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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7.12.09 21:41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63,240
추천수 :
789
글자수 :
393,947

작성
17.08.26 21:02
조회
221
추천
3
글자
7쪽

76화. 방 안에 갇히다.

DUMMY

‘아... 어떡하지? 지금 내려가야 되는데...’


분홍은 문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옷을 챙겨입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 때문에 고시원 방 문을 열고 나갈 수가 없었다. 식당 층에 살기 때문에 잠옷이나 속옷을 입고 나갈 수 없어 불편했지만 살다보니 적응되어 그러려니 했다. 분홍은 식당 정수기 물을 먹으러 갈 때도 외출할 때처럼 옷을 입어야 한다. 언제 어느 때 고시원생이 식당으로 올라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른 이유로 방 안에 갇히고 말았다. 문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뽀글머리 할머니였다!


“지비가 아조 열씨미 하지.”

“아유. 할머니! 이렇게 해야지, 남의 돈 벌기가 쉬워요, 어디? 이렇게 일을 안 하고 돈을 받아가면 내가 양심이 없는 거지요.”

“그래 그래.”


연이 엄마는 뽀글머리 할머니에게 자신이 얼마나 충직한 직원인지를 강력히 어필하고 있었다. 분홍은 어서 내려가 지하 캐시 뮤직의 문을 열어야 했다. 그러나 분홍은 건물주 황윤희가 분홍 커플이 각각 방 하나씩을 쓰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진실은 연이 엄마만 알고 있었다.


언젠가 송이 그녀에게 말했다.


“황윤희가 왔네요.”

“어, 그래요? 무슨 특별한 말 있었어요?”

“아뇨. 방에서 나오다가 만나서 그냥 인사만 했죠 뭐.”


송은 분명 1층 방에서 나왔을 것이고, 그것을 본 황윤희는 분홍 커플이 1층 방에서 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뽀글머리 할머니는 완벽하게 황윤희의 편이었다. 뽀글머리 할머니는 딸의 고시원에 찾아와 쌀과 휴지 등을 딸 몰래 가져갈망정, 그 외의 인물이 자신의 딸인 황윤희의 돈에 기스를 내는 것을 참지 못할 것이다.


분홍은 뽀글머리 할머니와 황윤희의 얼굴이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다. 비교적 가름한 얼굴을 한 황윤희는 키가 작은 편이었다. 그녀와 뽀글머리 할머니의 얼굴은 매우 닮았는데, 할머니의 키는 황윤희보다도 아주 많이 작았다. 그래서, 같은 얼굴이 작은 키에 달려 마치 5등신처럼 얼굴이 아주 커 보였다.


“제가 할머닌데 손주 보러 가고 싶지 왜 안 가고 싶겠어요. 근데 할머니, 여기 푸라자 고시텔이, 이게 하나하나 신경쓸 일이 얼마나 많아요. 이번에는 또 남자애 하나가 나가고 바로 또 애 하나를 받았어요.”

“그래야지, 그럼. 방이 빨리빨리 차야지.”

“청소하는 아줌마가... 착하긴 한데... 아휴, 나참... 손이 너무 느리고, 깨꼼하게 못해요, 할무니. 그 아줌마가 청소를 해도 내가 다시 들어가서 또 한 번 싸악 닦아내야 돼요. 그러니 내가 하도 걱정이 돼서 이번에도 손주 보러 못가요.”

“그럼 지비는 여그 놓고 가도 못 잊제, 암 못 잊어.”


연이 엄마의 충직함을 주제로 한 두 사람의 대화는 열기가 고조되었고, 새로운 화제는 없이 계속 길어지고 있었다.


분홍이 문 앞에 서 있는 시간도 그 만큼 길어졌다.


툭하면 분홍을 자신의 건물에 얹혀사는 식충이처럼 느끼게 만드는 황윤희가 자신의 엄마인 뽀글머리 할머니로부터 만약 새로운 정보를 입수한다면, 분홍을 더욱 괴롭힐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


분홍은 자신이 죄없이 방 안에 갇힌 것에 대해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했어? 연이 엄마가 방 두 개 줄 테니깐 들어와달라고 그렇게 애걸을 해서 왔건만. 꿀리는 것 없으니 그냥 문 열고 나가는 거야.'


연이 엄마와도 당당히 직면하고 이 기회에 깔끔하게 정리를 하는 것도 낫겠다 싶다.


"이모, 이모가 저희들한테 방 둘다 줄 테니 들어오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몰라요. 할머님한테 이모가 설명하세요."라고 말하는 연습도 한다. 속으로 중얼중얼.


이제 드디어 때가 왔다. 문 손잡이를 잡는다.


