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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7.12.09 21:4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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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37
추천수 :
789
글자수 :
393,947

작성
17.10.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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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84화. 행복한 캐시 뮤직.

DUMMY

“송. 마이크가 여섯 개나 필요하다는데, 이 손님 우리가 못 받겠지?”

“몇 개 사오죠 뭐.”


문자를 보고 고민하는 분홍의 말을 들은 송은 이번에도 역시나 ‘그게 뭐 별일’ 목소리로 말한다.


‘역시, 송이군...’


분홍은 송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걸 보고 더욱 친절하게 설명한다.


“인원이 많으니깐 추가 요금은 받을 수 있겠지만, 이 손님들이 이번에 한 번만 올지 앞으로 계속 올지 모르는데, 마이크를 사는 투자를 할 수 있느냔 말이죠.”

“가을인데 많이 올 거예요.”


“......”


송에게는 연습실 장사에 관한 하나의 철학이자 기준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날씨가 연습실 장사 매상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이었다.


분홍이 매상이 나오지 않아 울상일 때에도 송은 “더워서 그래요.”, 또는 계절에 따라 “추워서 그래요.”라고 말했다. 분홍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쫙 빠졌다. 가장 대표적인 불가항력성을 대표한 것이 날씨인데, 그것을 들이대버리니 분홍의 걱정은 대자연의 실력 앞에서 벌이는 쓸데없는 근심걱정이 되어 버리는 기분였다.


참다 못한 분홍이 “자기는 자꾸 날씨 이야기를 하는데, 공연하는 사람들이나 입시하는 애들이 날씨에 따라서 하고 안 하고 하는 것은 아니예요. 그건...”이라고 다시 주장하곤 했으나 송의 얼굴 표정은 절대로 바뀌지 않았다.


두 번째 차이점은 분홍 커플이 연습실에 돈을 투자해도 괜찮으냐 괜찮지 않느냐의 차이였는데, 그 점은 이제 점점 같아지고 있다. 계약 전에는 ‘남의 가게에 돈까지 들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헌신하고 있다.’라는 것이 분홍의 주장이었고, ‘그래도 이렇게 투자해 놓으면 어디 안 간다’는 것이 송의 주장이었다. 분홍의 눈에 송은 성선설과 성악설이 믹스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분홍이 사람을 믿으려고 하면, 그럴 때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자고로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분홍이 잇속을 챙기려고 하면, 잇속 챙기지 않고 베풀어 놓으면 언젠가는 신이 다 보상해 주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두 사람의 가게가 아니어도, 고장난 악기 등을 고쳐놓거나 필요한 장비 등을 사다 놓으면 그건 손님들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어서 그 복을 언젠가, 어디선가 돌려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제 지하 캐시 뮤직은 두 사람의 가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분홍은 갑작스럽게 인수하게 된 가게여서 그런지 아니면 절약 정신이 지나친 것인지, 어쨌든 물품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선 매번 망설였다.


“분홍. 지난 주에도 랩퍼들이 왔잖아요. 요즘은 랩이 대세예요. 캐시가 이제 랩퍼들의 성지가 될 거라고요. 그리고 가을이잖아요. 공연의 계절!”


‘흠. 또 계절 이야기군...’


분홍은 절반쯤 송의 말에 넘어갔다.


그날 저녁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랩 연습을 해야 되는데, 자신들이 시끄러워서 걱정하는 눈치였다. 분홍에겐 시끄러움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 ‘낮에는 별 말 없다가 왜 그런 걸 걱정하지’ 싶어 물었다.


“낮에 전화 주셨던 분들이죠?”

“네? 아닌데요.”


분홍은 전화를 끊자마자 송을 찾았다. 잠시 담배를 피러 나갔을 터이지만, 그 짧은 시간도 기다리기 힘들었다. 마음이 급했다.


“송!”

“네! 무슨 일 있어요?”

“또 랩퍼들이 쓰겠대요. 이번에는 마이크를 다섯 대 달래요.”

“흐흐흐. 거봐요.”


분홍은 당장 마이크를 사기로 결심한다. 초기 캐시 뮤직엔 방이 여섯 개에다 각 방마다 악기 및 비품 셋트가 한 셋트씩 모두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사용한 뒤라 고장이 난 것이 많았다. 고장난 악기는 분홍과 송이 창고로 빼놓았지만, 부족함은 없었다. 왜냐하면 분홍은 방 비우기 전략을 썼다. 고장난 드럼이나 키보드로 방들을 채워놓기 보다는 고장나지 않은 악기만 남겨두고 몇 개의 방을 비웠다.


아무 것도 없는 방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았다.


‘연기 연습을 하고 싶은 사람이나, 넓은 곳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분홍은 생각했다.


예측은 적중했다. 어떤 남성은 장구를 들고와서 바닥에 앉아 연습을 시작했다. 더러운 바닥에 앉는 것이 너무 미안했던 분홍과 송은 어느날 지물포에 가서 장판을 사와서 깔아주었다. 그 정성이 고마웠는지, 그는 캐시 뮤직의 단골 손님이 되었다.


어떤 여성 성우는 학생들에게 그룹 레슨을 했는데, 그녀도 텅텅 비어있는 방을 매우 좋아했다. 심지어는 서서 수업을 할 각오를 하는 모양이었는데, 학생이 몇 명인지 물어보고 오기 전에 의자를 사람 수만큼 깔아주었더니 감동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빈 방 작전은 성공을 거두어가고 있었다.


