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계 대물이 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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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신사
작품등록일 :
2024.11.05 15:47
최근연재일 :
2024.12.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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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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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칠석동

DUMMY

“그래. 우리 후손께서는 무슨 일로 날 찾으셨나?”


방금까지 노발대발하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고분고분한 말씨.

김 차장은 흡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허허허. 영광스러운 인간치고는 본좌를 힘들게 하는구나.”


견우는 노여움을 억누르며 침착한 척했다.


“견우님.”


견우가 지옥에 있는 동안 김 차장은 고심했다.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자발적으로 자신을 돕게 할지.

우선 대의를 들먹이기로 했다.

전생에 고구려의 대장군이었으면 후손에 대한 애착이 있지 않을까.


“혹시 현세의 상황을 인지하셨겠지요?”

- 그래. 괴수들이 나오는 것 말이냐?

“예.”

- 그들을 없애는 데 한 손 거들어 달라는 소리지?

“맞습니다. 무수한 인간이 정체 모를 괴물에게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견우님이 소환되신 게 아닌가 합니다.”

- 흐음···


견우는 김 차장이 괘씸하여 순간 거부할 뻔했다.

약간 쓴소리를 했다고 지옥으로 보내버리다니.

하지만 견우는 냉정한 남자다.

그는 눈을 감고 고민했다.

전두엽을 굴린 견우의 입이 열렸다.


- 내가 현실에 손을 댈 수는 없는 것 같더구나.


견우는 자신이 영체이며 물리적인 행사가 불가능한 것을 알았다.

이미 김 차장에게 공격을 시도했었다.

자신의 손짓은 허망하게 김 차장의 몸을 통과했다.


-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견우는 대장군이라 불렸던 몸이다.

후세들이 살아가는 혼탁한 인간 세상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견우는 목소리를 굵게 바꾸었다.


- 나를 어디까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구려의 칼이자 방패였다. 고구려의 정벌은 태왕님의 의지와 나의 무력으로 가능했던 것이라는 평이 자자했지.


역사에 남아있지 않던 이야기이기에 김차장은 그저 들었다.


- 고구려에서는 나를 무신이라 불렀다. 중원에서는 나를 천마라 불렀지.

“천마!?”


김 차장도 천마를 안다.

중원을 정복하기 위해 무림의 평화를 위협하던 마교의 수장 아니던가.


- 그래. 여러 사정이 있어 중원까지 넘어갔었지.

“그럼 마교의 수장이셨던 겁니까?”

- 마교? 그건 모르겠다. 나를 숭배하던 놈들이 있었는데··· 후에 생긴 것이려나.


견우는 수염을 배배 꼬며 기억을 되뇌었다.


- 그건 차차 알아보면 되겠고. 내가 이걸 말한 이유는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럼?”

- 무신이자 천마인 본좌의 무공을 탐내는 이들이 많았다. 나의 무공을 얻으면 천하를 지배할 수 있을 거라 여기던 무지렁이들이 넘쳤지.


김 차장의 눈이 빛났다.

말하는 의도를 깨달았다.


“저에게 무공을 전수해 준다는 것이군요."

- 그렇다.


천마의 무공이라니.

역시 지옥으로 보내기 잘했다.

이리 말이 잘 통하다니.

김 차장은 희희낙락했다.


- 다만 조건이 있다.


기브앤테이크.

현대인의 상식이다.

김 차장은 침묵 속에서 견우의 입을 주시했다.


- 직녀를 소환해라.

“직녀요?”

- 그래. 직녀 말이다.


김 차장은 당황했다.

소환하는 영체는 선택할 수 없었다.


“소환하는 영체를 제가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 견우님을 소환한걸요.”

- 난 머저리가 아니다. 이미 생각을 해봤다. 너의 특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안다. 맞느냐?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 강화를 해 보았나?

“흐음···”


직업 특성이 강화되면 스킬이 생길 수 있는지는 모른다.


“스킬이 생길 수는 있겠네요?”

- 우선 너의 직업 특성을 강화하는 것에 치중해라. 만약에 원하는 스킬이 안 생긴다면, 직녀를 만날 때까지 소환해 보면 되지 않겠나. 죽을 때까지 말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각성자로 활동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일이다.


“알겠습니다. 견우님.”

