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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7.12.09 21:4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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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78
추천수 :
789
글자수 :
393,947

작성
17.08.1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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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2화. 허리케인이 그녀에게 남긴 것.

DUMMY

연이 엄마는 플라자 고시텔의 공식 ‘밥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놀음에 빠진 남편 때문에 재산을 모두 날린 것에 대해서 날마다 한탄했다. 그녀가 한탄을 많이 해서 그런지 그녀가 머무르는 6층의 고시원 방은 다른 방들보다 더 누추한 기운을 풍겼다. 그렇게 자신의 가난을 한탄하면서도 다른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지’라거나 ‘돈도 없는 것들’이라는 표현을 종종 썼다. 분홍은 연이 엄마의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자신도 '그지'인 것 같았다.


‘내 형편에 노래하고 레슨하려고 온 연습실을 계약하겠다고 한다니.. 이건 내 안의 한탕주의나 무모한 성향 때문일까? 가만... 송도 월급 받는 회사보다는 컨설팅 일을 자꾸 하려는 걸 보면, 한탕주의 성향이 있는 것 아니야? 그래서 우리가 서로 통했나 보네. 끼리끼리 연애를 하는 거야...’


장사를 마치고 고시원의 좁은 침대에 몸을 눕히고나면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가도 ‘지금 이 형편에 한탕 하는 것에 대한 희망이라도 가지지 못한다면, 도대체 내 인생에 무슨 희망이 있겠어...’라며 정답은 캐시뮤직의 계약이라고 생각하며 잠들던 나날이었다.


아버지가 첫 수술을 마친 뒤 수술실에서 나오시길 기다리던 날, 분홍은 이제는 진짜로 노래를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예정 시각이 40분이나 지났는데 회복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종합병원에는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5분에 한 명 꼴로 수술을 마친 사람들이 나왔고 그들을 기다리던 애타는 가족들이 그 카트로 달려갔다. 다행히 별 일 없이 아버지가 회복실에서 나오셨을 때 분홍은 신에게 감사드렸고 또한 마음을 굳혔다.


인생이라는 냉혹한 괴물에게 무조건적인 항복을 하는 비장한 심정이었다.


노래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6년 동안 코러스 가수를 하던 분홍은, 어찌된 일인지 교통사고에 의해 쉽게 포기가 되었다. 거기다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꾸짖었다. 수술비는 사고 가해자인 왕경자의 보험회사가 냈지만, 아버지 간병비와 의료용품 및 비품 값이 계속 필요했다. 이번 달 겨우 버틸 정도만 들어있는 자신의 통장을 열어 볼 때면 인생 과목의 빵점짜리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다시는 노래의 ‘노’자도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래가 자신을 배신하여 아버지 교통사고도 일어난 것 같았고 이루어지지도 못할 가수의 꿈을 꾼 것이 집안의 역적이 된 것 같았다.


아버지의 교통사고는 분홍의 인생을 통째로 들었다가 놓는 강한 허리케인이었다. 허리케인에 날아갔다가 겨우 착지한 분홍은 본격 효녀 모드로 돌입했다. 아버지 간병을 거의 도맡다시피 했다. 효녀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언니 초록은 조카들 때문에 병원에 오래 있을 수가 없었고, 어머니는 일 때문에 저녁 때만 병원에 오실 수 있었다. 간병비를 아끼고자, 혹은 원래 있던 간병인이 그만두어서, 분홍이 시간이 제일 많아서, 등의 갖가지 이유로 분홍이 전담 간병인이 된 것이다.


아버지 살아생전 이런 대단한 효도를 언제 또 할 수 있으랴 싶어서 간병인 분홍의 출근길은 한동안 보람차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버지 연두식은 간병하는 분홍에게 다정한 말을 하지도 않으면서, 입맛 없다고 식사를 거부했고, 소변줄을 뺀 뒤 소변 조절도 잘 하지 못하여서 빨랫감을 내놓는 분홍이 간호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효녀 모드는 이내 불만 모드로 전환되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날마다 일하고 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도대체 언제 퇴근하느냐고 재촉하거나, 아니면 고생하는 사람 생각도 안 하고 왜 밥을 안 먹느냐고 아버지에게 소리를 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분홍은 병원 화장실에서 혼자 칫솔질을 하면서 세면대 거울 앞에서 중얼거렸다.


“노래야. 노래뿐이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노래뿐이야.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로 행복할 수가 없어. 내가 행복하지 못하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행복하게 해드릴 수가 없어. 나한테 노래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준 김성아 교수님... 정말 감사한 분인데... 성공을 해야 인사라도 드리러 가지... 어쨌든 노래야, 노래. 노래가 답이야.”


