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무투대회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이라가 심해의 어쩌고 삼지창과 신목, 그리고 신성한 어쩌고 심장의 힘으로 무투대회장을 아주 그냥 박살을 내버린 것이다. 이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라 님 진정하십시오!”
아이다가 이라를 진정시키기 위해 진정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진정의 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정할 수 있게 해주는 굉장히 평화로운 춤이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나!”
“반대로 물어봅시다. 왜 진정 못 합니까?”
“내가 연 대회에서 내가 떨어졌잖아!”
“그럴 수도 있지요. 이라 님께서 열었으면 무조건 이라 님께서 우승해야 합니까? 그런 법이 있어요?”
“그런 법은 없지.”
“그렇다면 일단 그런 법부터 만드십시오. 법으로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이다의 말이 그럴듯했다. 하지만 이라는 진정할 수 없었다. 왜냐면 이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이라 님! 이렇게 합시다! 일단 맛있는 걸 먹읍시다!”
“맛있는 거?”
“이 세계에 온 이후에 이것저것 조사해 봤습니다! 이 세계에는 맛있는 것이 지천으로 널렸습니다! 그걸 먹어봅시다.”
이라의 분노가 슬그머니 잠들기 시작했다. 맛있는 것이라? 이라의 식욕을 자극하는 멘트였다.
“좋다. 그럼 일단 대회장을 부수는 것은 그만두겠다.”
“그리고 희소식이 있습니다. 무투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이라 님 빼고 전부 사망했습니다!”
“그것이 왜 희소식이지? 대참사이잖나. 사람이 죽었는데 어찌 희소식이냔 말이다!”
“이라 님 빼고 전부 사망했다는 것은 곧 이라 님이 우승했다는 뜻입니다! 즉, 이 세계는 이제 이라 님의 지배 아래에 있습니다.”
이라의 분노가 완전히 잠들었다. 드디어 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라는 즐거웠다.
“야호!”
“야호입니다!”
이라와 아이다는 야호의 춤을 췄다. 야호의 춤은 정말 신날 때 추는 춤이다.
“그럼 내가 지배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도록 하자.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까?”
“SNS 계정을 만듭시다.”
“SNS? 그것이 무엇이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줄임말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무엇이지?”
“저도 잘 모릅니다. SNS에 물어보겠습니다.”
아이다는 SNS에 들어가서 본인의 계정으로 글을 하나 썼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아이다입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무엇인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
[아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무엇인지 궁금했군요?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란? 링크를 클릭하여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세요.]
“이라 님. 이 링크를 클릭하면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클릭해라 그러면.”
“예!”
아이다가 링크를 클릭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이다가 이 세계에 와서 장만한 스마트폰이라는 도구가 맛탱이가 간 것이다.
“이라 님! 씨발! 스마트폰이 고장났습니다!”
“뭣이라?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링크를 눌렀기 때문인 것 아닐까요? 링크를 누르는 데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걸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그자는 왜 너한테 링크를 누르라고 했지? 이건 의도된 함정이 분명하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군요. 이 인간을 찾아가서 크게 혼쭐을 내줍시다.”
“그러자!”
이라가 신의 권능을 사용하여 댓글 쓴 사람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 근처다! 가서 죽이자!”
“예!”
이라와 아이다는 댓글 쓴 사람의 집으로 갔다.
“이리 오너라!”
그러자 대문이 열리고 한 남성이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네 놈이렷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해 알려준답시고 이상한 링크를 올려둔 것이!”
“아닌데요?”
“신의 권능으로 네 놈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진작에 파악했다!”
“신? 아이고. 안 믿습니다.”
남성은 문을 닫았다.
“아이다! 난 지금 너무 화가 난다!”
“이라 님! 저 또한 화가 납니다!”
“죽이자!”
“예!”
이라는 대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남성이 당황하였다.
“왜 이러세요!”
“네 죄를 네가 알렷다!”
“모르겠습니다! 당신들 뭔데요?”
“하압!”
이라가 손짓하자 남성의 사지가 절단됐다. 남성은 바닥에 쓰러졌다.
“순순히 사과해라!”
“대체 뭘 사과하라는 겁니까! 그리고 사과하면 살려주시는 겁니까?”
“아니! 그냥 사과를 받고 싶을 뿐이다! 네가 사과하고 나면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니 널 죽일 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럼 사과 안 하겠습니다.”
이라와 아이다는 당황했다.
“사과하라고!”
“사과하면 죽일 거잖아요.”
“그렇다!”
“그럼 절대 사과 안 합니다.”
“사과하라고!”
“절대 안 해야지.”
치열한 대치가 이어졌다. 이라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제기랄. 이 녀석이 사과하지 않으면 죽일 수가 없다. 죽이는 것쯤은 눈감고도 할 수 있지만, 죽이고 나면 사과를 들을 수가 없어!’
