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터마이징으로 소드 마스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금박치기
작품등록일 :
2024.11.11 20:28
최근연재일 :
2024.11.26 0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61
추천수 :
1
글자수 :
77,909

작성
24.11.15 08:00
조회
23
추천
0
글자
12쪽

결투신청

DUMMY

이게 어떻게 다리냐고 무언의 질문을 하는 기술자들을 뒤로하고 나는 알렉스에게 명했다.


“이 의족을 아무도 보지 못하게 감싸서 내 방으로 따라와.”


그러자 막내 알렉스가 천을 들어 의족을 감싼 뒤 나를 따랐다.


“수고했어. 이만 가봐.”


“넵!”


알렉스가 돌아가고, 나는 서둘러 침대에 앉아 나무다리를 빼냈다.


“쓰읍······.”


갈수록 상처가 늘어 울퉁불퉁 해진 다리를 보며 나는 조소했다.


“이런 의족을 서비스 했다간 분명 고소장이 날아왔을거야.”


그정도로 정말 형편없는 나무다리를 내팽겨치고 나는 새로운 다리를 들어올렸다.


쿼드 소켓에 일축 무릎관절, 그리고 SACH발을 장착한 의족.


뼈대가 다 드러나는 기본 중의 기본인 의족이었다.


나는 고름과 피를 닦아내고는 새로운 소켓에 다리를 집어 넣었다. 이 상처로 걷는것은 무리지만, 그래도 피팅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다.


다리를 고대로 본떠서 만든 것이라 그런지, 껄끄러운 감촉이 확실히 덜했다.


하지만, 빈틈이 너무 많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대로라면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의족이 다리에서 빠져버릴 것이다.


‘이럴 줄알고 미리 만들어두길 잘했지.’


나는 서랍에서 미리 만들어둔 가죽벨트와 망치, 그리고 대갈못을 꺼냈다.


“사실 탄력벨트가 있으면 더 쉬웠겠지만······. 이 곳엔 그런게 없는 것 같으니.”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지금 하려는 것은 실레시안 벨트를 소켓에 대갈못으로 고정시키는 일이었다.


‘그래도 의족이 빠지지 않게 고정하려면 어쩔 수 없다.’


그랬다. 이 벨트를 소켓에 달면 벨트를 허리에 고정해서 의족이 빠지는 것을 어느정도 예방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한다는 거지.’


대갈못의 위치를 한번에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즉, 여러번 위치를 바꿔가며 정확한 자리를 찾아야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대충 달면 소켓이 돌아가버리니까.’


그러면 걸음걸이에 이상이 생긴다. 그 뿐인가? 다시 물집이 잡힐 수도 있었다.


“제발 10번 안에 끝내자!”


나는 소원같은 다짐을 하며 망치를 들었다.



***



“그래. 수고했습니다, 아펠리온 공자.”


“아닙니다, 전하!”


세드릭은 재빠르게 허리를 숙여 고개를 조아리자, 황태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는 볼때마다 느끼지만, 예의가 바르군요. 공자의 양아버지와는 다르게.”


“송구합니다, 전하!”


황태자가 아펠리온 대공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아펠리온 대공이 공을 세웠더군요.”


“······송구합니다.”


세드릭은 황태자의 꿍꿍이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펠리온 대공이 토벌을 성공하지 못 했더라면 분명 황태자의 노여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공을 세워와도 마음에 들어하질 않는 저 얼굴을 보라.


“나는 말입니다.”


“예, 전하.”


“세드릭 그대가 공을 세우길 바랐습니다.”


“······예?”


“아펠리온 대공 대신에 그대가 공을 세웠으면, 그대의 입지가 더 공고해지지 않았겠습니까?”


“아······. 제가 전하의 큰 뜻을 몰라뵀습니다.”


주늑 든 세드릭을 보던 황태자가 낮게 웃었다.


“그래도 제 분수도 잘 알고 있는 공자를 나는 매우 신용합니다.”


“영광입니다, 전하.”


“그나저나, 아펠리온 공작의 동태는 어떻던가요?”


“휴식을 끝낸 공작은 집무실에서 밀린 영지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그것 말고 다른 것은 없습니까?”


그 말에 세드릭은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것.


당연히 있다.


마르엥겔 아펠리온, 그 병신자식이 스스로 설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의족이라는 말도 안되는 걸 만들 것이라 호언장담하더니, 진짜로 곧 있으면 걸어다닐 기세였다.


“······없습니다.”


