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각성자 ‘없음’. 북한 필드는 나의 왕국. 중국을 향한 강력한 경고.]
└지금 북한 필드에 정체불명의 각성자들이 휘젓고 있는 중.
└아마도 없음의 개인 세력인 듯?
└설마, 그러면 한국 각성자도 공격하려나?
└걱정 ㄴㄴ 어차피 한국은 필드에 보낼 각성자도 없음.
└중국 새끼들 지금 당황할 듯 ㅋㅋㅋ 좁밥인줄 알고 패려고 했는데, 없음이 각성자를 대량으로 데려옴 ㅋㅋㅋ
내 선전포고 이후.
여론이 난리다.
‘좀 세게 말한 것 같긴 하다만.’
뭐, 어쩔 수 없다.
난 집이 필요했으니까.
소환수가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를 않으니.
물리적으로 머물 공간이 필요했다.
집에 숨길 수 있는 숫자가 아니라서.
그냥 필드에 풀어 놓을 계획이었는데.
그런데.
때마침.
[건설특화 안드로이드.]
건설전용 안드로이드들이 나왔으니까.
그래서 미리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
“지휘관님의 명령에 따라 인공거주구역 건설이 완료되었습니다.”
공장처럼 생긴 5층 건물.
한 채가 완성되었다.
“저희 안드로이드들이 만든 역작입니다!”
대장처럼 보이는 안드로이드.
건설한 건물에 자부심을 가진 듯.
자랑스럽게 가슴을 두들겼다.
“그래, 잘했어. 네가 이제부터 개성탑 1번 라인 반장이다. 여기 30명은 네가 통솔하는 거고. 알겠지?”
“네,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안드로이드는 원산시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개성시 탑 1층의 테라포밍이 완료되었습니다.]
원산과 개성.
동부와 서부의 거점으로 테라포밍했다.
현재 테라포밍한 탑은 총 2개.
각 탑에서 서른 명씩.
60명의 안드로이드가 모인 상태.
여기서 끝이 아니라.
반나절에 한 번씩.
60명의 안드로이드가 추가.
‘다른 지역의 탑까지 테라포밍하면, 곧 수가 어마어마하게 불어나겠지.’
전과 달리.
안드로이드가 많아진 만큼.
이제 체계적인 지휘체계가 필요했다.
“오케이. 그럼 브리깃이 총책임자를 하자.”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명령에 따라서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이건 이견의 여지가 없다.
여기서는 쟤가 대장이니까.
문제는.
그다음.
재들이지.
브리깃을 제외한 SSR 급 2명.
바리안과 쉐도우.
“나도. 잘해. 저거. 나빠. 착해. 나는.”
“저는 저딴 불량품과 다릅니다!! 지휘관님의 충직한 오른팔!! 전사 바리안입니다!!”
저 둘은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래서.
고민 끝에.
특단의 결단을 내렸다.
“둘이 가위바위보 해. 이긴 사람이 동부, 진 사람이 서부야.”
수 만 가지의 경우의 수 중.
최고의 수.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그렇게 피 말리는 승부 끝에.
동부 책임자 쉐도우.
서부 책임자 바리안.
각자의 역할이 정해졌다.
‘뭐, 동부나 서부나, 사실 그게 그거긴 하지만.’
사탕 하나 가지고도 싸우는 애들이니까.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동부. 내꺼. 너꺼. 없음. 지지직.”
“서부의 전사로서!! 모든 전쟁에서 승리를 맹세하겠습니다!!”
미리 선전포고한 덕에.
별말 없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아이들.
오케이.
지휘체계가 대충 마무리됐으니까.
‘이제 포탈만 설치하고 집으로 가야지.’
개성과 원산.
두 지역에 포탈을 이어놓은 다음.
오랜만에 날아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때였다.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히이익, 저, 저는 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 맞다.
너도 있었구나
자꾸 깜빡한다.
100kg이 넘는 거구인데.
왜 이렇게 존재감이 흐릿할까.
“그래. 정 상무는.”
“히이익, 감사합니다.”
“넌 사무직이다.”
“네···. 네, 왜 저, 저만···. 저도 전장에서···. 수행할 수 있···.”
아니야. 아니야.
