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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박치기
작품등록일 :
2024.11.11 20:28
최근연재일 :
2024.11.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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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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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두 발로 선 마르엥겔

DUMMY

“이,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아펠리온 대공의 목소리에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어쩌면 당연했다.


비록 지팡이를 짚고있다고는 하나, 침상에만 누워있던 아들이 성 밖에 이렇게 서 있었으니까.


“아버지, 기억하십니까?”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제가 의족을 만들겠다 한 것을요.”


“······그랬지. 설마······?”


“맞습니다.”


그러자 아펠리온 대공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다리를 만든 것이냐······?”


“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요.”


그랬다. 내가 지금 만든 것은 임시로 만든 나무다리였으니까. 발도 없고 무릎도 없는 통나무를 의족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물론 이게 내 한계는 아니었다. 물리치료를 통해 의족을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몸을 만들고 나니, 아펠리온 대공의 귀환에 맞춰서 의족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을 뿐.


“그렇군······.”


아펠리온 공작은 꽤나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한동안 말없이 자신의 다리만 쳐다보고 있는 아펠리온 공작에게 나는 말했다.


“피곤하실텐데 이만 쉬십시오, 아버지.”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아펠레온 대공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지나쳐갔다.


그렇게 아펠리온 대공이 공작저로 돌아가자마자, 세드릭이 눈을 치켜떴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조용히 넘어간다 싶었다.


“꼴에 발악이라니.”


세드릭의 말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응, 자기 소개 잘 들었다.”


“뭐?!”


차마 보는 눈이 많아서인지, 내 멱살은 잡지 못한 세드릭은 웃는 얼굴로 가까이 다가와 읊조렸다.


“어디 한번 계속 나대봐. 제대로 밟아줄테니까.”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였는지, 세드릭이 제 어깨로 나를 툭 치고 지나쳤다.


전의 몸이었다면, 이까짓 기싸움 얼마든지 받아 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안그래도 지팡이로 겨우 서있는 수준이다. 누가 툭 건든다면 나는 바로 쓰러질 것이 뻔했다.


“제길.”


사용인들이 보는 앞에서 개쪽을 당해야한다는 게 분했던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순간, 내 몸 안에서 무언가가 나무다리와 지팡이로 흘러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턱.


내가······. 버텼다. 놈의 비아냥이 다분한 어깨빵을 버틴 것이었다.


‘방금 뭐였지?’


어리둥절한 내 옆으로 다니엘이 다가왔다. 다니엘의 명을 받았는지, 사용인들은 하나둘 제 업무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도련님?”


“······응.”


나는 다시 중심을 잡자, 다니엘이 나를 부축했다.


“사람을 모두 물렸습니다.”


“그래, 고마워.”


나는 노 집사의 팔을 잡고 절뚝 절뚝 걸었다. 역시나 불편하다.


무릎관절이 없는 짝대기다보니, 의족을 본 다리보다 짧게 만들어야했다. 그래야 스윙이 가능하니까.


다행히, 고관절을 접는 허벅지 힘이 중력을 이길 정도는 되어 이렇게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었다.


“흠······.”


하지만, 여전히 계단은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들을 물렸다. 명색이 공자인데, 이렇게 꼴 사납게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공자님, 제가······.”


“아니, 내가 하겠다.”


나는 노집사의 도움을 거절하며 계단 끝을 노려보았다. 저기까지만 올라가면 바로 내 방이다.


“후우······.”


나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소매로 훔친 후, 다시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내 침대까지 갔다. 그리고 털썩 주저앉자마자 쓰라린 통증이 오른쪽 허벅지를 타고 올라왔다.


‘······아무래도 물집이 잡힌 모양이군.’


나무 소켓(절지된 사지를 넣는 구멍)을 급하게 제조했으니, 내 다리에 딱 맞지 않았으리라. 그 상태로 걸었으니, 쓸림 현상이 많았겠지.


“공자님. 이 늙은이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다니엘의 회색 눈동자가 촉촉했다.


“······우는 건가?”


“아닙니다, 크흡.”


뒤를 돌아 눈물을 훔치는 집사를 나는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이만 가봐도 좋아.”


