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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박치기
작품등록일 :
2024.11.11 20:28
최근연재일 :
2024.11.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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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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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우 투우사와 제자

DUMMY

아까 도망가던 두 놈과 따로 마주한 메로우들을 사냥한 결과, 꽤 많은 핵을 모을 수 있었다.


“후······. 이것으로 20개인가?”


나는 이끼 낀 돌같은 메로우의 핵을 그물망에 넣었다. 이미 수십번 만져본 핵이지만 이 미끌거리는 감촉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달그락 소리를 내는 그물망을 흔들어본 나는 이어서 다음 사냥에 나서기로 했다.


“앞으로 열 마리 정도만 잡으면 될 거 같은데.”


KAFO를 처음 만들 때에도 스톤골렘 핵을 한 열개정도 넣었다. 그럼 이번에 새로 만들 장비들을 위해서도 메로우 핵 30개 정도면 될 듯 싶었다.


“좋았어. 열 마리는 껌이지.”


왼손에 양날검 부메랑을 든 나는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소문이 난 것인지, 운이 여기까지인 것인지 놈들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메로우를 유인해야할 방법을 찾아야했다.


“메로우는 붉은 색을 좋아합니다.”


나를 배웅해주던 스승이 조언과 함께 건내준 천을 꺼냈다. 천을 펼치니 쨍한 붉은 색감을 드러냈다. 그때, 예전에 TV에서 해주던 여행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미친듯이 들이밭던 검은 소와 그를 놀리듯 붉은 천을 펄럭이던 투우사.


그걸 보면서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투우사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적이 없었다.


“내가 이런 걸 하게될 줄이야······.”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메로우를 잡아야했으니, 뭐라도 해봐야 했다. 나는 천천히 붉은 천을 휘두르며 걸음을 옮겼다.


고요한 습지대에 펄럭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참을 천을 흔들며 돌아다니는 내 꼴은 심히 관종스러웠다.


그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돌아다닌 결과, 나는 홀린 듯 내 쪽으로 질주하는 메로우와 조우했다. 둘셋 짝지어서 돌아다니던 메로우들도 내 붉은 천만 보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앞다투어 내쪽으로 달려왔다. 그렇게 정신없이 질주하는 놈들을 검으로 내려치면 내 할일은 끝이었다.


“효과가 나쁘지 않은걸?”


나는 놈들의 척추에서 핵을 꺼내 그물망에 담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벌써 6마리나 해치웠다. 이 기세라면 한 시간 내에 목표한 30개의 핵을 다 모을 수 있을 듯 싶었다. 그때, 수평선 가까이에서 물파동이 보였다. 메로우가 내 붉은 천을 발견한 듯 보였다.


“좋았어.”


나는 검을 잡은 손을 불끈 쥐고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나머지도 해치우고 빨리 집에 가자!



***



스승은 우수수 떨어지는 메로우 핵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걸 다 잡아오신 겁니까?!”


“그렇다.”


“허······. 홀로 이 많은 메로우를 잡아오실 줄이야.”


나는 혀를 내두르는 스승에게 담담하게 물었다.


“이 근처에 핵을 잘 다루는 기술자가 있는가?”


아펠리온 대공가의 기술자들을 남부로 데려 올 수는 없었기에, 첫단추부터 새로 껴야했다.


“아, 있습니다. 번화가에서 벗어난 한적한 골목에 기술자 노인이 사는데, 실력이 아주 출중합니다.”


스승의 말에 나는 바로 집사에게 말했다.


“그 기술자에게 가겠다.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땀과 메로우 피로 범먹이된 몸을 씻고, 미리 그려둔 의족의수 및 KAFO의 설계도를 챙겨온 나는 바로 마차에 올라탔다.



***



“지금 나보고 뭘 만들어 달라고?”


백발 성성한 노인이 투박한 손으로 들고 있던 망치를 책상에 내려치며 물었다.


“팔다리를 만들어? 그냥 돌아가쇼, 도련님.”


노인은 말도 안된다는 듯이 헛웃음을 토해냈다. 귀족을 보고도 몸을 사리지 않는 걸 보니, 고집이 보통이 아닐 듯 싶었다.


