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계 대물이 된 남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한량신사
작품등록일 :
2024.11.05 15:47
최근연재일 :
2024.12.04 21:58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5,177
추천수 :
155
글자수 :
150,013

작성
24.11.09 18:30
조회
274
추천
8
글자
11쪽

지후 (1)

DUMMY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이 공간은 전혀 변화가 없건만.

김 차장의 눈에는 빛줄기가 들어온 듯 밝아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눈을 비볐다.

빛이 어둠을 몰아낸 것이 아니다.

시력이 좋아졌다.


“허···”

- 기분이 어떠냐?


견우의 굵은 의념이 김 차장의 가슴을 울렸다. 대답을 위해 숨을 들이쉬니.


“크읍!”


지독한 오물의 냄새가 그의 비강을 폭격했다.


- 클클클. 노폐물이 빠져나간 것이다. 무슨 생활을 했길래 이리 지독한 독소들이 배출될꼬.


김 차장은 재빨리 옷을 벗었다.

찌지직! “어엇?”

찢었다. 그저 벗으려 했을 뿐인데.


놀란 그는 팔뚝을 살폈다.

지렁이 같은 핏줄이 꿈틀거린다.

민둥산 같던 배가 들어갔다.


“원래 이런 겁니까?”


몸을 이리저리 살피던 김 차장이 말하자.


- 말이 안 되지. 네놈이 먹은 두 개의 영약이 대단한 것일 뿐. 입속에 넣은 것 중 하나만 팔아도 평생을 호의호식하면서 살 수 있었을 거야.


김 차장은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견우를 보았다.

이리 귀중한 걸 먹이다니.


“감사드립니다.”

- 클클클. 혹시 특성 강화는 안 됐나?


견우는 살짝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요. 강해지기는 했는데 왜 특성에는 변화가 없지.”

- 흠···


견우가 고민하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김 차장은 동굴을 배회하며 물건을 다시 살폈다.

하나하나 귀중하지 않은 유물이 없었다.


“이것들은 어찌할까요?”

- 뭐··· 너 가져.


김 차장이 눈을 부릅떴다.


- 대신. 직업 특성도 빨리 강화해라. 직녀를 찾아야지.

“옙!”


김 차장은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며 동굴 안의 물건들을 인벤토리에 담았다.

작은 단검부터 거대한 함까지.

한없이 들어간다.


‘원래 인벤토리가 이렇게 넓은 공간인가?’


김 차장은 각성갤을 켰다.

인벤토리로 검색을 이어가니.


[인벤토리 넓히는 방법 없냐?]

ㅈㄱㄴ


ㄴ 그거 등급에 따라 넓어져. 너 등급 뭔데?

ㄴ D

ㄴ 그럼 휴지곽정도 넣을 수 있겠네. 화장실 갈 때 좋겠다.


‘인벤토리도 각성 등급에 따라 결정이 된다니.’


김 차장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괜히 등급이 Goat가 아니었다.

우주 같은 아공간으로 이것저것 유물을 던져 넣던 중.

이것들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각성 장터.”


확인하는 법은 간단하다.

각성갤과 연동된 각성장터.

그곳에서 각성자들은 물품의 교환이 자유롭다.


“엄메···”


손에 쥔 물건들과 가격들을 비교해 보니 정신이 아찔했다.

작은 동굴에 있던 물건의 가치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 와중 한 명의 각성자의 구슬픈 게시글이 보였다.


닉네임 반도의 수호자.


[마나 서클 회복할 수 있는 영약 찾습니다.]

[부서진 마나 서클 회복할 수 있으신 분을 모십니다.]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마나 서클 재생하는 법 아시는 분.]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게시했다.

하루에도 몇 개의 글을 올렸다.

김 차장이 목도한 최근의 글에는 댓글이 없었다.

간절해 보이는 글이어서 초창기의 글까지 검색을 이어가니 댓글이 있었다.


ㄴ 지후 헌터님··· 힘내세요.

ㄴ 헐랭··· 지후 헌터님이었어?

ㄴ ㅇㅇ

ㄴ 모쪼록 나쁜 마음 가지지 마세요.


“지후 헌터?”


반도의 수호자의 정체를 확인한 김 차장은 탄식했다.

헌터 한지후.

대한민국 각성자 관리청의 기둥이었던 헌터였고 그의 덕행은 널리 알려졌었다.

시민들은 게이트에서 나온 마수를 처리하는 그의 모습에 열광했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수호자였다.

힘을 잃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가 힘을 잃지 않았으면 대한민국에서 길드가 깽판을 치지 않았겠지.’


길드에 앙금이 많은 김 차장이다.


‘지후 헌터. 아직도 포기하지 못했구나.’


김 차장도 지후 헌터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

첫째 딸 시아가 아직 초등학생일 때의 일이다.

그 당시 김 차장의 일가족은 단란했었고 종종 가족끼리 외출했다.


어느 날 나들이를 했을 때 게이트가 느닷없이 터졌다.

