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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박치기
작품등록일 :
2024.11.1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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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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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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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아버지와 가주대리인

DUMMY

편지의 발신인은 다니엘이었다.



「공자님,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이런 소식으로 연락드리게 되어 정말 송구합니다.

대공님께서 위독하신 상황입니다. 속히 대공가로 돌아와주시길 바랍니다.」



대공이 위독하다니?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봐야할 필요가 있었다. 집사에게 짐을 싸라는 명령을 내린 뒤, 나도 나갈 채비를 했다. 그때, 스승이 나를 찾아왔다.


“공자님, 오늘은 검술 대련을······. 어디 가십니까?”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 있는 스승에게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서둘러 가보셔야겠군요.”


“미안하게 되었다.”


그가 경연대회를 위해 얼마나 힘써줬는지는 내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위독하다는데, 그냥 남부에 남아 경기를 치룰 수는 없었다.


“아닙니다. 별일아니길 빕니다.”


스승의 위로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도로 올라가는 마차에 몸을 실었다.



***



“공자님!”


아펠리온 대공가에 발을 딛자마자, 다니엘이 허겁지겁 뛰쳐나왔다.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는 내 집을 받아 시종들에게 넘기고는 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아버지는?”


내가 묻자, 다니엘은 말없이 나를 아버지의 침실로 안내했다. 나는 그대로 방문을 열었다.


“아버지······?”


방 안에는 고요한 죽음의 냄새가 도처에 깔려있었다. 아무런 기척도 없는 방을 가로지른 나는 침대에서 멈춰섰다.


아펠리온 대공의 낯빛에는 짙은 회색빛이 감돌았다.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는 피부색에 나는 조심스럽게 검지를 가져다 그의 코 밑에 대었다.


검지에 미세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후······.”


그제야 안심이 되면서 긴장이 풀렸다. 내가 주춤하는데 뒤에서 바로 인기척이 났다.


“형님 오셨군요.”


보는 눈도, 듣는 귀도 없는데 형님이라고 하다니, 뭔가 이상했다. 나는 조용히 놈의 이름을 불렀다.


“······세드릭.”


세드릭 놈 역시도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몇날 며칠을 밤을 샌듯한 몰골의 양동생이 비척비척 아버지 곁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된거냐?”


내 질문에 세드릭은 그저 고개만 저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엊그저께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갑자기 일어나시질 못하고 계십니다.”


수상했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건강하신 분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 순식간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병자가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그 때 세드릭 놈이 이불을 들어 아버지의 턱 밑까지 끌어올렸다. 다정한 손길로 아버지의 누운 자리를 보살피는 세드릭 놈의 검지에 눈에 띄는 반지가 껴있었다.


“너 그건······?!”


가문의 인장이 양각된 반지는 오직 가주만이 착용할 수 있었다. 그건 가주를 상징하는 물건이었고, 가문의 수장만이 착용하는 반지였다.


“아, 이거요?”


세드릭이 아무렇지 않게 반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버지의 뜻을 받들은 것 뿐입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


“아버지가 편지를 남기셨었습니다. 당신이 가문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가주대리로 저를 임명하시겠다고요.”


그러더니 세드릭놈이 씨익 웃었다.


“왜요? 적자인 형님이 가주대리인이 될 것이라 생각했나요?”


“······.”


그건 아니었지만, 세드릭 놈에게 대리를 맡기리라 예상하지도 않았다.


“정 의심스러우면 확인해보던가.”


세드릭이 탁자 위에 있던 양피지 하나를 툭하고 내게 던졌다.


위임장이었다.


거기엔 정말로 세드릭 아펠리온을 가주대리인으로 삼겠다는 글이 대공의 필체로 적혀있었다.


“······.”


“이제 좀 믿지 그래. 아버지가 선택한 후계자는 네 놈이 아니라 나라는 걸 말이야.”


내가 놈을 노려보자, 그가 거만하게 반지를 낀 손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병신인 형님이 설 자리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그만 남부로 돌아가시죠.”


그 말에 나는 헛웃음을 토해냈다.


“누구 마음대로 가라 마라야.”


나는 위임장을 다시 탁자에 내려놓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아버지가 쾌차하실때까진 여기 있을 것이다.”