네가 아직 뭘 모르는구나.
사무실에 있는 게 제일 꿀이야.
꿀보직이라고.
꿀보직.
생각해봐.
현장에 나오면 몸만 힘들고.
춥고.
덥고.
날씨도 막 변하고.
어?
다칠 수도 있고.
응?
그냥 집 안에만 있으면 얼마나 좋아?
안 그래?
맞지?
그렇게.
내가 논리 정연하게.
정 상무를 설득하자.
“히이익, 마, 맞습니다···.”
정 상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내 완벽한 논리로 한 방에 무너졌다.
진짜로.
**
꿀보직?
사실 거짓말이다.
사무직이 꿀은 무슨 꿀.
꿀이 아니라 벌이다.
제일 힘든 일?
그냥 지금 내가 하는 일이다.
물론.
현재 우리 업무가 과하지는 않다.
없음의 선포 때문에.
한국 각성자의 필드 진입이 금지되었다.
자연스럽게.
사체 관련 업무도 스탑된 상황.
근데 왜 힘드냐고?
노동 중 최고 노동.
바로.
감정노동 중이기 때문.
“맞죠? 안 그래요? 태수 씨? 도대체 그 많은 각성자가 어디서 튀어나왔냐고요.”
각성자 관리팀의 장 계장.
나를 붙잡고.
한 시간째 하소연 중.
왜냐하면.
“없음과 함께 있는 각성자들이 누군지, 제가 어떻게 찾냐고요! 이 팀장 이 양반 진짜.”
내 안드로이드에 대해 조사 임무.
저 양반이 맡은 듯싶다.
아니, 힘든 건 알겠는데.
그것 보다.
본인 업무 나한테 말하면 안 될 텐데?
같은 팀도 아니고.
다른 팀인데.
참 이놈의 각성국.
비밀이 없는 이유가 있구나.
“도무지 모르겠다니까요. 한국 각성자들도아니고, 중국이나 일본 쪽도 아닌데 대체, 그 많은 각성자가 어디서 왔냐고요···.”
장계장.
지금 본인이 얼마나 힘든지.
한 시간 동안 빌드업을 한 다음.
“그래서 말인데요. 태수 씨 혹시 아직도 없음이랑 연락이 되나요···?”
슬그머니 본론을 꺼냈다.
없음과 접촉했던 일.
분명히 비밀 업무였는데.
어째 각성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듯?
“계장님, 죄송해요. 저도 도와드리고 싶은데, 그때 이후로 연락이 끊겨서요.”
“아···. 하긴, 그렇죠. 뭐 이 팀장도 모르는 눈친데, 태수 씨가 어떻게 알겠어요. 어휴···. 제가 요새 좀 힘들어서 하소연을 좀 했어요. 죄송해요.”
내가 잡아떼자.
힘없이 사무실로 돌아가는 장 계장.
‘좀 미안하긴 한데.’
나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되도록 숨기고 싶었지만.
안드로이드가 너무 많았다.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상황.
그래서.
대놓고 드러낸 다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절대 필드로 오지 말라고.’
뭐, 다행히도 한국은 없음의 요구를 수용한 것 같은데.
과연.
다른 나라는 어떨까.
특히나.
일본이나 중국.
‘싸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원래 부딪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고.
저쪽에서 먼저 꼬리를 말았으면 싶었다.
내 바람이었다.
**
[없음. 돈에 눈이 먼 각성자. 중국 땅에 무단 침범.]
└소국의 각성자 따위가···. 어찌 감히 겁도 없이···.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의 문제임. 명분도 없이 돈 된다고 하니까. 자기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잖아.
└그렇고말고. 누가 뭐래도 옛 북조선 땅은 중국의 것인데.
└혼쭐이 나야 정신을 차리지 ㅉㅉ
중국 여론은 중국의 승리를 장담.
그러나
쾅-
중국 각성국은 아니었다.
“야 이 새끼야? 장난쳐? 지금 백 명이 넘는 각성자가 북한 필드를 장악했는데. 뭐? 누군지 모르겠다고?”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다야? 수백이야. 수백. 그 많은 각성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겠냐고!”
멱살을 붙잡고.
