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계 대물이 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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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신사
작품등록일 :
2024.11.05 15:47
최근연재일 :
2024.12.04 21:58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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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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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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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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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로사

DUMMY

화면 속 자연의 분노를 목격한 이들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한 사람이 적절한 말을 채팅창에 올렸다.


ㄴ 신이 진노했다.


뇌화의 다발은 마땅히 죽어야 할 죄인을 찾아 지면을 향했다.

서로 얽힌 굵은 줄기의 번개는 하늘을 가로지르며 찢었고.

뇌화에서 발하는 섬광은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밝았으며.

콰광! 청자의 고막을 헤집는 뇌성이 뒤늦게 울려 퍼졌다.


폭력적인 전력이 가오리온에 닿는 순간.

삐- 시청자들의 화면이 순백으로 변했다.


ㄴ 뭐야? 화면 왜 하얗게 변했어?

ㄴ 오류인 줄 알았는데 다들 그럼?

ㄴ 내 스피커 터졌다. 아무래도 핵 터트린 거 아니냐?


고장 난 듯 하얀색의 배경만 깔렸던 화면이 점차 본래의 색을 찾아가니.


ㄴ 뭐야. 진짜 핵 떨어졌어?

ㄴ 헐랭. 가오리온 어디 갔냐?

ㄴ 저기 위에 떠 있는 사람 누구야?


전경을 목도한 이들의 손가락이 빨라졌다.


단단하던 대지는 그 속살이 파헤쳐졌고. 공기 중에는 고기 타는 냄새와 질식할 듯한 검은 연기가 풍겼다.

그 중심에는 하나의 숯덩이가 하얀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렸다.


ㄴ 저거 가오리온 아니냐?

ㄴ 그냥 썩은 고목인 듯.


이전의 형체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일그러진 가오리온.

전력에 못 이긴 육신은 뒤틀렸고, 꿀렁꿀렁 샘솟는 혈액은 그을린 육신을 물들였다.


“지··· 지후님.”


착 가라앉은 이슬의 목소리.

그녀의 시선이 닿은 하늘에는.

바람에 파란 망토를 펄럭이며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는 지후가 보인다.

마치 천상의 존재가 지상에 현현하는 장면을 목도하듯 적막에 휩싸인다.


ㄴ 저거 지후 헌터 아냐?

ㄴ 걔 능력 다 잃었잖아. 최근 소식으로 약물에 취해서 폐인 됐다던데.

ㄴ 허위 사실 유포 금지요. 어제만 해도 각성갤에 글 올리심.

ㄴ 지후 맞는 것 같은데?


현장에 진득이 내려앉은 고요함과는 다르게 채팅창의 아우성은 갈수록 심해졌다.


“이슬. 잘 지냈어?”


지면을 밟은 지후의 첫 마디.


“지후님 맞으세요?”

“하하하. 많이 변했지? 세월이 무상하구먼.”


아니다.

이슬은 심중에서 외쳤다.

그의 외관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보다 젊어 보였다.

그녀의 눈에는 이십 대 중반의 청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힘··· 힘을 되찾으신 거예요?”

“그렇게 된 거지. 하늘이 나를 시험하셨던 건가 봐.”


지후는 개운한 웃음을 지었다.

어떤 그늘도 없어 보이는 티 없이 맑은 미소였다.

만나자고 청하여도 못 만났던 이가.

웃음을 잃어버려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이가.

기적을 가지고 돌아왔다.

와락! 눈 깜짝할 새에 이슬이 지후의 품에 파고든다.


“어어. 많이 힘들었구나. 이슬.”

“흐윽··· 잘 돌아오셨어요. 지후님.”


지후는 가늘게 떨리는 이슬의 어깨를 다독인 후 주변을 돌아봤다.


“우선 현장 정리부터 하자. 각성자들 죽겠다.”

“예.”


이슬은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을 훔쳤다.


“상황 종료입니다. 후위에서 지원 대기중인 힐러분들은 와서 헌터분들 치료해 주세요! 현장 정리팀은 와서 화재 진압 및 잔해 정리해 주시고요.”


이슬은 언제 울음을 터트렸냐는 듯 마치 마에스트로처럼 현장을 지휘했다.


“혹시 수색팀은 빠져나간 몬스터 있는지 확인 후 보고해 주세요!”


그녀가 지시를 내릴 때마다 혼란하던 현장은 하나씩 정리되었다

부상자 치료. 마석 수집. 화재 진압.

몬스터로 인해 엉망이 된 흔적들이 차츰 지워지기 시작하고 있을 때.


“으댜댜!”


카메라를 든 남자가 순간의 틈을 이용해 그들 앞에 당도했다.


“안녕하세요! 지후 헌터님이시죠! 존경합니다.”

“누구시죠?”

“유두버 신태일입니다. 그간 마나 서클을 회복하기 위해 불철주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힘을 되찾으신 건가요? 헌터로 복귀하시는 겁니까?”