그러자 놈이 피식 웃었다.


“그래. 발악해보던가. 그래봤자 넌 여길 떠나게 될거지만.”


놈이 나를 한번 노려보더니, 방을 나섰다. 아버지와 단 둘이 남은 나는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아버지. 어쩌다가 이렇게 되신 겁니까?”


굳은 살이 붙어 있던 투박했던 손은 윤기가 사라져 까끌까끌했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나는 바람을 담아 기도를 한 뒤, 대공의 침실에서 나왔다.


“공자님······.”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다니엘이 내 뒤로 따라붙었다.


“아버지가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 그대는 아는가?”


“······송구합니다.”


다니엘도 모른다라······. 앞으로 조사해봐야 할 일이 산더미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방으로 안내해드릴까요?”


다니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가볼 데가 있었다. 나는 저택을 나와 공방으로 들어갔다.


“바르바디.”


그리고 기술장의 이름을 부르자, 안에 있던 기술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꽂혔다.


“공자님!”


“돌아오셨군요!”


“그간 건강하셨습니까?”


알렉스와 마이크를 비롯한 사람들이 내게로 몰려들었다.


“난 괜찮다.”


그러면서 바르바디를 눈으로 쫒았지만,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노인의 손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바르바디는 어디 있지?”


그때 알렉스가 활기차게 말했다.


“대장님은 요즘 바쁘세요!”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끝 쪽에서 바르바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알겠지?! 이렇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열띤 설명을 하던 바르바디가 내 존재를 확인했다.


“공자님!”


그러더니 서둘러 내쪽으로 달려왔다. 뒤에 한 사람을 더 달고서.


“도련님! 오랜만이에요!”


주근깨가 있는 얼굴이 활짝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그 모습에 나 또한 희미한 웃음을 터트렸다.


“결국 살아남았나보군.”


내가 중얼거리자, 여자애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휴, 당연하죠. 제가 말했잖아요. 떨어질 자신이 없었다니까요!”


내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갑자기 그녀가 실눈을 뜨고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뭐지?”


“도련님, 내 이름 모르죠?”


“······.”


내가 아무말이 없자 여자애가 허리춤에 팔을 얹고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허. 도련님, 이제 한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이름 정도는 기억해주세요. 레이첼이에요.”


여자애, 아니 레이첼의 소개에 고개만 끄덕이는데 바르바디가 화제를 돌렸다.


“가주님께서 그리 되셔서 걱정이 크시겠습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알렉스의 표정이 유독 어두워지는데, 레이첼이 손을 들었다.


“그런데, 금발의 도련님은 누구시길래 늦은 밤에 몰래 저택을 돌아다니시는 건가요?”


“그게 무슨 소리지?”


금발이라면 세드릭이 분명했다. 아버지가 쓰러지시기 전후로 밤 늦게 저택을 돌아다녔다면 나도 알아야했다. 그런데, 그녀는 대답대신 나를 지긋이 바라만 보았다.


“······레이첼.”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니, 그 금발 도련님이 계속 왔다갔다 하시더라고요. 주변을 열심히 두리번 거리면서 돌아다니시는 게 꼭 비밀리에 움직이는 모양새였어요.”


“누나도 봤어요?!”


놀란 알렉스의 물음에 뭔가 있다고 직감한 나는 그에게 물었다.


“알렉스, 세드릭이 수상한 짓을 한건가?”


그러자 나와 주변 기술자들의 눈치를 보던 알렉스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사실······. 세드릭 님께서 부탁하신게 있었어요. 다른 이에게 발설하면 절 죽인다고 하셨는데······.”


협박을 했으니 어린 알렉스로선 두려웠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비밀은 내가 지키겠다.”


내가 그를 다독이자, 알렉스가 용기를 내어 설명을 이었다.


“세드릭 님께서······. 뭐든지 베낄 수 있는 펜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어요.”


“뭐라고?”


내가 따져묻자, 알렉스가 어깨를 움츠렸다.


“카피캣의 핵을 가져오셨더라고요······. 그걸로 펜을 만들어 달라 하셨어요.”


그렇다면 혹시 그 펜으로 아버지의 필체를 베낀 것은 아닐까? 순간 예전 세드릭이 중얼거렸던 말이 떠올랐다.