‘그냥 보여주는 게 더 빠르겠군.’


나는 그대로 왼쪽 소매를 걷어 트리타니움으로 만든 의족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노인의 회색빛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나는 설계도를 노인 앞에 던졌다.


“이대로 만들면 된다.”


기술자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로 이렇게 만들면 팔을 가질 수 있다는 거요?!”


새로운 도전 앞에 투지가 불타는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보다. 노인은 내 의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 손자도······.”


“손자?”


내 물음에 노인이 절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일을 돕다가 손자가 손을 잃었다오.”


노인의 목소리엔 슬픔과 자책이 묻어있었다.


“나때문에 창창한 나이에 손을 잃은······. 가여운 손자요.”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노인이 원하는 바는 이미 알고 있었으나, 나는 모르는 척 물었다. 이런건 확실히 해둬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에서는 의족의수 및 보철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내가 갖고 있는 이 지식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런걸 거저 나눠줄 수는 없지.


“이 도안을 나에게 파시오. 내 손자에게도 손을 만들어주고 싶소.”


“그건 허락할 수 없다.”


나는 단칼에 노인의 부탁을 거절했다.


의수는 무조건 커스텀으로 만들어야했기 때문이었다. 내 신체에 맞춘 이 설계도는 노인의 손자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반대를 단순한 기분문제로 인식했는지, 노인이 무릎을 꿇고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 도련님의 마음에 들만큼의 가격은 지불하지 못하겠지만, 전재산을 드리겠소. 그러니 제발—.”


“의수는 맞춤제작해야하는 물건이다.”


나의 말 뜻을 이해한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엎드렸다.


“······염치불구하고 내 손자에게도 손을 만들어 주시오, 도련님.”


그 모습이 한국에 있었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제발 어떻게 안될까요, 선생님? 우리 애보고 이렇게 한 팔로 살라고 할 순 없어요.”


농기구에 팔이 빨려들어가는 바람에 손이 잘린 아이의 할머니가 오열하며 우리 의지보철장구사에게 부탁했던 기억 말이다.


비용과 보험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정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거저 만들어 줄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때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던 게 내 마음에 응어리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망설일 필요가 없지.’


대공의 자식으로 빙의해 경제적으로는 부담이 없는 위치에 있었다. 이참에 남부 최고의 기술자에게 마음의 빚을 지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고.


“그렇게 하도록 하지. 손자를 데려오게.”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노인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감사하오. 정말 감사하오······.”


울먹이며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머리를 조아리는 노인에게 나는 그만하고 손자를 데려오라했다. 환자의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의수를 디자인 할 수 있을테니까.


“인사드리거라, 레이첼.”


노인의 손자는 내 또래의 여자애였다. 손자라길래 남자애를 예상했던 나는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네게 새로운 손을 만들 주실 은인이시다.”


그러자 여자애가 무표정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 눈길 속에는 세상의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다 들어있었다. 삶을 포기한 죽은 눈동자가 씁쓸했다.


“팔을 좀 보여주지 그래?”


내가 묻자, 여자애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손을 어떻게 만든다는거야, 이 사기꾼 새끼야. 교회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을 네가 할 수 있다는게 말이 돼?!”


불신이 가득한 여자애의 생기 없는 눈동자를 보며 나는 답했다.


“만들 수 있다.”


그리고는 노인에게 보여줬던 것처럼 여자애에게 나의 의수를 보여줬다. 그러자, 여자애는 콧방귀를 끼며 왼손으로 제 할아버지 옆에 놓여있던 망치를 들어올렸다.


“그게 진짜 가짜 팔이면 내가 이 망치로 내려쳐도 되는거지? 아프다면서 팔을 빼내거나, 피가 흐르면 넌 내 손에 죽는다.”


그 으름장에 나는 피식 웃었다. 나를 정말 사기꾼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순순히 팔을 내주었다. 트리타니움에 마고일의 핵을 섞은 의수였다. 어차피 저런 망치로는 흠집하나 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쾅—!


철과 철이 부딫히는 공명이 공방을 울렸다. 역시나 내 의수는 멀쩡했다. 그 모습을 본 여자애의 한 쪽 눈썹이 올라갔다.


