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테이머가 꿀 빠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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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11.18 21:08
최근연재일 :
2025.01.0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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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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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스토커 정승원

DUMMY

-강철길드···?

“네. 게이트까지 찾아와서 계약하자 그래서요.”

-근데 호현 씨 의무복무 아니었어요?


테통령 아저씨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맞는데요. 무슨 길드 전속 변호사 있어서 정부 상대로 소송하면 된다고 하던데요.”

-하··· 참 양아치들이네요. 허허허.


나는 간략하게 강철 길드에서 제안 받은 조건을 말했다.


-이야··· 계약금 20억에 연봉 5억이라. 루키 상대로 파격적인 금액이 맞습니다. 대기업이라 그런지 통이 크네요. 솔직히 우리 양염길드는 도저히 맞추기 힘든 금액이긴 합니다.


무성이가 말했던 것처럼 조건 자체는 좋게 제시한 게 맞는 듯했다.


-호현 씨 생각은 어떠신데요?

“솔직히 파격적인 금액이라 욕심이 나긴 하는데요. 그쪽 사람들 인상이 안 좋아서 좀 고민이긴 합니다.”

-흐하하하!


테통령 아저씨가 통쾌하게 웃었다.


-호현 씨 감이 맞을 수도 있어요. 결국 길드에 들어간다는 건 그 사람들이랑 같이 일한다는 거잖아요. 조건보다 마음 맞는 사람과 같이 일 하는게 더 중요할 수도 있지요.


내 생각과 같은 말을 해주시는 아저씨.


-그리고 조건이야 강철 길드에서 건 조건을 혜성 길드나 천지인 길드에서도 비슷하게 맞춰줄 수 있을 겁니다. 좀 무리하면 우리 양염 길드에서도요. 제 지론은 루키 시절에는 지금 당장 버는 돈보다 앞으로 어떤 헌터가 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결정을 하는 게 좋다는 겁니다. 요즘은 커리어 패스라고 한다죠? 한 가지 더 조언하자면 대기업 길드 녀석들은 자기 손해나는 일은 안 합니다. 호현 씨한테 배푸는 만큼 분명히 호현 씨의 행동이 제약될 거예요. 호현 씨에게 들인 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서 수익성 좋은 게이트에 우선 배치하겠죠.”


아저씨 말이 맞다. 결국 기브 앤 테이크.

큰 돈을 받는 만큼 강철 길드에 휘둘리게 되겠지.


“어쨌든 결정은 호현 씨가 하는 겁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넵 조언 감사드립니다. 깊이 생각해 볼게요.”


무성이도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싶은 마음에 집 밖으로 나와 저녁 거리를 거닐었다.


어떤 헌터가 될 것인가···.

테통령 아저씨의 말씀이 돈에만 현혹되었던 내 눈을 닦아준 것 같다.

제일 처음 목적은 돈을 많이 벌어서 집안을 무겁게 짓누르던 2억원의 빚을 갚는 것이었다.

그 목적은 이제 거의 이루었다.

내가 지금 가진 돈만 하더라도 좀 무리하면 당장이라도 가족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

다만 어머니와 할아버지도 일을 하시고 본인들이 빚을 갚겠다고 하셔서 조금씩만 보태는 정도였다.


마력병에 걸리셨던 아버지도 퇴원하셔서 건강을 되찾고 있고 세 명의 쌍둥이 여동생들도 이제는 알바도 안 하고 공부에 집중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던 것은 모두 이루어진 셈이다.

솔직히 내가 더 헌터를 계속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집안 상황은 좋아졌다.


그러면 나는 1년 반 남은 의무복무 기간이 지나면 헌터를 그만둘 것인가?

내 상황은 나아졌지만 그 사이 나도 많이 바뀌었다.

몇 개월간 헌터로 일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 만큼 기쁜일이 더 많았다.


