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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7.12.09 21:41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63,239
추천수 :
789
글자수 :
393,947

작성
17.03.06 17:40
조회
425
추천
3
글자
7쪽

61화. 오, 양 사장!

DUMMY

벌써 나흘째다. 송은 연습실 장사에 완벽하게 몰두하고 있다. 분홍은 이제 송 없이도 혼자 장사하고 레슨하는 일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다. 레슨하고 있을 때 손님이 오면 제법 당당하게 “제가 옆방에서 수업하고 있으니깐 그쪽으로 요금 주고 가세요~!” 라고 말하는 배짱도 생겼다. 그런 지금 송은 난데없이 분홍에게 자기가 장사할 테니 수업없을 때는 6층에 올라가서 쉬란다. 당황한 분홍이 뭐라 할 말이 없어 “6층까지 다리 아프게 왜 가.” 하니, “그럼 내 방에 가서 쉬어.” 하면서 자신의 방 열쇠를 내민다.


분홍은 확실히 몸이야 편해졌지만, 왜 송이 회사에 나가지 않는지 궁금하다.


“회사 일이 잘 안 풀려요?”라고 물어볼까 수십 번을 생각하다가, 송이 먼저 말하지 않으니 웬지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 같아 물어보기도 곤란하다.


송은 처음엔 ‘분홍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라고 하더니, 그 다음엔, 사촌인 태경이 형이 사람을 너무 못 믿는다고 투덜댔고, 이제는 커피 사업이 우리나라에서 조금 때가 늦었다고 한다. 양 사장이 열의만 넘쳤지, 시장구조를 너무 모른다고도 했다.


송은 회사에 안 나가는 대신 캐시 뮤직을 쓸고 닦았고, 고장난 드럼 셋트를 모두 분해해서 문 옆의 작은 창고로 모조리 옮겼다. 캐시 뮤직에는 드럼 셋트가 방마다 있으나 고장이 많이 나서 실제로 손님한테 권유할 만한 것은 한두 셋트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래서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한다고 분홍도 늘 생각하던 터였다. 하지만, 커피 사업 컨설팅 업무가 잘 되어간다면서 신바람이 나 있던 송이 하필이면 지금, 드럼 셋트를 정리하는 것은 이상했다.


“송,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태경이 형이 또 뒷통수 쳤어요?”


분홍은 더 이상 이런 이상한 기분을 숨길 수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별로 줄지도 않은 종이컵을 보충하고 있던 송은 기운이 빠진 얼굴로 검은색 소파에 털썩 앉는다.


“타이틀만 봐서 일이 안 되는 거예요. 나한테 계속 맡겼으면 무난히 홈쇼핑 들어갈 거고, 뭐든 팔릴 수 있는 만큼 조금씩이라도 팔기 시작해야 되는 건데, 컨설팅 하는 사람들은, 기획만 잘 하고 줄만 잘 잡으면 한 번에 몇 억씩 나갈 거라고 떠들기만 한다구요.”


무한긍정남인 송이 투덜대는 걸 보니, 뭔가 확실히 잘못되어 가고 있구나, 싶어진다.


“회의 때 쓸 자료를 넘기래서 넘겼는데,”

“뭐라고? 자료를?”


분홍은 확실히 느껴진다. 송은 지금 커피원두와 사무실용 원두 자판기 컨설팅 사업에서 밀.리.고. 있다. 한동안 업주인 양 사장이란 사람은 송만 찾았었다. 밥 먹을 때도 술 먹을 때도 송을 찾아 송의 이야기만 들었고, 송의 인맥을 탐냈다. 송이 홈쇼핑 쪽에 아는 사람을 연결해준다고 했을 때부터는 분홍까지 비행기를 태워댔다. 늘 분홍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다.


“양 사장이 자기좀 꼭 데리고 오래요.”

“나를? 왜요?”

“보고 싶으니까 그렇겠죠.”