“이러다간 진짜로 파양당할지도 몰라······. 아무래도 안 되겠어······.”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았던 뉘앙스였다. 정말로 세드릭이 아버지를 해한 것이라면······.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야한다.’


그리고 세드릭을 아펠리온 가에서 내쫒아야했다. 감히 저를 양자로 들인 대공을 해하다니. 기술자들의 안부를 확인한 나는 그대로 저택으로 돌아갔다. 다른 사용인들의 진술을 들어야 했다.



***



“제길!”


세드릭은 탁자를 발로 차며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병신 새끼가 저택에 오자마자 사용인들을 들쑤시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기때문이었다.


“진짜 하등 쓸모가 없어······.”


자신과 마주했던 사용인들에겐 입다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해두긴 했지만, 못미더웠다. 그들이 병신에게 진실을 전한다면, 그의 죄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고······.”


저택에서 죽인다면 사람들이 수상하게 여길 것이 분명했다. 그때, 세드릭의 머릿속에 좋은 계획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어.”


세드릭은 음흉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 대리인으로서의 힘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다음 날, 세드릭은 가신들과 병신을 불러 모았다.


“아버지께서 원인 모를 이유로 병중에 계십니다.”


그는 눈썹을 내리깔며 조용이 운을 뗐다.


“전담의가 여러 방면으로 치료를 해봤지만, 진척은 없었습니다.”


그럴 것이다. 엄청난 공을 들여 데려온 귀한 독인데, 당연히 그만한 값을 해야했다.


“이제 남은 치료제는 파나세아입니다.”


세드릭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이 웅성거렸다.


“파나세아라니요?”


“그게 실존하긴 한답니까?”


“아무도 구해도지 못한 약초를······어디서 구한단 말입니까?”


파나세아는 전설로만 들려오던 만병통치약이었다. 아무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하는 미지의 식물을 유일한 해독제로 내놓았단 뜻은 대공의 끝이 결정되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파나세아를 구하러 발벗고 나가고 싶지만, 가주 대리인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되어 함부로 밖을 나설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가신 중 한명이 손을 들었다. 메디슨이었다. 그는 황태자의 심복으로 세드릭 자신을 지지하는 가신이었다.


“그렇다면 마르엥겔 공자님께서 치료제를 구하러 가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역시나. 제 속 뜻을 파악한 메디슨이 시원하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줬다. 세드릭은 입꼬리를 내리며 병신을 바라보았다.


“형님, 그렇게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믿을 사람은 형님 뿐입니다.”


그러자 병신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본 세드릭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래봤자 저 놈은 거절할 수 없었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는 명분을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는가. 저 병신을 지지하는 가신들도 마찬가지일 터.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세드릭은 여유롭게 기다렸다. 저 병신은 미끼를 물 수 밖에 없었으니까.


“······알겠다.”


결국 놈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세드릭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오늘의 회동을 마감했다.



***



“공자님!”


아버지를 충실히 모시던 가신들 몇몇이 나를 찾아왔다.


“공자님, 이렇게 떠나시면 안됩니다!”


“그렇습니다. 적자인 공자님께서 가버리시면, 아펠리온 가는 저들의 입맛대로 조각날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의 잔류를 부탁했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상을 물리칠 치료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자 가신 중 한명이 작게 속삭였다.


“대공을 그렇게 만든 것이 세드릭 아펠리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공자님께서 자리를 비우시면, 대공께 또 무슨 해를 할지 모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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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메로우 투우사와 제자 24.11.21 13 0 11쪽
9 의외의 복병 24.11.20 13 0 11쪽
8 새 의지와 유배 24.11.19 13 0 12쪽
7 트리타니움을 찾아서 24.11.18 17 0 11쪽
6 KAFO, 마지막 장비 24.11.17 20 0 12쪽
5 반신불구 자식 vs 주워온 자식 24.11.16 20 0 11쪽
4 결투신청 24.11.15 24 0 12쪽
3 두 발로 선 마르엥겔 24.11.14 29 0 12쪽
2 트레이닝 24.11.13 30 0 12쪽
1 아무래도 빙의 당한 것 같다 24.11.12 4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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