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터마이징으로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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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박치기
작품등록일 :
2024.11.11 20:28
최근연재일 :
2024.11.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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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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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의 시작

DUMMY

“도련님, 어떻게 기술자 없이 그 먼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셨어요?!”


숨이 턱끝까지 찼는지 헥헥대면서도 제 할 말은 다하는 레이첼은 나를 흘겨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착용하고 계신 장비들이 고장나면 어쩌시려고요.”


“음······. 근처 기술자 공방에 들를 생각이었다만?”


그러자 레이첼이 헛웃음을 토해냈다.


“그런 혁신적인 장비를 다룰 수 있는 기술자가 많은 줄 아세요? 아니예요. 도련님이 우리 할아버지를 찾아왔던 건 행운이었다고요.”


레이첼이 당당하게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담 기술자를 데려가는 게 훨씬 이득일 겁니다.”


“······우린 놀러가는 게 아니다.”


“알아요.”


“노숙도 하게 될─.”


“저 노숙 좋아해요.”


무슨 말도 안되는. 노숙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어이가 없어진 내가 그녀를 노려보자 레이첼은 어깨를 으쓱였다.


“진짜에요. 할아버지랑 재료 구하러 다닐 때 노숙을 밥먹듯이 했다고요.”


그래도 못 믿겠다. 그래서 가만히 있자, 레이첼이 내 팔을 잡아 끌었다.


“아, 이러다가 시간 다 가겠네. 어서 가요, 도련님.”


이 패기좋은 여자애를 어쩐단 말인가. 도저히 막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한숨으 내쉬며 레이첼에게 말했다.


“우는 소리 한번이라도 했단 봐. 그대로 저택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라.”


내가 으름장을 놓자, 그녀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그렇게 하세요. 전 절대로 울지 않을 거지만요.”


자신감 넘치게 대꾸하던 레이첼이 내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손짓하기 시작했다.


“거기 기사님도 빨리 오세요!”


바르사까지 알뜰하게 챙기는 레이첼이었다. 누가 보면 자기가 이 팀의 리더인 줄 알겠다.


“늦어도 정오가 되기 전까지 노테르 마을까지 가야하니까, 서둘러야해요.”


그렇게 그녀의 손에 이끌려 우리의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



***



바지런히 걸은 탓에 레이첼이 그렇게 노래부르던 노테르 마을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바람에, 거리마다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다.


“우리도 뭐 좀 먹어요.”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레이첼과 바르사의 의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차피 나폴 산맥으로 가려면 먼 길이 될 테니, 미리 든든히 먹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서오세요.”


가까운 음식점으로 들어가자, 시끌벅적한 소음과 함께 주인장의 환영인사가 들려왔다.


“자리는 아무데나 앉으시면 됩니다.”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운 좋게 맛있는 음식점을 고른듯 했다.


“찰리네도 털렸다면서?”


“이거 원 무서워서 산맥을 넘을 수나 있겠나······.”


아마도 상인들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가 심상치 않았다.


“별수 없지, 돌아서 가는 수밖에.”


“이 사람아, 공산품이면 상관없지만, 농축산품들은 저 산을 넘어야지만 판매가능하다는 걸 모르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폴 산맥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듯 했다.


“도대체 황실은 언제 해결해 줄건지······.”


“그러게 말이야.”


“저기······.”


어느새 상인들 사이에 끼어든 레이첼이 물었다.


“나폴 산맥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요?”


그러자 상인들이 눈쌀을 찌푸렸다.


“낯선 아가씨 같은데? 아가씨도 산맥을 넘으려 여길 찾아온건가?”


“관두는 게 좋을 거요.”


다짜고짜 산맥을 넘지 말라는 상인 중 한명이 맥주를 단 숨에 들이키고는 말을 이었다.


“목숨이 소중하다면, 돌아서 가시오.”


“왜요, 왜요. 저한테도 말해주세요.”


레이첼이 살갑게 부탁하자, 서로 시선을 주고 받던 상인들이 입을 열었다.


“설산의 마수가 사람을 덮친다오.”


“마수요?”


“그렇소. 뭔지는 모르는데 눈밭에 찍힌 발자국이 엄청 커서 ‘빅풋’이라 부르고 있소.”


빅풋이라니, 이 세계에서 처음보는 마수인 모양이었다. 저 녀석에게는 어떤 핵이 숨겨져 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살아 남은 페테말로는 마고일만큼 크다고 하던데?”


“하긴, 덩치가 그렇게 크니까 발도 크겠지.”


“여하튼 아가씨, 조심하게. 우리 말 명심하라고!”