'아냐, 도저히 못 나가겠어...'


손잡이를 다시 놓는다. 심장이 뛰고 목 뒤에서 땀이 흐른다.


'황윤희는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아니야, 모를 거야.'


그런데 이상하다. 황윤희가 이미 알고 있다 해도 뽀글머리 할머니를 지금 마주치는 것은 그녀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황윤희가 검은색 건물의 대비마마라면 뽀글머리 할머니는 대왕 대비마마 같았다.


분홍 커플이 캐시 뮤직의 장사를 시작한 뒤로, 연이 엄마는 이런 말도 했었다.


“할머니가 그래. 차라리 나랑 할머니랑 둘이서 캐시 뮤직을 보던 때가 낫지 않았느냐고. 개앤히 사람을 들인거 아니냐고. 내가 지비한테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런 말덜얼 다 하고 있다고.”


분홍은 화가 났었다. 캐시 뮤직 장사를 한 사람은 분홍이 아니라 꽁지머리 남자였다. 꽁지 머리 남자가 캐시 뮤직을 방치하거나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할 때 줄어든 손님을 만회하려 송은 이리 뛰고 저리 뛰었었다.


그러나 누가누가 잘했나, 키재기 하는 것역시 소용없는 일이었다. 증거도 없고 데이터도 없이 하는 비교일 뿐이었다. 그 진실은 오직 황윤희만 알 수 있었다. 분홍으로서는 낮에 손님이 거의 없었다는 것만 알 수 있을뿐, 이 연습실이 때마다 얼마의 돈을 벌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검은색 건물에는, 특히 캐시 뮤직에는 부정확하고 비밀스러운 일들이 하나씩 존재하면서 그 비밀들이 누군가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데 활용되고 있었다.


검은색 건물의 주인들은 매달 수천만원의 돈을 벌면서도, 돈이 모자라 불만스러운 것 같은 표정들을 짓고 다녔다. 특히 황윤희가 그랬다. 황윤희의 표정은 곧 종업원인 연이 엄마의 표정이 되곤 했다.


“아이고, 나는 내려가봐야겠구먼.”


뽀글머리 할머니의 말에, 분홍은 다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아... 이제 나갈 수 있겠구나.'


뽀글머리 할머니는 연이 엄마에게 손주 보러 한 번 다녀오라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자신은 고시원의 쌀과 휴지 등을 딸 몰래 가져갈지언정, 연이 엄마가 자리를 비워, 고시원 장사에 누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 같았다. 연이 엄마도 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연이 엄마에게 뽀글머리 할머니의 신뢰와 인정이 매우 소중해 보였다.


"쿠웅- 촤악-"


식당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나자 분홍은 속으로 ‘하나, 두울, 세엣...’하며 스물을 센 뒤 나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분홍은 방만 공짜로 쓰면서 캐시뮤직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아 하면서 검은색 건물에 들어왔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일하는 시간은 많고 돌아오는 것은 없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제대로 대우를 받기 위해서 캐시 뮤직을 정식으로 계약했지만, 임대 계약서를 쓴 뒤에도 황윤희가 요구하는 것은 점점 더 많아졌다.


심지어는 이날 아침에는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 리얼리즘 코미디 소설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분홍이_창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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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래를 불러요. 17.08.28 254 2 9쪽
» 76화. 방 안에 갇히다. 17.08.26 222 3 7쪽
75 75화. 스판 바지와 검은색 소파. 17.08.24 277 2 7쪽
74 74화. 변기로 합시다. 17.08.16 240 2 11쪽
73 73화. 다시, 싹트는 동지애. 17.08.15 472 4 13쪽
72 72화. 허리케인이 그녀에게 남긴 것. 17.08.14 26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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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너의 입맞춤은 황홀하였네. 17.08.12 284 2 11쪽
69 69화. 완벽한 아이템. 17.08.11 238 4 14쪽
68 68화. 뉴 페이스가 온다. 17.08.08 265 3 9쪽
67 67화. 너의 등에 그려진 하트. 17.08.05 257 3 8쪽
66 66화. 아흐메드와 친구들. 17.07.31 244 2 9쪽
65 65화. 두 장의 계약서. 17.07.25 251 2 8쪽
64 64화. 왕경자를 만나던 날. 17.07.02 298 3 10쪽
63 63화. 형제끼리는 통한다. +2 17.06.10 698 3 9쪽
62 62화. 수사관 연분홍. 17.06.07 315 3 9쪽
61 61화. 오, 양 사장! 17.03.06 426 3 7쪽
60 60화. 현금만 가능합니다. 17.02.03 524 3 15쪽
59 59화. 키큰 유덕화. 17.01.25 572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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