하지만, 세드릭은 이 사실을 숨겼다. 아직까진 제가 마르엥겔을 처리할 수있다고 믿은 자만심과 황태자의 미움을 받아선 안된다는 두려움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황태자는 세드릭의 보고를 받고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요. 절 실망시키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그럼 가보도록 하세요.”


황태자의 축갱령에 세드릭은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리고는 황태자실을 나왔다.


“후우······.”


세드릭은 한숨을 내쉬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조금있으면 대공가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


고지가 눈 앞이었다.


그런데 자칫하다간 마르엥겔 그 놈이 채가게 생겼다. 대공의 핏줄이라는 것 빼면 아무것도 없는 쓰레기 주제에. 약육강식인 세드릭의 세계에서 마르엥겔 아펠리온은 벌써 죽었어야 했다.


‘어떻게 올라온 자리인데······!’


이대로 다 된 밥을 병신에게 떠먹여 줄 수는 없었다. 제 입지가 더 좁아지기 전에, 병신새끼를 밟아 놓을 필요가 있겠다 생각하는 세드릭이었다.



***



“정말 사실이었군.”


연무장에서 개인 연습을 하던 아펠리온 가의 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공자께서 걸으시다니······.”


비록 지팡이를 집고 절뚝거리는 걸음을 하고 있지만, 아펠리온 공자는 걷고 있었다. 부지런히 땀을 닦으며 연무장을 걷는 공자는 벌써 5바퀴를 돌고 있었다.


10일째 똑같은 시간에 걷는 운동을 하는 공자를 보며 기사단의 막내, 바르사는 혀를 내둘렀다.


처음엔 하루만에 그만 둘 줄알았다. 그런데, 그는 끊임없이 연무장을 방문했고, 횟수가 지날 수록 연무장을 도는 바퀴수도 늘었다. 그런데 이이상 무리하면 안될 것 같아보였다.


“공자님.”


“어이, 바르사.”


선배들이 말렸지만, 바르사는 아펠리온 공자에게 달려갔다.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습니다.”


공자의 붉은 눈동자가 바르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 제가 주제 넘었다면—.”


“아니, 주제 넘지 않았다. 나도 마침 쉬려고 했거든.”


절뚝이며 아펠리온 공자가 연무장 한 켠의 의자에 앉았다.


“후우······.”


구슬땀을 흘리며 숨을 고르는 아펠리온 공자를 바라보던 바르사가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겁니까?”


그러자 붉은 눈동자가 다시 한번 그를 직시했다.


“나도 세상을 보고 싶으니까.”


공자의 뜬구름잡는 대답에 바르사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바르사가 이해 못하리라는 것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는지 아펠리온 공자가 피식 웃었다.


“그런게 있어.”


그렇게 말한 아펠리온 공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틀거리기에 바르사는 저도 모르게 팔을 뻗었다. 하지만.


탁!


바르사의 손을 쳐낸 아펠리온 공자가 낮게 으르렁 거렸다.


“나 스스로 할 수 있다.”


“······죄송합니다.”


간과했다. 아무리 사지가 불편한 약자라 하더라고 모시는 가문의 사람이었는데. 바르사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는 한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마음만은 고맙게 받도록 하지.”


아펠리온 공자가 바르사를 지나치며 말했다. 그런데, 그때.


“어이, 병신!”


신경을 긁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챈 바르사는 얼굴을 구겼다.


세드릭 아펠리온은 무를 중시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연무장에 와서 훈련을 받을 때도 어찌나 뺀질거리던지, 보고 있던 바르사가 다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렇다보니, 수업이 있는 날이 아니면 연무장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세드릭 아펠리온이었다. 그런 자가 일부러 여까지 발걸음을 한데는 꿍꿍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연무장을 걸어다닌다고, 없던 다리가 자라는 것도 아니잖아? 똑같은 병신 주제에······.”


언덕 위에서 세드릭은 아펠리온 공자쪽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그걸 보고 바르사는 직감했다.


‘아, 저 자가 공자에게 시비를 걸려고 일부러 연무장으로 내려온 것이구나.’


신성한 연무장에서 유치한 짓거리라니. 바르사는 눈쌀을 찌푸리며 세드릭 아펠리온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옆에서 아주 호쾌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그 병신 하나 못 이겨먹는 사지 멀쩡한 동생놈아. 잘 지냈냐?”


그 말을 들은 바르사는 놀라 고개를 돌렸다. 성 안 사용인들의 묘사를 들어보면 아펠리온 공자는 항상 주눅들어 있고, 의기소침한 사람이라고 했다. 자기주장 하나 못하고 바보처럼 당하고만 사는 그런 공자라고 했는데, 그런 자가 세드릭 아펠리온을 상대로 이렇게 말할리 없다.


