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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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꿍이
작품등록일 :
2024.11.0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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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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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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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슈안 사막(3)

DUMMY

리아나가 걸어가는 방향을 따라가자 멀리서 붉은빛의 거대한 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에 풍화된 듯, 꼭대기가 넓게 퍼져 마치 거대한 버섯을 닮은 형상이었다.


그걸 본 시엔이 감탄하며 말했다.


"붉은 버섯 바위라길래 그냥 적당히 큰 건 줄 알았는데··· 이건 거의 언덕만 하네요!"


리아나는 바위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그래서 저걸 이정표로 삼는 거야. 고슈안 사막엔 저런 바위나 오아시스 같은 이정표가 몇 군데 있어. 잘 기억해두면 꽤 도움될 거야."


그녀는 바위를 한 번 훑어보더니 덧붙였다.


"그나저나 내가 보기엔 큰 이질감은 안 느껴지는데."


시엔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나를 펼쳤지만, 별다른 이상은 감지되지 않았다.


"저도 딱히 특별한 건 못 느껴요."


그때 레이가 조용히 바위를 응시하며 의념을 퍼뜨렸다.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며 그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한 지점을 조용히 바라보다 생각했다.


'뭔가 걸리긴 하네··· 의지가 새겨진 흔적 같아. 틈이 비틀리는 느낌이 었어. 마치 내면세계를 마주한 것 같은··· 아니면 결계인가?'


그러나 이미 그 흔적은 희미하게 사라져 있었고, 지금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레이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일단 가보는 게 좋겠네요. 누군가 있었던 건 확실하지만, 지금은 없는 것 같아요."


그의 말을 들은 일행은 붉은 버섯 바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엔은 바위 가까이 도착하자 놀란 듯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엄청 크네요. 이 정도면 작은 성 규모인데요?"


리아나는 그런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 사막에 사는 생명들에겐 쉼표이자 이정표가 되는 거지."


레이는 둘의 대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아까 느꼈던 영역의 흔적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바위 아래 한 지점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이쯤인 것 같은데···"


그곳에는 미묘하게 비틀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머물렀던 흔적이 분명했다.


레이는 혼잣말로 속삭였다.


'확실히 무언가가 있었어. 떠난 지 좀 된 것 같은데··· 아니, 설령 추격한다 해도 이 정도로 정밀한 영역이나 결계를 펼친다면 리아나를 제외하고 지금 당장은 상대하기 힘들겠어.'


그를 지켜보던 리아나와 시엔이 다가왔다. 리아나가 물었다.


"왜? 뭐 찾았어?"


레이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뭔가 있긴 있었어. 여기 있던 자들이 어스웜에게 영향을 줬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리아나가 주변을 훑으며 입을 열었다.


“뭔가 있었다면, 흔적이라도 남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느껴져.”


레이가 고개를 살짝 들며 대답했다.


“영역을 만들어두고 그 안에서 움직였던 거겠지.”


시엔이 눈길을 돌리며 덧붙였다.


“이 정도로 치밀한 상대라면... 그냥 넘길 수는 없겠어.”


리아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쫓을 방법이 없을까...”


시엔이 레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확히 어디가 느껴져?”


레이가 손끝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시엔이 그쪽으로 다가가더니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마나가 집중되자 손끝에서 기하학적인 마법진이 겹겹이 펼쳐졌고, 어느 순간 공긴이 비틀리는 듯한 이상이 생겼다. 마치 유리가 깨지며 틈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마법진이 시엔의 눈에도 선명히 떠올랐다. 그녀의 시선이 깨진 틈 너머를 뚫고 들어가자, 몰려든 마나가 흐릿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시엔은 뭔가를 보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풍경.

높은 무언가를 타고 이동하는 거대한 그림자.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는 자.


뼈와 금속이 얽힌 지팡이를 든 그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핏빛 눈동자가 그녀를 직시했다.


그 눈동자에서는 싸늘한 잔혹함과 불길 같은 광기가 번뜩였다.

그와 시엔의 루비처럼 맑고 깊은 붉은 눈동자가 교차했다.


하나의 불꽃이 터질 듯 격렬한 긴장이 두 시선을 통해 번졌다.

시엔의 눈이 잔잔한 강물 같았다면, 그의 눈은 격랑 속 불길이었다.


그가 낮은 음성으로 웃으며 말했다.


“흥미롭군. 이 시대에 이 정도의 인간 마법사가 있다니. 하지만 여기까지. 더 보는건 사양하지.”


- 쿠오오오오 -


거대한 울림과 함께 움직이는 무언가의 형체가 드러났다.


