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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겔
작품등록일 :
2024.11.14 00:55
최근연재일 :
2024.12.14 07:1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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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03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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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21

DUMMY


한국 각성국.

국장실.


“지금 대부분의 제3국에서 먼저 동맹을 요청 중입니다.”


이 팀장의 보고를 듣는 순간.

국장이 눈동자를 여러 번 깜빡였다.


“우리···. 그동안 진짜 고생했다. 안 그러냐. 이영웅이···.”


국장의 주름진 눈가에 눈물이 고이면서.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정치권의 삽질.

각성자의 변질.

민심은 곤두박질.


그런 상황 속에서.

허울뿐인 각성국에 발령받자마자.

군부를 설득.

계엄령에 가까운 비상사태를 선포.


여론 살피라.

각성자 비위 맞추라.

정치인들 설득하랴.


“그때는 고작 생존이 목표였는데···.”


감격에 젖은 국장.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젊을 적엔 피도 눈물도 없던 분이, 나이가 들더니 감성적으로 변했네요.”

“넌 안 기쁘냐. 드디어 우리가 염원하던 일이 실현되는 건데?”

“실현이요? 아뇨. 이제 시작입니다. 겨우 한걸음 땠을 뿐입니다.”


이영웅 팀장.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 끝낼 생각이 없다.

세계의 패권.

없음과 함께라면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은 반드시 그 위에 설 것이다.


“그래서, 지금 미국 쪽은 분위기 어때.”

“난처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일본이 더 곤란하겠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에서 배제된 건.

일본의 영향력이 컸다.


미국을 설득해서 한국을 동맹국에 제외했다.


뭐, 명분이 확실했으니.

가능했던 일.


북한이 망하는 그 순간.

한국의 지리적 이점이 사라졌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육로.

그것이 완벽하게 끊겼기 때문이다.


사실상 섬나라가 된 대한민국.

해상에서 반서방세력을 견제하는 건.

대만과 일본으로 족했기에.

한국은 철저하게 버려졌다.


각성자 수가 많지 않던 초기.

미국은 선택과 집중을 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외면받았고.

결국, 멸망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보란 듯이 되살아났지.”

“되살아 난 정도가 아니죠. 이제 강대국들의 턱밑까지 도달했으니까요.”

“여론은?”

“축제 분위기입니다.”

“하긴, 당연히 그렇겠지. 이 팀장. 명심해. 이게 전부 다 ‘없음’ 덕분이니까. 감사 표시를 확실하게 해야 해.”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없음에게 해줄 건 별로 없습니다만···.”

“그래. 물질적인 건 많지 않지.”


하지만 그의 위신을 세워줄 순 있었다.


전 세계에 없음의 이름을 널리 알릴 생각.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각인시킬 계획이었다.


없음이란 이름.


두 글자를.


**


[한국 드디어 강대국 반열에 들어.]

[멸망 직전까지 몰렸던 국가. 이제는 미국 중국 다음가는 연맹체의 리더.]


여론이 후끈후끈했다.


그만큼이나.


‘와, 진짜 덥네.’


나도 더웠다.


29층.

화산지대.


온도가 100도가 넘는 필드.

그래서.

미리 기동갑옷을 착용하고.


[시스템 가동.]

[기동 갑옷 장착.]


탑으로 입장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더웠다.


[외부온도 감지.]

[적정 온도 재조정.]


기동갑옷의 외부 센서로.

온도를 재측정했다.


[사용자 인식 중.]

[냉각장치 출력 80%]


갑옷 내부의 펜이 돌기 시작하면서.

휘잉-

시원한 바람에 몸에 스며든다.


“좋아! 이제 뜨겁게 불타올라 보자고!”


내부 온도가 내려가자마자.

심장이 뛰는 방향을 향해서.

조종간을 움직였다.


위이이잉-


이온포를 장착한 채.


[목표물 포착.]

[발사.]


쾅-


“케에엑!”


조준 사격으로.


쾅-


침착하게 몬스터를 한 놈씩 제거했다.


[반중력 부스터 고도 유지.]


쾅- 쾅- 콰과광-


그렇게 공중에서 폭격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이온포를 갈기고 있는 사이.


그때였다.


“위험, 지지직. 화산. 분출.”


쉐도우의 알림이 울리고.

순간적으로.


[긴급회피 기동.]


조종간을 조작하면서.


“다들 피해!”


모두를 향해 크게 소리질렀다.


퍼어억-


용암이 터져 오르자.

사방으로 흩어지는 안드로이드,


꽤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정 상무를 안 데려오길 잘했네.’


정 상무의 기동장치 조종실력.

솔직히 형편없다.

용암이 분출하는 순간 녹아서 사라졌겠지.


29층.

화산지대.

용암분출은 꽤 귀찮은 함정이었다.


