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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7.12.09 21:4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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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29
추천수 :
789
글자수 :
393,947

작성
17.07.3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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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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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66화. 아흐메드와 친구들.

DUMMY

신경질 난 표정의 황윤희.


분홍은 황윤희를 검은색 건물의 건물주로 알고 있었다. 이 건물에서 살게 된 때부터 황윤희와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캐시 뮤직의 임대 계약서 역시도 황윤희와 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분홍은 황윤희도, 황윤희의 미국인 남편도 아닌 <아흐메드와 친구들>이라는 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 (미국인으로 알고 있던 황윤희의 남편은 알고 보니 미국인이 아니라 방글라데쉬 사람이었다. 사업차 미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을 뿐이라고 했다.) ‘아흐메드와 그의 친구들’ 가운데 1인이 황윤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지만, 어쨌든 황윤희가 아닌 뜬금없는 주체와 연습실 계약을 하게 되어 분홍은 불안하다.


그리고 황윤희가 내어놓은 이란성 쌍둥이와 같은 계약서. 같지만 다른 두 장의 계약서. 그 또한 분홍에게 혼돈과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어쩌면 계약서를 들고 지하 캐시 뮤직을 찾았던 황이 갑자기 연이 엄마와 할 얘기가 있다면서 윗층으로 올라갔을 때, 그 몇 분 동안의 시간이 이 '이란성 쌍둥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다. 그러나 분홍은 그 짧은 순간 생각했다.


‘이젠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어.'


몇 번의 고비였고 몇 번의 고민이 있었던가. 분홍이 검은색 건물에 송과 함께 들어와 지내게 된 이후로 겪었던 고비는 어떤 때는 살인적이었고 어떤 때는 엉망진창이란 말이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엉망진창을 지금 끝내는 것은 엉망진창도 아닌, 그 무엇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밀고온 시간이 너무 길고 거기에 소요된 에너지가 너무 많아. 어떻게 되든 계속 밀고가는 게 차라리 나아. 이제는 고민하기도 지쳤어.’


인생이 걸린 판단이었다.


분홍은 결국 그 두 장의 계약서에 도장을 꽝, 꽝, 둘 다 찍었다. 분홍을 위해서 계약서를 두 장 써왔다는 황윤희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황윤희의 거짓말을 직접적으로 까발릴 수는 없었다.


“지금 거짓말 하시는 거죠? 우리를 위해서라는 말은 거짓말이죠?”라고 그녀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나는 황윤희 당신을 불신한다,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이제 당신과 나의 관계는 끝났다’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분홍은 황윤희의 말을 모두 믿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전적으로 불신하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관계를 끝낼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말할 확정적인 근거도 없었다.


이제 분홍은 최근의 삶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플라자 고시텔로 이사를 들어왔고, 그녀의 레슨생들은 캐시 뮤직이 분홍 선생님의 연습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분홍도 매일 캐시 뮤직으로 출근-6층 고시원 방에서 지하로 계단 타고 내려가기-하고 있다. 분홍은 도장을 찍고나서 쌍둥이처럼 두 장인 그 계약서를 보고 보고 또 보았다. 수십 번은 보았다.


“입금은 여기 적힌 데로 하면 되는 거죠?”

“아니!”


분홍이 물었을 때 황윤희는 물이라도 자신의 치마에 곧 엎질러지기라도 할 것처럼 급하게 말하며 가방 안에서 수첩 크기 만한 사이즈의 노란색 포스트 잇을 꺼내어 계좌번호를 적기 시작했다. 푸른 은행의 계좌였다.


“백사십은 여기다 보내고,”


분홍의 눈에 낯이 익은 그 번호는 고시원 방값을 보내는 계좌였다.


“아, 방값 보내는 번호네요?”

“아하하... 그래? 여기다 보내면 돼.”라고 황은 무안한 듯이 웃더니 답했었다.


황윤희는 고시원 방값과 절반의 캐시뮤직 월세는 푸른 은행으로 받고, 나머지 절반의 월세는 서울 은행으로 받겠다 했다. 그리고 서울 은행 계좌명은 ‘아흐메드와 친구들’이었다.


연이 엄마의 특별한 행사가 시작된 것은 분홍이 이란성 쌍둥이 계약서에 도장을 꽝꽝 찍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아휴, 이제 지비가 진짜 싸장님인데, 인제 이런 것도 직접 해야지.”


연이 엄마는 천연덕스럽게 등장했지만 시선을 어딘지 모르게 앞으로 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였다. 옆구리에는 누런 개 연이 대신 신문지를 말아서 끼고 있었는데 프론트 앞 선반 위에다 신문지를 펴서 손으로 싹싹 펴더니, 그 위에 커피 믹스 한 봉지를 통째로 후욱 부었다. 그렇게 그녀의 행사는 시작을 알렸다.


“요걸 고대로 넣으면 맛 읎어. 설탕을 섞어야 돼. 그래야 단 맛이 나지. 에헤헤.”