동료 헌터들의 기대에 찬 시선, 시민들의 감사, 나 자신이 느끼던 고양감까지.

22년 동안 인생을 살면서 지금처럼 열정이 넘치던 때가 있었던가?

헌터를 계속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떤 헌터가 될 거냐고 묻는다면···.

고 3 끔찍했던 그날 이후, 나는 남경일 헌터처럼 되고 싶었다.

각성 검사에서 각성치가 수준에 미달되어서 헌터는 못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상관없었다.

꼭 헌터가 되어야만 남경일 헌터처럼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역경을 극복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개인적인 일들에 치어서 도저히 여유가 없는 삶이었다.


헌터 일을 하면서 내 활동 자체가 시민들의 도움이 된 다는 데 자부심이 생겼다.

게이트를 정화하고 시민들에게 감사를 받았을 때, 나도 남경일 헌터처럼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잠시 강철 길드에서 제시한 큰 금액에 현혹되었지만 나는 그 사람들과 갈 길이 달랐다.

강철 길드와 계약한다면 돈이야 좀 많이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지향하는 남경일 헌터와는 멀어지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몇 년 더 노력한다면 20억 쯤은 나 혼자 힘으로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자신도 있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문선일 스카우터에게 바로 전화 걸었다.


-오! 헌터님 빨리 연락 주셨네요? 마음은 정해지셨나요?

“그 전에 궁금한 게 있어서요.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혹시 GDG라고 아시나요? NGO그룹인데 아프리카에 발생한 게이트를 조사하는 곳이에요. 제가 강철 길드와 계약한 후에 아프리카 조사대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으음··· 그건 좀 어렵겠습니다. 저희 길드와 계약하시면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발생하는 게이트 정화 일도 맡아주셔야하는데 스케줄이 빠듯할 겁니다. 최대한 돈 되는 게이트로 팍팍 밀어드릴 거니까 정화 일에만 집중하시죠.

“강철 길드는 아프리카 조사에 관심 없으신가요? 듣기로는 그곳에 게이트 현상을 없앨 수 있는 단서가 있다고 하던데.

-돈 한 푼 안되는 일에 뭐하러 힘을 쏟습니까? 저희가 가만 있어도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알아서 어련히 잘 하겠지요.

“그런가요. 답변 감사합니다.”


내가 질문을 마치자 문선일은 재차 계약 의사를 물었다.


-마음을 정하셨습니까?

“네.”

-잘 생각하셨습니다. 내일 몇 시에 시간 되세요? 빨리 계약하시죠.

“아니요, 주신 제안은 감사하지만 강철길드와는 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선일은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강철 길드의 계약 제안을 거절하신단 뜻입니까?

“네. 맞습니다.”


문선일이 전화 너머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헌터님. 잘 생각해보세요. 의무복무로 묶인 이상 저희보다 더 좋은 조건 제시해주는 곳을 못 찾으실 겁니다. 계속 각성청 노예로 사시는 거라고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각성청에서도 잘해주시고 있고요.”

-그래서 1년 반이나 기다리시겠다고요?

“아직 젊은데 급할 거 없다고 봅니다.”

-후회하실 겁니다. 좀 기다려 드릴 수도 있으니 나중에라도 전화 주세요.

“네. 그럴 일 없을 거 같긴 한데, 감사합니다.”


문선일과 전화를 끊고 근처 카페로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사서 쭉 빨았다.

20억의 계약금은 아쉬웠지만 선택을 하니 후련하긴 했다.


내 커리어 패스는 정해졌다.

최대한 빨리 B급 헌터가 되어서 GDG에 합류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게이트란 것들은 전부 없애는데 내 힘을 보태고 싶다.

이렇게 결심하고 나니 하늘에서 돌아가신 남경일 헌터가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드래곤 카일의 마기에 쐬여서 각성하게 된 것도 남경일 헌터가 자신의 의지를 이어달라고 부탁한 것 아닐까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마음을 정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데 집 앞 골목에 수상한 사람이 어슬렁거리는 걸 목격했다.

