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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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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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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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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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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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무슨 말이냐! 나는 이라다! 칼리오스가 아니야!”

“이라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계셨군요! 칼리오스 님!”


어처구니없는 오해였다. 이라는 운명의 아이. 칼리오스의 적대자. 절대 칼리오스가 아니란 말이다.


“가명이 아니다! 이라는 내 진짜 이름이다!”

“이라. 이라이라이라이라이라이···. 라이. Lie. 이라를 뒤집으면 라이. 즉, 거짓말! 이라라는 이름은 거짓말이라는 뜻이군요! 그 말인즉, 이라는 가명이라는 뜻! 이라 님이 바로 칼리오스 님!”

“억지 부리지 마라! 난 칼리오스가 아니다!”

“이라가 진짜 이름이란 말입니까?”

“그렇다! 이라가 진짜 이름이다!”

“에이, 거짓말인 거 다 압니다.”

“말이 하나도 안 통하네!”


이라는 답답해서 울화통이 터졌다.


“나는 이라다! 어둠의 신이 아니라 인간이란 말이다!”

“거짓말 그만하십시오! 당신이 어떻게 인간입니까!”

“딱 보면 모르나? 인간이잖아!”

“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운명의 아이이기 때문이다!”

“운명의 아이? 운명의 아이라고요? 예언에 나온 그 운명의 아이?”


대사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대사제는 예언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예언에 대해 알고 있나?”

“예. 알고 있습니다. 이래봬도 저는 종족학 학사를 땄습니다. 종족학을 배우는 자들은 예언에 대해 잘 알고 있지요.”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나는 운명의 아이! 칼리오스의 적이다!”

“그렇다면 그것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것?”

“운명의 아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그것 말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운명의 아이가 아니겠지요? 즉, 칼리오스 님이라는 거겠지요? 어디 한번 그것을 보여주십시오.”


저번에 대학교에서 만났던 종족학 교수도 운명의 아이라면 그것을 가지고 있다며 염병을 떨었다. 그것이 도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냥 대충 가지고 있는 척하면서 무마했었다.


‘그것이 대체 뭐길래?’


그것이 무엇일까. 운명의 아이만이 가지고 있다는 그것. 아아, 그것이 알고 싶다.


“그것이 대체 뭔데?”

“어? 그것 모르십니까? 그럼 칼리오스 님이란 뜻인데?”

“가지고 있는데 모르는 걸 수도 있잖아! 대체 그것이 뭔데!”

“운명의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운명의 증표 말입니다!”


운명의 증표? 이라는 당황했다. 운명의 증표라는 것은 난생처음 들어봤다. 뭔지는 몰라도 이라가 운명의 증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이라는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없죠? 운명의 증표 없죠? 안 가지고 있죠? 절대로 운명의 아이 아니죠? 무조건 칼리오스 님이 맞죠?”

“크윽···. 아니다. 원래 가지고 있었는데, 집에 두고 온 것이다.”

“운명의 증표는 어디 두고 올 수 있는 게 아닌데? 몸에 새겨진 문신 같은 건데?”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이라는 자신의 몸에 어떤 문신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라는 충격에 빠졌다. 지금껏 스스로를 운명의 아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게 대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일인가.


“당신은 역시 칼리오스 님이 확실합니다!”

“크윽. 내가 칼리오스라는 증거가 없지 않은가! 물론 내가 운명의 아이가 아닐 수는 있겠지. 하지만 내가 칼리오스라는 증거도 없다!”

“흠. 그렇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그래. 설명해 주도록 하지. 내가 얼마나 영웅적인 인생을 살아왔는지. 내가 얼마나 운명의 아이처럼 살아왔는지.”


이라는 자신의 삶을 하나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바다에 버려졌다. 부모가 날 괴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칼리오스일 확률, 현재 10%.”

“바다에 빠진 나는 무리 없이 숨을 쉴 수 있었다.”

“15%.”

“세상을 구하기 위해 물의 신 아쿠아가 남긴 심해의 물방울이 담긴 삼지창을 찾으러 갔다. 왜냐면 세상을 구하고 싶었으니까.”

“쓰읍. 그러면 12%.”

“바다박물관에서 삼지창을 빌려왔지.”

“허락은 받고 빌려왔습니까?”

“그렇지는 않다. 그냥 전시되어 있던 것을 훔쳐 왔다. 하지만 돌려줄 생각이었어!”

“20%.”

“그리고 신목을 빌리기 위해 엘프족을 찾아갔지. 술 먹고 실족사한 엘프족 촌장의 시체를 뒤져 신목을 얻었다.”

“21%.”

“그리고 엘프족을 멸망시켰다.”

