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법사는 검술명가 막내아들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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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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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7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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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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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흑마법사는 검술명가 막내아들이 되어버렸습니다.

DUMMY

흑마법사는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건 유진 렉시노즈도 다르지 않았다.


최악의 흑마법사, 인류를 배신한 자들의 왕, 인간 리치.


인류가 한 인간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악의 칭호들은 전부 그의 것이었다.


제1군단장 크롬벨을 주축으로 한 마족 대군단이 인류를 침공한 제2차 천마대전.


전쟁 직전 불연듯이 등장한 유진 렉시노즈는 인류의 존망이 걸린 대전쟁에서 마족의 앞잡이가 되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많은 흑마법사가 마족의 하수인이 되어 무수히 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유진 렉시노즈의 행적은 다른 평범한 흑마법사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구력 1299년 3월 22일, 1차 천마대전의 전쟁 영웅이자 검술명가 바트로스 가 120명 살인.

구력 1300년 8월 5일, 2차 천마대전 발발.

구력 1301년 5월 30일, 수십 만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었던 도시 ‘하디움’ 파괴 및 시민 전부 학살.

구력 1301년 11월 17일, 연합국 하디즈 왕국의 왕과 왕비 암살

구력 1301년 12월 31일, 연합군 추격대 8,000여명 학살.

···


하나의 사건만으로도 역사서에 기록될 만한 대사건을 수도 없이 일으킨 자타가 공인하는 최악의 흑마법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단신으로 제국을 멸망시킨 크롬벨보다도 같은 인간인 그를 두려워했다. 같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행동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에 그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연합군은 유진 렉시노즈를 죽이기 위해 수차례 암살을 시도했지만 유진 렉시노즈는 그 모든 시도를 무력화하면서도 인류의 전력을 차츰차츰 갉아먹었다.


‘고작 흑마법사 하나한테 연합군 전체가 휘둘리다니.’

‘이런 연합군이 어떻게 저 많은 마족들을 무찌를 수 있다는 거야?’


고작 흑마법사 한 명을 인류 전체가 대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연합군의 사기를 땅바닥까지 떨어트렸다.


사기가 떨어진 연합군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저 왕국 놈들이 우리 말을 제대로 안 따르니 지고 있는 거잖아.’

‘저 제국 콧대만 높고 멍청한 것들이 우리들을 방패로 쓰고 있어. 이렇게 많은 병사를 잃으면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우리 왕국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해.’


시작 자체가 수많은 국가들의 연합이었던 만큼 연합군에게는 제대로 된 중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연합군의 분열은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이는 멸망의 시계를 더욱 앞당길 뿐이었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던 도중, 제2차 천마대전의 다섯 영웅이 인류 최강의 검사 헤이온 크라운가드를 주축으로 유진 렉시노즈를 죽였다는 소식이 세계에 퍼졌다. 그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에 사람들은 마치 전쟁이 끝난 것처럼 기뻐했다.


연합군에게 이는 전횡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고 그들은 최후의 수를 둔다.


최악의 흑마법사를 무찌른 공로를 세운 다섯 영웅들에게 연합군의 모든 지휘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유진 렉시노즈 없애고 영웅들을 중심으로 연합군이 중심을 구축한 이후부터 천마대전의 기세는 인류 쪽으로 순식간에 기울기 시작했다.


영웅들이 중심에 서 있자 연합군의 사기가 말도 안 되게 오른 것은 물론 그동안 당하기만 했던 마족 군단 상대로 영웅들은 매우 정교하고 창의적인 전술을 세우고 그들의 약점들을 공략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류는 영토를 되찾아 나갔고 이는 연합군의 사기를 더 끌어올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결국 연합군은 최후의 전투에서 마족 제1군단장 크롬벨을 토벌하는데 성공했고 제2차 천마대전은 인류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이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은 후손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유진 렉시노즈는 최악의 흑마법사로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한 악한이었으며 영웅들이 그 잔학한 흑마법사를 죽이면서 인류는 천마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라고.


