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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7.12.09 21:4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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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80
추천수 :
789
글자수 :
393,947

작성
17.08.1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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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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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0화. 너의 입맞춤은 황홀하였네.

DUMMY

송이 받은 2인조 손님은 캐시 뮤직 생활에 거의 적응한듯했다. 송은 그들을 위해서 하이든 방을 완전히 비워주었는데, 그 자리로 그들의 책상이 들어가고, 드럼이 들어갔다. 한 명은 좀 작은 키로 분홍과 키가 비슷했고 퉁퉁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이었고, 다른 한 명은 키가 아주 컸는데 어깨 안에 옷걸이라도 넣어놓은 듯 어깨가 올라가 목이 짧아 보였는데 그때문에 얼핏 보면 팔이 턱 바로 옆에서 흔들리는 느낌을 주었다.


캐시 뮤직엔 와이파이가 있긴 했지만, 프론트에서 가까운 모차르트 방과 오케스트라 방에는 인터넷이 잘 되는 반면, 안쪽으로 갈수록 잘 안 잡혔다. 손님들은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해서 인터넷이 되면 되는대로 안 잡히면 안 잡히는대로 별로 연연하지 않았는데, 2인조의 월세 손님은, 자신들은 상주하는 '특별 손님'이라는 심리 때문인지 분홍을 볼 때마다 “인터넷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남자 사장님이 해주신다던데요.”라고 쐐기 박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송이 뭐라고 말했길래 돈도 싼데 저렇게 재촉을 하지...?’라며 분홍은 송을 원망하곤 했다.


“자기야. 하이든 방이요. 인터넷 된다고 했어요? 자꾸 나한테 한 마디씩 하는데... 미리 말한 것 아니면, 우리 책임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하이든 방이 아예 안 잡히는 것도 아니던데... 나는 거기서 인터넷 거의 잘 됐었어요...”


분홍의 볼멘 소리를 들은 송은 그날 밤 퇴근하면서 공유기를 하나 사왔다. 그리고 구입 영수증을 분홍에게 건넸다.


‘뭐야. 나한테 돈을 달라는 건가?’


분홍은 자신의 승낙도 없이 송이 물품을 구입해서 영수증을 던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덕분에 2인조 손님의 얼굴은 아주 밝아졌다. 그들은 분홍에게는 ‘저기요.’라고 말하거나 별로 말을 시키지 않았고, 송이 올 때만 기다려 송을 졸졸 쫓아다니면서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분홍은 손님들이 남자친구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게 아예 싫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여자라서 무시하나 싶기도 하여 신경이 쓰였다.


‘진짜 사장은 난데...’


송에게는 품이 넓은 면이 있었다. 분홍은 그런 송의 성격을 부러워하곤 했다.


분홍은 정식 사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캐시 뮤직을 비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송은 분홍과 매일 함께 성수역으로 출근하고 싶어했다. 어떤 날은 분홍이 혼자 있으면 밥을 먹지 않으니 걱정이 돼서 그렇다고 했다가, 어떤 날은 컨설팅 업무에 분홍이 큰 도움이 되어서라고 했다가, 어떤 날은 분홍에게 꼭 보여줄 게 있다고 했다가,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를 만들어내어 분홍과 같이 다니려고 했다. 그런 송의 간청에 못 이겨 박 사장의 회사로 따라갈 때면 캐시 뮤직은 또다시 셀프로 운영 되었다.


‘하이든 방 사람들은 좋겠네...’


분홍은 2인조 손님들이 아주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분홍도 캐시 뮤직에 처음 왔을 때 그렇게 연습실을 독차지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캐시 뮤직의 방음은 형편 없는 편이었지만, 그렇게 아무도 없고 혼자 있으면 방음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만의 음악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그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부유한 느낌을 주었다.


분홍은 송의 사무실에서 클리어 파일을 열어 에코 트랩의 허술한 브로셔를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보고 있었다.


‘어휴... 브로셔라도 잘 만들어 놔야지... 갖춰진 게 없을수록 이런 홍보 자료가 중요한 건데...’


