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터마이징으로 소드 마스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금박치기
작품등록일 :
2024.11.11 20:28
최근연재일 :
2024.11.26 0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56
추천수 :
1
글자수 :
77,909

작성
24.11.17 11:00
조회
19
추천
0
글자
12쪽

KAFO, 마지막 장비

DUMMY

“이런, 미친!”


내가 의수로 세드릭 놈의 검을 잡자,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하지만, 너무 놀라니까 어이가 없었다.


“그럼, 내가 이 집게는 폼으로 달고 왔겠냐?”


이게 무슨 키링도 아니고 안 쓸 거면 왜 무겁게 몸에 매달고 왔겠냔 말이다.


‘생각보다 훨씬 잘 먹히는군.’


사실 나도 의수를 이렇게 멋지게 활용할 수 있을준 몰랐다. 아무래도 나의 절지상태때문에 불가능할거라 생각했으니까.


나는 왼어깨관절절지 환자였다. 그 말은 즉, 나에겐 왼팔의 모든 관절이 없다는 뜻이었다.


손이야, 뭐 케이블을 연결해서 집게를 열고 닫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팔꿈치와 어깨 관절은 달랐다. 그건 로봇을 몸에 달지 않는 한, 무리인 기술이었다.


‘하지만 오러를 다룰 수 있다면 말이 달라지지.’


그랬다.


기사단장의 조언으로 밤새 방에 틀어박혀 그때의 기분을 되새김질한 나는 의족에 오러를 불어넣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리고나서 바로 착수한 작업이 의수제작이었다.


아펠리온가의 기술자들을 닥달하고 여러차레 밤을 샌 결과, 나름 만족스럽게 생긴 나무 의수를 만들 수 있었다.


나무 의수는 관절인형의 팔처럼 디자인 했다. 단지 다른 점은 나무 손 대신, 쇠로 된 집게를 달았다는 것뿐이다. 이제 여기에 오러를 불어 넣어 관절을 움직이면, 가동범위가 꽤 좋은 의수가 탄생된다.


“너······! 너!”


세드릭 놈이 고성을 질렀다.


“이건 반칙이지!”


“야, 결투 방식은 내 맘대로라며. 나는 검만 가지고 싸우자는 말은 안 했다?”


내가 검을 잡고 힘으로 누르자, 세드릭이 이를 꽉 깨물고 버티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러를 상대로 맨 몸으로 버티기엔 무리가 있을 터. 세드릭의 손이 파들 파들 떨려왔다.


“그런게 어딨······!”


나는 계속해서 세드릭의 검을 눌렀고, 검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세드릭의 팔이 자연스럽게 비틀렸다. 그렇게 되면, 놈의 옆구리는 가드가 없어진다.


“어디 형한테 한번 혼 좀 나봐라!”


나는 훤히 드러난 세드릭의 옆구리를 검손잡이 끝으로 내리 찍었다.


“컥!”


방심하고 있던 복부에 충격이 가해지자, 세드릭 놈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감히 형보고 뭐? 병신?!”


나는 그런 놈이 정신차리고 일어서기 전에 의족을 들어 놈을 밟았다.


퍽.


“오냐. 네 말대로 이 결투 끝나고도 함부로 주둥이를 놀릴 수 있는지 보자.”


퍽!


역시나 오러가 담긴 의족으로 놈을 밟으니, 그 힘은 더욱 셌으리라. 아마 쇠파이프로 맞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어딜 도망가려고!”


나는 슬쩍 몸을 둥그렇게 말고 기어가려는 세드릭의 옆구리를 한번 더 가격했다. 물론, 같은 쪽 옆구리였다.


“커헉!”


“역시 동생과 기계는 패야 제 맛이지!”


내 발길질에 나자빠진 놈을 비오는 날 개 패듯 패고 있는데, 갑자기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하거라!”


위엄있는 목소리는 아펠리온 대공의 것이었다. 아펠리온 대공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둘 다 내 방으로 따라오도록!”



***



“다 큰 놈이! 주먹질이 뭐냐, 주먹질이!”


아펠리온 대공의 집무실에 나란히 선 세드릭 놈과 나는 죄짓고 교장 선생님 앞의 학생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결투라길래, 내 이야기를 들었어도 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주먹다짐으로 바뀌었으니 말렸다는 소리였다.


“어떻게 무가에서 기사도를 잊을 수가 있느냐!”


아펠리온 대공의 꾸지람에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기사도가 밥 먹여준답니까?’


물론 속마음일 뿐이었다. 그걸 입밖으로 냈다간 더 크게 혼날 것이 분명했기에.