하지만, 아펠리온 공자는 당당해 보였다. 적어도 바르사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입가에 퍼진 여유로운 미소도 한 몫한 거같다.


그에 반해, 세드릭 아펠리온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댔다. 멀리서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게 확연히 보일 정도였다.


“뭐 이자식아?”


공자를 도발하려던 세드릭 아펠리온이 역으로 도발에 걸려들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성큼성큼 연무장으로 내려와, 단박에 공자의 멱살을 잡았다.


“같잖게 걸어다닐 수 있다고 사람구실이라도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어느새 눈 앞에서 싸우고 있는 두 형제를 보며 바르사는 말려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렇다고 함부로 나서면 아까처럼 무례를 저지르는 일이 된다.’


어찌해야하나 망설이는 찰나, 세드릭 아펠리온이 선방을 날려버렸다.


퍽—.



‘아, 시발. 이건 백퍼 넘어진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치사하게 선방을 날린 동생놈 때문에 꼴사납게 넘어지면 안된다는 일념을 가지고 몸에 힘을 주자, 예전처럼 몸안의 무언가가 쑤욱 빠져나가 내 다리를 단단히 고정시켜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는 턱하고 한발을 뒤로 물리자, 안정감있게 설 수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의아했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세드릭 놈을 노려보며 낮게 외쳤다.


“이게 감히 형을 쳐?”


내가 뜻대로 넘어지지 않아서 당황했는지 세드릭이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내게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니가 먼저 주제를 모르고 설쳤잖아!”


“내 주제가 뭔데? 오히려 주제를 모르는 건 너잖아.”


사실이지 않는가. 나는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공자였지만, 저 놈은 양자였으니까. 물론 입양아라고 무조건 짜져 살아야한다는 편헙한 사고관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선은 넘으면 안 되지.


“하? 웃기는 소리. 네 놈이 핏줄하나 믿고 이렇게 기세등등한가본데, 오산이야.”


그때 세드릭이 내 이마를 검지로 누르며 말을 이었다.


“네 까짓거 한 손으로 짓밟을 수 있단 거 잊지 말라고.”


저 말에 짜증이 울컥 솟아올랐다. 나는 놈의 손을 쳐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저 녀석에게 내가 더 이상 만만한 형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겠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저 놈은 매번 사사건건 나를 괴롭히려 들 것이 뻔했다.


‘성격 하고는······.’


아펠리온 대공은 어쩌자고 저런 인성 쥐어터진 새끼를 양자로 들인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옆에 있던 붉은 머리 기사에게 물었다.


“혹시 장갑있나?”


“······예?”


그건 왜 찾냐는 듯한 물음에 나는 짜증을 삼키고는 다시 요구했다.


“장갑이 있으면 좀 빌려줘.”


그 뜻을 알고 있는 기사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설마······?”


“에이, 이제 막 걷기 시작했고 한 쪽 팔도 없는데 가능하기나 하겠어?”


“그래도 모르는 거지않나.”


“그래. 예전에 사고 전까지만 해도, 공자님은 아펠리온 가가 기대하는 유망주였잖아.”


자기들끼리 예측을 하기 시작한 기사들의 소음을 뒤로 하고, 나는 붉은 머리 기사를 바라보았다. 서둘러 장갑을 내 놓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그에게 가하자, 그는 마지못해 장갑을 빌려주었다.


“여깄습니다.”


“고마워.”


나는 그 장갑을 받자마자, 세드릭 놈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결투다,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커스터마이징으로 소드 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눈보라의 빅풋 24.11.26 4 0 11쪽
14 모험의 시작 24.11.25 7 0 12쪽
13 궁극의 치료제를 찾으러 24.11.24 8 0 11쪽
12 쓰러진 아버지와 가주대리인 24.11.23 9 0 12쪽
11 제자같은 거 안 키운다 24.11.22 11 0 12쪽
10 메로우 투우사와 제자 24.11.21 12 0 11쪽
9 의외의 복병 24.11.20 12 0 11쪽
8 새 의지와 유배 24.11.19 12 0 12쪽
7 트리타니움을 찾아서 24.11.18 17 0 11쪽
6 KAFO, 마지막 장비 24.11.17 20 0 12쪽
5 반신불구 자식 vs 주워온 자식 24.11.16 20 0 11쪽
» 결투신청 24.11.15 24 0 12쪽
3 두 발로 선 마르엥겔 24.11.14 29 0 12쪽
2 트레이닝 24.11.13 30 0 12쪽
1 아무래도 빙의 당한 것 같다 24.11.12 4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