교통사고라는 허리케인과 간병인 생활은 분홍의 마음을 무지막지하게 흔들어 놓았지만 결국에는 더 강하게 만들었다.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져버렸을 때마저도 일과 상황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 번 한 약속은 공연이든 레슨이든 어기지 않았고, 노래를 처음 부를 때의 각오로 기본기부터 다시 다지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이대로라면 자기 앞가림은 그렇다 쳐도 부모님의 미래를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파도가 몰아쳐오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곤 했는데, 그때에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연습실로 향했고 피아노 앞에 앉았으며 반주 엠알을 틀었다.


분홍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해서 “매니져 나오라고 하세요”와 같은 깡다구 있는 말을 할 성격은 못 되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고와 수술, 입원과 퇴원, 전원 등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들의 범위를 매번 넘을 때마다 조금씩 더 깡이 세졌다. 그래서 아버지의 팔에 심하게 멍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병동 책임자 불러오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서른 살의 여자는 어떤 때는 어른이지만, 때로는 ‘어린 여자애’일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말하면, 경우 없는 사람으로 찍히기 딱 좋다. 그러나 분홍은 고통의 파도 속으로 서핑하면서 그렇게 강해지고 변해가고 있었다.


분홍이 자기는 매우 강해졌다면서 확신에 차서 나르시즘에 빠져 있을 때쯤, 각각 잼베와 기타를 치는 손님 두 명이 방에서 나와 “잘 썼습니다.”라고 인사를 한 뒤 돈을 내고 나갔다. 분홍은 “또 오세요~!”라고 크게 말한 뒤 손님들이 사용한 방에 잽싸게 들어가서 에어콘과 앰프 전원을 껐다. 그리고 형광등과 포인트 조명까지 모든 불을 끄고 프론트로 돌아가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였다.


“응. 엄마.”

“레슨하니?”

“아니, 레슨은 한참 전에 끝났어. 엄마는 어디야?”

“나는 아빠 병원이지.”

“엄마, 간병인 있는데 그렇게 맨날 병원 안 가도 돼. 일 주일에 두 번정도만 가.”

“간병인이 그러더라. 엄마 오는 날만 밥을 많이 먹고 다른 날은 거의 안 먹는다고. 그것 때문에 아빠를 더 얄미워하는 눈치야. 내가 느이 아빠 때문에 속이 상해서,”

“응응, 알았어... 그건 그렇고 왜 전화했어?”

“아, 너 가게도 정식으로 계약했는데, 엄마가 아무리 돈 없어도 쪼그만 화분이라도 하나 사들고 가야 되는 거 아니야?”


분홍의 어머니 김윤숙은 딸 분홍이 노래를 하는 것이 늘 못마땅했다. 딸이 노래를 제법 잘 부른다고 생각했지만, 가수가 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렇게 경쟁이 심한 일을 하는 게, 그것도 취미도 아니고 생계로 하겠다는 게 무모하기 그지 없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한 평생을 사업을 한다고 기복이 심한 삶을 살더니만, 그걸 보고 자란 딸이 평범한 생활을 못하나 싶어서 남편 연두식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주변에서 “둘째딸은 뭐, 가수를 한댔지? 텔레비전에는 나와?”라고 물으면 그것도 참 답하기가 곤란했다. 한 번씩 콘서트도 하고 전국 투어도 한다지만, 콘서트를 보러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며, 또 무대 뒷편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 딸을 보기 위해 티켓을 사라고 권하자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런 딸이 이제 서른 살이 되어 삼국대 앞에 큼직한 연습실을 운영하게 된 걸 보면서 김윤숙은 ‘우리 딸 분홍이가 이제 좀 풀리려나...?’하는 기대를 하였다.


“아냐, 됐어요. 화분은 무슨... 엄마도 돈 많이 들어가는데... 하지 마요.”


분홍은 답한다.


남편 연두식의 병수발만 아니면, 딸네 음악 스튜디오에 벌써 한 번쯤은 가보았겠지만, 일 끝나고 병원 들르고, 주말에도 밀린 집안 일을 하고 잠깐 쉬었다가 오후 늦게쯤 남편 병원에 갔다오면 하루가 금방 갔다. 또 딸이 화분도 다른 개업 선물도 거절하는 것을 보니, 엄마가 연습실에 오면 학생들이나 손님들이 있어 불편해하는가 싶어 말기로 한다.


분홍은 엄마와의 통화를 마치고 또 한자만의 생각에 빠진다. 그때였다.


“저기요.”


하이든 방 2인조 손님 가운데 키가 작고 통통한 손님이 분홍을 불렀다. 손에 이상한 물체를 들고서 분홍을 바라본 채였다.


“네...?”

“문이 떨어졌어요.”

“네? 문이 떨어졌다고요?”


분홍의 눈길은 그가 손에 든 물체로 향했다. 그것은 문 손잡이 같았다. 순간적으로 ‘아, 문이 아니고 손잡이가 떨어졌구나.’라고 파악이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홍은 손님한테 손잡이를 받아들고 하이든 방 앞으로 달려갔다.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니 나사가 풀린 것도 아니고, 아귀가 빠진 것도 아니었다. 손잡이 쇠붙이가 절단이 난 것이었다. 분홍은 울퉁불퉁한 아귀를 맞춰서 우선 문을 한 번이라도 열고자 떨어져 나온 조각을 절단면에다가 대고 힘을 주어 돌렸다. 그러나 절단면에서 은색 가루들이 떨어지면서 그나마 거칠었던 절단면은 매끈매끈해지고 부드러워지고 말았다.