- 그래. 그런데 너라도 만질 수만 있으면 한결 편할 텐데 말이야. 본좌의 무공을 그저 구결로만 습득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야.

- 가능할 겁니다. 아마.


견우가 지옥에 가 있는 동안 몇몇 스킬의 설명을 읽었다.

그중 교감은 김 차장과 소환된 영체가 서로 물리적 접촉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바로 스킬을 외친다.


“교감.”


[교감할 방식을 선택해 주십시오.]

1. 물리적 교감

2. 정신적 교감


‘물리적 교감’


원하는 바를 의식하자 견우와 김 차장 사이에 옅은 선이 생겼다.


- 호오···


견우의 팔이 김 차장의 어깨 위에 얹어졌다.


- 정말이군? 이러면 편하게 갈 수 있겠어.

“그럼 이제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곳으로 가서 가부좌를 틉니까?”

- 왜?

“당연히 무공을 전수받으려면 처음에는 심법부터니까.”

- 어디서 본 게 있기는 하구나. 지금은 필요 없다. 우선 인천으로 가자.


지식 패치를 거친 견우는 현시대의 명칭을 정확하게 언급했다.


“인천이요?”

- 그래.

“바로 가기에는 날도 어둡고 시간도 늦었으니, 내일 출발하겠습니다.”


서로 합의를 마친 그들은 김 차장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집에는 반겨주는 이가 없었다.

김 차장은 조용히 씻고 거실 소파에 누웠다.


- 아니. 너 가장이 아니더냐?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견우는 뚱한 표정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맞는데요?”


견우가 이마를 찡그렸다.


- 너무··· 너무 변했구나. 세상이. 적응이 안 되는구나. 본좌가 살던 당시에는 아버지가 돌아오면 자식들은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었거늘···


견우는 혀를 찼다.


‘무슨 조선시대 관념이냐. 아··· 저분 그전에 살던 사람이지.’


김 차장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내일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다 꿈의 세계로 빠졌다.

쏴아아. 물소리에 잠에서 깬 김 차장.

눈곱을 떼고 확인을 하니 아내가 주방에 있었다.


“어··· 여보.”

“어제는 늦었네. 아침 대충 챙겨 먹고. 나 일찍 나가.”

“어.”


아내가 거실을 지나 문을 열기 전 김 차장은 다급하게 말을 걸었다.


“여보. 나 출장이야. 아마 오늘은 못 들어올 듯해.”

“원래 출장은 없더니. 알겠어.”


아내는 별 의문 없이 나갔다.

신혼 때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태도. 이제는 남편에 대한 관심이 바닥을 쳤다.


- 밥도 안 차린 거야? 허···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으나 가슴으로 이해할 수가 없구나.


견우는 넋두리를 일삼았다.

그것을 배경으로 김 차장은 자녀들을 깨웠다.


“오늘은 아빠가 먼저 나가볼 일이 있어서. 밥 챙겨 먹고 학교가.”


회사에는 병가를 내었다.

이 팀장은 ‘아파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회사 생활이 좋아졌다고’ 비꼬았다.

김 차장은 일만 잘 풀리면 이모작을 위해 떠날 회사이기에 감정 없이 들어줬다.

이후 문을 나서니 견우는 재차 입을 열었다.


- 애들은 아버지가 나가는데 배웅도 안 하는 것인가? 허··· 말세구나···

“아이들 씻고 준비해야죠.”

- 어허···


가는 길에 김 차장은 몇개의 물건을 샀다.

용접 장갑, 손전등, 삽, 나이프, 등.

견우가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 물건들이다.

인천으로 가는 동행 길에 견우의 한탄 섞인 배경음이 깔렸다.


- 이··· 어찌···

- 허허허. 이러니 오랑캐가 득세했구나···

- 내가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현세로 소환이 된 것인가···


인천대공원에 도착하자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견우의 푸념이 멈췄다.

차에서 내려 인천대공원을 거닐며 소래산의 정경을 보던 견우.


- 과거에는 소라산이라 불렀지.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변했구나.

“소래산에는 뭐가 있길래 여기로 온 건가요?”


막상 견우의 제안에 오기는 했으나 이유를 몰랐기에 물어봤다.


- 내 고향이다.

“으흥!?”


그의 발언에 김 차장의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견우는 아무렇지 않게 걸었다.


- 고향이라 말했지만 이제는 못 알아보겠으니 이걸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세월이 무상하군.


