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없음(eopsum)
한국 중심.
제3국 연맹의 이름.
-이는 없음의 위대함을 기리기 위함이며, 다른 동맹국들 모두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동맹의 모든 정책은 없음을 위주로 펼쳐질 것을 먼저 말씀드리면서···.
정부에서 너무 띄워준다.
적당히 좀 하지.
거의 성층권까지 띄워 버리는 바람에.
더는 숨을 쉴 수가 없어서.
피핏-
재빨리 티브이를 껐다.
뭐, 뒤는 볼 것도 없다.
없음이 얼마나 위대한지.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겠지.
“뭐,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제3국 동맹이 아니니까.”
부모님 관련 소식이나 들을까 했는데.
상황 보니까.
좀 더 나중에 발표할 계획 같다.
그러면.
난 내 할 일을 해야지.
어디 보자.
고개를 들어 인벤토리를 쳐다봤다.
[공간이동 포탈장치.]
쌍방 통행이 가능한 포탈.
.
순간이동으로 출퇴근할 수 있으니까.
각성국에 설치하면 딱 맞지만.
‘절대로. 무조건 걸리겠지···.’
불가능했다.
쩝. 아쉽네.
직장인의 로망.
그냥 꿈만 한번 꿔보고 끝냈다.
“지휘관님? 그러면 포탈장치를 어떻게 사용하실 생각입니까?”
“집이랑 필드에 설치할 생각이야.”
왜냐하면.
앞으로.
“포탈을 설치하면, 신선한 고기를 산지에서 직배송 할 수 있으니까.”
“동의합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 가장 추천해 드리는 선택입니다.”
“좋아. 고기. 좋아. 신선. 신선.”
“역시 지휘관님!! 탁월한 결정이십니다!!”
“히이익, 가, 감사합니다. 자, 잘 먹겠습니다.”
광기에 사로 집힌 안드로이드들.
무려 공간이동 장치.
고작 고기 수급용으로 사용하겠다는데.
다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었다.
나만 고기에 미친 게 아니라서.
외롭진 않았다.
**
전 북한의 원산시.
폐허가 된 항구도시.
무너진 건물 사이로.
적당한 곳을 찾았다.
5층 아파트.
최상층까지 올라왔다.
“오케이. 다들 일로와. 여기 열렸다.”
열린 집을 찾은 후.
안으로 들어갔는데.
“끼이이익!”
오크가 있었다.
“어라? 넌 여긴 어떻게 들어왔냐?”
뭐 어쨌든.
실내에서 폭발형 무기를 쓸 수 없으니까.
[기동갑옷 장착.]
[빔 샤브로 연걸.]
지이잉- 스윽-
빔 샤브로로 깔끔하게 쓱싹.
“끄으으윽!”
쓰러지는 오크.
[기동갑옷 출력 75%]
조종간을 움직여서.
시체를 창밖으로 던진 다음.
“이제 문을 잠가야지.”
바깥에서 열지 못하도록.
문에 자물쇠를 설치했다.
오케이.
거점 설치 완료.
좀 지저분하긴 하다만.
청소는 나중에 와서 하고.
지금은.
“어때? 온 김에 몸 좀 풀까?”
한바탕 뛰어놀 시간.
“좋습니다!!
기동갑옷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고도유지.]
[수평 유지.]
개성에서처럼 싹쓸이할 생각?
당연히 없었다.
이제는 포탈로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으니까.
‘카우 몇 마리만 잡고 돌아가야지.’
신선한 상태로 필드에 방목? 하면서.
야금야금.
아껴 먹을 생각이었다.
**
연구소에서 연락을 받자마자.
이 팀장이 급히 국장실을 찾았다.
“이 팀장, 정말이야? 그게 사실이라고?”
“네, 맞습니다. 코어와 사체를 조합하면, 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국장의 흥분한 표정.
탑 안으로 외부의 무기를 가져갈 수 없다.
무기뿐만 아니라 조리기구도 불가능.
통과가 가능한 건.
입고 있는 의류 정도?
