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계 대물이 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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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신사
작품등록일 :
2024.11.05 15:47
최근연재일 :
2024.12.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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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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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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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관리청 그리고 최웅 더 해모수

DUMMY

가온은 직장 생활의 필수품이었던 미소를 장착했다.


“예. 제가 가온입니다. 반갑습니다. 지후 헌터님.”

“안녕하세요.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라셨죠?”

“사실 그렇네요. 유명인이 집에 찾아오다니.”

“하하하. 저를 아시니 다행입니다. 제 신원은 보장되었고 음흉한 놈도 아니니 혹시 잠시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한지후의 말마따나 그는 보장된 인물이었고.

집에 위해를 가할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성인군자로 평가를 받는 헌터이니.


“들어오시죠.”

“감사합니다.”


지후와 이슬을 식탁으로 안내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손님맞이를 하며 머리를 굴렸다.


‘무엇 때문에 여길 온 것이지?’


신속하게 논리적 추론을 전개했다.

최근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의심 가는 정황은 한 가지.

바로 어제의 일.

시아를 구출했던 사건.


가온 역시 태일이 게시한 영상을 시청했다.


발군의 기합.

‘이끄’와 ‘애끄’에서 터지는 박력.

솔직히 자신이 봐도 멋진 전투였다.


하지만 그 영상만으로 자신을 추리하기는 어려웠다.

보호구를 착용했던 터라 얼굴이 가려져 있었다.

현재까지도 시청자들은 자신을 추리하는 중이었다.

경찰청의 홈페이지는 택견찰의 정체를 공개하라는 청원글로 마비되었으니까.


타악. 상념 속에서 차를 내놓았다.


“갑작스러워서 준비된 차가 이것밖에 없네요.”

“저희가 너무 급하게 찾아뵌걸요. 쫓겨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죠.”


지후와 이슬의 영업용 미소.

가온도 상업적 미소로 응대했다.


“혹시 어떤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아하핫! 변죽 울리는 것보다 핵심을 간략하게 전하는 게 좋죠! 시원하신데요!?”


지후는 호들갑을 떨었다.

마치 상급자의 농담 한마디에 부산을 떠는 느낌.

과장된 몸짓 이후.

후룹. 한 모금의 차를 마신 지후.


“최근 택견찰이라는 각성자의 영상이 화제죠. 혹시 보셨나요?”

“예.”

“그 유려한 몸놀림. 부드러움 속에 담긴 강맹함. 택견의 신이라 불린 견우의 재림을 본 느낌이었습니다.”

“견우요?”


가온의 얼굴이 뒤로 젖혀지며 이중 턱이 되었다.

뜬금없이 견우가 등장하다니.


“예. 역사적 사료에는 견우의 행적이 조금 나와 있습니다.”

- 호오···.


관심이 생긴 견우가 다가왔다.


“지속되는 전쟁 속에서 오랑캐의 야만적 행위에 고통받는 민초들을 위해서 전수한다. 그들의 일상에 녹아들기 용이하도록 수련이 아닌 즐거움도 담았노라.”


마치 연설하는 듯한 말투.


“사료에 적혀 있던 말이죠.”

- 저런 말을 했었나.


견우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입꼬리가 올라간 것은 흡족함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오···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혹시 견우에 대한 일화가 더 있나요?”

“사료에는 그의 전설적인 업적들이 다수 적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거진 설화로 취급을 받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이죠?”

“거의 신화와 비견될 정도의 업적들이라···”


견우의 입꼬리가 거의 귀에 닿았다.


“각성자가 생기기 전에는 무공이란 것을 믿지도 않았고요. 비현실적인 내용보다는 현실성 있는 주장이 작금의 역사로 기록되고 있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후는 한없이 안타깝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본론과 상관없는 이야기가 길었네요. 제가 찾아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주제가 바뀌자 견우는 살짝 시무룩해졌다.


“각성자 관리청 소속 헌터가 되실 생각 없으신가요?”

“제가요? 전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


가온의 반문.


“국가라는 것은 거대한 단체죠. 가온님께서 듣기 언짢으실 수도 있지만, 해솔 고등학교 인근의 CCTV의 영상 기록을 전부 습득했습니다.”

“아···”


가온은 딱히 불편하지는 않았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CCTV를 비롯한 단서가 되는 것들을 수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그럼 제가 각성자인 것도 알고 오신 거군요.”

“맞습니다.”


지후의 포근한 웃음.


“흐음··· 불시에 받는 제안이라 경황이 없네요.”

“물론. 바로 대답을 요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히 숙고하셔야죠. 가온님 정도의 각성자가 여태껏 능력을 숨겨왔을 때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지후는 대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가온이 최근에 각성한 것이라고는 예측도 하지 못한 것.


무술 계열의 각성자 특성 때문이다.

마법과는 다르게 무술 계열은 부단한 수련과 실전이 수반된다.