분홍은 양 사장이 왜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지만, 자꾸만 보고 싶다고 하니 봐야 할 것 같았다. 마지막 방어장치로 연습실 장사 때문에 자리를 못 비운다고 하니까 그럼 연습실 끝나면 보자고 해서 분홍은 밤 11시에 택시를 타고 강남까지 갔었다. 술자리가 분명한데 술을 마시지 않는 분홍은 한강 다리를 넘어가면서도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양 사장을 만나자마자,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술을 안 마셔서... 어떡하죠.”라는 말부터 했다. 머리칼이 많이 빠져서 머리 좌우에만 머리카락이 남은 양사장은 키가 작았다. 웃을 때는 매우 사교적이어 보였고, 분홍을 무척이나 챙겼으나, 들어보면 늘 자기 이야기뿐이었다.


‘저럴거면 왜 나를 그렇게 불렀었지?’ 싶기도 했으나, 사업을 하는 사람이나 정치인에게는 어느정도의 허풍과 자기과시적인 태도는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터라 그마저도 좋게 보았다.


그날 셋이서 간 곳은 일식집이었는데 피곤한지 눈동자가 빨개진 주인이 손님을 맞았다. 양 사장은 젊은 사람들은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면서 대 자 회를 시켰다. 일식집 주인은 대 자 주문에 얼굴 표정이 푸근해졌다. 분홍은 회를 먹으면서 무척 황송했다. 하얀 생선 살이 입 안에서 마구 녹아, 자꾸만 손이 갔다. 얼큰한 찌개가 나오자 분홍은 밥까지 한 공기 시켜서 늦은 밤 식사까지 잘 했다.


그때 양 사장은 송과 분홍에게 대리기사까지 불러주었고, 분홍은 검은색 건물로 돌아오면서 “양 사장님이 자기를 되게 믿네요.”라고 송에게 말했었다. 밤만 되면 귀신에 홀린 듯 과속만 해대는 수많은 택시기사들처럼 검은 자켓에 삼십대정도로 보이는 대리 기사도 과속을 시작했다. 분홍은 아버지 교통 사고 이후로 트라우마가 있어 “기사님, 요금은 더 드릴 수 있으니까 제발 천천히 가주세요.”라고 말했던 날, 분홍은 기억이 선명하다.


분홍의 머리에도 충격파가 왔다. 분홍도 충격인데 당사자 송은 어떨까 싶은 마음에 걱정스러웠다. 이야기를 따지고 들기보다는 송을 위로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송의 손을 잡았다.


그때였다.

“월급이야 다 주겠지만, 은근히 내 돈 쓴 것도 많은데,”

“뭐? 월급을 못 받았어? 네 돈을 쓰다니?!”


분홍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송의 손을 내동댕이쳤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열기가 오른 분홍의 눈동자는 송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송은 그런 분홍의 반응에 놀라서, “아니, 그러니까 태경이 형이 월급을 안 줄 사람은 아니고...”라고 부연했다.


“그때 월급 받았잖아.”라고 말하면서 분홍의 머리에 떠오르는 건 최근 두 달동안 사실, 월급을 받았다는 말을 송으로부터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저 회사에서 활동비가 두둑히 나온다면서 신용카드를 썼었다.


‘활동비...’


활동비는 활동비이지, 월급이 아니다.


‘송의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다...!’


분홍에게 캐시 뮤직은, 송과의 공동 사업이지만 자신의 개인 사업이기도 했다. 결국 계약서는 자신의 이름으로 쓸 것이고, 또, 송에게 보증금 일부를 받기로 했지만, 어영부영 두 사람의 책임으로 두느니, 뭐든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 황윤희 부부가 요구해온 보증금 액수를 채우기 위해서 송을 쳐다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분홍은 커다란 소용돌이에 빠져들다가 결국 바닥에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 리얼리즘 코미디 소설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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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두 장의 계약서. 17.07.25 251 2 8쪽
64 64화. 왕경자를 만나던 날. 17.07.02 298 3 10쪽
63 63화. 형제끼리는 통한다. +2 17.06.10 698 3 9쪽
62 62화. 수사관 연분홍. 17.06.07 315 3 9쪽
» 61화. 오, 양 사장! 17.03.06 426 3 7쪽
60 60화. 현금만 가능합니다. 17.02.03 524 3 15쪽
59 59화. 키큰 유덕화. 17.01.25 572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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