박 사장이 만들어놓은 듯한 브로셔는 에이 포지에 출력한 사진과 그림, 그리고 잡다하게 많은 말들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중 한 페이지는 바퀴벌레와 나뭇잎을 함께 그려놓은 이미지였는데, 에코 트랩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얼핏 보면 바퀴벌레 먹이를 판다는 뜻 같기도 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학교에서 공연을 할 때 브로셔가 나오던 날이 떠올랐다.


'브로셔란 모름지기 빳빳한 종이가 생명인데...'


조금만 좋은 종이를 써도 한결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 빳빳한 종이에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실릴 때 그녀는 국보급 가수라도 된 듯, 무언가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듯한 기분이 들곤 했었다. 컨설팅이 뭔지는 잘 몰라도 그런 것에 혹하는 사람 심리는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휴. 캐시뮤직, 이제 당장 월세를 채워야 되는데, 내가 이걸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닌지. 캐시뮤직도 브로셔 같은 걸 만들어야 되는데... 인터넷 홍보만으로 손님이 늘까...?’


분홍은 클리어 파일을 탁- 접었다.


그때 어떤 중년의 남자가 하얀 색 개를 앞세우고 회사 안으로 입장했다. 흰 머리가 많아서 처음에는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면 볼수록 검은 피부가 탱탱하여 오십대 정도로 가늠되는 남성이었다. 하얀 개는 너무 비쩍 마르고 다리가 길어서 과연 저것이 개인가, 조그만 사슴인가 싶을 정도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개예요?"

"개지."


그는 이곳 박 사장의 사무실에 자주 들르는 인물인 듯, 송이나 분홍의 승낙을 구하지 않고 개의 목줄을 풀었다.


‘아직 어리구나, 새끼 강아지인가봐.’라고 분홍이 생각하는 찰나, 줄에서 풀려난 그 하얀 개는 분홍에게 돌진하였고 분홍은 태몽이라도 꾸고 있는듯 그 개를 덥썩 안아들었다.


순간적인 일이었다.


하얀 개는 분홍의 얼굴을, 특히 볼을 싹싹싹 핥았다. 사슴 같이 다리가 긴 그 개는 (개가 맞다면. 주인이 개라고 하니 개일 것이다!) 다리가 너무 길고, 몸집이 너무 말랐고, 털이 너무 짧으며, 귀가 너무나 뾰족했고, 무엇보다 너무 하얬다.


'와... 너무 예쁘다...!'


그리고 그 개가 해준 뽀뽀는 그녀에게 너무나 황홀하고 행복했다. 머리가 흰 남자의 눈동자는 약간 웃는 빛깔이고 영리한 기운이 감돌았는데, 한쪽 눈썹을 위로 들면서 자신의 개와 분홍 사이에서 발생하는 케미를 눈여겨 보았다.


“근데 얘 이름이 뭐예요?”

“구름이.”


너무나 가벼운 어린 동물의 느낌이 따듯하고 감미롭고 신기하기마저 했다.


“박 사장 어디 갔어?”


반말로 묻는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구름이의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구름이의 견주라는 이유만으로 그에겐 웬지 모를 호감이 갔다. 하지만 차를 직접 타서 주고 싶진 않았다. 왜냐하면, 분홍이 처음 왔을 때 박수용 사장도 차를 직접 타주진 않았기 때문이다.


“저기서 드시고 싶은 걸로 차 한 잔 드세요.”


구름이 주인은 고개를 끄덕했으나 실제로 마시진 않았고 중앙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그는 박 사장이 언제쯤 들어오는지 물었고 송은 곧 오실 거라고 답했다. 분홍의 평소 성격대로라면 처음 만나는 사람인 그 남자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분홍의 마음은 온통 구름이에게 쏠려버리고 말았고 남자와 친해지려 애를 썼다.


“무슨 종이예요?”

“스피츠. 수컷.”