“네, 감사해요.”


상인들에게 감사인사를 한 레이첼이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어쩌실 거에요?”


그녀의 물음에 바르사까지 날 쳐다봤다.


“우리는 계획대로 나폴산맥으로 간다. 어차피 파나세아를 찾으려면 산맥을 올라가야했어.”


“거기다 덤으로 저 빅풋인지 뭔지를 잡으면 금상첨화겠어요.”


내 속을 들어갔다왔다는 듯 레이첼이 말을 이었다.


“저 놈의 핵으로 도련님께 어떤 장비를 만들어 드릴 수 있을지 기대돼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천상 기술자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바르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공략법이 없는 마수와 조우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목숨이 달린 일이라는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나와 바르사 둘이서 해치울 수 있는 급의 마수라는 보장도 없었으니까.


“빅풋이라는 마수는 되도록이면 피하는 걸로 하지. 바르사의 말대로 위험을 굳이 사서 감수할 필요는 없으니까.”


내 결정에 레이첼이 입을 살짝 내밀긴 했지만, 둘 다 이견을 내진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고, 노테르 마을을 떠났다.


부지런히 길을 떠난 우리는 나폴 산맥 바로 앞에서 하룻밤 묵고가기로 결정했다. 땅거미가 질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밤에 설산을 오른다는 것은 죽겠다는 소리와 다름없었기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음, 뗄깜이 필요하겠군.”


어네스트가 꺼지지 않는 장작을 하나 주긴 했는데, 이걸 사용해서 모닥불을 피려면 다른 나뭇가지들이 필요했다.


“제가 다녀올게요!”


레이첼이 주변 숲을 돌아다니며 마른 가지들을 주워오겠다고 자리를 떠났다.


“바르사, 천막 치는 것 좀 도와주겠어?”


“예.”


역시 경험이 좀 있는 평기사답게 바르사는 능숙하게 천막을 쳤다. 그를 따라 작업하느라 처음 만드는 천막이었지만,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후우······.”


노을이 지는 저녁이었지만, 여름이인데다가 땀까지 흘려 더웠다. 그래서 더위를 식히려 땀에 젖은 상의를 벗어 나무가지에 걸어놓는데, 갑자기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레이첼이 나무가지를 한가득 품에 안고 입을 떡 벌린 채 서있었다. 눈에 광기가 얼핏 서린 것이 보였다.


“뭐, 뭐지?”


내가 물었지만, 그녀는 답이 없었다. 오로지 내 몸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어머, 이게 그 트리타니움과 마고일의 핵을 섞어 만든 팔이에요?!”


뗄깜을 바닥에 내팽겨치듯이 던진 레이첼이 내 의수를 들어올렸다.


‘내가 왜 하필 지금 상의를 벗어선······.’


한숨을 내쉬며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레이첼의 레이더에 내 의수가 딱 걸려버렸다.


“와. 진짜 멋지다······.”


저 장비에 미친 소녀같으니라고. 레이첼은 아예 대놓고 작은 망치를 가져다 내 의수를 통통 두드리기 시작했다.


“음, 울림 소리도 좋고. 확실히 우리 할아버지 공방에서 만든 팔보단 가볍겠어요.”


내 의수를 가볍게 위로 던져보던 레이첼이 나를 보며 물었다.


“이건 값이 많이 나가겠죠?”


순간 그녀의 오른팔에 시선이 닿았다. 나와는 달리 후크를 달고 있는 투박한 의수가 나를 맞이했다.


“······.”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차마 ‘그래, 이건 비싸고 넌 오러유저도 아니니, 이런 고급 의수에는 눈독도 들이지 말아라’라고 할 수 없었다.


“네가 한번 만들어 봐.”


“네?”


대신 내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네가 효율적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의수와 의족을 개발해 보라고.”


그러자 레이첼이 씨익 웃었다. 눈동자엔 이미 자신감이 충만했다.


“네!”


그녀는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내 팔을 놔줬다. 그뒤로 우리는 차근차근 야영할 준비를 마쳤다.


모닥불까지 지피고 나니, 하늘이 어둑해졌다. 우리는 마을에서 사온 육포와 스튜로 저녁을 해결하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바르사, 시간되면 깨워줘.”


“아닙니다, 제가 쭉 지키고 있어도 됩니다.”


“내가 괜찮지 않다.”


나는 딱잘라 거절하며 바르사에게 말했다.


“앞으로 긴 여정이 될 것인데 벌써부터 그렇게 힘을 빼면 어떡하나?”


“······죄송합니다.”