나는 화끈거리는 허벅지의 고통을 참으며 다니엘에게 말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집사가 떠나자마자, 의족을 벗었다.


“크흑.”


예상대로였다. 물집이 터져서 나온 체액과 피가 섞여 엉망인 다리를 보며 나는 헛웃었다.


‘역시나 이건 자주 못 쓰겠어.’


진짜 의족을 만들어야겠다.



***



“그러니까, 저희보고 뭘 해달라고 하신······?”


바르바디는 어이가 없었다. 공자가 드디어 미친 것이 틀림없었다. 처음엔 이상한 무게추를 침대에 달아달라고 하질 않나, 막대기 하나에 자기 몸을 넣어 다리로 만들질 않나.


“어, 내 다리를 정확하게 본 뜰 방법이 없나 해서.”


그러더니, 이젠 병신이 된 다리의 본을 뜨고 싶다고 한다. 그 쓸모 없는 걸 본떠서 뭘 한단 말인가.


“혹시 석고라고 있나?”


“예, 그렇긴 한데······.”


그러자 마르엥겔 공자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이곳에도 석고가 있다니 잘 됐군. 그걸 면포에 뿌려서 석고붕대를 만들어줬으면 싶은데.”


갈수록 가관. 붕대면 붕대지 석고를 왜 뿌리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들 수 있겠나?”


“······예.”


떨떠름하긴 하지만, 만드는 것은 가능했다. 이 바르바디 손에 불가능은 없었으니까.


“그래. 그럼 부탁해.”


“예······.”


바르바디는 그저 빨리 이 방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 그리고.”


그런데 공자가 또 부른다. 바르바디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며 뒤를 돌았다.


“그리고, 발을 만들었으면 하는데.”


“예?”


그러더니 공자는 양피지에 펜으로 슥슥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고무로 발모양을 만들어서, 발꿈치 쪽엔 부드러운 나무를 넣고, 발가락 부분엔 탄력좋은 나무판을 넣었으면 좋겠어.”


분명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데,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냥 하중을 잘 견딜 나무로 채워줘.”


“······예.”


“아 또, 무릎관절도 필요해.”


라고 말한 공자가 두번째 양피지에데가 일축 관절을 그려넣기 시작했다.


“이런 원리로 작동해. 만들 수 있겠지?”


“······예.”


그렇다고 공자 앞에서 ‘나는 못하오!’를 외칠 수 없었기에, 바르바디는 공손히 양피지를 들고 공자의 방을 나왔다.


“거, 이번엔 공자님이 또 뭘 만들어 달라십니까, 대장?”


그리고 작업실에 들어서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거······. 사람 발 같은데?”


그림을 빼앗아 본 조셉이 말했다.


“정말 미친게로군.”


회의적인 스티븐의 말에, 마이크가 넌지시 물었다.


“바르바디, 이 것은 뭔가?”


“······무릎관절이라던데.”


“미쳤군!”


스티븐이 소리쳤다.


“······진짜로 다리를 만들 생각이신가봐요.”


막내 알렉스의 답을 끝으로, 다들 말을 얹기 시작했다.


드디어 공자가 미쳤다며 바르바디와 같은 말을 하는 이도 있었고, 그래도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니 재밌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자자, 다들 조용히하고!”


그리고 바르바디는 그런 일동의 잡담을 일축시키며 말했다.


“우리는 아펠리온가의 손이다. 가문에서 요청이 들어온 것은 반드시 만들어내고 만다. 알겠나?”


“예!”


큰 외침과 함께, 바르바디는 작업을 알리는 휘파람을 불었다.



***



그 후, 바르바디의 삶은 다채롭게 지나갔다. 석고 붕대를 만들어서 가져갔더니, 공자는 그걸 물동이에 담궈 다 망쳐놓았다.


놀란 바르바디는 공자가 그 질척이는 석고 붕대를 가지고 자신의 병신 다리에 붙이는 것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낑낑대며 절단된 허벅다리를 감더니, 이내 쑥 빼냈다.


“다 됐다.”


그제야 바르바디는 공자가 뭘 했던 것인지 이해가 갔다.


‘정말로······. 자신의 다리를 본떴군.’