“왜? 아직도 이게 가짜같은가?”


아직도 못미더워하는 여자애를 똑바로 주시하며 나는 셔츠 단추를 풀었다. 셔츠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내 의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깨에 소켓을 달고 가슴에 Y형 줄을 달아 고정시킨 의수였다. 그 모습을 본 여자애의 눈동자가 커졌다.


“······진짜로 가짜 팔이었어?”


그녀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생기가 들어찼다. 그런데 그 생기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디자인이 신기하네. 이렇게 만들 수도 있는 거구나······.”


이건 자신에게도 새로운 손이 생긴다고 기뻐한다기보단, 기술자로서 혁신적인 기술을 보고 감탄하는 쪽에 더 가까웠다. 여자애는 나는 안중에도 없는지, 벌써 옆에 다가와 내 의수를 들어올리며 요모조모 살펴보고 있었다.


“아, 이런식으로 베어링을 넣었······. 그런데 작동은 뭘로 하는거지? 동력이 될만한게 아무것도 없는데?”


여자애의 혼잣말에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눈썰미가 좋았다.


“오러를 넣어서 작동한다. 나는 소량의 오러를 넣어 팔을 가동시켰다. 그러자, 여자애의 들뜸이 잠시 가라앉았다.


“뭐야······.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은 쓸 수 없다는 소리잖아. 이래선 제품의 가치가 없어.”


그녀는 이미 먼 미래를 그렸나보다. 벌써 상용화를 꿈꾸다니.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답했다.


“어깨관절까지 절단된 상태거나, 손가락까지 정교하게 움직이려면 나처럼 오러를 쓸 수 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오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의수도 존재하긴 한다.”


그 말에 솔깃해하는 여자애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좋아. 그렇다면 내 손도 만들어줘.”


말투를 보아하니, 자신이 써보고 내 실력을 판단해보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당돌한 여자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할아버지와 약속한 게 있으니,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내가 손을 내밀자, 여자애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오른팔을 내밀었다. 그녀는 요골절지환자, 즉 팔꿈치 아래 뼈가 절단된 환자였다. 거기다 손을 많이 쓸 것같으니, 외관을 중시하는 의수보단, 실용성을 중시하는 의수가 나을 것이다.


‘전통적인 후크형식 의수가 적절하겠군.’


결정을 내린 나는 혹시 몰라 챙겨온 여분의 석고붕대를 이용해 여자애의 오른 팔을 본뜨기 시작했다. 그후몇일을 노인의 공방에서 함깨 밤새운 결과, 내 장비들과 여자애의 요골의수가 탄생했다.


“자, 착용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내가 여자애의 오른 팔을 소켓에 넣으며 의수 사용법을 설명했다.


“팔을이렇게 넓게 벌려서 힘을 주면 줄에 장력이 걸려 후크가 열리는 시스템이다.”


그녀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사람처럼 서툴게 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걸음마를 처음 배운 아이처럼 이것저것을 집어보던 여자애가 결심한 듯이 나를 보며 외쳤다.


“날 제자로 받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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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눈보라의 빅풋 24.11.26 4 0 11쪽
14 모험의 시작 24.11.25 7 0 12쪽
13 궁극의 치료제를 찾으러 24.11.24 8 0 11쪽
12 쓰러진 아버지와 가주대리인 24.11.23 9 0 12쪽
11 제자같은 거 안 키운다 24.11.22 11 0 12쪽
» 메로우 투우사와 제자 24.11.21 13 0 11쪽
9 의외의 복병 24.11.20 12 0 11쪽
8 새 의지와 유배 24.11.19 13 0 12쪽
7 트리타니움을 찾아서 24.11.18 17 0 11쪽
6 KAFO, 마지막 장비 24.11.17 20 0 12쪽
5 반신불구 자식 vs 주워온 자식 24.11.16 20 0 11쪽
4 결투신청 24.11.15 24 0 12쪽
3 두 발로 선 마르엥겔 24.11.14 29 0 12쪽
2 트레이닝 24.11.13 30 0 12쪽
1 아무래도 빙의 당한 것 같다 24.11.12 4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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