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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7.12.09 21:4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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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30
추천수 :
789
글자수 :
393,947

작성
17.08.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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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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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74화. 변기로 합시다.

DUMMY

분홍은 자나깨나 변기 생각뿐이었다.


‘이 검은색 건물에 변기가 몇 개인데, 겨우 두 개 가지고... 아... 변기... 변기. 억울해...!’


분홍이 변기 생각에 빠진 것은 황윤희의 방문 이후였다.


황윤희는 하이든방 문고리 수리비를 분홍에게 주면서 다시 한번 확인했었다.


“이모가 그랬다구?”

“네.”


그날 황윤희가 떠난 자리에 분홍은 오만원 권 두 장을 쥐고 앉아 있었다. 황윤희의 비웃는듯한 미소가 마음에 걸렸지만, ‘뭐 어때. 이게 어른스러운 거야. 할 말은 하고 받을 건 받아야지. 내가 이제 서른 살이라구. 실속을 챙겨야해.’


한편으로는 연이 엄마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받을 수 없는 돈이라고 생각했다. 황윤희가 돈을 주고 안 주고는 둘째 문제였다. 분홍은 분명 황윤희에게 수리비를 달라는 말 자체를 못했을 것이다. 연이 엄마가 열쇠집 아저씨를 불러주었던 전날보다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날 이 검은색 건물로 불러들이고나서 내가 고생을 하는 걸 보고 본인도 마음이 아팠나 보지... 그래... 그게 인지상정인 거지.’


분홍의 생각이 여기까지 확대되자, 다시한번 그녀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어졌다.


“언니, 저 어제 수리비요, 그거 받았어요. 사모님한테요.”


분홍은 연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역시... 에헤헤헤헤헤. 사모님은 내가 하라는대로 다 한다니깐.”

“진짜 그렇네요.”

“내 말이면 그냥반이 다 오케이거든. 나 없으면 여기가 돌아가지가 않는데, 하라는대로 해야지, 그럼. 자기 혼자서 이걸 다 해봐. 절대 안 되지. 가족덜도 믿을게 못돼. 다 잘 사는 형제 있으면 뜯어먹을라고 허지, 뭐 십원 한 장 인생에 도움이 되길 하나 어쩌나.”


분홍은 오랜만에 연이 엄마와의 관계가 회복된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졌다. 캐시 뮤직에 처음 왔을 때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웃사촌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기분이라면, 앞으로 연이 엄마가 하는 험담 위주의 수다를 열 번도 더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황윤희의 반격이 시작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녀에게는 회계사라는 조력자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부자니까 어쩌면 그런 조력자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이다. 그녀가 플라자 고시텔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고시원방이 만실일 경우 월 삼천만 원이 훌쩍 넘었는데, 분홍에게 이번 달부터 받게될 월세도 플러스 되면 더 많을 것이다. 그뿐인가 황윤의 부부에게는 검은색 건물 만한 크기의 건물이 한 채 더 있다고 했다. 남편 아흐메드 씨는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니, 그가 버는 돈까지 생각하면, 그들의 재력은 어마어마할듯했다. 연이 엄마가 두 부부의 재력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목소리를 급격히 낮추는 것을 보아도, 일주일에 몇 번씩 청소를 하러 오시는 단발 머리 이모님이 아흐메드 씨를 사장님도 아니고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아도, 황윤희 부부의 재력은 대단해보였다.


분홍의 통장에는 삼천만 원이라는 돈이 들어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돈이 그저 건물 중 하나에서 매달 벌리는 사람에게 회계사의 서비스 정도는 매우 당연한 일일지 몰랐다.


문제는 그 회계사가 했다는 말이다. 황의 말인즉슨 회계사 왈, 분홍은 앞으로 돈을 더 내야 한단다. 우선, 월세 이백팔십만원에 대한 세금 십 프로를 내야 하는 것이 그 회계사의 명령이다. 금액은 28만원.


황윤희는 검은색 소파에 앉아 회계사의 말을 분홍에게 전했다.


‘나라면 계약서까지 다 쓰고나서 돈을 더 내라고 하지도 않겠지만, 그건 그렇고 나한테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어 분홍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분홍은 먼저 송에게 물어보고 이 일을 결정하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황윤희가 자신에게 ‘미안한데’라는 말머리를 달아 말아길 조금 더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리던 말머리는 달리지 않았다.


“수도요금은 이십만 원이면 될 것 같애.”

“네에?!”


분홍도 캐시 뮤직을 계약하면서 수도요금에 대해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캐시 뮤직에도 화자실이 있으니 수도 요금 얘기가 있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분홍은 “내가 고시원 방도 돈 내고 쓰니깐 캐시 뮤직 물값은 서비스인가 봐.”라고 편한대로 생각했었다.


“아.. 하하... 수도요금이 조금 센데요...”

“뭐가 쎄. 건물, 이거, 고시원 함 분홍 씨가 해봐. 남들은 이게 쉬운줄 아는데, 물값이 한 달에 거의 백만원 나와. 여름이라 이번 달에도 어마어마하게 나오겠지.”

“그건 그런데... 연습실 손님들이 고시원 손님들처럼 샤워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캐시 뮤직이 지하 한 층을 다 쓰잖아. 손님도 누가 와서 쓰는지 모르고. 많을 때는 손님 많던데? 뭐, 손님 많으면 좋은 거지. 열심히 장사해봐.”


분홍이 캐시 뮤직 계약을 하기 전에는 손님이 없다고 노래를 불렀던 황윤희는 처음으로 ‘손님이 많다’는 말을 한다. 프론트 책상에 몸을 기대고 선 분홍은 머리가 핑돌았다.