이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남성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사과해줄 거냐?”
“일단 잘라버린 제 팔다리를 다시 붙여주십시오.”
“알았다.”
이라는 남성의 사지를 다시 붙여주었다.
“이제 또 어떻게 할까?”
“사과해요, 나한테.”
“아니, 왜 우리가 사과를 하지? 네가 우리한테 사과를 해야한다니까.”
“다짜고짜 제 팔다리를 잘랐잖습니까! 그러니까 그쪽이 저한테 사과를 먼저 하세요! 그럼 사과를 할지 말지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습니다.”
이라는 황망한 표정으로 아이다를 바라보았다.
“아이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일단 사과합시다. 우리가 사과를 해야 우리도 사과를 받을 수 있잖습니까.”
“그럴까?”
이라는 사과를 하기로 결심했다.
“어이, 너 이름이 뭐지?”
“내 이름인 남궁궁남입니다.”
“남궁궁남이라. 대칭적이고 좋은 이름이군.”
“사과하시겠습니까?”
“그래. 남궁궁남아 미안하다.”
“사과 받아주겠습니다. 앞으로 조심하세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잘못을 하면 사과를 하는 게 맞다. 이라는 드디어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네가 사과할 차례다.”
“전 사과 안 한다니까요? 사과하면 저 죽인다고 했잖습니까. 그러면 절대 사과를 하면 안 되겠지요? 왜냐하면 사과하면 죽으니까.”
“하지만 내가 사과하면 너도 사과하기로 했잖아.”
“전 그런 적 없습니다. 그쪽이 먼저 사과하면 저도 사과를 할지 말지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했지요. 일단 긍정적으로 고려는 해보겠습니다.”
남궁궁남의 트릭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라는 화가 부글부글 끓었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하지만 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건데요?”
“SNS에 댓글 달았잖아! 그래서 이상한 링크를 줘서 아이다의 폰을 고장냈잖아!”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잘 확인해보세요.”
이라가 신의 권능으로 다시 확인해봤다. 다시 확인해본 결과, 진짜로 남궁궁남이 한 짓이 아니었다. 아이다에게 댓글을 단 것은 놀랍게도 남궁궁남의 옆집에 있었다. 호수를 착각한 것이었다.
“남궁궁궁남아! 미안하다! 내가 집을 잘못 찾아왔구나!”
“역시 그랬군요. 이보세요. 이제야 제가 얼마나 억울한지 알겠습니까?”
“정말 정말 억울했겠구나. 그런데도 화내지 않고 그렇게 침착하게 대응하다니. 네게 영웅의 자질이 충만하구나!”
“감사합니다.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남궁궁궁궁남아. 난 네가 마음에 들었다. 혹시 이 세계의 왕이 될 생각 없나?”
“이 세계의 왕이요?”
“난 이 세계의 지배자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지배는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바지사장을 세우고 싶다. 그것이 네가 되면 좋겠구나.”“하지만 지배는 귀찮은 일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럼 저한테 귀찮은 일을 떠넘기겠다는 뜻 아닙니까? 왜 짬처리를 하려고 하십니까?”
“남궁남아. 제발 부탁한다. 너 말고는 왕을 맡길 사람이 없다.”
“아까부터 제 이름을 이상하게 부르시는데, 일단 이름부터 똑바로 불러보세요.”
“남궁궁남.”
“좋습니다. 받아들이죠. 전 지금부터 이 세계의 왕입니다.”
남궁궁남이 이 세계의 왕이 되기로 했다.
“남궁궁남아. 내가 이 세계의 지배자가 되었고 네가 왕이 되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 그래서 SNS를 쓰려고 했다. 네가 좀 도와다오.”
“예. 제가 홍보해보겠습니다.”
남궁궁남은 즉시 ‘지구의 왕 남궁궁남’이라는 계정을 만들고 즉각 홍보하였다.
“팔로워 수 3명. 이 정도면 충분하죠.”
“나쁘지 않군.”
“앞으로 이 지구를 잘 다스려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해라.”
그 뒤로 1년. 이라가 탑을 정복했기 때문에 더 이상 탑도 생기지 않고 평화로운 세상이 지속되었다.
뻥이다. 사실 평화로운 세상이 지속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탑이 생기면서 각성자들이 나타났는데, 탑이 사라지니까 그 각성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쁜 각성자들은 능력을 사용해서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착한 각성자들은 그들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히어로와 빌런의 탄생이었다.
“이라 님. 빌런들이 극성입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지구의 왕 남궁궁남이 이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라는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
“알아서 해라.”
“예.”
남궁궁남이 알아서 했다.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었고, 세상은 히어로와 빌런의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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