‘아니... 금속이 뭐 이래. 스콘 부서지듯이 부서지네...’


분홍의 등에서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 진짜 황당하네요. 제가 약속이 있어서 조금 이따 나가봐야 하는데...”


허리를 숙이고 어정쩡하게 버둥거리고 있는 분홍의 뒤에다 대고 퉁퉁한 손님은 재촉을 했다. 남자의 목소리는 또한 “그 정도 문제면, 내가 그냥 했죠. 완전히 절단 났어요. 뚝 하고.”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10시나 11시면 문을 닫던 분홍과는 달리 하이든 방의 2인조 손님은 24시간 사용을 하고 있었다. 그 손님의 일과를 대충 아는 분홍은 이 시간에 그에게 약속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분홍이 찾을 사람은 결국 또 송이었다.


“송. 하이든 방이요, 문 손잡이가 떨어졌어요. 쫌 작은 남자 있잖아요? 그 사람이 가방을 꺼내서 나가봐야 되는데 잠겼다고 지금 나한테 난리예요.”


분홍은 손님이 들을까봐 입구 유리문 밖으로 나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요? 나도 오늘은 박 사장이 얘기좀 하자고 해서 일찍 못 갈 것 같은데... 드라이버로 끼우면 되지 않을까?”

“그 정도 문제면, 내가 그냥 했죠. 그냥 절단 났어요. 뚝 하고.”


송이 생각할 때 내곤 하는 콧노래 같은 소리가 “으으음~~~”하면서 전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송은 분홍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종종 그런 소리를 낸다. 송 자신까지 스트레스 받으면 분위기가 더 쳐질까봐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송의 성격이 너무나 무사태평하여 탈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분홍, 연이 엄마한테 말해봐요.”

“...? 연이 엄마요? 왜요? 아니, 연이 엄마한테 뭐라고 해요?”

“연이 엄마가 그래도 캐시 뮤직 관리를 했었으니까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 것 같아요. 그렇지 않더라도 동네 열쇠집 잘 하는 데를 소개해 줄 수도 있구요.”


분홍도 그건 그렇다고 생각되었다. 이 검은색 건물에는 쉬흔 세 개의 고시원 방이 있고, 분홍이 사용하는 공용 화장실까지 하면 쉬흔 네 개의 문고리가 있다. 그 중에서 이렇게 쇠붙이가 뚝 절단 나는 일까지는 아니라도 손잡이가 고장나는 일은 한 번쯤 있었을 법했다.


- 리얼리즘 코미디 소설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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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화. 행복한 캐시 뮤직. 17.10.22 206 3 10쪽
83 83화. 꼬물 냉장고와 고시원 창고. 17.09.19 211 2 8쪽
82 82화. 삶이 되어 버리다. 17.09.14 211 3 9쪽
81 81화. 버튼을 눌러라. 17.09.05 261 3 10쪽
80 80화. 영토를 잃다. 17.09.04 220 3 9쪽
79 79화. 아버지라는 이름의 복지국가. 17.09.03 211 3 6쪽
78 78화. 연두식, 그가 강했을 때. 17.08.31 301 3 9쪽
77 77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래를 불러요. 17.08.28 255 2 9쪽
76 76화. 방 안에 갇히다. 17.08.26 222 3 7쪽
75 75화. 스판 바지와 검은색 소파. 17.08.24 278 2 7쪽
74 74화. 변기로 합시다. 17.08.16 240 2 11쪽
73 73화. 다시, 싹트는 동지애. 17.08.15 475 4 13쪽
» 72화. 허리케인이 그녀에게 남긴 것. 17.08.14 26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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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너의 입맞춤은 황홀하였네. 17.08.12 285 2 11쪽
69 69화. 완벽한 아이템. 17.08.11 239 4 14쪽
68 68화. 뉴 페이스가 온다. 17.08.08 265 3 9쪽
67 67화. 너의 등에 그려진 하트. 17.08.05 257 3 8쪽
66 66화. 아흐메드와 친구들. 17.07.31 244 2 9쪽
65 65화. 두 장의 계약서. 17.07.25 251 2 8쪽
64 64화. 왕경자를 만나던 날. 17.07.02 298 3 10쪽
63 63화. 형제끼리는 통한다. +2 17.06.10 702 3 9쪽
62 62화. 수사관 연분홍. 17.06.07 316 3 9쪽
61 61화. 오, 양 사장! 17.03.06 427 3 7쪽
60 60화. 현금만 가능합니다. 17.02.03 526 3 15쪽
59 59화. 키큰 유덕화. 17.01.25 572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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