물론 판정이 좀 왔다 갔다 해서.
가끔 혁대의 버클 같은 것도.
통과 못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아이템을 외부에서 만들 수 있다?
탑이 생긴 이래로 처음 듣는 소리다.
“잠깐 그러면, 아이템을 탑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야?”
“아닙니다. 코어와 사체에 조합 후, 특수 처리하면, 근처에 있던 각성자의 인벤토리로 자동수납이 됩니다.”
“그럼 성능은?”
“당장 실전에서 사용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만···.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죠. 이제 간단한 실험을 끝냈을 뿐이니까요.”
“제기랄, 그럼 중국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거네?”
“맞습니다. 그리고···. 아마 없음, 역시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 코어로 무기를 만들었으니까.”
그렇게.
이 팀장과 국장.
두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 다음.
벌컥-
정성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긴급한 일이라서 무례를 무릅쓰고 찾아 왔습니다.”
“뭔데? 또 무슨 일이야?”
“지금 일본 각성자들이 원산항에 잠입했습니다.”
“하아, 젠장, 일본 놈들도 눈치를 챘나 보네. 뭐 우리만 몰랐구먼.”
“네?”
“이거 봐봐.”
연구소에서 실험했던 연구 자료.
국장이 정성훈에게 건네주었다.
“이, 이건?”
“그래. 사체와 코어를 조합해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소 연구결과야.”
“그래서 중국부터 일본까지···. 잠깐, 이럴 때가 아닙니다. 저희도 당장 북한 필드로 각성자를 투입 시켜야 합니다.”
정성훈의 말에.
국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일본의 가장 가까운 필드는 북한.
중국이 쓸 수 있는 정상적인 필드 역시 북한뿐.
그리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지.”
필드에서 현대 무기는 사용 불가.
결국.
각성자들의 전쟁으로 승부가 날 것이다.
문제는.
일본과 중국보다.
각성자 수가 부족했다.
“전면전을 붙으면, 우리가 불리하겠지?”
“당장은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없음’이 어떤 무기를 더 판매하느냐에 따라 전장이 변할 것입니다.”
그래.
없음은 항상 최선의 수를 내놨으니까.
이번에도.
그를 믿어 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
일본 랭킹 1위 사카모토.
직접 각성자를 이끌고 원산시로 왔다.
“젠장, 대체 이게 뭔 일이랍니까.”
“나도 몰라. 그냥 정부 장단 좀 맞춰줘.”
“아이씨, 좆 같네! 진짜. 며칠 동안 야외에서 굴러야 한단 소리 아닙니까.”
불만이 가득 찬 각성자들.
저택에서 호의호식하면서 살다가.
필드로 끌려 나왔다.
그렇다 보니.
다들 화가 잔뜩 난 상태.
그리고.
그건 사카모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만. 다들 조용히 하고. 일단 우리의 목표는 한국과 중국 견제다. 잊지 마라. 북한 필드를 장악하는 것이 목표니까.”
“에이, 중국 놈들이야 그렇다 치고. 한국을 무슨 견제까지 합니까.”
“넌 최근 한국 탑포인트 랭킹을 몰라서 하는 소리냐?”
“그거야 없음인가 그놈 원맨쇼고요. 나머지는 별 볼 일 없잖습니까.”
“맞습니다. 현재 정성훈이 랭킹 2위인데, 400위권 밖이니 말 다 했죠.”
경각심을 가지라고 하는 말.
사카모토 역시 알고 있었다.
한국은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중국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중국에서 먼 원산으로 왔지.’
정부의 말을 듣는 척은 해야 했다.
그러나 중국 각성자들과 부딪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정찰하는 흉내만 내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여기 누군가 왔다 간 흔적이 있습니다.”
“뭐야. 몬스터 뼈?”
“흔적을 보니 엘리트 카우의 뼈 같습니다.”
사카모토의 눈매가 가늘게 벌어졌다.
“분명 중국 놈들의 소행일 것입니다”
“벌써···. 여기까지 밀고 왔다고?”