요크셔테리어, 푸들, 믹스견, 삽살이 등은 들어봤어도, 스피츠란 말이 영 낯설게 들렸다. 구름이는 첫 만남부터 분홍에게 그런 큰 사랑을 주긴 했지만, 수컷이라 그런지, 분홍의 과한 사랑은 귀찮아했다. 분홍이 단 한 번이라도 더 뽀뽀를 받는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듯한 표정으로 구름이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잘 보이려 노력했지만 구름이는 사무실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며 여기 저기 냄새를 맡을뿐이었다. 그러다가는 갑자기 빠른 속력으로 와다다다- 돌진하였고, 자신의 몸을 감당하지 못하는 어린 개의 부족한 균형감각 때문에 파티션이나 화분 등에 부딪히곤 했다.


박 사장의 사무실엔 박 사장과 송 외엔 일하는 사람이 없었고 박 사장도 딱히 어떤 일을 한다기보다는 늘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자리에 앉아 창문 밖을 내다보며 앉아있곤 했다. 하지만 간간이 손님들이 들르는 모습을 볼 수 었는데 스스로 정의민주당 무슨 위원장이라면서 자신이 이 동네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자랑하는 할머니 한 명이 진한 화장을 하고서 종종 찾아오곤 했고, 구름이 견주인 아저씨도 그날 이후로도 틈틈이 찾아오곤 했다. 구름이 주인은 동네에서 부동산을 한다고 했다. 이 햇살 잘 드는 건물의 건물주인 박 사장이 아무래도 임대를 하다가 부동산과 친해졌나, 싶기도 했는데, 송의 말을 들어보니 박 사장과 구름이 주인은 고향 친구라고 했다.


박 사장은 말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면 한 마디를 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성격으로 보였다. 분홍은 박 사장에 대해서 ‘말수는 적어도 주변 사람들과 어우렁더우렁 잘 지내는 편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박 사장의 회사엔 <에코 트랩>이란 작고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로 된 간판이 입구에 붙어 있을 뿐,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은 없었으며, 아무런 체계도 없이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료를 먹으라고 하고, 때론 음료 선물을 받기도 하면서 운영되고 있었다. 처음엔 그렇게 멀쩡한 지상의 사무실이(지하 연습실의 귀뚜라미 신세인 분홍에게 지상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숭고한 의미를 지녔다) 의미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자원의 낭비라고 생각되고 아깝기도 했다. 분홍 자신은 이백팔십만 원의 월세를 째깍째깍 초침이 움직이는 횟수만큼 자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초조한 세입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박 사장이 이 건물 건물주예요.”라고 송이 말했을 때 비로소 앞뒤가 이해가 되었다.

“아...”


그의 나른한 업무 태도도 그때부턴 이해가 되었다.


“나도 박 사장을 아직은 다 모르지만, 말로는 에코 트랩을 위해서 자나깨나 노력한다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1층의 식당을 내보내고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들이나, 하는 것에 더 꽂혀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송은 마치 박 사장의 비밀을 몰래 알려주는듯 분홍을 향해 윙크했다.


분홍과는 달리 월세를 낼 필요가 없고 다른 층의 세입자들로부터 월세를 받는다면, 분홍처럼 그렇게 생존을 위해서 불안과 초조 속에서 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박 사장과 분홍의 공통점이 하나는 있었다. 분홍도 언젠가는 자신의 노래를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고, 박 사장은 에코 트랩이 언젠가는 빵 터져서 <클린코>를 이기고 대한민국을 석권하는 살충제가 될 거라며 ‘언젠가는’이라는 제품에 올인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 리얼리즘 코미디 소설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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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그들이 달려야 하는 이유. 17.08.13 232 5 11쪽
» 70화. 너의 입맞춤은 황홀하였네. 17.08.12 28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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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뉴 페이스가 온다. 17.08.08 266 3 9쪽
67 67화. 너의 등에 그려진 하트. 17.08.05 257 3 8쪽
66 66화. 아흐메드와 친구들. 17.07.31 244 2 9쪽
65 65화. 두 장의 계약서. 17.07.25 25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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