건물주 황윤희는 어느 날 노래를 배우러 와서는 “저기 분홍 씨, 월세 보낼 때 부가세 이십팔만 원을 더 보내.”라고 말했다. 황은 노래를 배울 때는 특유의 신경질 난 표정으로나마 분홍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곤 했다. 그러나 그녀가 건물주 본연의 위치로 갈 때는 결코 분홍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분홍 씨’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분홍 씨에게 계약이 끝난 후에 부가세 십 프로를 내야 한다고 말했고, 회계사가 원한다고 했다. 분홍은 ‘회계사? 그 돈을 회계사가 갖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 말을 겉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분홍이 내야 할 돈은 캐시 뮤직 월세가 삼백만 원이 훌쩍 넘었고, 고시원 방값이 오십만 원이었다. 전기 요금도 메타를 확인한 황윤희의 고지에 따라 함께 보내곤 했다. 그러면 그 돈이 거의 사백만 원이었다.


분홍은 그 사백만원을 떠올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면서도 스스로 위인이 되는 기분도 들었다. 사백만 원의 월세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이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분일뿐, 매일 밤 장사가 끝나면 당일까지 들어온 매상을 셈하면서는 도 닦는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다. 절망하지 않기, 더 이상 걱정하지 않기, 긍정을 버리지 않기, 아무리 힘들어도 도망치지 않기, 안 되면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고 믿기, 그리고 장사가 잘 될 방법을 떠올려 보기, 그마저도 안 되면 주님께 매달려 보기.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검은색 소파에 앉아 있으면 스스로가 도인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체크 카드를 들고 나갔던 송은 열 개의 마이크를 사왔다.


“열 개...? 세 개만 더 사기로 한 거 아녔어요?”


즐겁게 마이크 상자를 검은색 소파에 늘어놓으면서 포장을 뜯는 송을 보며 분홍은 당황하여 말했다.


“앞으로 손님들이 많아질 거예요. 그리고 지금 대충 쓰니깐 넘어가는 거지, 지금 마이크들도 다 불안불안해요. 손님들이 마이크 바꿔달래서 바꿔주고 나면 그것도 잘 안 될까봐, 솔직히 우리 걱정한 적도 많잖아요.”


송은 즐거운 몸짓으로 마이크를 정리하면서 주머니에 꼬깃꼬깃해진 영수증을 꺼내서 체크카드와 함께 분홍에게 돌려줬다.


“원래는 육십만원 어치인데, 사장님이 나더러 인상이 좋다고 사십오만 원에 다 가져가랬어요.”


그날 밤 분홍은 검은색 소파에 앉아 다시 도를 닦으면서, 마이크 값 사십오만 원을 벌려면 손님을 몇 팀을 더 받아야 하는지 계산해 보았다. 한 편으로는 분홍의 인생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백만 원에 육박하는 월세뿐만 아니라, 가게에 돈을 투자하는 자신이 정말 성공한 사람이 된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송의 말은 적중했다.


마이크가 무한대로 나오는 (사실은 총 열 개 남짓이지만) 캐시 뮤직을 랩퍼들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들은 다섯 명이 오기도 하고 열 명이 오기도 했는데, 자신이 인원수만큼 마이크를 쓸 수 있는 연습실을 살면서 처음 만난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주로 검은색 옷을 입고, 수염을 기른 사람들이 많으며, 소매를 걷어올린 자리엔 문신이 자리잡고 있어, 처음엔 그들이 무섭기도 하였지만, 분홍은 어느새 외모 안에 있는 그들의 순수함을 느꼈고, 이내 그들이 좋아졌다.


캐시 뮤직의 매상은 하루에 십만 원만 나와도 많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랩퍼들이 고정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송의 말대로 어느 가을 날 하루 매상이 사십만원이 나왔다.


분홍은 매상을 계산하다가 소리를 질렀다.


“자기야! 이리 와봐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이것좀 먼저 하고요.”


방에 널부러진 마이크줄을 감고 있던 송은 일하고 있는 게 안 보이냐는 뉘앙스를 풍기며 답했다.


분홍의 재촉에 하루 매상이 사십만원이 된 것을 눈으로 확인한 송은 웃는 눈이 되었다. 분홍은 송의 마이크 구매에 속으로나마 탐탁치 않아 했던 자신을 뉘우치며 송에게 사과라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기 말이 맞았어요. 마이크는 꼭 필요했어요.”

“자기가 손님을 잘 받고 상담을 잘 해서 그런 거예요.”


으쓱해하던 송은 점잖은 목소리로 공을 분홍에게 다시 돌렸다.


분홍은 송의 말대로 10월에는 흑자가 날 것 같다며, 기쁨에 젖었다.


- 리얼리즘 코미디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싱글벙글 mockUp표지 (버스정류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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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화. 행복한 캐시 뮤직. 17.10.22 206 3 10쪽
83 83화. 꼬물 냉장고와 고시원 창고. 17.09.19 21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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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버튼을 눌러라. 17.09.05 25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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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래를 불러요. 17.08.28 25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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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두 장의 계약서. 17.07.25 251 2 8쪽
64 64화. 왕경자를 만나던 날. 17.07.02 298 3 10쪽
63 63화. 형제끼리는 통한다. +2 17.06.10 698 3 9쪽
62 62화. 수사관 연분홍. 17.06.07 31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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