“수상합니다. 진짜 필드에 뭔가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맞습니다. 단순히 사체를 수급하기 위해서라면 국경 근처에서 사냥만 해도 충분할 테니까요.”
젠장.
‘만약 그대로 보고를 한다면?’
각성국에서 귀찮게 할 게 뻔한 상황.
추가조사를 하라고 들들 볶겠지.
한참을 고민하던 사카모토.
이내 결단을 내렸다.
“오늘 우리는 아무것도 못 본 거야.”
“네?”
“정찰 결과 이상 없었고, 중국 각성자는 아직 국경 근처에만 머물고 있는 거다. 알겠지?”
“아! 이해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역시, 대장이야. 능력도 뛰어나고 머리도 잘 돌아가고.”
각성자.
전투능력은 뛰어나지만.
군인은 아니었다.
이미 상류층의 생활을 누릴 대로 누린 자들.
국가의 위기?
그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정 안되면 다른 나라로 도망가면 되니까.
**
“마시. 쩡. 마시. 쩡. 지지직.”
“지휘관님 여기 계십시오!! 제가 한 번 더 갔다오겠습니다!!”
“야 다들 그만. 이제 됐어. 탑 공략은 해야지.”
아쉬운 듯 젓가락을 내려놓는 아이들.
무슨 마약이 들어 있나.
나보다 더 잘 먹네.
내가 아이들을 말리는 사이.
브리깃이 나를 향해 경례했다.
“지휘관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래.
밥을 든든하게 먹었으니까.
이제 소화를 좀 시켜 볼까.
“브리깃, 30층 주의사항은 따로 없지?”
“네, 지휘관님 29층과 비슷한 필드로 분화구만 조심하면 됩니다.”
오케이.
그럼 가자.
탑으로.
.
내가 손을 들어 올리자.
“탑 입장.”
시야가 변했다.
[기동갑옷 장착.]
[냉각시스템 가동.]
[외부온도 감지.]
[적정 온도 재조정.]
외부의 온도에 맞춰서.
적정 온도를 유지.
“다들 출발!”
네 외침에 따라서.
“충성. 명령. 이행. 지지직.”
“지휘관님의 명령에 따라 적을 섬멸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모든 적을 뜨겁게 불 질러 버리겠습니다!!”
든든하구먼.
SSR급 안드로이드 셋.
동시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화산지대를 누비며.
쾅- 쾅-
지이잉- 쾅-
불길을 돋구었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필드.
[냉각장치 출력 100%]
냉각장치를 최대로 올리고.
나도 조준 사격을 하며 손을 보탰다.
그렇게.
[30층 최단시간 기록 : 없음 48초.]
손쉽게 공략 완료.
한 번 해봤던 필드라.
되려 시간이 단축되었다.
[30층 전부 1분 내 공략, 섬멸. 연속 최고기록 경신.]
“30층이니까. 최상급 안드로이드 파편이 나오겠지.”
그것까지 확인하고 탑을 나가려고 했는데.
[보상 산정 결과가 무작위로 결정됩니다.]
[탑 테라포밍 전용 장비.]
[탑을 기계 탑으로 전환.]
[각층 마다 안드로이드 군단을 생성.]
예상치 못한 상황.
말도 안 되는 것이 나와버렸다.
내가 놀란 표정으로 브리깃을 쳐다보자.
“브리깃?”
나만큼 놀란 표정으로 대답하는 브리깃.
“저도···. 벌써 나올 줄···. 몰랐습니다.”
“네가 항상 말했던 그게 맞아?”
“네 맞습니다. 코어를 모아놔야 했던 이유, 바로 테라포밍 때문이었습니다.”
이제야 입을 여는 브리깃.
[원산시 탑 1층 점령. 고블린 코어 394271개.]
[개성시 탑 1층 점령. 붉은 늑대 코어 343285개.]
기동갑옷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몬스터 코어.
그럴 만 했다.
안드로이드.
서너 명만으로도.
이미 최강의 전력.
그런데 군단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입을 떡 벌린 채.
한참 동안.
멍하니 허공을 쳐다봤다.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