“죄송합니다, 아버지.”


대신 나는 입바른 사과를 내뱉었다. 그러자, 아펠리온 대공의 노기가 한풀 꺾였다.


“뭘 잘못했는지는 알고?”


그의 질문에 나는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형이나 되어서, 동생이 병신이라 놀리는 걸 참지 못한 것이 제 잘못입니다.”


그러자, 세드릭이 나를 노려보았다.


‘흥, 그렇게 줘터진 얼굴로 노려보면 어쩔건데?’


내가 속으로 코웃음을 치는데, 아펠리온 대공이 물었다.


“그게 사실이더냐?”


나는 다시 담담하게 시선을 내리 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펠리온 대공의 시선이 세드릭에게로 향했다.


“아, 아버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형님에게 그런 모욕적인 발언을 할 수 있겠습니까!”


기가 찼다.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거짓말을 하던지. 이번엔 내가 놈을 노려봤지만, 놈은 싹 무시하며 자신의 결백을 어필했다.


“전 정말 억울합니다!”


그 말에 짜증이 난 나는 오러를 사용해 의수를 세드릭 쪽으로 들어 올렸다.


퍽—!


세드릭 머리 위로 떨어진 의수덕에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났다.


“아이고, 미안.”


나는 눈썹을 내리 깔며 세드릭 놈에게 말했다.


“내가 오러 조종이 서툴러서. 네가 이해해라.”


그러자, 세드릭이 분했는지 조용히 입술을 움직였다.


“이 병신 새끼가······!”


“세드릭.”


그 때, 아펠리온 대공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놈의 입모양을 읽은 아펠리온 대공의 눈빛은 매서웠다.


‘오······. 화났군.’


저렇게 화났을 때 침착한 사람이 제일 무서운 사람이랬는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다시 숙연하게 물었다.


“저······. 이만 나가봐도 될까요?”


그러자, 아펠리온 대공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도 받았겠다 나는 방을 나서면서 슬쩍 세드릭을 바라봤다. 시퍼렇게 질린 얼굴이 꽤 볼만했다.


“도련님.”


여지껏 복도에서 기다리던 다니엘이 내 뒤를 따랐다.


“괜찮으십니까?”


근심많은 노인에게 나는 손사래를 쳤다.


“당연히 괜찮지. 다니엘도 봤잖아. 내가 저 놈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준 걸.”


“······세드릭 공자는 순순히 물러날 사람이 아닙니다.”


다니엘은 여전히 걱정이 가시지 않는 모양이었다.


“걱정 마. 나도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니니까.”


나는 다니엘의 어깨를 툭툭 다독여준 뒤, 내 방으로 돌아갔다.


그 날 저녁 세드릭의 방에서 물건 부서지는 소리와 고함소리가 끊이질 않았다는 이야기는 다음날 아펠리온 가를 파다하게 물들였다.



***



“흠······.”


이번엔 왜 또 여기서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바르바디는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긴 마르엥겔 공자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자님이 여긴 또 어쩐일이래요, 형님?”


스티브의 질문에 바르바디는 어깨를 으쓱였다.


“난들 알겠나.”


그때, 공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저벅저벅 제 쪽으로 걸어왔다.


“있잖아,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예, 예!”


바짝 긴장한 탓에 말을 더듬어버렸다. 그게 은근히 바르바디의 자존심을 긁었다.


“혹시 제일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금속이 뭔지 아는가?”


공자의 질문에 바르바디는 눈을 깜빡거렸다. 설마 여태껏 그것때문에 저리 고민했단 말인가?


“가벼우면서 강도가 센 금속이라면, 트리타리움이잖아요.”


공자의 질문을 듣고 있었는지, 일을 하던 알렉스가 답했다.


“트리타리움?”


그런데 공자는 마치 그 금속을 모른다는 듯 굴었다.


“그건 어디서 구할 수 있지?”


진짜 이상했다. 트리타리움을 어디서 구할 수 있냐니······. 그리고 그 이상함을 감지한 사람은 비단 바르바디뿐만이 아니었다.


“어······. 모르세요? 그거 아펠리온 대공가의 광산에 있는데······?”


알렉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하자, 공자가 순간 멈칫하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하하. 그렇지, 참! 내가 깜빡하고 있었네. 우리 광산에 있구나, 아하하하.”


수상하다, 수상해. 바르바디가 가늘게 눈을 뜨고 공자를 바라보았다.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데, 공자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 내가 깜빡한 게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어.”


그러더니 공자는 부리나케 기술장을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바르바디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공자가 칠칠치 못하게 정신머리를 놓고다니기는······.’