노려보는 국장.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없음과 함께 나타난 각성자들.
그냥 수만 많을 뿐 아니라.
“개성과 원산 필드에 몬스터까지 싹 말려 버렸다면서!”
실력도 뛰어났다.
“죄, 죄송합니다. 그래도 전쟁에서 붙으면 저희가 이길 수 있습니다.”
“그 정도 수준의 각성자들이라면, 우리도 괴멸적인 피해를 볼 텐데? 지금 승리가 중요한 게 아니야!”
“아닙니다. 저희 피해 없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
“메테오입니다. 운석 마법.”
운석 소환.
수백 명의 마법사.
마법진을 그리는 준비 과정에.
수 천만 개의 마정석까지 소모하지만.
한 방의 강력한 공격으로.
근방을 날려버릴 수 있다.
즉.
필드에서는 무적.
“단 한 명도 살아남아서는 안 돼. 자신 있어?”
“네! 각성자를 한곳에 모을 수만 있다면, 전부 쓸어버릴 자신이 있습니다.”
“유인만 하면 된다?”
미국도 없음을 아니꼽게 보고 있는 상황.
한국정부의 반발만 견디면 된다.
리턴은 크고.
리스크는 적은 방법.
시도해볼 만 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국장.
”은밀하게 마나 사용 가능한 각성자들 전부 불러 모아.“
이내 결심을 굳혔다.
**
안드로이드.
동력은 반물질 핵융합로.
무한 동력이자.
무려 첨단기술의 집합체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매일 장을 보는 것일까?
“쌈장. 중요. 상추. 중요. 전부. 중요.”
“지휘관님!! 명령에 따라 사이다를 포획하였습니다!!”
마트에 와서.
신나게 카트를 끄는 아이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브리깃을 쳐다봤다.
“브리깃 바이오 에너지의 효율이 좋은 편이야?”
“아닙니다. 반물질 핵융합로는 영구적이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필요 없다는 소리잖아?”
“하지만 바이오 에너지를 필수적으로 공급해줘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응? 뭔데?”
“바이오 에너지를 흡수할 경우, 안드로이드의 기분이 78%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는 브리깃.
그 말에 내가 입을 다물었다.
너도 많이 변했구나.
점점 나를 닮는 모습.
아주 바람직하다.
이게 바로 선한 영향력인가?
아닌가?
뭐, 아니면 말고.
어쨌든.
“다. 담아. 더. 담아. 마구. 담아.”
“제가 기필코 깻잎의 목을 베겠습니다!! 버섯도 사지를 찢어놓겠습니다!! 고추장도 피범벅으로 만들겠습니다!!”
아직 바이오 에너지를 섭취하지 않았는데도.
다들 기분이 30% 정도 증가한 상태.
그렇게 다 같이.
기분 좋게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케이.
그럼 이제 밥을 해 먹기 전에.
“우리 먼저 몸 좀 풀까?”
“좋습니다. 지휘관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탑 공략.
어차피 금세 끝날 테니까.
다들 거부하지 않는 분위기.
그래서.
장바구니를 대충 아무 데나 던져두고.
바로.
31층 입장.
[냉각장치 작동 중.]
기동갑옷을 장착한 이후.
[현재 안드로이드 124기.]
[SSR 급 안드로이드 3기.]
[F급 안드로이드 121기.]
[모든 안드로이드 탑으로 소환.]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안드로이드를 탑으로 소환시켰다.
“지휘관님의 명령에 따라서 현장을 다져놓겠습니다!”
“지휘관님의 명령에 따라서 현장을 다져놓겠습니다!”
“지휘관님의 명령에 따라서 현장을 다져놓겠습니다!”
총 124명의 안드로이드.
손에 빔 샤브로를 든 채로.
한 번씩 휘두르자.
지이잉- 치익-
“끄아아아악!”
순식간에.
초토화 되는 필드.
문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와우. 이젠 탑이 문제가 아니네.”
공략이 끝났다.
[31층 공략 : 21초.]
1분도 아닌.
30초 이내 섬멸 완료.
그것도 광역무기가 아닌.
고작 빔 샤브로로 말이다.
직접 체감해 보니 알겠다.
애들은 확실히 탑에서 쓸 전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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