“40%.”

“그 후 유물을 빌려준 사람을 죽이면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고 인어도 멸망시켰다.”

“50%.”

“그 후 드워프의 지하 왕국에 간 다음 생명의 망치를 손에 넣고 드워프를 멸망시켰다.”

“60%.”

“그러고 나서 인간 제국에 와서 죽은 인간 황제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신하들을 속여 황금빛 별의 조각을 얻어냈지.”

“70%.”

“그런 다음 볼케이노 대륙에 가서 실수로 대폭발을 일으키는 바람에 세상에 어둠을 퍼뜨렸다. 그러고 나서 신성한 불꽃이 담긴 심장을 손에 넣었다.”

“90%.”

“그리고 인간 제국으로 돌아온 뒤, 아무도 칼리오스를 모르길래 괜히 심통 나서 칼리오스에 대한 소문을 퍼뜨렸다.”

“100%! 백프로 칼리오스 님이잖습니까! 아니, 200% 칼리오스 님이 확실합니다! 이 세상에 이런 극악무도한 족적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칼리오스 님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칼리오스 님입니까!”


그러고 보니 행적이 좀 바람직하지 못하긴 했다. 지금까지 총 네 종족을 멸망시켰고, 세상에 어둠을 뿌렸으며, 칼리오스가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칼리오스가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긴 하다.’


이라는 드디어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나는 운명의 증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은 곧 내가 운명의 아이가 아니라는 뜻. 내가 운명의 아이가 아니라면, 태어나자마자 바다에 버려졌는데 숨을 쉴 수 있었던 게 말이 안 된다. 평범한 인간은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으니까. 설마? 설마 진짜로 나는 칼리오스인가?’


이라의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아이다! 듣고 있나!”

“예, 듣고 있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정녕 칼리오스란 말인가!”

“저는 모르지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지?”


아이다는 이라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하였다.


“이라 님이 칼리오스라면, 저는 더 이상 당신을 존경하지 않을 것입니다.”

“뭐, 뭐라고?!”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애초에 제가 왜 이라 님을 모시고 존경하며 따랐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아이다가 이라를 따랐던 이유. 그것은 바로 엘라릴라의 규율을 지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엘라릴라의 규율에 따르면 엘프족 사람들은 연장자에게 존경을 표해야 한다. 아이다는 그 규율을 지키지 않기 위해서 자신보다 한참 어린 이라에게 존경을 표하고 존댓말을 하며 따랐던 것이다.


‘만약 내가 칼리오스라면. 나는 더 이상 아이다보다 어리지 않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칼리오스는 엄청나게 옛날에 탄생한 신이니까! 즉, 내가 아이다의 연장자란 말이고. 따라서 아이다는 더 이상 내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것이야!’


이라의 대위기. 자신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뽑힘과 동시에 지금까지 함께해 온 동료까지 잃게 될 판이었다.


“이것 보세요! 역시 당신은 칼리오스 님! 어둠의 신, 칼리오스 님이잖습니까!”


이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사제는 신이 났다.


“닥쳐라! 나는 칼리오스가 절대 아니다!”

“칼리오스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칼리오스가 아니라면 그런 악행들을 저지를 수가 없습니다! 한낱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짓들이 아닙니다!”

“닥쳐! 닥쳐! 닥쳐!”


이라는 숨을 헐떡이며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운명의 아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내가 운명의 아이라는 사실을 직감했었다! 그러니까 난 운명의 아이다!”

“아닙니다! 당신은 칼리오스 님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당신이 칼리오스 님이라는 사실을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네 직감은 틀렸고 내 직감은 옳다!”

“억지입니다! 칼리오스 님! 순순히 본인이 칼리오스 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십시오! 그리고 우리 칼리오스교를 이끌어 이 세상을 멸망시키십시오!”

“아니야! 나는 운명의 아이다! 나는 운명의 아이야!”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빛나는 금발을 가진 남자였다. 그 남자의 눈빛 속에는 깊은 정의감이 깃들어 있었다.


“네 이놈, 칼리오스! 너를 처단하러 왔다!”

“누구냐! 난 칼리오스가 아니다!”

“닥쳐라, 칼리오스! 밖에서 너희들의 대화를 모두 엿들었다! 그리고 이 제단을 봐라! 이미 킬 카운트가 1,500을 찍었다! 그리고 제단 위에 있는 시체들을 봐라! 잔인하기 짝이 없다! 네가 칼리오스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는 이라다! 칼리오스가 아니라 이라다! 그러는 너야말로 누구냐!”

“내가 누구냐고? 궁금하다면 알려주는 게 인지상정!”


