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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7.12.09 21:4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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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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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
글자수 :
393,947

작성
17.08.0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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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68화. 뉴 페이스가 온다.

DUMMY

“자기야, 좋은 소식이 있어요.”

“응? 뭔데요?”


보컬 레슨을 마치고 수업 때 쓴 악보를 들고나오는 분홍을 보자마자 송이 감격한 얼굴로 소식을 알려온다. 분홍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이 검은색 건물에선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생각의 끝에 불안이 따라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좋은 소식일지도 몰라. 이제 정말 우리 형편이 피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궁금증이 커진다.


“두 명이서 같이 쓰는데, 방을 한 달로 고정으로 쓴대요. 왜 자기도 예전에 그랬잖아요.”

“잠깐.”

“왜요...?”


송의 밝던 얼굴은 무언가 잘 한 일이 있어서 엄마한테 자랑하려던 아이가 오히려 꾸지람을 들을까봐 겁이 나는듯한 얼굴로 바로 변하였다.


“얼마인지는 말 안 했죠?”

“삼십만원 아니예요?”

“네??? 송......”


송의 눈꼬리는 점점 쳐지더니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캐시뮤직엔 총 여섯 개의 방이 있다. 그리고 황윤희, 아니 ‘아흐메드와 친구들’이라는 황윤희 남편의 회사에 이백팔십만 원의 월세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방 한 개의 월세는 오십만 원정도여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싸게 해줘도 사십오만 원은 받아야 한다.


“자기 수업할 때 전화가 와서”


‘수업 끝나면 나랑 상의를 하고 말을 했어야죠’ 분홍은 속으로 말한다. 지나간 일을 “~했어야지”라고 말하는 방식을 분홍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일을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분만 상할뿐이다. 더군다나 송은 분홍의 아랫사람도 아니다. 남자친구이다!


“그래서 삼십에 하기로 했어요? 언제부터요?”

“그쪽이 방이 급하게 필요한가봐요... 그래서 정 급하면 오늘부터 쓰라고 했어요... 어쩌겠어요, 급하다는데... 내가 자기한테 말하자마자 방 하나 치워놓으려고 했죠...”


분홍은 책상 서랍을 드르륵 열어 계산기를 꺼낸다.


“자기야, 이거 봐요. 우리가 내야 할 월세가 이백팔십이니깐, 방이 여섯 개잖아요.”


분홍은 애써 침착하게 말을 이어간다.


“아휴, 알았어요! 오지 말라고 하면 될 거 아니예요!”


한 손에 계산기를 든 분홍은 휘둥그레한 눈으로 그런 송을 쳐다본다. 얼굴에서 미소를 잃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대형 전쟁이 펼쳐질 것 같아서, 분홍은 미소를 애써 지켜낸 얼굴에 다시 한 번 얼굴에 미소를 만든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깐 월세가,”

“그래요, 내가 바보라서 잘못했어요. 난 그런 것 계산도 못하니깐 자기가 알아서 해요. 난 태경이 형이랑 통화해서 다시 회사일 시작해본다고 할 거예요.”

“... 아, 진짜, 왜 그러는 거예요?!”


분홍도 내지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송이 화를 내는 이유를 찾아보려고 한다. 머릿속으로.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내가 했나?'


“자기야, 우선 앉아봐요. 난 나쁜 뜻이 없었어요.”

“사과해요.”

“허...허허허허. 뭐에 대해서요?”

“자기는 수업하는 동안, 나는 여기 다 치우고, 창고 정리하고, 손님까지 끌어왔는데, 자기는 그깟 요금 때문에 나한테 수고했다는 말은커녕, 지금 지적하는 거잖아요.”


분홍은 멘붕에 빠진다. 검은색 건물의 수렁으로 분홍을 몰아넣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은 송이었다. (물론 결정은 분홍이 하였지만) 그리고 수업할 때마다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황윤희 노래 레슨을 시작시킨 사람도 송이었다. 그럼에도 분홍에게 고비가 있을 때마다 의지하고 찾는 사람도 송이다. 그런 송에게 멘붕이 온 모양이다. 분홍은 의지할 데가 하나도 없어진 심정이 되었다.


“분홍. 자기 혼자 장사 해봐요. 이게 얼마나 힘든지.”

“말이야 바른 말이지, 장사는 자기가 알아서 다 한다면서요? 나는 노래 연습만 하라면서요?”


분홍은 참았던 분노를 터뜨린다.


탁탁탁탁탁-


분홍과 송은 서로를 노려보다가 지하계단을 타고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에 속으로 사뭇 긴장한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 다 긴장한 것을 티내지 않고 감춘다.


“흐윽. 제가 핸드폰을 놓고 갔나봐요.”


노래할 때도, 말할 때도 어리바리한 편인 레슨생 예림이가 화장으로 여드름을 감춘 볼을 붉히면서 다시 들어온다.


분홍은 마치 조금 전까지도 기분좋은 일이 있었던 사람처럼 눈썹을 올리면서 “하하하. 그랬구나. 방에 들어가봐. 아무도 방에 안 들어가서 그대로 있을거야. 걱정 마.” 하면서 예림에게 씽긋 웃어준다.


분홍은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위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면서 이게 진정한 사장님의 프로 의식인가,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송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한다. 방금 전엔 화를 내면서 당장이라도 캐시 뮤직과 연을 끊을 것처럼 말을 했지만, 분홍의 제자에게 친절을 다 한다면, 그것은 화해의 몸짓이자, 분홍에 대한 간접 사과일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살았어요. 있어요.”