혹여나 쫓겨날세라 신태일은 무지막지하게 질문을 쏟아냈다.


“거기! 나가세요! 위험한 현장입니다!”


이를 목격한 이슬이 험악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이슬아. 혹시 잠시 인터뷰를 해도 될까? 뭐··· 어차피 공개적으로 할 거긴 한데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슬의 흉흉한 기세가 사그라듦과 동시에 태일의 만면에 기쁨이 서린다.


“큼큼··· 그러면 되도록 현장은 안 비추는 곳에서 해주세요.”

“고마워.”


지후와 태일은 인터뷰를 위해서 한적한 장소로 향했다.


“이번에도 소속은 역시 관리청이신 건가요? 아니면 민간 길드로 이직을?”

“워워~”


지후는 허공에서 손을 아래로 내리누르는 동작을 취했다.


“진정해요. 지금은 다 밝힐 수 없어요. 그저 이게 유두부이고 대중들의 접근이 쉽기 때문에 이 자리를 허락 한 겁니다. 전언을 보내고 싶은 분이 있거든요.”

“에···옙.”


태일은 바짝 긴장한 상태로 대답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관리청 소속 헌터 한지후입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신 분들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넘치는 여유. 보는 이에게 편안함이 느껴진다.


“공백의 기간 제 근황을 접하셨을 거로 생각합니다. 항간의 소문이 맞습니다. 그간 마나 서클을 재생하는 데 전념했고 결국 해냈습니다.”


적절한 높낮이의 목소리.


“제 회복은 전적으로 한 각성자님의 도움 때문입니다. 그분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그분께서는 진창에서 허우적거리는 저를 끌어올려 주셨습니다.”


지후는 목을 한번 풀었다.

목소리는 더욱 신뢰감이 넘치게 두꺼워졌다.


“중년 신사님. 당신이 내민 구원의 손길에 제가 살아났습니다. 감사합니다.”


지후는 카메라를 보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의 헛헛했던 정수리는 어느새 거뭇거뭇해졌다.


“추가로 제가 아직 중년 신사님께 받은 은혜에 다 보답을 못 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앞에서 선언합니다. 제가 지금 못 처리한 비유동자산을 처리하자마자 전액 그분에게 드리겠다고요.”


지후의 인터뷰를 듣던 시청자들의 댓글이 폭발한다.


ㄴ 뭐야. 근데 지후 돈 다 날린 거 아니야? 개털이 돈이 어딨어.

ㄴ 노노. 각성자 관리청 힘 있을 때는 연봉이 얼마였는데. 그거 다 날리려면 힘들듯.

ㄴ 근데 누구 말하는 거지?

ㄴ 저번에 반도의 수호자 댓글 단 중년 신사 말하는 듯.


유두부의 여파로 인해 각성갤의 반도의 신사의 글도 불야성을 이뤘다.


ㄴ 성지순례 왔슘.

ㄴ 중년 신사님 저도 영약 하나 안겨주실 수 있나요? 갠톡 부탁드립니다.

ㄴ 그런데 마나 서클이 회복 가능한 거야? 이러다 깨진 단전도 복구하겠네

ㄴ 힐러가 잘린 손발도 붙이는 시대인데 마나 서클 하나 회복 못 하는 게 이상했지.


“인생 한 방이라더니 부럽네.”


지후의 인터뷰를 감상하던 아내가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아내는 그 한 방을 맞은 행운아가 자신의 옆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모두가 축제인 시각.

이 분위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한 여인이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게··· 이게 무슨 일이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절대 낫지 않는다고 했는데. 각성자들 말로는.”


흰 피부에 핑크빛 머리.

귀화한 외국계 한국인 로사다.

처음 그녀가 한국에 왔을 때는 귀화를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일을 하러 홀로 도착한 한국이었을 뿐.

업무로 인해 거주하게 된 한국은 고독했다.

다른 인종. 다른 언어. 다른 문화.

사방이 갇혀 있던 그녀에게 한국은 문명의 사회가 아니라 야생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게이트에서 홍수처럼 터져 나오던 괴물.

그것들이 인간들을 죽여대는 광경을 본 그녀에게 한국은 더 이상 지구에 속하지 않았다.

여기는 낯선 세계였다.

이상한 세계에 빠진 로사는 괴물의 위협을 벗어날 수 없었다.


어느 날 그녀는 괴물에게 포위된 채 죽을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지켜주던 이가 있었다.

비상계단에서 숨죽이고 몸을 숨기고 있던 그녀에게 혜성처럼 나타났다.

난폭하던 괴물들은 그의 앞에서 먼지처럼 흩어졌다.


그는 빛나는 존재였다.

마치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봉황 같았다.

그의 옆에 나란히 서면 그녀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저기··· 너무 고마워서 그런데 혹시 번호라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 안온함을 잃기 싫었다.


“이름부터 알아야죠. 한지후라고 합니다.”