굳은 석고 붕대의 안쪽을 꼼꼼히 확인하던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혹시 작업실 좀 빌릴 수 있나?”


“아, 예······.”


이번에도 바르바디는 안된다고 말하지 못했고, 그 결과 자신의 작업실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공자를 못마땅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공자를 여기로 데려왔어요?”


스티븐의 투덜거림에 바르바디는 조용히 하라며 눈을 부라렸다.


“이제 굳은 것 같군.”


절뚝 절뚝.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움직이는 공자는 이미 기묘한 행동을 한 번 한 뒤였다. 뭔 짓을 했냐고? 바로 석고로 다리를 만든 것이었다.


“아니, 제대로 된 다리도 아니고 잘린 다리를 복제해서 뭐 어디다 쓰겠다는 거냑─.”


바르바디는 스티븐의 옆구리를 쳤다.


“하, 거 형님 참······.”


그러자 괜히 바르바디를 흘겨보며 제 옆구리를 쓰다듬는 스티븐이었다.


“도와드릴까요?”


석고를 굳히기 전에 쇠파이프를 꽃아 넣는 바람에, 공자의 가짜 병신다리는 꼬챙이에 꽃힌 닭같은 신세가 되어버렸다.


“아, 고마워.”


그리고 그걸 어찌 들어올려야할지 고민하던 공자를 돕겠다며 알렉스가 나서자, 공자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기에 꽂아주면 돼.”


공자가 책상위에 지지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보통 유리를 만들 때 쓰는 지지대였다.


“이, 이렇게요?”


“응.”


알렉스가 병신다리꼬챙이를 꽂아넣자, 공자는 무언가를 찾듯 두리면 거렸다.


“아, 여깄······군!”


그가 집은 물건은 라운드 석고 대패였다. 그 모습을 본 작업실 동료들이 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공자가 석고 대패를 안다고?”


“저리 능숙하게 석고 조각을 다루다니.”


귀족이라면 이런 작업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을 터. 그런데 공자는 본디 제 자리였다는 듯 능숙하게 석고 덩어리를 조각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팔로.



***



그렇게 공자가 매일 아침 일찍 작업실로 출근 도장을 찍고 제일 늦게 작업실을 나섰다. 덕분에 바르바디 또한 팔자에도 없는 야근을 하고 있었다.


‘오늘로 일주일째던가?’


오늘은 기필고 저녁에 작업실 문을 닫겠다고 결심한 바르바디는 조심스레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님, 몸 상하십니다. 이만 들어가심이······?”


그러자 공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겨우 이정도 가지고, 뭘. 주60시간으로 일하던 게 난데.”


“예?”


알수 없는 소리에 바르바디가 되묻자, 공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다시 가짜 다리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피곤하면 먼저 가.”


“공자님을 놔두고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바르바디가 입에 바른 말을 하자, 공자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꺼냈다.


“오늘은 작업실에서 밤을 샐 생각이야.”


그 말에 바르바디는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공자님. 내일 뵙겠습니다.”


그리고 바르바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작업실을 나섰다.



다음날 아침.


개운한 마음으로 정시에 출근을 한 바르바디의 눈 앞에 웅성이는 기술자들이 보였다.


“와······. 완성품은 이런 모습이군요.”


가장먼저 공자와 친해진 알렉스가 공자의 완성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게 다리라니······. 믿겨지지 않아요.”


“그러게 말이다.”


스티븐까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무언가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들 그러는가?”


바르바디는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러자 그 앞에는 이상한 물건과 함께 공자가 서 있었다.


“다리 맞아. 이정도면 선방한 거라고.”


만족한 듯 씨익 웃는 공자와는 달리, 바르바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봐도 사람다리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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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KAFO, 마지막 장비 24.11.17 20 0 12쪽
5 반신불구 자식 vs 주워온 자식 24.11.16 20 0 11쪽
4 결투신청 24.11.15 23 0 12쪽
» 두 발로 선 마르엥겔 24.11.14 29 0 12쪽
2 트레이닝 24.11.13 30 0 12쪽
1 아무래도 빙의 당한 것 같다 24.11.12 4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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