뭐지?

여동생만 3명인 내 입장에서는 저런 수상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저기요? 여기서 뭐하세요?”


수상한 사람을 붙잡았는데··· 이 녀석?


“아! 형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승원 녀석이 날 보고 눈을 뒤룩뒤룩 굴리고 있었다.


“날 기다리고 있었다고? 우리 집 앞에서?”

“네에···.”

“전화를 할 것이지 무작정 밖에서 기다린다고?”

“그게··· 요즘 날씨도 선선하고 좋잖아요?”

“용건이 뭔데?”

“어 음··· 그냥 같이 게이트에 참가할까 하고···.”


이녀석 눈에 진실성이 담기지 않았다.


“너 잠깐 따라와봐.”


정승원을 데리고 근처 조용한 카페로 들어갔다.


“너 진짜 솔직히 말해봐. 나 보러 온 거 맞아?”

“뭔 말이 하고 싶은데요?”


뾰로통하게 대답하는 정승원.


“너 시아 보려고 우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거 아냐?”

“무슨 소리예요? 누굴 스토커로 아시나!”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되려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냐. 시아 보러 온 거였으면 걔한테 얘기나 해줄까 했었는데···.”


내가 던진 미끼에 정승원은 바로 낚여버렸다.


“형님, 저 진짜 힘듭니다··· 죽겠어요.”


깁자기 매달리듯 날 보는 정승원.


“뭐가?”

“사실 시아 씨 보러 온 거 맞습니다.”

“야! 이 스토커 자식아! 그거 범죄야! 신고해 줄까!”


정승원은 쭈그러 들어서 괴로워했다.


“형님 저 진짜 나쁜 스토커 아닙니다. 시아 씨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고요. 그저 멀리서라도 시아 씨를 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믿어주세요.”


신음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쥐어짜는 정승원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넌 멀쩡하게 생겨서 대체 왜 시아한테 집착하는 거냐. 내 동생이지만 솔직히 시아가 막 연예인 급으로 예쁜 것도 아니고 너 좋다는 여자도 많을 거 아냐?”

“한가지 정정드리자면 시아 씨는 연예인 급으로 예쁜게 맞고요. 전 이제 시아 씨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게 돼 버렸어요.”


정승원은 마치 몇 달 동안 마약을 입에 못 댄 중독자 같은 모습으로 제 사정을 얘기했다.


“저도 엘리트 헌터라 불리지만 나름 고충이 많았습니다. 주변의 과도한 기대에 짓눌리는 삶을 살았다고요.”


이해 될법한 얘기다. 원래 상류층은 상류층끼리 비교하면서 사니까. 녀석도 나름의 고충은 있었겠지.


“1년 전 저는 한창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헌터로 각성해서 일했는데 생각만큼 활약하지 못했죠. 그러다 우연히 구로구 근처 게이트를 정화할 일이 생겨서 밥 먹고 후식으로 조용히 커피 한 잔 마시러 혼자 시아씨가 일하는 카페를 찾았습니다. 전 시끌벅적한 걸 싫어하거든요.”


사교성이 없다는 뜻이지.

정승원 녀석 친구가 없을 것 같은 성격이긴 하다.


“커피를 마시다 실수로 옷에다 커피를 쏟았습니다. 황당했죠.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 시기여서 저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근데 시아 씨가 오셔서 자신도 가끔 실수 할 때가 있다며 웃으며 수건을 건네주셨죠. 그때부터였어요. 제 자신의 실수에도 조금은 맘의 안정을 찾은게.”


착한 시아라면 별 생각 없이 베풀법한 친절이다.

그걸 가지고 이 녀석은 과대 망상을 시작한 거군.


