게 이 말이었나, 오거.'


의념. 그것은 이 세상에 남기는 자신만의 의지이자 흔적이었다.


괴수왕 오거는 죽어가면서 자신의 의지를 이 세상에 퍼뜨리며 흔적을 남겼다.


자신을 죽인 자들이 세상에서 잊힐 때를 기다리며.


현재를 살아가는 자들이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 때를 기다리며.


500년 동안 이 세계의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괴수왕의 의지이자 사념이, 지금 서서히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나를 사용하는 자들은 이 검붉은 덩어리가 보이지 않는 거였나. 이건 괴수왕이 죽기 직전에 퍼뜨린 집념이 담긴 원념 같은 거니.'


스톤가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잠겨있는 레이를 보더니 둠스톤으로 바닥을 툭 쳤다.


- 쿠웅 -


바닥에서 울림이 퍼지며 레이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나? 검붉은 점은 뭐고?"


레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짧게 대답했다.


"···설명하기가 좀 복잡하네요."


스톤가드는 레이를 흘겨보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일단, 이 녀석들 덕분에 입구는 찾은 것 같군."


그러면서 깨진 건축물들 사이를 가리켰다. 건축물의 잔해 사이에 지하로 연결된 입구가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


"저기서 나왔나 본데."


그사이 라움과 시엔도 걸어와 두 사람 옆에 섰다. 시엔은 입구를 보며 의아한 듯 말했다.


"바위산 부근에서 변종 몬스터가 많이 나온 이유가 이것 때문일까요?"


스톤가드는 잠시 입구를 바라보다가 둠스톤을 어깨에 올리며 말했다.


"들어가서 확인해 봐야지."


일행은 지하로 천천히 내려갔다.


시엔은 손을 뻗어 마법으로 빛나는 구체 여러 개를 소환해 주변을 밝혔다.


어둠 속에서도 환히 비치는 길에 일행은 걱정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 광경을 본 레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마법사가 있으니 편하네."


시엔은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하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파티의 질을 얼마나 달라지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옛 유적을 보며 열심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런 시엔을 보고도 라움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스톤가드와 함께 조용히 드워프의 흔적을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하나하나를 기억에 각인시키려는 듯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길을 따라 걷자, 삭아서 거의 흔적만 남은 뼈들과 거대한 크기의 뼈들이 드러났다.


그 사이에는 금이 간 무기들이 산재해 있었고, 벽에는 거대한 발톱 자국과 녹슨 금속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빛나는 드워프의 무기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라움은 발밑에 떨어진 망치를 집어 들었다. 아직도 윤이 나는 금속과 정교한 세공을 보며 손끝으로 천천히 만졌다.


"이걸 보라구··· 이 세월 동안 이렇게 남아 있다니."


그의 목소리는 감격에 살짝 떨렸다.


스톤가드는 한쪽 벽을 손으로 쓸어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벽과 천장은 오래된 금속과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거의 무너지지 않은 상태였다.


"정말 대단하군."


그는 한숨처럼 말을 내뱉었다.


"우리가 잃어버린 옛 기술력이 이런 수준이었단 말이지. 이런 걸 만들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


스톤가드는 깊은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뒤에서 라움은 여전히 무기를 손에 쥔 채 조용히 걷고 있었다.


시엔은 그런 모습을 보며 멈춰 섰다가 천천히 노트를 덮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기록 대신 눈으로 이 모든 것을 담으려는 듯, 오래된 흔적들을 바라보았다.


드워프의 옛 문명들을 눈에 새기며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던 일행. 제일 선두에 있던 스톤가드가 걸음을 멈췄다.


그는 앞을 보며 둠스톤을 들어 올린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잡것들이 감히··· 드워프의 옛 터전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말인가."


일행이 스톤가드의 시선을 따라 바라본 곳에는 적어도 백여 마리는 되어 보이는 변종 몬스터들, 아니 레이의 입장에서 최하급 괴수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닥과 천장, 그리고 천장을 지탱하는 수많은 기둥에 매달려 있었다.


뒤틀린 팔다리는 기둥과 벽을 붙잡고 있었고, 길게 찢어진 입에서는 낮고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들의 검붉은 눈은 오래간만에 들어온 생명체들을 노려보고 있었고, 군집의 본능적인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순간, 시엔이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뭐 하는 거야!"


라움이 경악하며 외쳤지만, 시엔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손을 합장하듯 천천히 모으며 스톤가드를 돌아보았다.


"한 번에 으깨라고 하셨죠?"


스톤가드는 시엔의 손에서 뭉쳐지는 마나의 흐름을 보며 짧게 대답했다.


"그래."


시엔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합장한 손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 짝! -


손뼉 소리와 함께 공간이 비틀리는 듯한 소리가 퍼졌다.


괴수들은 그 순간, 공중으로 떠올랐다.


"쿠우우욱—"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괴수들의 몸이 시엔의 합장한 손모양 그대로 공중에서 짓눌렸다.


압축되는 소리와 함께, 괴수들은 피와 살점으로 터져 나가며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들의 몸에서 튀어나온 피와 잔해가 사방으로 흩어질 듯했지만, 시엔은 손가락을 가볍게 펴며 모든 것을 멈췄다.


공중에 붕 떠 있던 살점과 피덩이들은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더니, 공중에 모인 잔해를 삼켜버렸다.


- 타닥, 타닥 -


붉은 불꽃이 잔해를 집어삼키며 재로 변했다.


시엔은 먼지가 묻은 손이라도 털어내듯 천천히 손을 내리며 말했다.


"마법사 입장에서는 소중한 유적에 쓰레기가 돌아다니는 걸 도저히 참을 수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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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엘프의 숲 에델리안(2) 24.12.28 17 0 13쪽
57 엘프의 숲 에델리안 24.12.27 24 0 12쪽
56 고슈안 사막(3) 24.12.26 31 0 12쪽
55 고슈안 사막(2) 24.12.25 27 0 13쪽
54 현 시점의 인간국가들 24.12.24 28 0 13쪽
53 고슈안 사막 24.12.23 29 1 15쪽
52 라이칸(2) 24.12.22 35 1 11쪽
51 라이칸 24.12.21 36 0 13쪽
50 적색 오크와 수인족 24.12.20 34 0 13쪽
49 괴수 24.12.19 32 0 12쪽
48 녹색 오크 영토 24.12.18 34 0 13쪽
47 하급 괴수 (2) 24.12.17 42 0 13쪽
46 하급 괴수 24.12.16 38 0 13쪽
45 필로안 대초원(2) 24.12.15 43 0 13쪽
44 필로안 대초원 24.12.14 46 0 13쪽
43 다음 여정을 향해 24.12.13 54 0 13쪽
42 맥주 한잔의 여유 24.12.12 54 0 13쪽
41 지하도시(3) 24.12.11 62 0 15쪽
» 지하도시(2) 24.12.10 51 0 13쪽
39 지하도시 24.12.09 58 0 13쪽
38 드워프의 바위산 암페리온(2) 24.12.08 72 0 15쪽
37 드워프의 바위산 암페리온 24.12.07 65 1 14쪽
36 마법사 시엔(2) 24.12.06 69 0 13쪽
35 마법사 시엔 24.12.05 68 0 13쪽
34 회의 24.12.04 70 0 14쪽
33 제국 10강의 정점(3) 24.12.03 71 1 14쪽
32 제국 10강의 정점(2) 24.12.02 75 1 14쪽
31 제국 10강의 정점 24.12.01 85 1 12쪽
30 서부 수도 벨포로트(3) 24.11.30 80 0 12쪽
29 서부 수도 벨포로트(2) 24.11.29 9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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