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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7.12.09 21:41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63,260
추천수 :
789
글자수 :
393,947

작성
17.09.03 17:21
조회
210
추천
3
글자
6쪽

79화. 아버지라는 이름의 복지국가.

DUMMY

“방글라데시 사람이야.”


검은색 소파에 앉아 분홍과 대화 중이던 황윤희는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 불쑥 말했었다. 그녀는 분홍 쪽이 아닌 자신의 정면을 알맹이가 없는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는데,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방글라데시요?”


분홍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한 음성으로 답했다. 그런 분홍에게는 두 가지의 노력이 필요했다. 하나는 평소 방글라데시라는 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자신의 선입견을 황윤희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황의 남편을 미국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닌 것에 대한 실망을 들키지 않는 것이었다.


겉으로 표현은 못했지만 분홍의 마음 속에는 놀라움이 넘쳐났고, 또한 그 나라 국민들의 경제수준에 대한 선입견은 있을지언정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낯선 나라에서 온 남자와 결혼한 황윤희가 한층 더 새롭게 느껴졌다.


“그 나라는 종교를 마음대로 가지질 못해.”


황윤희의 남편인 아흐메드 씨는 방글라데시 계 캐나다인라고 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이슬람교가 아닌 다른 종교로는 버텨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아흐메드 씨는 생사를 걸고 탈출하다시피 캐나다로 이민을 하였다는 것이다.


요즘엔 공공기관이나 언론에서 다문화 부부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 시절이지만, 황윤희가 아흐메드와 결혼했을 당시엔 국적이 다른 사람 간의 결혼이 더욱 드문 일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중년의 다문화 부부가 된 그들에게 호기심을 느끼기도 했던 분홍이지만, 황윤희의 이야기의 내용이 갑자기 깊어지자 당황하였다. 추가 질문 같은 것은 하지 못하고 “네, 네.” 하면서 그날의 대화를 마무리했었다.


며칠의 시간이 지나면서 분홍의 머릿속에선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이슬람 국가에서 탈출하여 서방으로 간 남자가, 서방의 여자가 아닌 한국 여자와 결혼한 스토리는 분홍에게는 매혹적이기마저 했다.


“저 한 가지만 사적인 것좀 여쭤봐도 돼요?”


다음 주가 되었을 때 분홍은 황윤희의 보컬 레슨 중 키보드 반주를 뚝 멈춘 뒤 물었다. 궁금증이 노래를 하고 싶은 마음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황은 반주가 갑자기 끊겨 조금 놀란 듯했지만, 흥미롭지만 씁쓸하기도 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래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남편 분이 방글라데시에서 캐나다로 가셨는데 사모님하고는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아...”


황은 특유의 신경질 난 표정으로 조금 망설였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남편이 사업을 하기 전에 회사를 다녔거든. 한국으로 출장을 왔는데, 그때 출장 왔던 회사에서 내가 근무하고 있었던 거지. 경리로.”

“우와. 한 눈에 반하신 거예요?”


황윤희는 ‘경리’라는 말을 해버린 것을 후회하는 듯 이마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찡그렸다.


분홍은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에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조금더 로맨틱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목을 빼고 황윤희를 쳐다보았다. 황윤희는 그런 분홍이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분홍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았는지 숨을 들이쉬며 말을 이어갔다.


“일도 다 끝났는데 우리 회사에 자꾸 오더라구. 그때 수상했지, 난 알았어...”


명남동에 6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것만으로도 황윤희 부부는 부를 자랑할 만하지만, 이 검은색 건물 말고도 다른 빌딩을 소유하고 있었고, 미국과 중국에서 또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수많은 정보들은 분홍이 연이 엄마의 말을 찬찬히 들으므로써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사실로 간주하여 파악할 수 있었다.)


황윤희와 보컬 레슨을 하다보면, 분홍은 황이 아들이나 딸과 통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주로 과외와 레슨에 대한 일정 이야기였다.


“예스, 헨리. 아이 캔 토크 포 어 세컨드. Yes, Henry. I can talk for a second."


황은 보컬 레슨 중이라고 해서 아들의 전화를 바로 끊어버리지도 않았지만 한가한 사람처럼 하나하나 상대해 주지도 않았다. 분홍은 그럴 때 황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아들과 대화할 때도 신경질난 표정을 짓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황은 심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신경질 난 표정을 지은 채 한쪽 팔을 허리에 짚고 심각한 비즈니스 통화에서처럼 말하곤 했고 분홍은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었다.


‘그래, 나한테만 신경질 난 표정을 짓는 게 아니었어...’


그들의 통화는 주로, 헨리의 축구 연습이 이제막 끝났고, 수학 과외가 있는 날이라서 숙제를 해야 하며, 수영 레슨은 끊는 게 좋을 것 같고, 색소폰 과외 선생님이 연습을 더 많이 하라고 말을 하였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황윤희는 자녀들과 통화할 때 주로 영어를 썼고 몇 개의 명사를 한국어로 말했다.


“유 머스트 토크 투 아빠. You must talk to Abba."와 같이 말이다.


분홍은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으면서 ‘돈 많고 힘 있는 아버지’의 힘을 충분히 느꼈다. 분홍의 아버지 연두식이 아흐메드 씨만큼 부유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 때는 풍족했던 시절, 돈 있고 힘 있는 아버지를 두었던 것은 마치 최강의 복지 국가에 살았던 것처럼 분홍의 머릿속에 자부심으로 남아 있었다.


아흐메드 씨가 캐시 뮤직에 처음 들이닥쳤던 것은 보증금 때문이었다. 분홍에게 캐시 뮤직을 운영하려면 보증금을 더 많이 내라고 했다. 성이 잔뜩 난 불량배 느낌으로 등장했던 그는 분홍이 영어를 할 줄 알고 ‘캐시 뮤직이 맘에 든다’고 하자 한결 누그러진 톤이 되었었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그로부터 ‘스마트 걸'이는 말을 들었다! 그 칭찬을 들었을 때 분홍은 비를 피해줄 지붕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분홍은 그때를 생각하면서 ‘다시 복지 국가에 들어온 느낌이었어.’라고 회상했다.


- 리얼리즘 코미디 소설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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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꼬물 냉장고와 고시원 창고. 17.09.19 21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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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영토를 잃다. 17.09.04 220 3 9쪽
» 79화. 아버지라는 이름의 복지국가. 17.09.03 211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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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래를 불러요. 17.08.28 25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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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변기로 합시다. 17.08.16 240 2 11쪽
73 73화. 다시, 싹트는 동지애. 17.08.15 47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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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두 장의 계약서. 17.07.25 25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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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형제끼리는 통한다. +2 17.06.10 699 3 9쪽
62 62화. 수사관 연분홍. 17.06.07 316 3 9쪽
61 61화. 오, 양 사장! 17.03.06 427 3 7쪽
60 60화. 현금만 가능합니다. 17.02.03 525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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