“그 후로 시아 씨가 알바하는 날이면 꼭 카페로 가서 시아 씨가 웃는 얼굴로 내주시는 커피를 마시며 힐링하는게 제 삶의 낙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아 씨가 알바를 그만 둔 이후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시아는 공부하려고 알바 그만 둔 거야.”

“앎니다. 시아 씨가 지금 공부할 때라는 걸요. 근데 도저히 못 견디겠어요···.”


* * *


정승원을 보내고 시아에게 사정을 말했다.


“이거 어쩌면 좋겠냐?”


오빠된 입장으로서는 정승원 녀석을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콩밥 먹여야했다.

하지만 녀석이 시아를 구해준 일도 있고 그 사이 미운 정이나마 들어서 그냥 내치기도 힘들었다.


“솔직히 좀 부담스러워. 난 연애할 생각도 없고. 공부하기만도 벅차.”

“알았다. 이 오빠한테 맡겨. 그 스토커 놈이 네 주위에 얼씬 못하도록 할게.”

“잠깐만··· 그 사람이랑 얘기 한 번 해볼 수 있을까? 저번에 도움 받았는데 한 번 제대로 얘기하고 싶어.”

“괜찮겠어? 부담스럽게 그럴 필요 없어.”

“아냐. 그 사람도 그렇게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어. 한 번 진지하게 말해보고 싶어.”


* * *


다음날 정승원을 불렀다.

녀석은 한 껏 멋부린 남친 룩을 하고 약속한 카페로 들어왔다.


“이거 선물입니다. 시아 씨 공부하시는데 도움되라고 만년필 공책 세트랑 비타민제 몇 개 챙겼습니다.”


정승원은 시아 눈을 못 마주치고 나한테 선물 보따리를 넘겼다.

시아가 정식으로 인사했다.


“지난 번엔 고마웠습니다. 제대로 인사도 못 했네요.”

“아,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건데요!”


고개 숙인 시아에게 마주 인사하는 정승원.

쩔쩔매는 녀석의 모습이 낯설다.


“저 오빠한테 얘기 들었어요. 절 만나러 밤에 찾아오셨다고···.”

“아니··· 그건···.”

“죄송하지만 안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좀 부담스러워요.”


아악! 내가 듣는 말은 아니지만 내 심장이 다 쫄리는 것 같다.

정승원 녀석 나라 잃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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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9 다크스나
    작성일
    25.01.04 12:50
    No. 1

    강철길드 에피는 좀 공감이 안되네여 여태까지 주인공 행보가 딱히 강철길드 제안에 혹할거 같지않아서 그런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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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정승원의 순정 +5 25.01.05 870 32 12쪽
» 스토커 정승원 +1 25.01.04 915 29 13쪽
48 특급 제안 +1 25.01.03 988 28 12쪽
47 우준현의 도발 +1 25.01.02 1,053 24 15쪽
46 날개를 가진 포터비 +1 25.01.01 1,119 30 12쪽
45 각자의 꿈 +3 24.12.31 1,166 32 12쪽
44 트럭 구입 +1 24.12.30 1,240 29 13쪽
43 C급 헌터 이호현 +1 24.12.29 1,350 31 12쪽
42 부산의 영웅 +1 24.12.28 1,392 29 12쪽
41 아토믹 봄 +1 24.12.27 1,381 33 12쪽
40 리치 나이트 +4 24.12.26 1,457 35 13쪽
39 부산 국제시장 게이트 +2 24.12.25 1,502 36 12쪽
38 고 마기 훈련실 +1 24.12.24 1,581 34 12쪽
37 테이머의 비전 +1 24.12.23 1,767 36 13쪽
36 훈련장 개장 +2 24.12.22 1,858 37 12쪽
35 킹 슬라임 +5 24.12.21 1,954 39 13쪽
34 바캉스 +1 24.12.20 1,983 45 12쪽
33 잠재능력 개방 +2 24.12.19 2,092 43 12쪽
32 아프리카의 탑 +2 24.12.18 2,158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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