‘설마... 어제 문고리 수리비 십만원 받은 것 때문에 나한테 복수하나...?’


분홍이 답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좌불안석 하고 있을 때였다. 황윤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6층이죠. 지하까지 7층. 네. 그렇죠. 정화조값도 내야하고요.”


통화를 마친 황윤희는 부동산과 통화를 했다고 했다. 황윤희는 부동산과의 그 전화통화가 자신의 요구를 정당화해준다고 분홍에게 보여주려는 듯했다.


물론 분홍은 부동산을 끼고 계약한 것이 아니었고, 그 부동산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손님들이 에어콘 많이 쓰지?”

“네?”


‘이젠 전기요금 얘긴가...?’


분홍은 눈에서 소금물이 쏟아지려고 했다.


“아... 아무래도 여름이니깐 좀 쓰죠...”

“전기는 계량기가 분리가 안 돼있어서 좀 애매하긴 한데, 악기도 많이 쓰고 하니깐 삼십 프로정도만 내면 되지 않겠어?”

“삼십프로요?”


‘이건 정말 안 될 일이야.’


세입자 생활을 오래 해본 사람은 안다. 어떤 일이 있어서 계량기에 숫자가 찍히지 않는 돈을 내어서는 안 된다. 주인집과 계량기가 통합되어 있는데 나누어 낸다는 것은 어떻게 해도 무척 찝찝한 일이다.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분홍의 세포 하나하나가 아우성을 친다.


“계량기를 따로 달아주시던가 해야 정확하죠.”


분홍이 간만에 확고한 목소리로 말하자 황윤희는 의외라는 듯, 제법이라는 듯한 얼굴로 분홍을 잠깐 휙 쳐다보았다.


황윤희는 그렇게 세금, 물값, 전기값, 총 3종 셋트의 폭탄을 던져놓고 사라졌다.


분홍은 패닉에 빠졌다.


월세 이백팔십만 원, 하루에 십만 원만 벌면 된다고 으쌰으쌰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다시 48만원이 추가되었고, 더 무서운 건 전기요금은 삼십프로를 내라고 하니 과연 얼마를 내게 될지 미정이라는 점이 더 공포를 주었다.


황이 떠나고나자 분홍은 119에 신고라도 하는 듯이 다급한 마음으로 송에게 전화를 걸었다.


“송, 이거 정말 말도 안 되는 거 아니야? 우리가 손님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손님이 많아봤자, 고시원 사람들처럼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는 것도 아닌데 이십만원이라니!”


분홍이 스마트폰을 붙잡고 송에게 조금 전의 일을 성토한다.


“계약서를 썼는데 이제와서 이러는 법이 어딨어! 부당계약이야!”


분홍은 말하다가 자신이 꽤 정확한 말을 했다고 느껴졌다.


‘그래, 이건 부당계약이야!’


법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이 일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황윤희는 회계사가 세금을 받아오랬다면서 마치 자신이 회계사의 종업원인 것처럼 말했다. 또 부동산과 통화해서 통화 결과를 내세웠다. 분홍은 그렇게 내세울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


“전기요금 까짓꺼 내버려요~!”

“뭐라구요? 그럼 처음에 계약할 때 말했어야죠.”

“그거야 그렇지만, 이런 게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그때 당시에는 까먹고 말을 못할 수도 있는 거고... 우리도 또 장사하다 보면 아무래도 건물주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될 때도 있을 거예요. 인생이 그래요.”


분홍은 답답했다.


“가만. 계량기가 따로 있던가요?”

“아뇨. 황윤희 말이 계량기만 있었으면 진즉 받으려고 했는데, 지금 고시원이랑 묶여있나봐요.”

“아, 그럼, 그거 따로 분리해달라고 말해요. 그건 꼭 해야돼요.”


‘이제야 송이 내 편처럼 말을 하네...’


오늘 황의 말에 의하면 분홍은 고시원 방값을 포함하여 383만원을 내야 한다. 그리고 전기요금까지 추가되면 지출될 돈이 월 400만원이 넘을 것이다.


‘내가 한 달에 400만원을 벌어서 아버지 간병비를 다 내도 모자랄 판국에, 400만원을 낸다고? 황윤희한테? 나는 아무데도 못 가고 장사를 하는데?’


송의 진단은 이랬다. 아흐메드와 황윤희 부부가 보증금을 분할해서 내는 것을 승낙한 것이 분홍에게 호의를 베푼 것이니, 조금 일의 순서가 옳지 못하더라도 세입자라면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은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세금은?”이라고 물었을 때 송은 사뭇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분홍, 자기는 장사가 처음이니깐 세금 내는 게 좀 불편하고 억울하겠지만, 원래 부동산 계약할 때 십프로씩 늘 붙어요. 내가 그런 건 잘 알잖아요.”


분홍은 황이 다녀간 이후로 계속 검은색 건물에 있는 변기의 개수를 머릿속으로 세기 시작했다. 수도요금 이십만 원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고시원방 쉬흔 세 개에 공용 화장실 하나씩, 그리고 캐시뮤직에 변기 두 개, 총 쉬흔 여섯 개의 변기가 이 검은색 건물 안에 있었다. 연습실 손님들이 샤워를 하는 것도 아닌데 변기로 계산한다 해도 억울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분홍에게은 변기가 가장 확실한 근거였다.


‘여기 변기가 56개니깐 56분의 1만큼만 수도요금을 내면 되는 거라고.”


분홍은 다음에 황윤희를 만나면 변기 이야기를 꼭 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 리얼리즘 코미디 소설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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