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USN : 미국의 서방 진영.]
[Dang : 중국의 반서방 진영.]
각 동맹국끼리 각성자를 파견한 후.
주기적으로 아이템거래를 했다.
하지만.
동맹이 없는 한국.
‘항상 아이템 부족에 시달렸지.’
거래소에 쓸만한 물건이 없는 것.
각성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과거형이다.
‘이제는 한국에 ’없음‘이 있으니까.’
한국 거래소에 접속 하려고.
밀입국하는 각성자가 속출.
‘상황이 역전되었지.’
상상만 해도 행복한지.
환하게 웃는 이 팀장.
그 모습을 보고.
정성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팀장님?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아, 네. 그, 정성훈 씨가 드디어 38층에 오르셨잖아요. 축하드립니다.”
정성훈.
한국 랭킹 2위.
상위 랭커 10명 중.
유일하게 한국에 남은 각성자다.
“그랬죠. 뭐, 감사합니다. 무기가 바뀌니까, 체감이 확 되네요.”
“커팅 블레이드 말씀이시죠. 쓸만한가요?”
“쓸만한 정도가 아니에요. 오죽하면 웃돈까지 붙여서 파는 놈들이 생기겠어요.”
커팅 블레이드.
‘없음’이 상급 무기 수준의 아이템을 헐값에 대량으로 풀었다.
“이제 다른 각성자들도 몇 개 층은 가볍게 더 넘을 겁니다.”
“다행이네요. 각성자 분들이 전부 떠나서 걱정을 좀 했는데.”
“에이, 걱정은 무슨. 이 팀장님, 연기 많이 느셨다?”
“네?”
“뭘 또 모르는 척해요. 전부 다 이 팀장님 계획이잖아요.”
“계획이요?”
“당연하죠. 그럼 이게 다 우연이라고요? 각성자 특별법이 폐지되고, 딱 그 타이밍에 ‘없음’이 아이템을 거저 풀었는데?”
정성훈이 씩 웃자.
난처한 표정을 짓는 이 팀장.
정성훈의 주장.
맞는 말이다.
없음이 아이템을 파는 동시에.
각성자 이민이 뚝 끊겼다.
하지만.
서로 말을 맞춘 건 아니었다.
이 모든 계획을 설계한 사람.
이 팀장 본인이 아니라.
‘없음이겠지. 그가 정부의 정책에 맞춰서 무기를 풀었다.’
각성자 우대 정책 폐지의 부작용을 예상하고.
각성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최고의 패를 꺼냈다.
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본 것일까.
‘무시무시한 선견지명.’
이 팀장이 속으로 감탄을 했다.
오해가 오해를 낳았다.
**
오늘따라.
행복해 보이는 이 팀장.
“앞으로 코어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할 겁니다.”
웃는 표정으로 지시를 내렸다.
행복해하니 다행이긴 한데.
왜 하필 우리 팀 사무실에서 저럴까.
“특히, 해외로 코어 밀반출하는 업자들 전부 잡아내세요.”
몬스터 코어가 전략 자산이 되었다.
없음이 코어로 아이템을 만들기 때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코어로 무기를 만든다고.
오해하고 있는 상황.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알리고 싶다.
입이 근질근질했다.
“자! 대한민국의 미래가 여러분 손에 달려 있습니다. 다들 힘내봅시다.”
그렇게.
이 팀장이 사무실을 빠져나가자마자.
“시벌!”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그럼 내 미래는 누가 책임지냐고!”
“그러니까요. 제 미래는 분명 이번 주말에 대부도로 주말에 낚시하러 가는 거였는데! 제기랄, 세계 선이 변했습니다!”
“그냥 다 같이 때려치우죠! 못 해 먹겠습니다.”
그렇게.
다들 절망에 빠진 그 와중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다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거니까.’
꼭 나쁘기만 한 상황은 아니어서.
긁적. 긁적.
대충 머리를 긁으며.
조용히 눈치를 살폈다.
**
집으로 돌아와서.
툭-
정 상무에게 노트북을 던졌다.
“브리깃은 다음 층 브리핑하고. 정 상무는 몬스터 코어 재고 현황 업체별로 정리하면서 들어.”
“히이익, 요, 요새, 너, 너무 바, 바쁩니다.”
“어, 그래? 알겠어. 내가 좀 너무했네. 힘들면 말해. 나도 강요하는 건 아니야.”
그리고는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새로 뽑기 버튼이 어딨더라.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눈이 침침하네.
“어, 업무가 너, 너무 하, 하고 시,싶습니다!”
“좋아! 열심히 일하는 너의 모습. 아주 많이 보기 좋구나!”
그렇게.
정 상무를 격려? 한 다음.
브리깃을 쳐다봤다.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지휘관님도 아시다시피, 26층은 필드는 미로 던전 입니다.”
