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계 대물이 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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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신사
작품등록일 :
2024.11.05 15:47
최근연재일 :
2024.12.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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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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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모작

DUMMY

시리도록 푸른 달빛.

그것을 투과한 반투명한 창이 김 차장의 시야를 매웠다.


“어?”


눈을 비볐다.


‘각성? 이 나이에?’


지구의 모든 이들이 각성자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진 시대다.

각성하면 발현하는 특성을 아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렇기에 김 차장은 벌어진 상황을 인식했다.


“스읍··· 후우···”


깊은 호흡과 함께 침착함을 되찾은 김 차장은 궁금증이 일었다.

대부분의 갓 능력을 개화한 각성자들의 관심은 좁혀진다.

등급은 무엇이며 능력은 무엇인가.

김 차장은 상상해 왔던 단어를 입으로 내뱉었다.


“상태창.”


인터넷에서 각성자들이 묘사했던 창이 뜬다.

장문의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나 모름지기 보고서는 함축된 요약이 필수다.

스크롤을 내리니 원하는 내용을 마주한다.


[직업] : 영혼 교감자

[등급] : Goat

[레벨] : 1

[직업 스킬] : 영체 소환, 소환 해제, 교감, 수첩, 시야 확보

[범용 스킬] : 인벤토리, 커뮤니티


“흐음···”


김 차장은 각성자의 등급에 관해서 개략적인 정보를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등급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Goat라니.

보통 영문 표기로 B니, A니, S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금 더 특성을 탐독했다.


[영체 교감자]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생명이 바스러집니다. 그들의 지혜와 지식 그리고 경험은 시간과 함께 잊히죠. 하지만 영체 교감자는 그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교감을 통해 기술과 지식을 얻으세요.


난생처음 보는 직업이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직업을 가진 각성자나 헌터가 극소수이기 때문.


‘흠··· 그냥 영혼이랑 대화가 가능한 거 아니야? 그럼 무당이잖아. 직접적으로 도움은 안 되는 건가?’


김 차장은 혹시 귀신을 볼 수 있는지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칙칙한 골목길과 어지러이 늘어선 건물뿐.


“휴우···”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상하게 영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기실 귀신 아닌가.

평소에도 볼 수 있다면 분명 정신이 이상해질 것이 명백했다.

추가 확인을 위해 스킬을 클릭했다.


[영체 소환]

무작위로 영체를 소환합니다.


‘영체 소환이라··· 무작위?’


김 차장은 번뇌에 빠졌다.

이걸 사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

뭐가 나올지 알고 쓴단 말인가.

이럴 때는 역시 정보의 바다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각성자의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습득이 필요했다.


“각성갤!”


정식 명칭 각성자 갤러리.

약칭 각성갤.

각성자가 되면 으레 활용할 수 있는 유사 사이버 공간이다.


김 차장의 눈앞에는 인터넷의 창과 비슷한 것들이 나타났다.

그는 영체 교감자에 관해 검색을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희귀한 직업인지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끈질기게 게시판을 뒤져 찾아냈다.


[영체 교감자 각성 후기]

야발. 영체 교감자 된 후기다. 정말 극소수다. 내 주변에서는 본 적도 없다.


각성하고 나서 풍운의 꿈을 안았었다. 나는 바로 직장을 때려치웠다.

‘각성자가 무슨 직장이냐. 프리랜서지.’ 이런 마음이었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스킬이 영체 소환뿐이다. 퇴사하고 바로 집 가서 소환해 봤다.

몇 달 전 라이칸스로프에 죽은 옆집 여자 소환되더라. 처녀 귀신이었다.


피눈물 흘리는 여인의 하소연을 들어줬다.

갑자기 혼자 분노해서 불길한 원념을 나한테 쏘던데 식은땀 오지게 나더라. 물리적 공격은 없어.

그렇다고 정신적 공격도 없어. 필드에서 깔짝거리다 죽을 뻔했다.


나중에는 결혼도 못 하고 죽었다고 흑화해서 밤마다 가위 누르더라.

다행히 소환 해제 스킬이 있어서 천국에 보내줬다.

아니. 나한테 가위 누르고 괴롭힌 거 보면 지옥에 있지 않을까.


혹시라도 영체 교감자로 각성한 이들 있으면 서툴게 직장 때려치우지 마라. 나 지금 알바 중이다. 취업이 어렵더라.


ㄴ 그냥 무당 아니야?

