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막. 고그(G.o.g.)특별수사팀.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단체 및 배경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이 세계에서 신의 선물을 받다. -
1부. 신의 선물을 받은 아이들.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노력이라는 거, 지금 우리 쪽만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조금만 더? 도대체 얼마나 더 힘을 내야 하는 건가요?]
20막. 고그(G.o.g.)특별수사팀.
전국에 범죄자 색출을 위한 대규모 작전이 선포된 지, 1개월 후.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도시의 혼란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와 같이 작은 사건들은 여전했고, 아이템을 활용한 끔찍한 핏빛 대형 범죄는 강원도 사건 이후로 신고되지 않고 있었다.
도심 속 시민들의 일상도 예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커다란 소요 사태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네요. 정말 예상 밖의 상황입니다.”
“단속하는 군경 합동팀과 참여해 주시는 시민들 모두의 노력 덕분입니다.”
“그래요, 하지만 저는 그런 상황들이, 오히려 조금은 당황스럽네요.”
곽 두기 팀장을 비롯한 핵심 수사관과 조나단이 문샤넬 박사의 집무실에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 중이었다.
문샤넬 박사는 한국의 시민들이 보여주는 지금은 평온함이 오히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흠, 아무래도. 제가 대한민국의 국민성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싶네요.”
이 시간에도 전국 곳곳에는,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들이 쓰레기처럼 버려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정말이지, 단 한 번만 사용되고 버려지는 아이템들도 즐비했다.
그저 아이템인지만 확인되고 버려진 것이었다.
“한국 국민의 준법정신은 전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최상위인 듯싶어요. 인정합니다.”
“그러면 앞으로의 작전 방향은 어떻게?”
문샤넬 박사의 이야기에 곽 두기 팀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이미 군경은 합동으로 매일 거리 단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치안은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아이템을 범죄에 활용하는 ‘조직범죄’에 화력을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1개월 후.
“팀장님! 드디어 권태호 일당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래? 드디어 움직이는군. 어디야 대체?”
“여기, 전라도와 경상도 그리고 충청도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Gog특별수사팀내 정보팀에도 이호준이 뿌린 정보가 드디어 입수된 것이었다.
“뭐죠? 전국구 대통합이라도 하겠다는 뜻인가요?”
곽 팀장의 보고를 받고, 박사와 조나단이 급히 합류한 상황이었다.
박사와 곽 팀장의 대화가 이어졌다.
“아직 그 이유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3개월.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전열을 충분히 가다듬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대단히 높습니다만. 아직 정보가 부족.”
“모든 팀원 준비시키세요. 우리가 직접 내려갑니다.”
문샤넬 박사의 빠르고 강경한 대답이 전해졌다.
며칠 후.
전라도에 자리한 군의 협조를 받아, 6대의 군용헬기가 동원되었다.
5대의 헬기에는 박사와 곽 팀장을 비롯한 선발팀 이십여 명이 탑승하고, 나머지 한 대의 헬기에는 각종 장비가 실렸다.
그리고, 나머지 다 수의 팀원들은 특수차량을 나누어 타고 육로로의 이동을 시작했다.
잠시 후, 전라도의 한 군사기지에 도착한 선발대는 군의 협조를 받으며 작전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머지 팀원들이 도착하면, 내일 아침 좌표에 나온 지점으로 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협조받은 부대 내 작전회의실에서는 Gog특별수사팀이 작전을 위한 장비 점검을 시작하고 있었다.
***
그날 오후.
<지 잉!>
“보스! 알 수 없는 자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양지성은 헤드셋을 쓴 채 고개를 돌려 권태호에게 말했다.
“흠, 그래? 얼마나 멀리 있지?”
“아마도 5분 정도 후면 도착할 듯합니다. 보아하니, 분위기가 단순한 방문은 아닐 듯도 합니다.”
양지성은 이호준과 박민우에게도 대비하라는 신호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인 건가?”
소파에 앉아 있던 신지철이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던진 말이었다.
“흠, 그래. 그런 것 같군. 당신들은 이제 어떻게 할 거지?”
“글쎄, 우리는 그냥.”
권태호의 물음에 지철은 여자친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이지효는 그런 지철의 손을 두 손으로 덮으며 잡고 있었다.
태호는 그런 연인의 행동을 차분히 지켜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우린 상관없으니까.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야. 모두 자기 의지대로 모인 거고, 때가 되면 또, 자기 의지대로 떠나갈 거야. 우린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편하게 생각하고 있어.”
태호는 말하며 담배를 피워 물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태호의 주위로 양지성과 박민우 그리고 이호준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잠시 후 있을 상황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듯 보였다.
“오빠.”
“괜찮아, 걱정하지 마. 우리는 일단 이곳의 상황을 조금만 지켜보자.”
지철은 달래듯 말하며 지효를 가볍게 안아 주었다.
잠시 후.