하지만 진실은 조금, 아니, 조금 많이 달랐다.


***


구력 1309년 7월 2일.


[승리를 축하한다, 인간이여.]


마족 군단 제1군단장 크롬벨은 담담히 패배를 인정한 직후, 그의 목이 몸과 분리되며 쓰러졌다.


짙은 보랏빛 구름을 뚫고 한 줄기 빛이 마치 실처럼 하늘과 땅을 묶었다.


10년 만의 빛이었다.


끝이구나.


유진 렉시노즈는 되뇌었다.


나쁘지 않은 최후였다. 흑마법사는 어둠에서 태어나고 빛에서 죽는 법이니까.


천천히 눈을 감고 있을 때,


“유진!”


다섯 영웅 중 한 명이자 리더인 헤이온이 달려왔다.


“잠 좀 자자.”


나름 분위기를 바꿔보려 한 말이었는데 효과가 없었던 것일까. 헤이온은 슬픔과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유진을 내려봤다.


“대체 왜 그런 거냐!”


헤이온은 유진의 가슴에 난 커다란 구멍을 바라보았다.


“내가 맞을 수 있었다. 네가 대신 맞을 필요는 없었어!”

“그럴 수도 있었겠지.”


헤이온에게 크롬벨에게 마지막 검기를 날리는 순간, 최후를 직감한 크롬벨은 동귀어진의 각오로 헤이온에게 흑마법을 날렸다.


마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창이 헤이온에게 닿기 직전, 유진은 몸을 내던졌다.


“예상이 틀린 것뿐이다··· [블랙 실드]로 충분히 막을 수 있을 줄 알았어.”

“아닌 거 알아. 너 이미 마기를 거의 다 소모했었잖아. 그 상태로 네가 그 일격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네가 그 정도 계산을 못했다는 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알고 있었군. 유진 렉시노즈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맞았어도 크롬벨을 죽일 수 있었다. 회복도 못하는 흑마법사인 너보다 내가 맞는 게 훨씬 더 살 확률도 높았어!“

“아니, 그때 너는 분명 같이 죽을 각오로 달려들었다. 너라도 그 일격을 맞았으면 무사하지 못했을 거다.”


핵심을 꿰뚫린 듯 헤이온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반드시 사람들에게 알릴게. 너가 있어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걸.”


동료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다.


흑마법사인 유진 렉시노즈가 인류의 편에 서서 싸웠기에 승리할 수 있었던 전쟁이라는 것을.


그는 최강의 흑마법사로서 마족과 흑마법사의 약점을 알았으며 그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는 흑마법사였다. 승리한 전투의 뒤에는 항상 유진이 세워놓은 전술이 있었다.


흑마법사지만 사람을 아꼈고 동료에 대한 신의가 있었으며 인류의 미래를 그 누구보다 먼저 생각했다.


헤이온은 전쟁이 끝난 후라도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주기를 바랬다.


“멍청한 소리하지··· 마라, 헤이온. 전쟁이 끝났다고··· 끝이 아니야. 대중들에게 괜한 혼란을 주는 행동···이다.”


가빠오는 숨 사이로 유진 렉시노즈는 일갈했다.


이번 전쟁에서 흑마법사는 난적 중 하나였다. 많은 사람이 흑마법사 손에 죽었다.


흑마법사는 그저 유희를 위해, 마족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리고 강해지기 위해 인간을 장난감처럼 찢고 죽였으며 생체 실험을 자행했다.


여기서 유진 렉시노즈가 인류의 편에 선 흑마법사라는 사실은 알려져서 조금도 좋을 게 없다. 그는 살아있는 모두를 위해 악으로 남아야 한다.


유진은 흐릿해지는 의식을 부여잡았다. 이 멍청한 동료의 마음을 다잡게 해야 했다.