ㄴ 귀신만 본다. 그냥 저주받은 눈알 얻는 거야.


ㄴ 미친 ㅋㅋㅋ 옆집 누나 이뻤음?

ㄴ ㅇㅇ. 그런데 나중에 흑화하고 피눈물 흘릴 땐 무섭더라.


ㄴ 처음 보는 직업이다.

ㄴ 나 관리청에서 일함. 영체 교감자 등록자 두 명이다. 둘 다 그냥 일반인으로 산다.

ㄴ 그럼 되느니만 못한 거 아니냐.

ㄴ 맞음. 한 분은 정신과에서 약 타 먹더라. 자신이 세상에 악귀를 풀 뻔했다고.


“하아···”


내용을 살펴보던 김 차장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역시 인생이 편한 건 아닌가 보다.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등급이었다.

Goat라는 등급은 검색해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글을 작성했다.


[Goat라는 등급 있냐?]

ㅈㄱㄴ


ㄴ 있겠냐?

ㄴ 우린 그걸 S급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ㄴ 그냥 발이나 닦고 자라. 냄새난다.


“흐음···”


상태창을 다시 보아도 등급란은 Goat였다. 없단다.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에 산소가 유입된다.

이제 나이도 들어찬 시점에서 인생 이모작을 고민할 시기였다.

그 시작이 각성자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은가.


‘그래. 까짓것 해보자. 안되면 신속하게 소환 해제하면 되겠지.’


김 차장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영체 소환.”


[우주를 배회하는 영체를 탐색합니다.]

[등급으로 인해 영체를 선별합니다. 영체는 최소 과거 영웅의 명성을 얻은 이들로 구성됩니다.]

[영체가 부름에 응합니다.]

[영체를 소환합니다.]

[소환되는 영체는 현세의 지식 및 문화를 습득합니다.]


월광이 한 점으로 집중된다.

바람이 거세지며 나뭇잎이 사락사락 소리를 낸다.

광휘. 동공을 찢어발길 듯한 빛 속에서 형체가 드러난다.

역광으로 인해 눈이 부셔 상세히 살피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실루엣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그는 전사였다.


김 차장은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영체에서 느껴지는 위엄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떡 벌어진 어깨와 핏줄이 꿈틀거리는 팔뚝.

금빛과 청동색이 조화를 이루는 갑옷에서 뿜어지는 전사의 기세.

투구에서 이어지는 뚜렷한 턱선과 갑옷의 아래까지 이어지는 수염.


꿀꺽. 절로 침이 삼켜졌다.

등장한 영체는 어둠의 적막 속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아마 작금의 시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리라.


- 쯧쯧쯧.


권위 있는 치찰음이 터졌다.


- 본좌를 부른 게 그대인가?

“예···에”

- 본좌가 앞에 있는데 어찌 무릎을 곧게 펴고 있는 것이냐?

“예?”


김 차장은 귀를 의심했다.


‘분명이 현세 패치가 된다고 들은 것 같은데.’


“저기··· 요즘 세상에는 그런 게 없어요.”

- 이노오-옴!!!!


그의 수염이 푸들푸들 떨리며 눈동자에 분노가 스몄다.

김 차장은 본능적으로 해야 할 일을 알았다.


“소환 해제!”


[영체를 돌려보낼 장소를 선택해 주십시오.]

1. 무한한 허공

2. 지옥

3. 천국

4. 기타


‘뭐지?’


영체를 돌려보내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니.

제시된 선택지를 고민하고자 했으나 영체의 노성에 귀가 아팠다.


‘무한한 허공’


생각을 마치니 노발대발하던 영체가 사라졌다.


‘뭐지··· 잘못 뽑은 건가?’


당혹스러움 속에서 영체의 정체를 확인했다.


“수첩.”


[수첩 : 고담덕의 칼이자 중원의 패자]

- 요동과 만주의 패자 광개토대왕의 칼 견우. 고담덕의 삼고초려 끝에 설득당한 고구려의 대장군. 고구려의 정복 전쟁의 최선두에 섰으며 사람들은 그를 무신으로 불렀다. 전쟁 와중 직녀를 잃고 중원을 떠돌았다.


“견우?”


김 차장은 두 눈을 끔뻑끔뻑 떴다.

그는 설화 속 인물이 아니었던가.

수첩에 적힌 내용도 자신이 알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실존 인물이었던 건가?’


그가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으라는 언행이 이해되었다.

