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수아
*** *
캐리어에서 옷을 꺼낸다
네임텍이 옷 주머니에서 툭 떨어져 나온다
노량진 고시 학원 이차 준비반 “유 수아 “
네임텍을 가방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하나로 묶어 올리고는 공부를 시작한다.
끼니때마다 진수성찬이 배달됐다.
공부하다 머리 식히러 해변가를 혼자 거닐었다.
꿈만 같았다
***
한편 다른 호텔 스위트룸에서..
재성이가 애인 이 민정과 침대에 누워있다.
이 민정이 재성의 팔 베개를 하고 있다.
재성이가 유 수진을 생각한다.
‘ 어쩜 연기를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잘할 수 있는지.. ’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사진 보다 어려 보였다 그녀는..
재성 (사진이 바로 출산 직후에 찍은 거라 그런가?)···고개를 갸웃한다
이 민정: 오빠 신부 예뻐?
재성 생각하다 대답한다
재성: 응 이뻐
이 민정: 뭐야.. 나보다 이뻐?
재성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재성: 나가서 밥 먹자
레스토랑에서 이 민정과 밥을 먹으며 재성은 유 수진을 생각한다
'혼자 밥을 먹겠지?'
호텔에서 잘 때는..
'혼자 자겠지'
다닐 때는..
'혼자 뭐 할까'
재성 유 수진이 궁금해졌다
재성 그녀를 다시 제주 공항에서 만났다.
유수진 활기차 보이고 행복해 보였다.
그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비행기 안에서도 ···차 안에서도 .. 그녀는 이어폰으로 음악만 들었다.
유 수진은 음악을 좋아했다.
한남동서 할아버지 재성 그리고 수진은 화기애애하게 저녁을 먹는다.
수진은 재성과 둘만 있을 때는 주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지만 할아버지와는 말도 잘했다.
할아버지 유 수진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할아버지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 재성이 위층 침실로 간다.
수진이 없었다. 아기방으로 가본다.
수진 아기 용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내일이면 그녀의 아들 윤후가 온다
재성: 나 나갔다 올게..
수진: 네 다녀오세요 ···웃어준다.. (나가주면야 나야 고맙지..)
“ 쓰레기 같은 자식 ”
그녀가 상관할 바 아니다. 계약 기간 일 년 만 참으면 된다.
무사히 들키지만 않기를...
***
문제성과 유수진 결혼식 이틀 전..
유 수아가 과외 알바를 끝내고 노량진 고시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사법 고시에 일차 이 년 전에 합격했지만 이차를 한번 떨어졌다.
이번 봄에 이차 떨어지면 다시 일차부터 시험 또 봐야 한다.
마지막 기회였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번에 꼭 붙어야 한다
유 수아 23세.. 전 대법관 유 성진의 둘째 딸이다. 대한민국 최고 대학 한국 대학교 법학과 사학 년 재학 중.
수석으로 입학했고 한 번도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수재였다
작년에 엄마가 친구 꾀임에 빠져 주식투자를 하다가 전 재산을 날리고 지금은 암 투병 중이다.
아버지가 판사 퇴임 후 변호사를 하고 계시지만 벌이도 시원찮고 또 엄마 간병도 하고 있다.
설상가상 언니 윤 수진이 아기를 낳고 조카 윤후 와 함께 월세 투 룸 좁은 집에 와있다
언니는 미혼모가 됐다
모든 게 한꺼번에 일이 터졌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사법 고시 이차는 당연히 합격했을 것이다.
학교 친구들도 교수님들도 당연히 그녀가 합격한 리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고배를 마셨다.
누구도 그녀가 떨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빠의 전화다
수아는 아빠가 방금 한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언니가 조카 윤 후를 놓고 도망이라니.. 머리가 하얘졌다
서둘러 버스를 타고 신림동 투 룸으로 갔다. 아빠 품에서 윤후가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다.
언니 유수진 편지 한 장과 계약서 하나 남기고 윤 후 아빠 찾으러 캐나다로 날랐다.
물론 언니의 핸드폰 전원은 꺼져 있었다.
***
유 수아 아니 유 수진이 노량진 고시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문 재성에게 메시지를 전송한다
유수진 [ 그냥 집에 갈게요]
재성 [ 식당 예약했어 늦지 않게 와 ]
레스토랑 이름과 주소가 찍혀왔다
수아 짜증이 났다. 갑자기 웬 점심.. 강남 가서 점심 먹고 한남동 집에 가려면 세 시간 낭비다.
지금 일분일초가 아쉬운 판에..
수아가 택시 탄다.
택시 안에서도 열공 한다.
수아가 재성이가 문자로 일러준 레스토랑에 허겁지겁 들어선다
재성 일어나서 수아의 볼에 뽀뽀를 하고 의자를 밀어준다.
재성: 왔어?
수아: 네
재성: 주문하자
수아: 네
수아 재빠르게 주문한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수아: 뭐 할 말 있어요?
재성: 아니?
수아: 갑자기 점심은?
재성: 가끔 데이트해야 할아버지가 의심 안 하시지..
수아: 아..
수아가 알고 있는 재성은 철두철미한 사람이다
말없이 밥만 먹는다
재성: 어학원은 재미있었어?
수아: 네 .. 뭐..
재성: 근데 밥을 왜 이렇게 빨리 먹어? 체하면 어쩌려고..
수아 급했다. 빨리 먹고 공부하러 가야 했다
재성: 날씨 추워지기 전에 할아버지랑 윤후 데리고 강릉 별장에라도 갔다 오자
수아: 네..
영혼 없이 대답한다
또 침묵이 흐른다
재성: 아침에 뭐 타고 나왔어
수아: 지하철이요
재성: 왜 김 기사 차 타고 나오지
수아: 지하철이 편해요 차도 안 막히고..
수아 먹는데 만 집중한다.
재성: 차 한대 뽑아줄까?
수아: 아니요 필요하면 김 기사님 차 있잖아요 집에
사실 수아는 운전면허가 없었다 그동안 공부만 하느라. 언니 유 수진은 있다
재성: 처제는 유학 갔다가 언제 와?
수아: 아마 재성 씨는 못 볼 거예요. 일 년 후 에나 올 거라서
잠시 침묵이 흐른다.
수아 입술이 바짝바짝 탔다 거짓말이 탄로 날까 봐..
결혼 계약은 일 년이다.
재성: 그래?
수아: 네
재성: 다 먹었으면 가자.. 곧 회의 있어
수아: 네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재성: 내 차 타고 이 기사랑 가 .. 가는 길에 나 회사 앞에 내려 주고..
수아: 아녜요
재성: 그렇게 해.. 단호하다
수아: 네
수아 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이어폰으로 자신이 녹음한 강의를 듣고 있다.
재성이가 수아를 보고 있다
재성이가 차에서 내린다
수아가 고개를 까닥한다
재성 수아 볼에 입을 맞추고 속삭인다
재성: 이따 집에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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