그 때문에.


“전사에게 영광을!! 죽음을!! 명예를!!”


바리안도 포탑 모드로 변신하지 못하는 중.

대신 이온포를 들고.

나와 같이 조준 사격을 했다.


지이이잉- 쾅-


정 상무도 없는 상태.

게다가 바리안의 포탑모드는 봉인.


그런데도 화력이 부족하진 않았다.


역시 전장을 책임지는 건.


지이이이이잉- 콰과과광- 펑-


브리깃의 황금빛 레이저니까.


노란 물결이 출렁거릴 때마다.

몬스터가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그렇게.


[29층 최단시간 기록 : 없음 55초.]


탑 공략을 완료하고.

잠시 대기하는 중.


[추가보상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무작위로 추가보상을 지급합니다.]


두둥.


추가보상이 튀어나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버튼을 눌렀는데.


[공간왜곡 포탈장치.]

[SR등급.]

[A지점과 B지점의 공간을 연결합니다.]


직장인의 로망.

순간이동!


나중에 출근할 때 한 번 써볼까?

잠시 행복한 상상을 하다가.


문득.


“브리깃. 왜 근데 이상하지 않아? 나는 왜 정상적인 아이템이 전혀 안 나올까?”


의문이 들었다.


검이나 메이스 활 같은 것.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다.

다른 각성자는 판타지인데.

나만 혼자 SF니까.


그렇게 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자.


“...”


입을 다무는 브리깃.

그래서.

다른 질문을 던져봤다.


“오늘 저녁. 엘리트 카우 고기 말이야. 삶아 먹을까, 구워 먹을까.”

“데이터 분석 결과. 육즙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으므로. 구워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건 또.

바로 대답하네?


내가 어이없다는 듯 브리깃을 쳐다봤다.


“너 정말 점점 뻔뻔해지는구나.”

“최첨단 인공지능에 뻔뻔하다는 감정은 탑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되려 당당한 브리깃.


“...”


이놈의 인공지능.

뭔가 점점 양심이 없어지는 것 같다.


“구워. 좋아. 나도. 지지직. 오류.”

“맞습니다. 전사는 오직 뜨겁게 타오를 뿐입니다!!”


그래.

됐다.


너희도 다 똑같은 놈들이지.

내가 말을 말자.


다들 나에게 뭔가를 숨기는 듯했지만.

그래도 서운하지는 않았다.


뭐, 사정이 있겠지.


브리깃, 바리안, 쉐도우.


셋 다 내겐 모두 가족 같은 이들이다.


그리고 정 상무는···.


솔직히 애매했다.


미안하지만.


가족까지는 아닌 것 같다.


좀 징그러웠다.


**


일본과 미국의 긴급 정상회담.


한국의 제3국 동맹 발표 이후.

일본 각성국 국장이 급하게 미국을 찾았다.


“이게 다 일본 때문 아닙니까!”

“죄, 죄송합니다···. 저희도 이렇게 될 줄은···.”

“그때 한국을 버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지금 이게 무슨 꼴입니까.”


중국은 한국의 인접국.

그래서 곤란한 상황.


하지만 미국은 다른 이유로 난처했다.


“USN의 국가들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언제 누가 빠져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요.”

“단순한 간 보기일 겁니다.”

“간 보기가 아니니까 문제입니다! 애초에 한국이 원한을 가진 건, 우리와 일본 그리고 해봤자 대만 정도라는 걸 명심하세요.”


친서방 국가들은 원래 한국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미국의 뜻을 따랐을 뿐이니까.


한국이 받아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갈 국가들.

미국이 파악한 바로는 적지 않았다.


그렇게 미국 국장이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중에.


-띠링. 속보. 없음 29층 1분 내 돌파.


갑자기 각성국 건물에서 알림이 울리고.

동시에.


쾅-


미국 각성국 국장이 책상을 때렸다.


“젠장, 이게 말이 되냐고요! 하루에 한 개 층씩 오르고 있어요. 그것도 1분 이내로!”

“죄, 죄송합니다···. 저희가 어떻게든.”

“어떻게요? 대체 어떻게!”

“암살하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없음을 제거하겠습니다.”

“한국 정부도 누군지 모르는 눈치 같은데, 암살은 어떻게 할건데요? 됐고. 앞으로 일본은 북한 지역이나 책임지고 수복하세요. 거길 한국이 먹으면 그때는 정말 답도 없으니까요.”

“네? 갑자기 그건 왜···?”


미국과 중국.

두 국가는 끊임없이 필드로 각성자를 보냈다.


그 덕에 몬스터 사체와 코어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알아냈지만.


일본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황.

그리고.

미국은 이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유는 묻지 마시고요. 그냥 무조건! 무조건! 북한 필드를 잡아야 합니다. 아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하아···. 진짜···.”