알겠다는 바르사의 말을 듣고 나서야 천막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번엔 레이첼이 말썽을 부렸다.


“저도 불침번 설래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너까지 왜그러냐는 눈빛을 보내자, 레이첼이 어깨를 으쓱였다.


“두 분이서 3시간씩 깨어있는 것보단, 저까지 껴서 2시간 씩 깨어있고 4시간 자는 게 훨씬 득일 텐데요?”


“안됩니다. 숙녀를 불침번 세운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 했습니다.”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한 바르사가 거세게 반대를 하자, 레이첼이 가방을 뒤적이더니 제 팔뚝만한 렌치를 꺼냈다.


“걱정마세요. 제게는 토니가 함께 하니까요.”


······저 렌치의 이름이 토니인가보다.


“하지만─!”


“그리고 정말 위급하면 두 분을 깨울게요. 그러니까 저도 끼는 걸로 하겠습니다.”


바르사의 말을 막은 레이첼이 나와 그를 천막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저는 한 번 잠들면 못 깨어나는 버릇이 있어서, 불침번은 제가 먼저 설게요. 그건 양해 부탁드려요. 안녕히 주무세요!”


천막이 덮히고, 침묵이 찾아왔다.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역시 제가 가서─.”


“놔 둬.”


제가 밤을 새겠다며 나서는 바르사를 막아선 내가 말했다.


“레이첼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녀가 힘들다고 하면 그때 우리가 나서면 돼. 굳이 그녀의 의지를 꺾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 말에 바르사의 입구로 향하던 바르사가 멈칫했다. 레이첼도 우리의 동료라는 내 말을 곱씹는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결국 내 뜻에 동의한 바르사는 담요를 들고 입구에 누웠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출동하기 편하게 입구에서 자겠단다. 여기까지는 나도 막을 수 없었기에, 알아서 하라 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



“으으, 추워. 역시 설산이라 여름이라도 춥긴 하네요.”


레이첼이 두터운 옷을 여미며 중얼거렸다. 그녀와 나는 두터운 옷 말고도 각각의 의수 및 다른 장비에 모피를 덧댄 상태였다. 아무래도 금속이다보니, 이 찬 기운에 동상이 걸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럴땐 또 불속성 마수가 필요하겠군.’


살라만더의 핵을 넣은 KAFO와 의족의수였다면 이런 수고는 덜었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을 오르는데, 매서운 바람 사이로 고함과 비명이 섞여 들려왔다.


“뭐, 뭐에요?!”


놀란 레이첼이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사이, 나와 바르사는 검을 꺼냈다.


“으아악!”


다시금 들려오는 비명을 따라 우리는 오르막길을 올랐다. 그러자, 위에서 혼비백산하며 내려오는 중년 남성 한 명과 마주할 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내가 묻자, 남자가 얼이 빠진 상태로 이를 덜덜 떨며 그가 내려온 곳을 가리켰다.


“저, 저기······. 빅, 빅풋이······! 살려주시오! 우리 상단을 좀 살려······!”


그 말에 나와 바르사는 시선을 주고 받았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빅풋을 상대하는 게 옳은 것인지 고민이 스쳤다.


“제발 부탁이요!”


하지만 간절히 부탁하는 남성을 매몰차게 외면할 수도 없었다.


“바르사.”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바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은 공자님의 뜻대로.”


그렇게 말한 바르사가 앞서 남자가 내려왔던 길로 올라갔고, 나는 남성과 레이첼에게 여기 있으라고 신신당부 한 뒤, 바르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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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눈보라의 빅풋 24.11.26 4 0 11쪽
» 모험의 시작 24.11.25 7 0 12쪽
13 궁극의 치료제를 찾으러 24.11.24 8 0 11쪽
12 쓰러진 아버지와 가주대리인 24.11.23 9 0 12쪽
11 제자같은 거 안 키운다 24.11.22 11 0 12쪽
10 메로우 투우사와 제자 24.11.21 12 0 11쪽
9 의외의 복병 24.11.20 12 0 11쪽
8 새 의지와 유배 24.11.19 12 0 12쪽
7 트리타니움을 찾아서 24.11.18 16 0 11쪽
6 KAFO, 마지막 장비 24.11.17 20 0 12쪽
5 반신불구 자식 vs 주워온 자식 24.11.16 20 0 11쪽
4 결투신청 24.11.15 23 0 12쪽
3 두 발로 선 마르엥겔 24.11.14 28 0 12쪽
2 트레이닝 24.11.13 30 0 12쪽
1 아무래도 빙의 당한 것 같다 24.11.12 4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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