지금에서야 게이트 서처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균열이 게이트로 진화하기 전 발견을 하지만.

당시만 해도 게이트 서처인 각성자들이 없었다.


창졸간에 몬스터들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비명과 절규 속에서 김 차장은 신속하게 으슥한 건물로 숨었다.

더욱 깊은 곳을 찾던 중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의 끝에 자리로 피신해서 가족들을 얼싸안고 벌벌 떨었다.


“크르르···”


포악한 울음이 화장실을 메웠고.

쿵. 육중한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두근. 김 차장의 심장은 미칠 듯이 뛰었고. 꽈악. 가족을 끌어안은 힘은 세어졌다.

품 안에서 느껴지는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의 떨림이 거세졌다.


파앙. 잠긴 문을 가격하는 타격음.

‘이제 끝이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에 들이찼을 때.


콰앙! “끼에에엑!”

강렬한 폭음. 괴물의 절규.


무언가 사달이 났다.

고개를 내밀어 확인하고 싶었지만 김 차장은 일반인이었다.

두려움과 공포가 그의 몸을 지배했다.

확인을 한다 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김 차장이 숨을 죽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니.

덜컥. 문이 열리고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끝났어요.”


붉은색과 하얀색이 뒤섞인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하··· 한지후 헌터님!?”


그 모자는 한지후 헌터의 트레이드 마크였기 때문에 대번에 알아봤다.


“그럼 상황 종료될 때까지 숨어 계세요.”


그는 감사함을 전할 틈도 없이 떠났다.

마치 반도의 수호자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처럼.

지나간 추억의 반추를 끝낸 김 차장의 시선은 게시글의 제목에 머물렀다.


[이제 끝.]


김 차장은 홀린 듯 글을 클릭했다.


- 더 이상 붙잡고 있기도 힘들다. 모든 걸 내려놓으려고. 그동안 고마웠다. 한 가지 아쉬움은 남겨지는 이들이다. 조금 더 수호하고 싶었다.


글을 읽은 김 차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동시에 정리하던 물품 중 하나를 집었다.


[구미호의 고환]

- 설명 : 거의 모든 구미호는 여성형이다. 하지만 희귀하게 태어나는 남성형 구미호가 있다. 이것은 극도로 희소한 영수가 빼앗긴 결정.

- 종류 : 영수의 육신 일부

- 효과 : 마나 서클의 마나 증폭. 마나 서클의 재생.

- 특성 : 일반적으로 고환은 심장에 효과가 탁월하다. 꼬리 아홉에서 뿜어지던 구미호의 고환력은 부서진 심장도 재생시킬 수 있을 정도.


설명을 정독한 김 차장의 고개가 견우에게 향했다.


“견우님. 이건 어찌 얻으신 겁니까?”

- 어디 보자··· 아. 구미호 놈 것이구나? 중원에서 돌아왔을 때 한반도가 혼탁했어. 바로 지금 네가 들고 있는 놈이 한 짓이었지.


견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 내가 고구려의 백성들은 잘 챙겨. 그래서 찾아가서 반 죽였다.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더라. 잡고 보니 특이하더라고.


그는 킥킥거렸다.


- 남자 구미호란 말이지. 보통은 여자거든. 과연 내가 이런 돌연변이를 죽여도 되나 싶더군. 생각해 봐. 세상에 단 하나뿐일지도 모르는 생명체야.


견우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갔다.


- 고심 끝에 결정했어. 녀석이 삐뚤어진 이유가 구미호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껴서 그런 게 아닌지. 혼자만 다르잖아. 그 고독함이 얼마나 컸겠어?


그는 이제는 키득키득 웃으며 말을 이었다.


- 그래서 내가 해결해 주기로 했지. 여성형 구미호로 만들어주면 되잖아? 간단한 문제였지. 그러면 삐뚤어진 마음이 올곧게 변하지 않을까. 동족들 사이에서 소외감도 없어지고. 큭큭큭.


견우의 추억을 듣던 김 차장의 가랑이가 서늘해졌다.

어떻게 저것을 저리 해맑은 표정으로 말할까.


“여··· 역시 무신이십니다. 혹시 이거 필요하십니까?”

- 뭐··· 나는 필요 없지. 왜 그러느냐?

“예전에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해 보입니다.”

- 구미호의 고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맘대로 해라. 나는 상관없으니.


허락은 떨어졌다.


*


생명을 잉태하는 태양.

바람을 머금은 자유로운 구름.

평화로운 하늘을 등진 한 사내.


꿀꺽. “크아아!”

시원하게 털어 넣은 소주 한 잔이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상쾌한 효과음이었건만.

그의 눈동자는 촉촉하게 물들었다.


“마지막 술이라서 그런지 너무 쓰구나.”


튀어나온 뱃살. 이중으로 접힌 턱.

듬성듬성한 정수리와 밀린 앞머리.

누가 그를 예전 최고의 헌터라 칭송받던 남자라 생각할 수 있을까.