서랍 하나에서 설탕을 꺼내들며 말했따. 그리곤 종이컵 하나를 빼들더니 종이컵이 마치 국자인 양 휘휘 저으며 믹스와 설탕을 섞었다. 입자가 작은 가루들이 솟아오르는 게 마치 드라이 아이스에서 올라오는 김 같았고, 마법쇼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연이 엄마는 중요한 기술을 전수하는 비장한 분위기를 풍기며 그녀만의 믹스를 제조하더니, 미니 자판기를 열쇠로 열어 부어넣었다. 그리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버튼을 눌러 한 잔은 송에게 한 잔은 분홍에게 주었다.


연이 엄마는 서류상으로도 캐시 뮤직의 명실상부 진짜 사장이 된 분홍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듯 했으나 그러면서도 자신이 분홍을 조심하여 대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했다. 하지만 커피를 내어주는 이전보다 공손해진 모습에서 그것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날은 화장실에 끼우는 커다란 롤 휴지 두 덩어리를 들고 내려왔다. 두 번째 행사였다.


“이것도 다 돈인데, 써.”

“아, 고맙습니다.”


분홍은 고개를 살짝 굽혔다. 공중 화장실엔 어디에나 으례 걸려있는 대형 롤 휴지. 하지만 보통 가게에서 그 대형 휴지를 파는 것을 분홍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길건너 <다있소>에 가면 이런 저런 물건들이 없는 것 없이 다 있었지만 그것만은 없었다. 그럴 때면 '장사라는 일은 아무나 못 하나 보다.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대단한 일인가봐...'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서 휴지를 사는 돈도 돈이지만, 그런 식으로 ‘엄마처럼’ 분홍을 챙겨주는 것에 대해서 연이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연이 엄마는 "이제 앞으로는 이런 거 못 줘. 다 지비 돈으로 사야 돼."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처음 검은색 건물로 들어올 때 분홍은 연이 엄마를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어찌되었건 분홍이 들어올 수 있도록 '중매'를 선 것은 연이 엄마이므로, 연이 엄마에게 크던 작던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그 보답으로 방향제나 스카프 같은 작은 선물들을 드렸었다. 그러나 그런 물질적인 것보다는 지하까지 합하면 총 7층이나 되는 건물을 분주히 오르락내리락 하는 연이 엄마의 일을 덜어주고 싶었다. 연이 엄마가 쉬흔 세 개의 방에 사는 고시원 입주자들의 밥을 다 짓고 방값 관리까지 모두 다 하는 것, 전기가 고장나면 직접 뛰어다니는 것-그녀에게 전기를 고칠 기술은 전혀 없다 하여도-그런 것이 그녀의 몸과 정신을 축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분홍과 송이, 연이 엄마를 어른으로, 제대로 대접하고, 그 이상으로 엄마처럼 도와드리면서, 그러면서 또한 한 편으로는 검은색 건물에서 편의도 계속 제공 받을 수 있는 그런 윈윈 관계, 그런 유토피아적인 관계를 마음 속으로 그렸었다.


이제 마침내 계약서에 도장은 찍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연이 엄마와의 관계엔 금이 많이 가 있었다. 분홍에게 가장 크리티컬한 말들은 연이 엄마가 했었던 ‘네 냉장고 고물’ 발언, ‘그렇게 하니까 장사가 안 되지’, ‘네 생리대 냄새 나’ 등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분홍이 황윤희의 노래를 가르치는 노래 선생님이 된 것과 캐시 뮤직의 사장이 된 것, 그런 신분의 상승 때문이라는 것을 상호 간에 느끼고 있었다.


분홍이 머릿속에 그렸던 유토피아적인 그림의 모양이 이그러져 버렸다면, 연이 엄마 머릿속에 있었던 그림 또한 그만큼 이그러졌을 것이다. 그것이 관계라는 것의 상호 연관성일 것이다.


이제 연습실 월세 이백팔십만 원은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분홍은 밥알을 씹으면서도, 피아노를 치면서도, 손님들이 어질러놓고 간 연습실을 정리하면서도, 늘 머릿속으로 ‘하루에 십만 원만 벌면 돼!’라는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는 바로 ‘어떻게 십만 원을 벌지?’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캐시 뮤직에 손님이 많은 날은 5만원에서 6만원 정도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손님이 없는 날은 매상이 빵원이거나 6천원만 들어온 날도 있었다.


그러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미신은 이렇다. 가게의 평균 매출이란 매상이 제일 많이 들어온 날의 숫자이다. 제일 적게 들어온 날의 데이터는 머릿속에서 온데 간데 없다.


그러니까 하루에 6만원정도 들어오는 가게다, 캐시뮤직은. 그러니까 하루에 4만원만 더 벌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 가능하고 말고!'


- 리얼리즘 코미디 월세 서바이벌 소설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독자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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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뉴 페이스가 온다. 17.08.08 268 3 9쪽
67 67화. 너의 등에 그려진 하트. 17.08.05 259 3 8쪽
» 66화. 아흐메드와 친구들. 17.07.31 247 2 9쪽
65 65화. 두 장의 계약서. 17.07.25 253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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