미국은 후회하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으니까.

북한 필드가 중요한 거점이 될 거라는 사실을.


만약 알았다면 절대로 한국을 포기하지 않았겠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29층 역시 1분 내 돌파. 한국의 미래는 없음이 이끈다.]


어마어마한 영광.

명예.

칭호.

부러움.

그리고 기타 등등.


그 끝에.


‘진짜 일하기 싫다.’


출근이 있었다.


애초에 돈 때문에 다니는 건 아니다.


그만두면 의심을 살 것 같기도 하고.


어째거나.


‘내게 선물할 물건을 직접 고르는 게. 훨씬 나으니까.’


내 주 업무가 코어 선별 및 확보니까.


일단 각성국에 붙어 있는 중.


뭐, 목적이 분명하다만. 그런데도.

일하기 싫은 건 모든 사람의 공통.


그래서 속으로 같은 말을 계속 중얼거리다가.

실수로.


“아, 진짜 일하기 싫다.”


진짜 말을 뱉어 버렸다.


그 순간.

힐끗.

계장님과 팀원들 눈치를 봤는데.


“너도? 나도?”

“저도요. 조상님이 로또 번호 안 알려주나.”

“너희 조부모까지 멀쩡히 살아계시잖아?”

“그 위에 누군가 있겠죠.”

“그때는 자식을 열 명씩 낳을 땐데? 너 차례까지 오려면 아직 많이 남았다.”


그렇게.

평소처럼 헛소리하면서.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중.


“태수 씨. 잠깐 시간 되세요?”


이 팀장이 나를 불렀다.

또 무슨 일을 시키려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 팀장을 쫓아갔는데.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여는 이 팀장.


“사실 지금 진행 중인 일이 하나 있거든요···.”

“아, 알겠습니다. 제가 어떤 걸 맡으면 될까요?”

“아뇨. 태수 씨랑은 관련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먼저 말씀을 드리는 게 예의 같아서요.”


이 팀장.

공과 사가 철저한 남자.


내가 해야 할 업무가 아니다?

언론 보도가 되기 전까지.

절대로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나뿐만이 아니다.

모든 직원 전부 마찬가지였다.


“네? 무슨 일인데요?”

“없음의 등장 이후, 각성자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줄었잖아요.”

“네, 그렇죠?”

“그래서 이제 민간인 영웅들에게 훈장과 포상금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

“당연히 명단에 태수 씨 부모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는.


“진작 진행했어야 했던 일인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팀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했다.


한국이 최강국이 된 것보다.

부모님의 공로가 정식으로 인정된 사실.

그것이 더 기뻤다.


“유가족인 태수 씨에게도 포상금과 지원금이 나올 겁니다.”

“아뇨. 전 괜찮아요. 그거 전부 기부해주세요.”

“혹시 화나신 건···. 아니죠?”

“전혀요. 오히려 기분이 좋은걸요? 아, 그리고 이왕이면 애들 장학금으로요.


평범한 서민의 재산.

집과 차.

그리고 그 안에 집기가 전부.


그걸 전부 잃고.

길바닥에 내던져진 사람.


‘어디 나뿐만이었을까?’


다들 힘들 때였다.

그래서 억울해도 참고 버텼을 뿐이다.


다 같이 말이다.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티비를 켰다.


그렇게 멍하니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브리깃이 먼저 말을 걸었다.


“지휘관님,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티나나?”

“웃고. 있음. 계속. 실실. 지휘관. 오류.”

“전쟁의 승리를 확신하시는 얼굴입니다!!”

“히이익, 무, 무섭습니다. 왜, 자, 자꾸 우, 웃고 계, 계십니까.”


저 둔한 인공지능이 알 정도로.

내가 티를 냈나 보네.


뭐, 맞다.

기분이 좋았다.


부모님이 했던 희생.

드디어 세상이 알아줄 테니까.


‘언제 발표한다고, 이 팀장이 말해주진 않았지만.’


빨리 그 소식을 듣고 싶어서.

오자마자 티비부터 켜놨는데.

예상치 못한 뉴스가 메인에 걸렸다.


이 팀장은 설령 부하직원이라 하여도.

절대 내부에서 결정된 일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각성국에서 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나는 몰랐다.


티비에서 뉴스로 나올 때까지 말이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제3국 동맹체의 정식 명칭은 ‘없음’입니다.


미국의 USN.

중국의 Dang.

그리고.

한국의 Eopsum.


한국 정부의 공식 발표로.


전 세계가 3개로 나누어지면서.


내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래.

언제나 그렇듯이.


“그냥 등급 적는 칸인 줄 알고 실수한 건데, 이거 진짜 어디에다가 말도 못 하고, 답답하네.”


부끄러움은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지난날의 나의 실수.


전 세계에 박제가 되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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