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7.12.09 21:41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63,265
추천수 :
789
글자수 :
393,947

작성
17.08.24 21:30
조회
277
추천
2
글자
7쪽

75화. 스판 바지와 검은색 소파.

DUMMY

송이 연이 엄마의 편을 들면 화가 많이 났던 분홍이었다. 그러나 처음 분홍과 송이 검은색 건물에 들어오던 때를 생각해보면 송이 그러는 것이 이해되기도 했다.


“고시원에 사람이 꽉 차면 몰라도 그 전에는 이모님이 방을 줄 테니까 나도 들어와 살래요.”


송은 연이 엄마의 콜을 받고 검은색 건물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연이 엄마는 처음 유혹할 때 송과 분홍 둘 다 고시원방을 쓸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건물주 황윤희는 둘 다에게 고시원방을 주는 것을 거절했다. 연이 엄마의 말에 분홍 커플은 들떠있었다. 숙식이 해결되면서 음악 스튜디오를 맘껏 쓰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황윤희의 생각은 분홍 커플과는 달랐고 연이 엄마와도 달랐던 것이다.


검은색 건물의 지하부터 6층까지 뛰어다니는 연이 엄마에게는 ‘남자’ 일손이 필요했던 것이 분명했다.


분홍은 연이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송에게 질투를 느끼면서 동시에 의아해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한 편으론 ‘내가 연이 엄마라도 송 같은 남자가 필요할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쉬흔 세 개의 방을 중년과 노년 사이의 연이 엄마가 혼자 관리하면서 밥을 한다는 것은 분홍의 눈에는 살인적인 노동으로 보였고, 소방벨이 울릴 때마다 소방서에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연이 엄마를 볼 때마다 분홍은 검은색 건물의 안전이 염려되곤 했었다.


송은 고시원의 성수기가 되어 완전히 만실이 되지 않는 한, 1층의 방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연이 엄마의 권한으로.


분홍은 자신의 방에 연이 엄마가 그토록 자랑하던 화장실과 샤워기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늘 속상해 했다. 그러나 방에 대한 만족도를 떠나서 분홍은 연이 엄마의 권한으로 이루어진 방 두 개가 늘 찝찝했다. 고시원방을 두 개 쓴다는 것은 황윤희에게 비밀인 것 같았다. 어떨 때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그 모든 것은 연이 엄마한테 달려 있었다.


분홍의 얼굴을 볼 때마다 새로운 명목을 언급하며 돈을 더 내라고 말하는 황윤희에게 “사모님, 저희, 연이 엄마 말 듣고 방 두 개 쓰는 거 아시죠?”라고 말할 용기는 없었다.


분홍은 검은색 건물의 쉬흔 여섯 개의 변기 이야기를 꼭 해가면서 수도 요금 협상을 하려고 했으나, 실제로 황윤희 앞에서 변기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내가 알아봤는데, 수도 계량기는 따로 다는 게 불가능하다네. 이십만원이면 딱 맞어. 부동산에서도 그랬다니까. 그리고 전기 계량기는 분홍 씨가 그렇게 꼭 달아달라고 하니깐 내가 달아줄 꺼야.”


분홍이 매달 내야 하는 돈이 400만원이 넘을지 말지는 전기 요금에 달린 일이 되었다. 분홍은 손님들이 전기를 쓸 때마다 마치 자신의 두 다리로 자전거 바퀴라도 돌려서 에어콘을 틀어주는 것이나 되는 양 온 신경이 쓰였다. 분홍이 혼자 연습할 때는 에어콘을 틀어 냉기가 방에 어느정도 들어차면 바로 껐다.


‘이렇게라도 줄여야 해...’


그러나 손님들한테 그런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변기 개수는 억울한 면이 있었지만, 에어콘은 또 그럴만했다. 캐시 뮤직의 여섯 개의 방에는 모두 에어콘이 있었고 프론트 앞에도 한 개의 벽걸이 형 에어콘이 돌아갔다.


에어콘 많이 썼다가 전기 요금을 사십만 원 냈네, 오십만 원 냈네, 하는 말을 들었던 걸 생각하면 분홍은 입이 바짝바짝 탔다. 송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황이 사람을 불러 달아놓은 계량기 속에서 빨간 바늘이 돌아가는 속도와 올라가는 숫자를 예리하게 관찰했다.


그리고 오전부터 오후 두세 시까지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에는 복도 전등을 꺼놓고 일을 했다.


분홍이 “송, 왜 불을 꺼놨어요?”라고 물으면, “너무 밝으면 눈이 아파요.”라고 답을 하곤 했다.


캐시 뮤직 화장실 청소를 하던 연이 엄마는 당연한 일이지만 분홍이 계약을 한 뒤 청소를 뚝 끊었다. 분홍은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는 귀천이 있는 것 같았고, 특히 어디를 청소하느냐에 따라 귀천이 극명히 나뉘는 것 같았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은 분홍에게 인생의 코너에 완전히 끝까지 밀려서 벽에 닿아버린 것만 같은 기분을 주었다.