조금 전 자기가 수업을 했던 방에서 우당탕하면서 뛰쳐나온 예림이 외친다. 어리바리함에 어울리는 약간 굽은 자세를 하고 다니는 예림이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을 하사 받은 것처럼 자신의 핸드폰을 두 손으로 받쳐든 상태로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무안한 듯, 민망한 듯, 감사한 듯, 헤헤헤, 웃고 있었다.


“핸드폰은 까먹었어도 다음 주 레슨 시간은 까먹지 마.”


분홍은 꽤 여유로운 표정으로 프로답게 멘트를 한다. 그리곤 안 보는척하면서 송의 태도를 흘끔거리며 본다.


예림이는 분홍에게도 어리바리 절을 하고 송에게도 어리바리 절을 한다.


“잘 가요. 더운데 조심하고요.”


분홍의 마음이 풀린다.


'화해하려는 마음이 있군...'


둘만 남게 되자 분홍은 송을 불러 옆에 앉게 한다.


“송. 미안해요. 내가 까칠하게 말했나봐요. 자기도 고생하는데요.”

“아니예요. 내가 성질 부려서 미안해요. 내 딴에는 자기 도와주려고 그런건데 아깐 좀 서운하긴 했어요.”


분홍의 머리에 ‘도와준다’는 표현이 찌릿, 걸린다.


‘도와주다니? 계약서를 내 이름으로 썼다고 그러는 건가?’


분홍은 송과 경제 공동체를 이루게 된 이 때 도와준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유일한 아군인 송과 그런 호의적인 냄새가 나는 단어를 두고 티격태격하고 싶지도 한다.


“잠깐 기다려요. 자기 노래하느라고 힘들었으니까 송이 나가서 시원한 것좀 사올게요.” 하고 뛰어나간다.


분홍은 그런 송을 보면서 아들을 키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홍은 송이 사온 오렌지 주스를 쪽쪽 빨고, 송은 바닐라 맛 '파이팅콘'을 먹는다. 분홍은 송이 지난 여름에도 파이팅콘을 즐겨 먹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검은색 소파에 송과 함께 자신만의 포즈로 걸터앉아 마음껏 간식을 먹으니 분홍의 마음에 뭔지 모를 풍요로움과 너그러움이 찾아든다. 한 팔은 괜히 소파 등받이에 걸치게 되고, 한 쪽 다리는 절로 꼬게 된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래요?”

“누구요? 아, 두 사람?”

“응.”


송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조금 전에 싸움을 일으켰던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말을 더 둥글리는 것 같다.


“락 하는 사람들이래요.”

“아하.”


분홍은 호감도 비호감도 아닌 소리로 응수한다.


“아, 그리고 레슨도 한댔어요.”

“흠.”


분홍도 캐시뮤직을 찾을 때 처음 의도는 연습과 레슨이었다. 같은 이유다. 자신과 같은 이유로 이곳에 오려는 사람, 어쩌면 자신만큼 절박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때라도 월세 때문에 모진 마음을 먹었다는 생각에 아직 얼굴은 몰라도 미안해진다.


“맞아. 레슨을 해야 연습실 월세도 내는 거지. 근데 우리 방음이 잘 안 되는데... 뭐라고 하지 않을까?”

“송이 누구예요. 다 말을 잘 해놨죠. 솔직히 우리가 이 방음 공사 한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말했어요. 이전에 장사하던 사람들이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서 방음재가 겉만 멀쩡하지 시원찮다고요.”

"흐흐흐."


맞는 말이다. 분홍은 얼굴도 모르는 황 사장이나, 그의 여동생인 황윤희나, 그녀의 남편인 아흐메드 씨나, 누런 개 연이와 함께 다니는 연이 엄마나, 음악을 아는 사람은 아니다. 뽀글머리 할머니도.


그런데도 온다고 하는 것 보니, 그들도 분홍 커플이 그랬듯이 명남동에 위치한 연습실이라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사장인듯 사장 아닌 상태로 장사라는 것을 해보니, 전혀 모르는 손님들과 부대끼는 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작은 친절에도 고마워하는 손님들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월세 손님을 맞이하게 되니, 세입자를 맞이하는 건물주라도 된 듯 비장한 기분이 들었다.


“아참, 송, 이용 시간은 뭐라고 말했어요? 열시 반?”

“아... 그건, 우리는 열시 반에 평소대로 퇴근하면 돼요. 문은 그 사람들이 닫아주면 우리는 오히려 편하죠.”


송은 분명 그 손님들을 잡기 위해 24시간 연습실이라고 말한 게 분명하다. 이제 열쇠부터 복사해야 한다.


‘송... 송!!’


- 월세 서바이벌 로맨스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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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화. 스판 바지와 검은색 소파. 17.08.24 278 2 7쪽
74 74화. 변기로 합시다. 17.08.16 24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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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화. 뉴 페이스가 온다. 17.08.08 266 3 9쪽
67 67화. 너의 등에 그려진 하트. 17.08.05 257 3 8쪽
66 66화. 아흐메드와 친구들. 17.07.31 244 2 9쪽
65 65화. 두 장의 계약서. 17.07.25 25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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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형제끼리는 통한다. +2 17.06.10 702 3 9쪽
62 62화. 수사관 연분홍. 17.06.07 31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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