그 후 둘은 급격하게 사랑에 빠졌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으랴.

여행지만 가도 가슴이 두근거려 사랑에 빠지곤 한다.

위기에 처한 여인과 그를 구한 기사였던 그들이 마주한 감정은 그 이상이었다.


“축하해요!”

“선남선녀네!”


격정적이던 감정의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평생의 반려자로 서로를 택했고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모두의 축복을 담뿍 받은 결혼식이 시기와 질투를 부른 건지도 모르겠다.

한순간에 지후는 능력을 잃었다.


그녀는 극심한 불안에 빠졌다.

자신은 야생에 홀로 고립된 나약한 토끼였고 상처 입은 짐승을 등에 얹고 살아갈 수 없었다.

야생에서는 상처받은 짐승은 공격을 당해 죽는다.

그 옆에 있는 나약한 동료도 마찬가지다.

끝내 둘 다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그녀는 창자를 도려내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


그를 마주하고 말하기에는 너무 심한 처사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한 장의 서신만 남겼을 뿐이었다.

가슴 한켠에 죄책감을 남겨둔 그녀는 더욱 열심히 자신을 보호해 줄 우산을 찾았다.

그래야만 그를 떠난 것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고독하게 자신의 울타리를 만들고 다시 자신의 세계를 지켜줄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급조한 울타리는 금방 무너졌다.

그렇게 그녀도 서서히 무너져가는 와중이었다.


그리고 짙은 열패감에 휩싸여 허송세월을 보내던 중.

상처 입은 짐승은 다시 회복해서 제자리를 찾았다.


“가만··· 이건 기회잖아!?”


당혹스러웠던 감정은 희열과 열망으로 치환되었다.

그녀는 신속하게 몸단장을 마쳤다.

세월을 속이지 못하는지 나이 든 얼굴이 거울에 비치지만 시간과 함께 완숙미는 늘었다.


칙! 칙! 향수를 뿌리고.

또각. 또각. 킬힐을 신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자신을 보듬어 줄 반려자에게 돌아간다.


옛날에는 줄기차게 다녔던 관리청으로 직행했다.


“어엇?”

“안녕하세요.”


남자의 전 동료에게 산뜻한 인사를 날려주고.


“지후씨 좀 불러 주실 수 있을까요?”


정중한 목소리로 부탁한다.

거울을 보며 몸가짐을 단정히 가꾸며 기다리니.

저벅. 저벅. 경쾌한 구두 굽 소리.

고개를 돌리자 그가 보인다.


“여··· 여보!”


행복과 기쁨 어린 표정.

와락! 그의 품에 다시 안착.


“로사야···”

“그리웠어요. 지후씨.”


눈매를 타고 흐르는 눈물. 완벽하다.

지후의 끌어안은 힘이 세지고.

로사는 강인한 남자의 향기를 맡는다.

스윽. 지후의 허벅지가 은밀하게 로사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온다.


“당신도 그리웠구나.”


그도 그리웠나 보다.

로스의 몸이 뒤로 살짝 기울며.

지후의 무릎이 구부려지고.

노성이 터진다.


“와사바리!”


쿵!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굉음.

로사는 바닥에 쓰레기처럼 처박혔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썅년이!”


품격 있는 신사로 소문난 지후의 격식 넘치는 욕설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 시각 다른 장소.

지후의 인터뷰를 시청하던 한 남자의 노성이 터졌다.


“다시는 각성자로 활동하지 못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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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움막 (5) 24.11.28 79 1 13쪽
23 움막 (4) 24.11.27 74 2 12쪽
22 움막 (3) 24.11.26 91 3 11쪽
21 움막 (2) 24.11.25 104 3 11쪽
20 움막 (1) 24.11.24 116 2 11쪽
19 노총각의 순정 (2) 24.11.23 131 3 13쪽
18 노총각의 순정 (1) 24.11.22 151 4 12쪽
17 달토끼 +1 24.11.21 158 4 12쪽
16 오구용 (3) 24.11.20 159 6 12쪽
15 오구용 (2) 24.11.19 182 7 11쪽
14 오구용 (1) 24.11.18 188 7 11쪽
13 관리청 그리고 최웅 더 해모수 24.11.17 208 6 13쪽
12 시아 (4) 24.11.16 216 9 11쪽
11 시아 (3) 24.11.15 224 7 11쪽
10 시아 (2) 24.11.14 225 8 12쪽
9 시아 (1) 24.11.13 248 7 11쪽
» 로사 24.11.12 252 8 11쪽
7 지후 (3) 24.11.11 268 8 11쪽
6 지후 (2) 24.11.10 263 7 12쪽
5 지후 (1) 24.11.09 275 8 11쪽
4 남자의 자존심 24.11.08 291 7 12쪽
3 칠석동 24.11.07 303 9 11쪽
2 이모작 24.11.06 317 10 11쪽
1 각성 +1 24.11.05 373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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