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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7.12.09 21:41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63,482
추천수 :
789
글자수 :
393,947

작성
17.11.28 20:35
조회
219
추천
3
글자
8쪽

86화. 원 퍼슨 원 푸드 One person one food.

DUMMY

분홍은 아흐메드 씨의 말을 듣고 몹시 당황했다.


그녀는 원래 고시원 밥을 좋아했다. 외식을 하면서 돈을 쓰지 않고 고시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처음에는 밥이 주어졌다는 사실에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었다.


그러나 송은 고시원 밥을 좋아하지 않았다. 고기를 좋아하는 그는 고시원 밥을 먹고나면 ‘내가 여자친구 때문에 먹었지만 사람 먹을 밥은 아니지’라는 듯한 표정을 짓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은 게 달라졌다. 분홍도 고시원 밥이 싫어졌다. 연이 엄마의 독설이 밥 안에 떠다니는 것 같았다. 고시원 밥을 먹는 것은 연이 엄마의 독설을 듣고도 모른 체하거나, 아니면 용서를 해주는 행위 같았다. 그래서 연이 엄마에게 화를 내는 의미로 밖에서만 먹었다.


그러다 하루 전 웬일로 “자기 나갔다 들어오는 게 더 힘들죠? 오늘은 그냥 식당에서 먹을까요?”하고 송이 먼저 제안했다. 분홍은 사백만 원에 육박하는 돈을 황윤희와 아흐메드 부부에게 내고 있는데, 밥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돈을 아끼는 송의 모습에 남자 친구가 많이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며 함께 식당으로 올라갔다.


콩 자반이 있었고, 콩나물이 있었다. 김치국이 있었다. 달걀 장조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국자로 휘져어보니 부서진 계란이 조금 국자에 걸려올라올뿐, 한 알을 다 먹을 순 없었다.


그래도 분홍은 그런대로 맛있게 먹었는데, 송은 가짜 소세지도 오뎅 볶음도 없는 식단을 보고 침울해 보였다. 그래도 본인이 먼저 말을 꺼내었기에 '육지의 고기'라는 콩자반에 밥을 먹었다.


‘누가 고자질을 한 거지?’


분홍의 눈은 아흐메드 씨를 바라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뽀글이 할머니, 황윤희, 연이 엄마 등의 얼굴이 레이다로 스캔되고 있었다.


'누가 말했을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분홍은 밥 이야기를 하는 아흐메드가 무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밥이야, 숟가락 하나 얹고 더 먹을 수도 있는 거지, 그런 말을 하는 건 진짜 인정 없는 짓이예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흐메드 씨의 얼굴은 그야말로 ‘갑’의 얼굴이었고, 또한 그는 무슬림 출신이긴 하나 캐나다인, 즉 서양인이었다. 서양인이 인정이나 밥 숟가락 같은 단어나 개념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놈의 밥 안 먹으면 될 거 아니예요!”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분홍은 최대한 감정을 자제했다. 분홍은 이 검은색 건물에서 두 가지 월세, 즉 연습실 월세와 고시원방 월세를 내고 있었다.


'이정도면 내가 이 건물 VIP 아니야?' 생각했다. 아흐메드 씨가 이렇게 나올수록 권리를 챙겨야 하고, 설사 분홍과 송이 더 기분이 나빠져 고시원 식당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출입권을 박탈 당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썰, 이프 유 바이 투 씽즈 인 더 마킷, 유 캔 겟 섬 디스카운드 오얼 보너스. 아이 페이 유 포 투 씽즈, 디스 뮤직 플레이스, 앤드 더 룸. 쏘, 이프 위 투 피플 잇 더 푸드, 유 캔 싱크 이츠 어 디스카운트. Sir, if you buy two things in the market, you can get some discount or bonus. I pay you for 2 things, this music place and the room. So, if we two people eat the food, you can think it's a discount."


고시원 월세도 내고 연습실 월세도 내니, 밥 일 인분 더 먹는 것 정도는 분홍 커플에 대한 일종의 할인이나 보너스라고 생각해 달라는 말을 들은 아흐메드는 영점 일 초의 고민도 없이 명확한 답변을 했다.


“No, it's not. One room one food! 노, 잇츠 낫. 원 룸 원 푸드!"

"......"

"One person one food! 월 펄슨 원 푸드!"


분홍은 옆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송에게 통역을 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그의 얼굴을 보며 말을 시작했다.


"송, 그러니까 우리가 식당에서,"

"내가 벌레를 잡았다고 말해요."

"응?"

"그때 어떤 여학생이 벌레 나왔다고 연이 엄마한테 전화했는데, 연이 엄마가 나한테 시켜서 내가 벌레 잡았어요."

"응... 알았어요. 썰, 마이 보이 프렌드 쎄즈, 히 킬드 어 버그 인 디스 빌딩. 비코즈 유얼 임플로이 워즈 오덜드 힘 앤드 톨드 힘 잇 워즈 투 스캐어리. Sir, my boy friend says he killed a bug in this building. Because your employee ordered him and told him it was too scary."

"... 왓? 킬드 어 버그? 하하... 하하하... What? Killed a bug? Haha... hahahah."