어두운 방 안에서 남자의 눈이 빛났다.


“내 이름은 알테온!”


알테온의 목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방 안에 울려퍼졌다. 그의 목소리는 대지의 심장을 울리는 메아리와도 같았다. 알테온은 검을 뽑아들었다.


“어둠과 혼란을 몰아내고 빛과 질서로 세상을 바로 세울 자!”


알테온의 눈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그의 눈에는 확신에 찬 정의가 일렁였다. 알테온의 몸에서 흐르는 순백의 기운이 그를 감쌌다.


“나, 알테온은 운명의 아이다!”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운명의 아이라고? 그럴 리가 없다. 운명의 아이는 이라다. 운명의 아이는 한 명이다. 두 명의 운명의 아이가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거짓말 하지 마라! 내가 운명의 아이다!”

“아니다, 칼리오스! 넌 어둠의 신이다! 그리고 내가 진짜 운명의 아이다!”

“닥쳐라! 네가 운명의 아이라면 그것을 가지고 있겠지?”

“그것? 운명의 증표 말인가? 당연하지! 내 손등을 보아라!”


알테온의 손등에는 빛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운명의 증표를 본 적은 없었지만, 저게 운명의 증표임이 분명했다.


“칼리오스 님! 저자가 바로 운명의 아이입니다! 얼른 죽이십시오!”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된다! 그럴 리가 없다! 내가 운명의 아이다! 내가 운명의 아이, 이라란 말이다!”

“칼리오스 님! 이제 연극은 그만두십시오! 얼른 저 운명의 아이를 죽이고 세상을 멸망시켜야 합니다!”


이라는 벌벌 떨며 아이다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이다! 뭔가 이상하다! 내가 분명 운명의 아이일 텐데,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어쩌라고.”

“뭐? 아이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냐! 죄송의 춤을 또 추고 싶은 거냐?!”

“하나도 죄송하지 않다! 왜냐면 나는 엘라릴라의 규율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네가 칼리오스가 맞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너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것이다!”

“이, 이 자식! 네가 감히 나를 배신해?!”

“배신했다고 한 적은 없는데?”

“음? 그럼 뭐냐!”

“그냥 존경을 표하지 않을 뿐이다. 나는 널 배신할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동료이기 때문이다. 너와 함께한 9년. 그중에서 대충 1년 반 정도는 혼자서 죄송의 춤을 추고 있었긴 하지만. 아무튼 너와 함께한 9년 동안 난 너를 끔찍이 아끼게 되었다. 더 이상 존경은 할 수 없겠지만, 동료로서의 의리를 저버리진 않을 것이다.”

“아이다···!”


이라는 감동했다. 9년간 함께 지내면서 쌓아온 우정은 이라가 운명의 아이든 칼리오스든 상관없이 건재했다. 이라는 눈물을 훔쳤다. 이번에는 정말로 눈물을 훔쳤다. 저번처럼 아이다의 활과 화살을 훔치지 않고 말이다.


“아이다···! 고맙다! 나를 버리지 않아서 고맙다!”

“이라! 아니면 칼리오스! 뭐, 어느쪽이든 일단 도망가자!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래! 도망가서 다시 생각해 보자! 아이다! 도망의 춤을 춰라!”

“왜 명령이지? 난 더 이상 널 존경하지 않는다. 네 명령에 따를 필요가 없단 뜻이다.”

“크윽. 도망의 춤을 춰 주세요!”

“좋다. 내게 업혀라.”


이라는 아이다의 등에 업혔다. 아이다는 엄청난 다리 근육으로 도망의 춤을 추었다. 알테온도 대사제도 그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아이다의 도망의 춤 덕분에 이라와 아이다는 무사히 도망에 성공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도망의 춤은 도망의 스텝을 밟아서 빠른 속도로 도망가는 춤이다.


“허억. 허억. 여기는···. 여기라면 안전하다.”

“그래, 아이다. 여기라면 안전하네.”


이라와 아이다가 도망쳐 온 곳은 ‘여기라면 안전하’라는 작은 카페였다. 이곳은 인간 제국 외각에 위치하고 있어서 칼신도들의 영향을 덜 받는 곳이다.


“그나저나 풍경이 익숙하군.”

“그래? 어떤 점이 익숙하지?”

“아이다. 잠시 서열정리를 확실히 하고 가자. 언제까지 반말을 쓸 생각인가.”

“네가 칼리오스라면 연장자이겠지? 그러면 나는 네게 계속 반말을 쓸 수밖에 없다.”

“내가 칼리오스일 수도 있지.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칼리오스가 맞다면 반말해도 되겠지만, 내가 칼리오스가 아니라면 어쩔 거냐.”