‘부우웅, 부웅, 끽!’, ‘부우웅, 부웅, 끽!’, ‘부우웅, 부웅, 끽!’
‘덜컹!’, ‘타다닥!’
여러 대의 승합차에서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임시 집합소의 정면을 두 줄에 걸쳐 가득 메웠다.
“권태호가 누구냐?”
보스로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검은색 중절모를 매만지며 외쳤다.
“이게 무슨 소란이요?”
지금 양지성의 정면으로는 50여 명은 되어 보이는 조폭들로 가득 차 있었다.
“네 놈이, 권태호란 녀석인가? 생각보단 아우라가 없어 보이는데?”
넘버2로 보이는 날렵한 사내가, 검은 정장을 빼입은 채, 한발 나서며 물어왔다.
“이놈이! 어디서 보스 이름을 함부로 지껄여? 죽고 싶어?”
“잠깐! 내가 권태호다. 무엇 때문에 이리도 시끄럽게 하는 건지, 먼저 말해 줄 수 있겠나?”
“이곳 전라도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나와바리다. 이곳에 신고도 없이 이렇게 들어와 있는 거, 예의가 아니지 않나?”
“뭐라는 거야? ‘내돈내산’ 몰라? 이곳은 우리가 돈 주고 정상적으로 사들인 땅이라고.”
보스로 보이는 중절모 사내의 말에, 평소와 같지 않게 고등학교 2학년인 박민우가 끼어들었다.
“크크, 뭐야 재는? 저거 고삐리? 아냐? 크크, 아니 너희들 지금 여기서 애들 데리고 무슨 모임 하니?”
“푸 하하하!”, “키득키득!”
“이 자식들!”
<푸 슝!>
“헛!”, ‘팡!’, ‘쾅!’
양지성이 중절모 사내를 향해 날린 음파를, 날렵한 사내가 돌려차기로 튕겨냈고, 튕겨 날아간 음파는 작은 창고의 벽을 박살 냈다.
“이 새끼가 예의가 없네?”
“바지! 바지가 아이템인 것 같아요. 방탄, 저처럼요.”
“그러면, 위아래 전부일까? 한 벌?”
“그야 뭐, 형님이 다음에 머리나 발을 맞춰보면 알겠죠?”
“응? 그게 뭔 소리야? 가슴이 아니고?”
“아니, 위에도 방탄이면 또 살 거잖아요. 그냥 궁금해하지 말고, 처리하자는 거죠.”
“아, 왜 말을 어렵게 돌려서 해.”
날렵한 사내가 화를 내든 말든, 민우와 지성은 날렵한 사내의 아이템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속삭이고 있었다.
“아니, 아니! 그래서! 네놈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냐?”
“몰라서 물어? 우리가 심심해서 이렇게 몰려왔겠어? 우리 앞에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입주 허가비를 내놓던가? 아니면 모조리 이 자리에서 뒤지시던가?”
“뭐야?”
“웅성웅성.”
권태호의 단호한 물음에 날렵한 사내의 협박이 시작되었고, 임시 집합소를 찾아와 머무르고 있던 사람들은 이내 술렁이기 시작했다.
“뭐라는 거야? 여기 있는 우리가, 뭐 동네 양아치인 줄 알아? 만만해 보여?”
“그래! 우린 다 아이템이 있는 능력자들이라고.”
“맞아!”
“아이템은 무슨? 그냥 쓰레기 아니고? 용기 있으면 나와봐, 쓰레기 가지고 지랄들 하지 말고.”
사람들의 항의에 돌아온 것은 날렵한 사내의 도발이었다.
“뭐야! 죽어!”
“이크!”
“어림없다. 이제, 시작이라고.”
날렵한 사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중으로 두 개의 낫이 날아왔다.
날렵한 사내는 공중제비를 하며 하나의 낫은 피하고, 다른 하나의 낫은 발차기로 날려버렸다.
하지만, 되돌아온 두 개의 낫을 손에 잡은 사람은, 앞으로 뛰쳐나오며 공중에 다시 낫을 날렸다.
날렵한 사내는 피하고 막아내기에 정신이 없었고, 낫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이제, 그만!”
<쓰 웁!>
어느새 낫의 사내에게 다가선 중절모의 사내는 모자를 벗어 그에게 가져다 대었다.
순간, 낫의 사내는 중절모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이내 공중에서 춤을 추던 두 개의 낫도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모두 쓸어버려!”
“와! 우리도 가자! 죽여!”
임시 집합소는 순식간에 전쟁터로 바뀌어 버렸다.
<푸 슝!>, <푸 슝!>
양지성의 헤드셋 사이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양지성이 내뿜는 ‘음파’의 파괴력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찌지지직!>
권태호의 옆으로 전기스파크가 튀어 나가고 있었다.