아흐메드는 어이가 없어하더니 바로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는데, 얼굴이 빨개졌다. 분홍은 점점 빨개지는 아흐메드의 거무잡잡한 얼굴색을 다소 놀란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집에서 만든 딸기잼 색깔 같다고 생각했다.


송은 멈추지 않았다.


"침대 나를 때 내가 다 했다고 말해요."

"침대도요?"

"응. 통역해 줘요."

"알았어... 앤 히 새즈 댓 히 썸타임즈 캐리 더 베드 오브 유얼 루.움.즈. And he says that he sometimes carry the bed of your R.O.O.M.S."


분홍은 '룸'이라고 방을 발음할 때 더 세게 더 굴리며 발음했다.


'내 평생에 통역을 해보네, 이렇게 중요한 포인트를 강조해 주는 게 통역의 맛이지!' 하며 속으로 뿌듯해했다.


빚 받으러 온 사람처럼 위압적이던 아흐메드 씨는 벌개진 얼굴로 화해의 미소처럼 보이는 표정을 연신 지었다.


"이 건물에 남자가 해야 할 일을 누가 하겠느냐고 말해요."

"이젠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분홍은 어금니를 깨물고 거의 복화술을 하듯이 말했다.


아흐메드는 송이 뭐라고 하는지 다소 두려워하며 쳐다보는 것 같았다.


"아... 히 새즈 유얼 빌딩 니즈 어 랏 오브 멘즈 파워. 히 디드 잇 쏘 매니 타임즈. Ah... he says your building needs a lot of man's power. He did it so many times."


이제 아흐메드 씨는 빨개진 얼굴로 기침을 시작했다.


"오호호... 유 알 어 버그 킬러. 오, 굿 보이! 왓 이즈 히즈 네임? Ohoho... you are a good boy! What is his name?"

"히즈 네임 이즈 송. 잇츠 히즈 패밀리 네임. His name is Song. It's his family name."


송(Song)은 노래라는 말이니, 혹시 외국인인 아흐메드 씨한테 혼동이 되지 않을까 싶어 분홍은 송은 그의 성이라고 친절히 덧붙여 설명했다.


아흐메드 씨는 연신 '굿 보이'를 외치면서 돌아갔다.


"송, 아흐메드가 자기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드디어 알게 됐어.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분홍의 말에 송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난 별로."라고 답했다.

사실 분홍의 기분도 별로였다.


'자주 먹지도 않는 밥을 가지고....'


밥을 지적 받는 것은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밥... 밥을... 밥 이야기를...'


밥 먹지 말라는 얘기를 하러 일요일 저녁에 뛰어내려오는 그의 정신세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 오르려고 했다.


"송, 근데 건물주가 세입자한테 바닥 청소하라고 명령하는 게 상식적인 일이야?"


분홍의 물음에 송은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리얼리즘 코미디 소설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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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화. 떠나야 할 때. 17.12.08 215 3 13쪽
» 86화. 원 퍼슨 원 푸드 One person one food. 17.11.28 220 3 8쪽
85 85화. 아흐메드 씨의 방문. 17.11.27 214 3 9쪽
84 84화. 행복한 캐시 뮤직. 17.10.22 207 3 10쪽
83 83화. 꼬물 냉장고와 고시원 창고. 17.09.19 214 2 8쪽
82 82화. 삶이 되어 버리다. 17.09.14 214 3 9쪽
81 81화. 버튼을 눌러라. 17.09.05 262 3 10쪽
80 80화. 영토를 잃다. 17.09.04 224 3 9쪽
79 79화. 아버지라는 이름의 복지국가. 17.09.03 215 3 6쪽
78 78화. 연두식, 그가 강했을 때. 17.08.31 329 3 9쪽
77 77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래를 불러요. 17.08.28 256 2 9쪽
76 76화. 방 안에 갇히다. 17.08.26 224 3 7쪽
75 75화. 스판 바지와 검은색 소파. 17.08.24 279 2 7쪽
74 74화. 변기로 합시다. 17.08.16 242 2 11쪽
73 73화. 다시, 싹트는 동지애. 17.08.15 479 4 13쪽
72 72화. 허리케인이 그녀에게 남긴 것. 17.08.14 27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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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너의 입맞춤은 황홀하였네. 17.08.12 289 2 11쪽
69 69화. 완벽한 아이템. 17.08.11 243 4 14쪽
68 68화. 뉴 페이스가 온다. 17.08.08 268 3 9쪽
67 67화. 너의 등에 그려진 하트. 17.08.05 259 3 8쪽
66 66화. 아흐메드와 친구들. 17.07.31 246 2 9쪽
65 65화. 두 장의 계약서. 17.07.25 252 2 8쪽
64 64화. 왕경자를 만나던 날. 17.07.02 301 3 10쪽
63 63화. 형제끼리는 통한다. +2 17.06.10 703 3 9쪽
62 62화. 수사관 연분홍. 17.06.07 319 3 9쪽
61 61화. 오, 양 사장! 17.03.06 428 3 7쪽
60 60화. 현금만 가능합니다. 17.02.03 528 3 15쪽
59 59화. 키큰 유덕화. 17.01.25 573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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