비릿한 알코올 향을 음미하며 지후는 과거를 회상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찬란했던 과거의 모습.

비루한 현재의 모습.

두 모습이 교차하며 가슴속에 불덩이가 놓인 듯 타들어 간다.


한때 지후는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기둥이라 불렸다.

사람들은 그를 추앙하기에 바빴고.

모든 이들이 무엇이라도 하나 더 해주고자 했다.


자칫 세상을 아래로 두는 시선을 가질 수도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만해지지 않았고 거만해지지 않았다.

정직했고 선한 자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국민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헌신의 정신이 가득했다.

시민들은 그런 그를 매우 좋아했다.


지후의 삶은 더없이 행복하고 충실했다.

하지만 인생의 앞날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탄탄대로라고 여기던 길이 언제 무너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최웅···’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파트너.

현재는 철천지원수.

믿음과 신뢰라는 허울이 지후의 눈을 가렸었다.


그가 가진 야망이. 그가 가진 욕망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친구조차 나락으로 떨어뜨릴 정도로 일그러졌을 줄 몰랐다.

친구의 눈에 지후는 그저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믿었던 친구의 모략에 넘어가 지후는 그를 수호자로 만들어 준 마나 서클을 잃었다.


‘로사.’


화불단행이라더니.

자신의 심장을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던 여인.

그녀는 활공하던 지후를 사랑한 것일 뿐이었다.

추락하는 지후를 사랑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 눈을 뜬 지후의 옆에 쪽지를 남겨두고 그녀는 떠났다.

단정한 글씨가 마지막 편지에 쓰여 있었다.


‘우리 이혼해.’


사랑과 추앙을 경험했던 것은 치명적이었다.

차라리 겪지 못했던 것이라면 모를까.

지후의 세계는 무너졌다.

매일 밤 잃어버린 힘으로 인한 상실감과 배신으로 인한 고통이 영혼을 휘저었다.


그럼에도 지후는 무너지지 않았다.

사방팔방으로 치료법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든 이들을 만나고 커뮤니티에 수소문했다.


그의 덕행은 유명했기에 처음에는 모든 이들의 위로, 걱정, 도움이 넘쳤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시간을 이기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차츰 지후에 관한 관심은 옅어지고.

지후에게는 두발을 움켜쥔 고독만이 남았다.


지후는 지쳤다.

활활 타오르던 장작도 나중에는 재만 남는다.

그의 영혼은 모든 것을 태우고 남은 잿빛이었다.

모든 것을 끝낼 때였다.

이제는 잊혀졌지만 최후의 순간은 알리고 싶었기에 각성갤에 글을 올렸다.


‘이제 구원을 바라는 것도 하늘을 원망하는 것도 지치는군.’


마지막 한 잔의 소주. 그리고 옥상에서 뛰어 내리기만 하면 홀가분해진다.

손으로 잔을 그러쥐고 입에 가져가는 순간.


- 댓글 알림. [서클 복원 영약있어욤.]


푸훕! 소주를 분무기처럼 뿜어냈다.

허공을 헤매는 소주 알갱이의 뒤로 무지개가 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헌터계 대물이 된 남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금각 (4) 24.12.04 54 3 10쪽
28 금각 (3) 24.12.03 43 2 11쪽
27 금각 (2) 24.12.02 49 2 11쪽
26 금각 (1) 24.12.01 66 1 10쪽
25 움막 (6) 24.11.30 69 2 12쪽
24 움막 (5) 24.11.28 79 1 13쪽
23 움막 (4) 24.11.27 74 2 12쪽
22 움막 (3) 24.11.26 91 3 11쪽
21 움막 (2) 24.11.25 104 3 11쪽
20 움막 (1) 24.11.24 116 2 11쪽
19 노총각의 순정 (2) 24.11.23 131 3 13쪽
18 노총각의 순정 (1) 24.11.22 151 4 12쪽
17 달토끼 +1 24.11.21 158 4 12쪽
16 오구용 (3) 24.11.20 159 6 12쪽
15 오구용 (2) 24.11.19 182 7 11쪽
14 오구용 (1) 24.11.18 188 7 11쪽
13 관리청 그리고 최웅 더 해모수 24.11.17 208 6 13쪽
12 시아 (4) 24.11.16 216 9 11쪽
11 시아 (3) 24.11.15 224 7 11쪽
10 시아 (2) 24.11.14 224 8 12쪽
9 시아 (1) 24.11.13 248 7 11쪽
8 로사 24.11.12 251 8 11쪽
7 지후 (3) 24.11.11 268 8 11쪽
6 지후 (2) 24.11.10 263 7 12쪽
» 지후 (1) 24.11.09 275 8 11쪽
4 남자의 자존심 24.11.08 291 7 12쪽
3 칠석동 24.11.07 303 9 11쪽
2 이모작 24.11.06 316 10 11쪽
1 각성 +1 24.11.05 373 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