그런데 가온이 바실리스크와의 전투에서 선보인 능란함.

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오랜 수련을 거친 인물로 간주하게 만든 것이다.


- 얌생이 같이 교감으로 얻은 기술을···


견우는 이에 대해 푸념했고.


“그렇지요.”


가온은 좋은 추측이라는 듯 주억거렸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정보는 보수겠죠. 저희가 정부에 속하지만 각성자에게는 아끼지 않습니다.”


입맛을 다신 후.


“초봉은 10억 정도로 하죠.”


가온은 내심 놀랐으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거래의 기본이다.

작은 얼굴의 움직임마저도 협상에서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놀란 표정은 상대로 하여금 만족스러운 제안을 했다는 해석의 여지를 준다.

제안을 받는 입장에서는 썩 좋은 표정이 아닌 것.


한지후 헌터에게 호감을 가진 가온이지만 그것은 추가 보수를 받지 않는 것으로 갚았다.

그렇기에 이번 건과 호감은 별개다.


그 무표정에 당황한 지후.

그들로서는 적잖이 높인 금액이다.


“모자라시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각성자는 세금의 혜택이···”


길고 긴 지후의 장광설.


“생각을 마치시면 이쪽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지후는 명함을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지후와 이슬은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허리를 굽혔고.

이에 맞춰 가온도 인사했다.

그들이 나간 뒤 가온은 거실에 앉아 고민했다.


헌터로서 활동을 해야 하는가.

몬스터와 전투를 업으로 삼는 것은 필연적으로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우는 것이다.

평생을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몸을 담아왔다.

그런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

지켜야 할 가족까지 있는 마당에.


금전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지후 헌터가 내준 거래 대금만 있어도 충분히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의 추는 헌터로 기울었다.

바로 어제의 사건 때문.


자신의 몸보신을 위해서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고 해도.

몬스터는 게이트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언제고 가족들을 위협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었다.

헌터란 돈도 벌고 가족도 지킬 수 있는 직업이었다.


고민이 마무리되어 가는 와중.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오늘따라 찾아오는 사람이 왜 이리 많아.’


가온은 문 앞에서 외쳤다.


“누구세요?”

“가온님 되시죠? 해모수에서 왔습니다.”


가온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해모수? 최웅 더 해모수인가?’


철컥. 문을 여니.

보랏빛 머리의 백인이 보랏빛 장미를 들고 서 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환대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감사의 의미로 이것.”


가온은 뻣뻣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것이 환대의 의미는 아니건만.

이 넉살 좋은 남자는 보랏빛 장미를 건넸다.

그 뻔뻔한 기세에 가온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받았다.


“보랏빛 장미는 별로 없죠. 그 꽃말은 ‘신뢰와 정의’ 랍니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가 남자한테 장미를 준다니. 가온은 약간 거북했다.


“반갑습니다. 최웅 더 해모수의 상무를 맡고 있는 로이라고 합니다.”

“예. 반갑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집에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가온은 고심했다.

선례를 볼 때 자신이 각성자라는 것을 알아낸 것일 수도 있다.

그 추측을 확인해 보기도 해야 했고 겸사겸사 조건도 들어볼 마음도 있었다.

보라색 장미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


“안으로 드시지요.”

“땡큐!”

‘백인이라 그런지 영어 발음이 우수하군. 영국식인 것 같은데··· 영국인 인가?’


가온은 한 차례 정리를 끝낸 식탁에 다과를 다시 내왔다.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죠?”

“Oh-ho! 한국인들 너무 본론이 빨라요. 하지만 제가 한국에서 근무 오래 해서 이해해요.”


한국에서 체류 기간의 내공이 느껴질 정도로 로이의 발음은 정확했다.


“어쩌다 보니 가온님께서 최근 화제의 인물인 택견찰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의 못마땅한 표정.

예상은 했지만 국가도 아닌 민간기업이 자신의 뒤를 캔 것이 아닌가.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스윽. 로이는 익숙한 듯 품에서 두꺼운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기분을 푸시라는 성의 표시입니다. 받아주시길.”


가온은 봉투를 로이쪽으로 밀었다.


“괜찮습니다.”

“Oh-ho! 청렴결백! 존경합니다.”


로이는 봉투를 식탁 위에 둔 채 말을 이었다.


“본론을 말씀드리자면 스카우트 제의입니다. 저희는 언제나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모든 입사자는 만족하였고요. 당연히 최고의 대우를 해주기 때문이지요.”


무표정의 가온.

로이는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혹시 다른 데서 이미 스카우트를 받으신 건 아니죠?”

“각성자 관리청에서 찾아왔습니다.”

“Oh~ 관리청 그 빈약한 것들이요? 혹하지 마세요. 고마움을 모르는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힘든 길이에요.”

‘미국식 마인드. 미국인 인가?’


후룩. 로이는 목을 축인 뒤.


“저희는 단순하게 보수만으로 만족감을 드리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사회적인 명성은 저절로 수반되고요.”