“그래, 최악이지.”
던전인데, 미로.
타임어택에는 최악의 상성.
특히 미로에서 길을 잃을 경우.
즉사하는 패턴.
저게 제일 까다롭다.
탑 초창기.
가장 많은 각성자가 죽은 층.
탐지 스킬로 길을 찾는 공략방법이 생긴 이후.
죽는 사람은 줄었지만.
‘대신 저 공략방법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브리깃에게 질문을 했다.
“어때, 브리깃. 좋은 전략 있어?”
“네, 간단합니다.”
“간단?”
“저희가 총 넷. 즉사 패턴의 미로는 한곳 뿐이니. 지휘관님께서 후방에 머무시다가, 안전한 길로 합류하면 됩니다.”
나는 나서지 말고.
안드로이드를 한 명씩 던지라는 소리.
“기각. 그럴 경우. 한 명은 무조건 죽어.”
“안드로이드는 차후, 다시 재생성할 수 있습니다.”
“불가능. 죽을 때, 절망과 공포의 감정까지 다시 재생성 되잖아.
“괜찮습니다. 저희는 오직 살상만을 목적으로 제작된 안드로이드로서, 그 어떤 감정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감정이 없기는 개뿔.
아니.
당장 쟤들만 봐도.
“야만. 더럽. 못생. 지지직. 오류. 얼굴. 오류.”
“지휘관님만 아니었으면 네놈을 사지는 이미 찢어져 있었을 것이다!!”
내가 싸우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다행히 주먹질은 안 한다만.
“보다시피, 굉장히 감정적인데?”
“그···. 그건···. 감정이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감정이 너무 풍부한데.”
솔직히.
여기서 내가 제일 이성적이다.
“아님. 없음. 로봇. 지지직. 감정. 오류. 없음.”
“그렇습니다!! 저는 오로지 지휘관님의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놀고들 있네.
어쨌든.
안드로이드를 희생할 순 없으니까.
‘그 수밖에 없겠네.’
어쩔 수 없지.
“26층은 탐지 드론으로 공략한다.”
“하지만, 탐지 드론은 던전에서 자동비행이 불가능합니다.”
그래.
인공지능이 부족해서.
벽에 부딪히며 혼자 추락했다.
“그래서 수동조작 할 거야.”
“지휘관님께서 말씀입니까?”
“어, 나랑 쟤랑 둘이서.”
내가 정 상무를 가리키자.
깜짝 놀라는 정 상무.
“하, 하필, 저, 전 에, 에프등급 이, 입니다만...”
F등급?
SSR등급?
그게 뭣이 중요한데?
탐지 드론 수동조작.
동시에 3개의 드론을 다뤄야 했다.
상당한 난이도.
“죽어. 지휘관. 싫어함. 너. 고철. 당장.”
“지휘관님 도저히 못 참겠습니다!! 저 배신자를 처단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런 고난이도 조작을 쟤들한테 맡길 순 없다.
절대.
죽어도.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차라리 정 상무가 믿음직했다.
**
26층 입장.
어두침침한 던전.
들어서는 순간.
“정 상무!”
[탐지 드론 작동.]
[수동상태 전환.]
[배터리 출력 100%]
쉬이이잉-
드론을 최고속도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경계하면서, 탐지 드론 뒤를 쫓는다.”
[기동갑옷 착용.]
[반중력 부스터 출력 30%]
드론의 꽁무니를 쫓았다.
미로를 헤매다가.
막다른 길에 닿은 드론.
“이쪽은 아니야.”
VR 모니터로 길을 확인하고.
다른 드론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드론이 탐색을 하는 와중에.
보이는 족족.
지이이잉- 징-
차아악-
브리깃이 빔 샤브로로 휘두르며 적을 제거했다.
우리 팀 최고 전력.
같은 SSR이라고 해도.
장비 운용 능력이 차원을 달리했다.
쟤한테 드론을 맡길 순 없으니.
정 상무가 드론을 조종할 수밖에.
“정 상무! 정신 차려. 드론! 부딪힌다.”
“히이익. 죄송합니다.”
그렇게 드론이 휘젓고 다닌 결과.
수십 개의 통로 중.
딱 두 갈래의 길이 남았다.
둘 중 하나는 즉사 패턴.
시간은?
[47초]
양자택일.
양쪽으로 갈라진다.
“다들 찢어져!”
그렇게.
내가 선택한 통로.
-지휘관님 틀렸습니다. 이쪽입니다! 빨리 돌아오십시오!
꽝이었다.
미로 속 커다란 공동.
그곳에서.
거대한 몬스터가 포효하고 있었다.
“쿠와와와앙!”
[미노타우로스 로드.]
젠장.
즉사 패턴이 저거였구나.
미노타우로스.