바르바디는 경을 칠 생각을 꾸욱 누른 채, 공자때문에 미뤄뒀던 본업에 착수했다.



***



“들어오거라.”


두근대는 마음으로 집무실 문을 연 나는 다짜고짜 아펠리온 대공에게 말했다.


“아버지, 트리타리움이 필요합니다.”


그러자 휙휙 선을 긋던 펜이 멈췄다. 서류에 시선을 두고 있던 대공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갑자기 트리타니움은 왜 찾는 것이냐?”


“제 다리에 필요합니다.”


그러자 내 얼굴에 향해있던 아펠리온 대공의 시선이 슬쩍 밑으로 내려왔다.


“다리는······. 이미 생긴 것이 아니더냐?”


“아뇨. 반대쪽 다리에 필요합니다.”


내 왼다리는 소아마비를 겪은 후로 많이 약해져 있었다. 지금 지팡이 없이 다닐 수 있는 이유는 왼다리에만 부츠를 만들어 그 안에 오러를 넣어서 그렇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 나에겐 KAFO가 필요했다.


Knee Ankle Foot Orthosis의 약자인 KAFO는 보철기구다. 나처럼 허벅지까지 힘이 없는 다리를 지탱해주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오러를 불어넣는다? 그렇다면 KAFO는 더욱 완벽하게 내 다리를 서포트해줄 것이다.


“······트리타니움은 현재 저택에 없다.”


“알고있습니다.”


알고 있기는 개뿔. 하지만 아까처럼 실수는 할 수 없었기에, 나는 아는척을 했다.


“광산으로 가서 직접 채광할 생각입니다.”


그러자 아펠리온 대공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몸으론 무리다.”


그 말에 이번엔 내 인상이 찌푸려졌다. 대공이 허락해주지 않는 이유가 내 몸상태때문이라니······.


‘이젠 걸을 수도 있건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설득해야하나 고심하는데, 아펠리온 대공이 입을 열었다.


“그 광산엔 마수들이 득실거린다. 기사를 데리고 가거라.”


무심히 다시 서류로 눈길을 돌린 아펠리온 대공은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뒤늦게 그가 허락해줬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리고는 광산으로 짧은 모험을 떠날 크루를 모으기로 결심했다.


‘일단 트리타니움을 캘 광부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펠리온 대공 말대로 기사 한명을 동원해야하고, 또 그곳까지 안내해줄 도우미도 필요하다.


“좋았어.”


네 명이면 충분하겠다. 나는 기대를 품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들에게 광부 한명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뒤, 이어서 바로 연무장으로 갔다. 쇳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늘 안으로 기사까지 구해놓을 생각이었다.


“공자님, 오셨습니까!”


세드릭과의 결투를 통해 내가 오러 유저라는 사실을 확인한 기사들은 이후 불량한 태도를 싹 바꿨다.


“오늘은 어쩐일로 오셨습니까!”


깍듯하게 날 모시는 기사들을 향해 나는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트리타리움을 캐기위해 광산으로 떠날 예정이다! 나와 함께할 기사 한 명이 필요하다!”


그렇게 얘기하면 한 명정도는 자원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도 손을 드는 이가 없었다.


“아······. 거긴 스톤 골렘들만 드글드글해서 별로인데.”


“괜히 힘만 들고······.”


그제야 나는 이 광산이 기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모험지역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하는 수 없이 보수를 걸어야겠군.’


내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려던 찰나, 주변 기사들 너머로 손 하나가 불쑥 올라왔다.


“제가 공자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커스터마이징으로 소드 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눈보라의 빅풋 24.11.26 3 0 11쪽
14 모험의 시작 24.11.25 6 0 12쪽
13 궁극의 치료제를 찾으러 24.11.24 8 0 11쪽
12 쓰러진 아버지와 가주대리인 24.11.23 9 0 12쪽
11 제자같은 거 안 키운다 24.11.22 11 0 12쪽
10 메로우 투우사와 제자 24.11.21 12 0 11쪽
9 의외의 복병 24.11.20 12 0 11쪽
8 새 의지와 유배 24.11.19 12 0 12쪽
7 트리타니움을 찾아서 24.11.18 16 0 11쪽
» KAFO, 마지막 장비 24.11.17 20 0 12쪽
5 반신불구 자식 vs 주워온 자식 24.11.16 20 0 11쪽
4 결투신청 24.11.15 23 0 12쪽
3 두 발로 선 마르엥겔 24.11.14 28 0 12쪽
2 트레이닝 24.11.13 30 0 12쪽
1 아무래도 빙의 당한 것 같다 24.11.12 4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