“그렇다면···. 그렇다면 존댓말을 해야겠지···요?”

“엄밀히 따지자면 나는 지금 이라일 수도 있고 칼리오스일 수도 있는 상태다. 내가 칼리오스라고 확정난 게 아니니까. 어쩔 생각이냐?”

“으음···. 반존대할까? 요?”

“반존대라!”


반존대란 반말과 존댓말을 섞은 말투다.


“반존대는 조금 애매하다. 그냥 내가 칼리오스라고 확정되기 전까지는 존댓말을 써라.”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그냥 반존대해도 될 거 같은데?”

“벌써 반존대 하고 있군. 잘 생각해봐라. 네가 그냥 존댓말을 사용한다면?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첫 번째. 내가 칼리오스일 경우. 내가 칼리오스라면 너는 화가 나겠지. 하지만 그게 끝이다. 두 번째. 내가 이라일 경우. 너는 라인을 잘 탔기 때문에 나에게 엄청난 칭찬을 받을 것이다. 그럼 이득이지? 딱히 손해볼 게 없지?”

“그렇긴 하네. 그래서요?”

“근데 네가 그렇게 계속 반존대를 사용한다면? 여기서도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첫 번째. 내가 칼리오스일 경우. 너는 칼리오스에게 반존대를 한 것이 된다. 즉, 반쯤 존댓말을 했다는 뜻이다. 그럼 너는 반쯤 화가 나겠지? 두 번째. 내가 이라일 경우. 내가 이라인 것이 확정되면, 나는 내게 건방지게 반쯤 반말을 한 너를 반쯤 죽일 수도 있다.”

“헉!”

“만약 반말을 한다면? 이건 진짜 최악이다. 내가 칼리오스일 경우, 너는 옳게 반말을 했으니 화가 나지 않겠지. 그게 끝이다. 하지만 반말을 들어서 화가 난 칼리오스가 널 죽일지도 모른다. 대신 내가 이라일 경우? 마찬가지로 나는 너를 죽일지도 모른다.”

“그 말인즉···!”

“그렇다. 무조건 존댓말 하는 게 이득이란 것이다.”


그렇다. 기댓값을 생각해 보면 쉽다. 현재 아이다의 행복도를 0이라고 생각해 보자. 아이다가 칼리오스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면 화가 날 것이고, 이때 행복도는 100 감소한다고 하자. 그리고 아이다가 이라에게 칭찬받으면 행복도는 100 상승. 그리고 이라에게 목숨의 위혐을 받으면 행복도가 200 감소한다고 하자.


또한 이라가 이라일 확률은 50%(0.5). 그리고 칼리오스일 확률 또한 50%(0.5)다. 이를 토대로 아이다의 기대 행복도를 계산해볼까?


만약 아이다가 존댓말을 사용한다면? 이라가 칼리오스 일 때, 행복도는 –100이 된다. 그리고 이라가 이라일 때, 칭찬을 받아서 행복도가 +100이 된다.


따라서 존댓말을 사용했을 경우.

기대 행복도는 (0.5×-100)+(0.5×100)=0


만약 아이다가 반존대를 사용한다면? 이라가 칼리오스일 때, 반쯤 존댓말을 쓴 게 되니까 화도 반쯤 날 것이다. 따라서 행복도는 –50. 이라가 이라일 경우? 반쯤 반말을 들은 이라가 화가 나서 아이다를 반쯤 죽이려 들 것이다. 그러면 행복도는 –100.


반존대를 사용했을 경우 기대 행복도는?

(0.5×-50)+(0.5×-100)=-75


만약 아이다가 반말을 사용한다면? 이라가 칼리오스일 때, 뭐 그냥 반말 잘 썼으니 화가 안 날 것이고 별일 없을 것이다. 따라서 행복도는 +0. 하지만 반말을 듣고 화가 난 칼리오스가 아이다를 죽이려 들 것이다. 그러면 행복도는 –200. 이라가 이라라면? 마찬가지로 반말을 듣고 화가 나서 아이다를 죽이려 들 것이다. 그러면 행복도는 –200이 될 것이다.


따라서 반말을 사용했을 경우 기대 행복도.

(0.5×-200)+(0.5×-200)=-200


존댓말을 사용했을 때의 기대 행복도가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다는 머릿속에서 기대 행복도를 계산한 다음 결론을 내렸다.


“죄송합니다, 이라 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의 춤을 출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튼 죄송합니다!”

“그래. 네가 알아들어서 정말 다행이다.”


다시 서열 정리가 완료됐다. 아이다는 이라에게 존댓말을 계속 쓰기로 했다. 왜냐면 그게 이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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