49층 보스다.
근데 고작 26층에서
미노타우로스도 아니고 로드?
즉사 패턴이라 불릴 만했다.
뭐, 보통은 그냥 죽겠지만.
나는 다르지.
즉사 패턴엔?
뭘로?
즉사기로.
[위성 병기 가동.]
[목표물 포착.]
[반물질 방출.]
하늘에서 한 줄기 광선이 쏟아졌다.
콰아아아앙-
쾅-
반물질 빔이 던전을 관통하면서.
미노타우로스 로드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콰과광-
반물질 빔 때문에.
무너지는 던전.
[반중력 부스터 출력 100%]
[위험. 위험. 위험.]
경고음을 무시하고.
출력을 최대로 끌어 올렸다.
“에라 모르겠다. 뒤지진 않겠지.”
악셀을 풀로 당겼다.
투드득-
투드드득-
동굴 통로에 좌우로 부딪히면서.
“지휘관님!”
쾅-
완료 지점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26층 완료. 59초.]
세이프.
바닥에 누운채로.
평범한 보상 창을 넘겨 보내고.
“와 이번엔 진짜 아슬아슬했네.”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불가능한 업적 달성.]
[미노타우르스 로드 처지. 히든 보상 지급.]
[히든 보상을 랜덤으로 추첨.]
처음 보는 것이 떴다.
히든 보상.
[무작위로 히든 보상이 선정 완료.]
[미노타우르스급 우주전함.]
보상을 확인하자마자.
너무 놀란 듯.
동그랗게 변한 브리깃의 눈동자.
추가 설명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저것만 봐도 알겠다.
“대박이네.”
**
그래.
대박은 대박인데.
그런데 말입니다?
[미노타우르스급 우주전함.]
[전장 : 54. 4km]
[등급 : 없음.]
크기가 커도 너무 컸다.
54km면.
서울 직선거리쯤 되려나.
“저걸, 대체 어따 쓰냐고?”
던전에서는 당연히 못 쓰고.
개방형 필드도 마찬가지다.
함선이 뜨는 순간.
햇빛을 가려져서.
필드를 암흑으로 만들겠지.
“아닙니다. 탑 상층부로 가게 되면, 전함이 꼭 필요합니다.”
“맞아? 확실해?”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미노타우루스급은, 좀처럼 얻기 힘든 최상급 우주전함입니다.”
“없음 등급? 저게 대체 뭔데?”
“죄송합니다. 지금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
넌 비밀이 많으니까.
그렇다 치고.
“너희도 몰라?”
다른 SSR등급.
바리안과 쉐도우에게 물었다.
“지지직. 오류. 지지직. 오류. 시스템 이상 무.”
예상대로.
쉐도우는 오류 핑계.
그리고.
“잘 모르겠습니다. 전사는 머리를 쓰지 않습니다!! 오직 머리를 썰 뿐입니다!!”
아···.
바리안은 인정.
넌 진짜로.
모를 수 있겠다.
아무 생각이 없으니까···.
순간.
나도 모르게.
납득을 해버렸다.
**
지난밤.
무려 우주 전함을 얻었는데.
오늘은 고작 출장이라니.
몬스터 코어를 국외로 유출하는 혐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업체의 코어 창고를 점검하러 왔다.
그랬는데.
“죄송합니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
“저희도 열어드리고 싶은데, 오늘 창고 관리 직원이 비번이라. 죄송합니다.”
업체 직원이 이상한 소리를 했다.
비번이라 비번을 모른단다.
그게 뭔 소리야.
더 수상한데?
진짜 재고를 빼돌렸나?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계속 이러시면, 경찰 부릅니다. 빨리 비키세요.”
“죄송합니다.”
내가 강경하게 나갔지만.
여전히 버티는 직원.
강화 나노머신을 써야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어휴, 각성국 직원 분께서 여긴 어쩐 일입니까. 저희 이럴 게 아니라 들어가서 이야기를···. 어, 어? 너는 이태수?”
아주 반가운 얼굴이 말이다.
천성엔지니어링.
전 회사.
전 팀장이자.
전(全) 팀장.
워낙 게으른 성격이라.
나한테 모든 업무를 맡겨놓고.
놀러 다녔다.
그래서 너무 잘 알지.
“비키세요.”
툭-
나를 가로막던 직원을 살짝 밀쳐내고.
삑- 삑- 삑-
예전 천성 시절의 비밀번호.
혹시나 하고 눌러봤는데.
띠리릭-
쾅-
창고가 열렸다.
‘이 양반, 회사를 옮기고도, 비밀번호는 그대로 쓰고 있네.’
뭐든 대충대충이구나.
어쨌든.
그렇게.
창고가 열리는 동시에.
“아, 아니 잠시! 잠시만!”
등 뒤에서.
전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