그 사내는 한 손을 앞으로 힘차게 내뻗었고, 가느다란 전기스파크가 검은색 전기충격기를 통해 길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찌지지직!>
<뿌드드득!>
권태호의 다른 옆으로 박민우가 새로 얻은 돌주먹 장갑을 시전해 보이고 있었다.
“이런, 나 참.”
<지 잉!>
권태호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떠 보였다.
몸집을 부풀려 그 크기가 세 배가 된 녀석도, 날아온 전기스파크는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라이트로 눈앞을 볼 수 없게 빛을 비추던 녀석도, 양지성의 음파에 몸에 구멍이 뚫리며 쓰러졌다.
고막을 찢을 듯 피리를 불어대던 녀석도, 부채 바람으로 모두 날려버리려던 녀석도, 하나같이 전기스파크와 가공할 음파 앞에서 힘없이 쓰러졌다.
날렵한 사내는 권태호의 주먹에 머리가 터져 나뒹굴었고, 민우가 재빨리 그의 바지를 벗겨내어 자신이 입었다.
<푸 슝!>
양지성이 중절모 사내에서 드디어 음파를 날렸다.
“이것으로 끝인가?”
<쓰 웁!>
뜻밖에 중절모의 사내는 멀쩡한 모습으로 모자를 털어 보였다.
양지성의 음파가 중절모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하지만, 중절모의 사내는 몹시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도망을 쳤다.
하지만, 그곳에 남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능력을 시험이라도 해보려는 듯, 마음껏 아이템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뭐든 썰어내던 톱은 상대의 피가 자기의 얼굴과 온몸을 적시자, 기겁하고 톱은 내팽개친 채 도망을 쳤다.
장갑 대 장갑의 싸움은 그저 싸움 잘하는 놈이 이기는 싸움이었다.
양말이든 신발이든 모두 마찬가지였다.
지금 눈에 띄는 아이템은 전기스파크를 길게 내뿜는 전기충격기와 모두를 독한안개 속으로 가두는 전자담배 정도?
그리고, 바로 저 중절모였다.
그때, 양지성과 전기충격기의 사내 그리고 박민우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푸 슝!>
<찌지지직!>
<뿌드드득!>
양지성이 다시 중절모를 향해 음파를 날렸다.
그리고 중절모가 머리로 날아오는 음파를 흡수하려 할 때, 전기스파크가 발을 향해 뻗어 나왔다.
“으으윽!”
“가라!”
음파를 흡수한 중절모가 정신없이 흔들리는 순간, 민우의 커다란 돌주먹이 중절모의 머리에 내리꽂혔다.
권태호를 따라 양지성과 전기충격기를 든 사내가 다가왔다.
권태호는 박민우가 그렇게 지키고 서 있는 곳에서 중절모를 집어 들었고, 자기의 머리에 천천히 써 보고 있었다.
***
같은 시각.
“이상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어떤 거죠?”
“강한 이상기류와 전자기력 등으로 보입니다.”
“위치는 어딥니까?”
“그게, 좌표가 지금 저희가 진행하려는 작전 지역과 동일합니다.”
“뭐? 벌써요?”
문샤넬 박사와 곽 두기 팀장은 군 작전회의실에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으며, 내일 있을 작전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아직 육로로 이동 중인 Gog특별수사팀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지금은 그곳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기에, 오직 Gog특별팀만이 따로 움직이려는 것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강원도 사건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군은 즉각적인 총기 발포를 감행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군이 총기를 발표하고, 이에 아이템 범죄자들이 폭력으로 대응한다면? 그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했다.
그러했기에 박사는, 그들이 아직은 민간인을 향한 피해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는 전제하에, 군의 참여는 철저히 제한시키고 있었다.
“저희 선발대라도 먼저 출동할까요?”
“그건 안 돼요. 그곳에 모여있는 자들보다 우리 팀원의 숫자가 현저히 적어요. 위험합니다.”
여 춘식 형사가 마취총 등 장비를 재확인하며, 박사에게 물은 것이었다.
“박사님 말씀이 옳아. 아직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는 걸,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뒷수습만 하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답답한 건 저도 마찬가지인데, 하지만 아직은 방법이 없잖아요.”
곽 두기 팀장의 명령 아닌 당부가 전해졌고, 여 춘식 형사의 탄식에 이은, 마 은주 형사의 탄식까지 이어졌다.
“그나마,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게 다행인 거지.”
“조금만 한쪽으로 몰아넣을 수 있으면, 그곳에서 군경 합동으로 제압을 시도해 볼 수는 있을 거예요.”
“군경 합동 제압 시도라. 흠.”
“단 한 번 이라도 시도를 해보아야, 실패해도 다음 단계의 방법을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아주 실질적인 방법을.”
곽 팀장과 박사의 한숨에는 깊은 고민이 묻어있었다.
Gog특별수사팀이 발족 된 지도 어느덧 5개월이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Gog특별수사팀으로서는 해결하지 못한 많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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