견우의 감상을 들으며 김 차장은 말없이 옆에서 보조를 맞춰 걸었다.

주차장을 지나 나무들이 우거진 산속으로 들어섰다.


“허억··· 허억···”


견우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으나 김 차장은 죽을 맛이었다.

일반적인 산길을 따라 올라가도 벅찰 나이다.

견우가 이끄는 곳은 정상적인 길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 흐음···. 이쯤인데···


견우가 멈춰 선 곳은 소래산 중턱 병풍바위 꼭대기.


- 여기군.


김 차장은 견우가 가리킨 곳을 주의 깊게 살폈다.

단순히 나무와 덩굴로 가득 찬 숲의 일부분처럼 보였다.


- 그럼. 내가 하라는 대로 하거라.


무질서하게 늘어진 자연물들을 차례로 가리키며 지시를 내렸다.


- 이건 저기. 그건 여기.


흩어져 있던 크고 작은 돌들을 견우가 가리킨 곳에 조심스럽게 쌓았다.

몇 차례 무너뜨린 끝에 성공을 하자 휘윙! 바람이 불며 김 차장의 앞머리를 흔들었다.


- 돌은 기운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그다음은 고운 흙을 견우가 지정한 곳에 고루고루 뿌렸다.

견우의 감독하에 그림 그리듯 흙을 살포하니 태극의 문양이 되었다.


- 자. 이제 태극의 음에 해당하는 곳에 너의 피를 뿌려라.

“피요?”

- 그래.


칼을 가지고 오라더니.

김 차장은 그게 자해 용도로 쓰일 줄을 생각도 못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프다고 거부할 수 없었다.


“크읏.”


칼날이 김 차장의 손바닥 귀퉁이의 두툼한 곳을 가르자. 주르륵. 피가 콸콸 흐른다.


“어어··· 너무···”


김 차장의 낯빛이 하얗게 변하자.


- 안 죽는다. 아해야. 이제 적셔라.


태극의 음기에 해당하는 부분이 피로 물들었다.

그러자 주위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간 것 같다.

새들도 그것을 느꼈는지 파드득 날개를 부딪치며 날아갔다.


‘피가 부족해서 그런 건가···’


김 차장은 신비로운 현상인지 피가 부족한 것인지 구분을 못 했다.


- 이제 저길 파라!


견우는 바위와 숲의 경계선을 가리켰다.


“아니. 처음부터 그냥 파면 되지 않았어요?”

- 그러면 네 힘으로는 못 팠을 거다. 일종의 기관진식이다. 산의 기운을 이용한 고등의 기술이다.


파악! 파악! 김 차장은 아픈 손으로 열심히 땅을 팠다. 그러자 어느 순간.

와르르! “으아악!” 바닥이 푹 꺼지며 떨어졌다.

충격에 감았던 눈을 뜨니 긴 복도가 이어진다.


- 아직 멀쩡하네.


손전등을 켜고 복도를 걸어갔다.

동굴은 예상치 못하게 컸다.

아무래도 병풍바위로 막혀 있는 깊은 동혈인 듯했다.


- 명칭은 칠석동이라 한다. 원래는 동굴이 있었지. 본좌가 큰 바위 하나로 막기 전에는 사람들이 자주 오갔었다.


견우는 뒷짐을 지고 동굴의 한쪽 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칼로 정교하게 새겨진 여인의 초상화가 있었다.

그저 벽에 새겨진 그림이건만 청초함과 단아함이 어렸다.


견우는 조심스럽게 벽에 손을 대며 초상화를 더듬었다.

그의 손가락이 여인의 얼굴 윤곽을 따라 부드럽게 움직였다.

손길에 따라 눈에는 그리움이 깊어졌다.


- 직녀···


그 모습이 하도 애절해 보여 김 차장은 자리를 피해 공동의 중앙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대박인 듯하다.’


각종 병장기, 낡은 책, 세공된 장신구 등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유물들이 즐비했다.

김 차장이 눈을 뒤집고 유물을 헤집고 있으니 청승을 떨던 견우가 다가왔다.


“저기랑 저기 들어가서 풀때기 좀 뽑아와.”


눈가가 촉촉해진 견우.

그는 다짜고짜 두 개의 굴혈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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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후 (3) 24.11.11 262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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