최웅 더 해모수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에 산재한 길드 중 최고다.

길드에 소속된 헌터 중 부각을 나타내는 이들은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철저하게 기업가적인 정신으로 헌터일을 하기에 무수한 욕을 먹지만.


“그 외에 자녀 학비, 숙소, 워라벨 등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뚱하게 듣고 있는 가온을 바라보며 로이는 새로운 제안을 꺼낸다.


“혹시 새출발을 원하신다면 여자까지.”


로이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이 시대의 능력자들이 축첩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중국식 마인드군. 화교인가?’

- 옳다. 저놈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남자군.


견우는 좋다고 받아쳤다.


“아니요. 저는 제 가정을 위해 살아갑니다. 그런 제안은 도리어 기분 나쁘네요.”


타악! 머리를 치는 로이.


“Oh~ 한쿸 문화 잘 몰라서. 쏘리.”


아까까지만 해도 한국에 오래 살았다더니.

로이는 박쥐같이 태세 변환에 능란한 놈이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 저도 이제 일이 있어서. 이것은 가져가시죠.”


봉투와 함께 건네는 축객령.

찰나의 순간 아쉬움이 로이의 눈빛에 스쳤다.

봉투로 재방문하려던 속셈이었기 때문.

하지만 심중의 안타까움은 접어두고 신속하게 미소를 띠었다.


“유능한 사람은 바빠요. I Know. 그럼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려요.”


정수리가 보이게 허리를 숙이는 로이.

이런 면에서는 또 한국 문화를 잘 습득했다.


로이까지 가고 난 가온은 집 안 정리를 했다.

한바탕 소란스러운 아침을 맞으니 상쾌함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


가온이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을 시각.

지후는 로이가 다녀간 것을 알게 됐다.


“걔들이 벌써 왔다 갔어? 연봉은 얼마래?”

“그게··· 저희가 제시한 것보다 높습니다.”

“그러니까 얼마!?”

“15억이요.”


지후가 눈을 갸름하게 떴다.


“우리도 올려!”

“지금 관리청의 예산이 빠듯해서.”

“내 개인 사비로 충당할게! 연봉 높여!”

“그 중년 신사한테 송금하시려던 금액이요?”

“그것도 포함해서. 좀 망신스럽긴 해도 공개적으로 사죄글도 올리면 되지! 내 연봉도 깍아!”

“아니··· 그렇게까지.”


이 소식은 최웅 더 해모수에도 전달되었다.


“뭐!? 우리보다 높게 제시했다고? 나랏돈이 장난이야!?”


최웅의 구겨진 얼굴.


“우리도 올려!”

“알겠습니다.”


인재를 위한 그들의 치열한 경쟁.

가온은 그것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략적인 유추가 가능한 단서는 있었다.


부르르. 한 시간마다 울리는 스마트폰.


“예. 아··· 연봉이 올랐다고요? 30억이요!? 알겠습니다.

“조건 변경이요? 예. 연봉이··· 50억이요?”

“조건이 또 변경됐어요? 60억이요? 알겠습니다.”


이날 하루 가온은 정신이 없었다.

숨만 쉬어도 연봉이 올랐으니.

상승의 폭도 어마무시했다.

전화기가 한번 울릴 때마다 앞자리가 바뀌었다.

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은 너무나 우습게 보일 정도.


다음날.

스마트폰이 가온의 귀에 안착하고.

뚜르르. 신호음이 들린다.


“가온님! 연락해 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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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금각 (2) 24.12.02 46 2 11쪽
26 금각 (1) 24.12.01 63 1 10쪽
25 움막 (6) 24.11.30 65 2 12쪽
24 움막 (5) 24.11.28 76 1 13쪽
23 움막 (4) 24.11.27 71 2 12쪽
22 움막 (3) 24.11.26 86 3 11쪽
21 움막 (2) 24.11.25 100 3 11쪽
20 움막 (1) 24.11.24 111 2 11쪽
19 노총각의 순정 (2) 24.11.23 126 3 13쪽
18 노총각의 순정 (1) 24.11.22 14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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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오구용 (3) 24.11.20 153 6 12쪽
15 오구용 (2) 24.11.19 175 7 11쪽
14 오구용 (1) 24.11.18 182 7 11쪽
» 관리청 그리고 최웅 더 해모수 24.11.17 202 6 13쪽
12 시아 (4) 24.11.16 208 9 11쪽
11 시아 (3) 24.11.15 217 7 11쪽
10 시아 (2) 24.11.14 217 8 12쪽
9 시아 (1) 24.11.13 240 7 11쪽
8 로사 24.11.12 244 8 11쪽
7 지후 (3) 24.11.11 262 8 11쪽
6 지후 (2) 24.11.10 255 7 12쪽
5 지후 (1) 24.11.09 267 8 11쪽
4 남자의 자존심 24.11.08 28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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