“헤이온··· 잔혹해져라. 나 같이 이미 죽어버린··· 흑마법사보다 너의 힘이 필요해.”


유진 렉시노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최악의 흑마법사이자 죽어버린 흑마법사.


“전쟁이 끝난 세계에··· 흑마법사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아.”

“네가 원하는 대로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잖아.”

“헤이온··· 이것이 내가 가장··· 원했던 거다.”


긴 시간 인류의 적인 흑마법사로 홀로 살아왔다. 그런 내게 다섯 영웅, 헤이온은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줬다. 그들을 위해 그들이 사랑하는 이 세계를 위해 이 삶을 끝낼 수 있다면 분명···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헤이온이 쥔 주먹이 살짝 떨렸다.


“···함께 한 동료를, 인류를 구한 영웅이 악인으로 기억되어야 하는 세계라면··· 그 세계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냐.”

“헤이온, 이 세계에··· 많은 것을 바라지 마라··· 그래야 세계를 구할 수 있다.”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고 이기적이어서 무언가를 바라면 어느 순간 반드시 그 기대를 배신한다.


“슬슬 가라···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설령 마족이 전부 사라져도 전쟁은 끝나지 않아.”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난관은 고작 마법 하나로 제국을 멸망시킨 크롬벨도 아니었고 검은 불길로 도시를 불태워버린 마룡도 아니었다.


같은 인간이었다. 수많은 제국, 왕국, 교회는 전쟁 중에도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다퉜고 이종족을 향한 무의미한 혐오를 반복했다.


다섯 영웅들이 등장한 이후, 그런 갈등은 줄어들었지만 전쟁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꺼져가는 의식 틈 사이로 유진 렉시노즈는 웃었다. 헤이온은 처음 보는 동료의 웃음이었다.


“힘내라, 내 동료여.”


그 웃음을 본 헤이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유진 렉시노즈.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 없을 내 최고의 전우여. 나의 검 아스트로에 대고 맹세하마. 죽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동료들에게도 고마웠고 ···에게 사랑했다고 전해다오.”

“힘든 일은 나한테 다 떠맡기고 가는군.”


헤이온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다···”


카린, 칼리파, 아일레, 아덴.


유진은 이 자리에 없는 네 명의 동료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 불러보았다.


‘미안하지만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마.’


소중한 동료들을 떠올리며 유진은 눈을 감았다. 미련이 남기에 의미 있는 죽음이었다.


***


신력 328년 12월 12일.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이 잠자는 남자의 눈을 간지럽혔다. 곧 깨어난 남자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끄윽.’


이제 열다섯을 갓 넘은 듯한 소년은 극심한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소년은 곧 지금 자신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소년은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뼈가 다 드러날 것 같은 앙상한 팔, 손목에 생긴 많은 칼자국과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들. 이대로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몸상태가 나빴다.


소년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부드러운 실크 침대, 양모로 된 카펫 벽에 걸린 태피스트리 모두 이곳이 꽤 부유한 귀족의 침실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다. 꿈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모든 것이 선명하며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다.


소년은 이불을 걷어내고 천천히 일어섰다. 다리는 소년의 몸에 붙어있음에도 주인의 뜻을 거부하는 듯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벽에 세워진 목발을 짚은 채 소년은 빛이 스며드는 창가로 걸어갔다. 창에 걸린 자물쇠를 풀고 창문을 열자 겨울바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휘몰아쳤다.


차가운 바람에 뼛속까지 시리는 듯했지만 소년은 창문을 닫을 생각 따위는 조금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그의 시선은 성 중앙에 걸린 깃발로 향했다. 방패와 그 방패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검. 소년이 알기로 이런 모양의 깃발을 사용하는 가문은 한 곳밖에 없었다.


‘헤이온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유진 렉시노즈는 자신이 헤이온 크라운가드의 후손의 몸에 빙의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가의말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선작, 추천, 댓글은 제가 글을 연재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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