‘화장실 청소는 왜 이런 기분을 주는 거지? 초등학교 때 벌로 화장실 청소를 했기 때문일까, 벌처럼 느껴지는 것은?’


캐시뮤직 화장실에는 샤워기가 없었기 때문에 호스로 연결해서 세면대 물을 끌어오곤 했는데 물청소를 하다보면 바지가 젖었고, 아무리 조심해도 양말은 꼭 젖었다.


‘연이 엄마가 신는 보라색 쓰레빠를 나도 하나 살까?’


분홍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코러스 가수여도 가수는 가수이며 또한 보컬 선생님이기도 한 분홍을 연습실 손님들이 ‘아줌마’ 취급을 할 때는 분홍이 마음이 불편했다. 손님들은 연습실 주인에 대해서 두 가지 감정을 갖는 모양이었다.


어떤 때는, 삼국대에 방이 여섯 개인 연습실을 가지고 있으니, 성공한 사람인 듯 여겼다. 그러면서도 분홍이 쪼그리고 앉아 휴지통에 비닐을 끼우고 있거나, 솔로 변기를 닦고 있으면, 청소 아줌마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캐시 뮤직은 분홍에게 성공했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동시에 ‘정말 돈 벌기 힘들구나, 내가 캐시 뮤직 화장실 청소를 할 줄은 몰랐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분홍이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 열두 시간을 넘어서고, 점점 14시간을 넘어가면서, 분홍은 피로감을 심하게 느꼈고, 극강으로 편한 바지만 입게 되었다. 청바지나 기지 바지는 불편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추리닝이나, 스판이 완벽하게 들어간 면바지만 입고 있었다. 검은색 소파에 가부좌 자세로 앉아 늘어나는 바지의 탄력을 느끼면서 미니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실 때가 분홍에게는 참으로 달달한 노동 후의 휴식 시간이었다.


분홍은 물청소를 마치고나서 검은색 소파 위에 양반 다리로 앉아 미니 자판기 커피를 마시다가 축축하게 젖은 양말이 신경쓰이면 양말을 쭈욱 끌어당겼다. 발의 끝부분에만 끼운 채 조금이라도 말리려는 것이다. 그녀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했다. 자신과는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연이 엄마나 바가지 머리를 한 플라자 고시텔 청소 이모님과 동종 업계인이 되는 느낌이었다.


- 리얼리즘 코미디 소설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보라색.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싱글벙글 고시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최종 화] 88화. 당신과 바다가 나를 도와준다면. +2 17.12.09 261 3 12쪽
87 87화. 떠나야 할 때. 17.12.08 214 3 13쪽
86 86화. 원 퍼슨 원 푸드 One person one food. 17.11.28 215 3 8쪽
85 85화. 아흐메드 씨의 방문. 17.11.27 211 3 9쪽
84 84화. 행복한 캐시 뮤직. 17.10.22 206 3 10쪽
83 83화. 꼬물 냉장고와 고시원 창고. 17.09.19 210 2 8쪽
82 82화. 삶이 되어 버리다. 17.09.14 211 3 9쪽
81 81화. 버튼을 눌러라. 17.09.05 261 3 10쪽
80 80화. 영토를 잃다. 17.09.04 220 3 9쪽
79 79화. 아버지라는 이름의 복지국가. 17.09.03 211 3 6쪽
78 78화. 연두식, 그가 강했을 때. 17.08.31 301 3 9쪽
77 77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래를 불러요. 17.08.28 254 2 9쪽
76 76화. 방 안에 갇히다. 17.08.26 222 3 7쪽
» 75화. 스판 바지와 검은색 소파. 17.08.24 278 2 7쪽
74 74화. 변기로 합시다. 17.08.16 240 2 11쪽
73 73화. 다시, 싹트는 동지애. 17.08.15 473 4 13쪽
72 72화. 허리케인이 그녀에게 남긴 것. 17.08.14 268 4 12쪽
71 71화. 그들이 달려야 하는 이유. 17.08.13 232 5 11쪽
70 70화. 너의 입맞춤은 황홀하였네. 17.08.12 285 2 11쪽
69 69화. 완벽한 아이템. 17.08.11 239 4 14쪽
68 68화. 뉴 페이스가 온다. 17.08.08 265 3 9쪽
67 67화. 너의 등에 그려진 하트. 17.08.05 257 3 8쪽
66 66화. 아흐메드와 친구들. 17.07.31 244 2 9쪽
65 65화. 두 장의 계약서. 17.07.25 251 2 8쪽
64 64화. 왕경자를 만나던 날. 17.07.02 298 3 10쪽
63 63화. 형제끼리는 통한다. +2 17.06.10 700 3 9쪽
62 62화. 수사관 연분홍. 17.06.07 316 3 9쪽
61 61화. 오, 양 사장! 17.03.06 427 3 7쪽
60 60화. 현금만 가능합니다. 17.02.03 525 3 15쪽
59 59화. 키큰 유덕화. 17.01.25 572 3 17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홍차임'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