어스웜이었다.


울음소리가 퍼질 때 그는 손가락을 튕겼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단절되었다.


마법의 흐름이 끊기며 시엔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고개가 뒤로 젖혀졌고, 눈에서는 붉은 피가 흘렀다.


“으윽...”


시엔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싸 쥐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레이와 리아나가 급히 달려왔다.


리아나가 놀란 얼굴로 다가오며 물었다.


“도대체 뭘 본 거야?”


시엔이 피눈물을 닦아내며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어스웜을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어요... 그놈이 어디로 가는지 억지로 보려다 강제로 끊키는 바람에 마나가 역류했어요.”


레이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상대가 최소 너랑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라는 건데... 생김새는 봤어?”


시엔이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핏빛 눈동자였어. 그리고 지팡이를 들고 있었어.”


“지팡이?”


레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괴수 중에서 마법사는 거의 없는데.”


시엔이 한 손으로 이마를 눌렀다.


“아! 지팡이가... 뼈랑 금속이 뒤엉킨 느낌이었어.”


레이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뼈와 금속이 뒤섞인 지팡이.

7장군 모르타의 상징이었다.


‘하... 빌어먹을 7장군이라니. 중급 괴수가 나오다가 갑자기 장군이라고? 단계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었나? 오거가 벌써 부활한 건 아니겠지. 그놈이 어스웜을 타고 어디로 가는 거지...’


깊은 고민에 잠긴 레이를 보며 리아나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표정이 왜 그래? 설마 죽으러 가는 사람 처럼? 어스웜 조종하는 놈부터 잡으러 가야지.”


리아나의 태도에 레이가 정신을 가다듬었다.


“시엔, 추적했던 방향은?”


피눈물을 닦아내던 시엔이 손으로 먼 곳을 가리켰다.


“방향으로 봤을 땐... 에델리안 같아.”


“에델리안? 엘프의 숲이라...”


레이가 말을 잇자, 리아나의 표정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귀쟁이들 영역이면 내가 움직이기엔 골치 아프겠군.”


시엔이 리아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요? 엘프들은 왜 그렇게 민감하죠?”


리아나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다른 종족들도 자기 영토엔 예민하지. 근데 엘프들은 특히 심해. 그 영역에 발 들이자마자, 네 미간에 화살이 꽂힐 거야.”


시엔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종족들과 교류도 안 하나요?”


“하긴 해. 대신 딱 정해진 대표들만 그걸 맡아. 나머지는 전부 나무와 숲을 지키는 데만 매달리지.”


리아나가 턱짓으로 먼 곳을 가리켰다.


“엘프들의 나무, 에델리안. 그리고 그걸 감싸며 자라난 숲들. 그게 지금 엘프들이 활동하는 전부야. 한때는 훨씬 활발했던 종족이었는데, 대전쟁 이후로 완전히 바뀌었지.”


레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엘루윈...’


머릿속에 떠오른 과거의 엘프 여왕은 강렬했다. 종족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문을 열던 존재. 엘프들을 이끌던 그 품격과 개방성이 여전히 기억 속에 생생했다.


그러나 리아나의 설명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레이가 의문을 품은 듯 물었다.


“예전 엘프들은 다른 종족들과 잘 어울리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대전쟁 이후로 그렇게 바뀌었죠?”


리아나가 잠시 침묵했다. 모래바람이 그녀의 목소리를 삼키듯 지나갔다.


“대전쟁 전방에서 모든 걸 겪고 살아남은 엘프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여왕. 전대 여왕 엘루윈의 동생, 아리엔델 때문이지.”


리아나는 말을 멈추고 사막을 바라봤다.


“아리엔델은 전쟁터에서 모든 걸 목격했어. 그리고 그 이후 엘프는 폐쇄적으로 변했지. 지금의 엘프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종족이야.”


레이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아리엔델...'


엘루윈의 이름과 나란히 서 있는 그녀는 머릿속에서 쉽게 겹쳐지지 않았다.


과거의 개방성과 현재의 폐쇄성 사이에서, 엘프라는 종족은 도대체 얼마나 무너졌고, 얼마나 변했는가?


리아나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나눠봤자 바뀌는건 없어, 귀쟁이들 영역은 수인족이든 인간이든 골치 아픈건 마찬가지야. 그들이 허락하지 않으면 발도 못 붙일 테니까.”


시엔이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 말을 듣고 리아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긴 가야지. 어스웜을 조종한 놈인지 놈들인지, 그 녀석들도 잡아야 되고. 에델리안에 도착한 어스웜들이 제대로 풀려났는지도 확인해야 하니까.”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고 덧붙였다.