그 시대에는 조상님만 만나도 고개를 숙였을 텐데.

만약 견우가 실재했다면 김 차장을 까마득한 후손으로 여길 수 있었다.


‘그저 돈 어디 숨겨둔 부자가 나오면 좋겠거니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김 차장은 조금 기대했었다.

영체로 이모작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능력을 사용해서 돈을 벌거나.

그가 과거 숨겨둔 재산을 이어받거나.

만약 돈을 숨겨두고 죽은 부자라도 나오면 대박 아닌가.

잘 설득해서 금은보화만 습득해도 자신의 생활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예상외의 영체가 나타났다.


김 차장은 턱을 쓸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무리 머나먼 선조에 해당하더라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인지.


그가 사회생활을 하며 깨달은 것은 보이지 않는 선을 잘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선을 넘어도 허허 웃고 넘어가면 상대는 선 속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김 차장은 선을 잘못 그은 적이 많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잘못한 적도 많았다.

그렇기에 초기에 명확한 선을 잘 그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아무리 위대한 선조인 견우 일지라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소환자였으며 견우 그저 소환된 영체다. 즉, 소환수다.


소환 해제를 할 때 떠오른 목록이 김 차장의 헛헛한 정수리를 스친다.

이게 영체들을 다룰 수 있는 키가 아닐까.

생각을 정리한 김 차장은 재차 외쳤다.


“견우 소환.”

- 이노오-옴!!!


견우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고성 치고 있었다.


“소환 해제.”

‘지옥.’


생각과 동시에 견우가 없어졌다.

김 차장은 얼마나 있다 불러야 하는지 고심했다.

현실과 시간의 흐름이 같을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일초가 일 년일 될지. 아니면 일 분이 일 년이 될지 모를 일이니.


[시간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시간 삼십 분을 아공간에서는 하루로 가속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신의 의식을 알아들은 듯한 메시지가 떴다.


‘최대로’


그는 핸드폰을 꺼내 알람을 맞췄다.

하루쯤 머리를 식히시면 괜찮지 않을까.

김 차장은 느긋하게 담배 한 개비의 연기를 허공에 수놓았다.

바람 따라 흩어지는 연기가 견우의 분노처럼 보였다.


지옥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고통과 공포로 점철된 공간일 터.

김 차장은 약간 소름이 돋았다.

견우가 고통받는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것이다.


‘머리가 이상해졌나. 후···’


다른 주제로 방향을 전환했다.


‘정녕 견우가 실존했다면 어디 보물이라도 숨겨두지 않았을까.’


김 차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천년이 넘었다. 그간 도굴꾼이 발견하지를 못했을까.

상념을 하다 보니 어느새 알람이 울렸다.

삼십 분. 하루면 충분하다.


“견우 소환.”


아주 짧고 낮은 목소리.


- 끄아아아아!!!


등장한 견우. 절규를 지르다 김 차장을 발견했다.


- 이 버러지 같은 자식이!

“소환 해제.”

‘지옥.’


앉아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견우는 느긋했다.

달이 조금쯤 자리를 이동했을 때.

다시 김 차장의 입이 열렸다.


“견우 소환.”

- 크아아아아!


흰자위만 보이던 견우의 눈동자가 돌아온다.

견우와 김 차장의 눈이 얽힌다.

아직 날이 서 있는 듯하다.

다시 차분한 대화를 위하여 기술을 외친다.


“소환 해-“

- 그··· 그만!


처절한 외침에 김 차장은 입을 다물었다.


- 본좌가 흥분했었군.


식은땀. 어수선한 눈동자.

꿀꺽. 조용히 움직이는 목젖.


“견우님. 이제 대화가 통할까요?”


김 차장은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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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움막 (2) 24.11.25 104 3 11쪽
20 움막 (1) 24.11.24 1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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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노총각의 순정 (1) 24.11.22 15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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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오구용 (3) 24.11.20 159 6 12쪽
15 오구용 (2) 24.11.19 182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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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아 (3) 24.11.15 224 7 11쪽
10 시아 (2) 24.11.14 225 8 12쪽
9 시아 (1) 24.11.13 248 7 11쪽
8 로사 24.11.12 251 8 11쪽
7 지후 (3) 24.11.11 268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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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후 (1) 24.11.09 275 8 11쪽
4 남자의 자존심 24.11.08 291 7 12쪽
3 칠석동 24.11.07 303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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