“그 정도의 마법사가 에델리안에 갔다면 분명 어떤 이유가 있겠지.”


레이는 말없이 에델리안의 방향을 바라봤다. 머릿속엔 과거의 아리엔델이 떠올랐다.


엘루윈의 곁에서 묵묵히 여왕을 지키던 그녀. 그때의 모습과 지금의 엘프 여왕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막의 열기는 멈추지 않았고, 그들의 발걸음은 엘프의 숲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끝없이 펼쳐진 사막. 모래 폭풍이 하늘을 가르며 어스웜의 거대한 몸체가 땅을 파고들었다.


사막의 심장을 가르듯 전진하는 어스웜 위, 모르타가 균형을 잡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표정엔 여유로운 흥미가 스쳐 지나갔다.


뒤쪽에서 그로트가 발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모르타.”


모르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짧게 웃었다.


“재미있는 인간 마법사를 하나 봤어.”


그로트가 미세하게 눈을 좁혔다.


“인간이? 우리가 관심을 둘 정도로 흥미로운 놈인가?”


모르타가 허공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의 마나 흔적을 추적했더군. 내 힘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남아 있던 미세한 흔적을 찾아낸 모양이지.”


그로트가 모래 위로 드리워진 어스웜의 거대한 그림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의 흔적을 추적하다니. 인간이 500년 동안 그렇게 성장했다는 건가.”


모르타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성장이라고 하기엔 이례적인 놈 하나일 뿐이겠지. 인간들은 그런 걸 천재라고 부르더군. 그래... 검성처럼 말이지.”


그로트가 검성이라는 단어에 잠시 침묵하다 물었다.


“루비아는?”


모르타가 바람에 흩날리는 망토를 툭 쳤다.


“마계, 마계 거리더니 정말 마계로 갔다.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지만, 그녀 또한 7장군. 마계에서 그녀를 건드릴 놈은 없겠지.”


그로트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끝없는 사막, 모든 것을 삼킬 듯한 모래폭풍 속에서도 어스웜의 맥박 같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동할 때 굳이 어스웜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나? 디아드를 열고 바로 가면 되지않나.”


모르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디아드는 아직 불안정하다. 공간이동 통로로 쓰기엔 상급 정도까지만 견딜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안정되겠지만, 지금은 무리야.”


그로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어스웜의 목적지는 엘프 숲인가?”


모르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거기엔 아주 반가운 손님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지.”


어스웜이 모래를 파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끝없는 사막의 중심을 향해, 두 7장군은 황량한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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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엘프의 숲 에델리안(2) 24.12.28 17 0 13쪽
57 엘프의 숲 에델리안 24.12.27 23 0 12쪽
» 고슈안 사막(3) 24.12.26 31 0 12쪽
55 고슈안 사막(2) 24.12.25 27 0 13쪽
54 현 시점의 인간국가들 24.12.24 28 0 13쪽
53 고슈안 사막 24.12.23 29 1 15쪽
52 라이칸(2) 24.12.22 35 1 11쪽
51 라이칸 24.12.21 36 0 13쪽
50 적색 오크와 수인족 24.12.20 34 0 13쪽
49 괴수 24.12.19 32 0 12쪽
48 녹색 오크 영토 24.12.18 34 0 13쪽
47 하급 괴수 (2) 24.12.17 42 0 13쪽
46 하급 괴수 24.12.16 38 0 13쪽
45 필로안 대초원(2) 24.12.15 43 0 13쪽
44 필로안 대초원 24.12.14 46 0 13쪽
43 다음 여정을 향해 24.12.13 54 0 13쪽
42 맥주 한잔의 여유 24.12.12 54 0 13쪽
41 지하도시(3) 24.12.11 62 0 15쪽
40 지하도시(2) 24.12.10 50 0 13쪽
39 지하도시 24.12.09 58 0 13쪽
38 드워프의 바위산 암페리온(2) 24.12.08 72 0 15쪽
37 드워프의 바위산 암페리온 24.12.07 65 1 14쪽
36 마법사 시엔(2) 24.12.06 69 0 13쪽
35 마법사 시엔 24.12.05 68 0 13쪽
34 회의 24.12.04 70 0 14쪽
33 제국 10강의 정점(3) 24.12.03 71 1 14쪽
32 제국 10강의 정점(2) 24.12.02 74 1 14쪽
31 제국 10강의 정점 24.12.01 85 1 12쪽
30 서부 수도 벨포로트(3) 24.11.30 7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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