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 작전

대전 둔산 신도시 6004 게이트.
이곳에 힐러 몬스터 미라쥬 프리스트가 있다는 정보다.
나와 무성이는 1톤 트럭 포터비를 타고 게이트로 향했다.
“대전이라··· 저번에는 부산 갔었고, 이러다 전국 팔도 주요 도시 다 가보겠는데?”
무성이 말처럼 사는게 바빠서 어디 놀러 나가본 적도 없는 내가 참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C급 이상의 게이트는 그리 흔하게 발생하지 않기에 상급 헌터들은 게이트를 찾아 팔도를 유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포터비의 조수석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힐링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둔산 신도시에 도착했다.
고층 아파트들이 성냥갑처럼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과연 대전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곳 답게 번화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게이트가 발생한 곳은 도심 외곽에 있는 상업지구다.
주차장에 포터비를 주차하고 통제선 안쪽으로 들어갔다.
넓적한 얼굴의 여성 헌터 대장이 반겨주었다.
“서울 서 오신 테이머 헌터 님이시죠?”
“C급 헌터 이호현입니다.”
“여기 헌터 대장이에요. 각성청에서 얘기는 들었습니다. 미라쥬 프리스트를 해결해주신다고.”
“네. 가능하면 파트너 몬스터로 삼고 싶어서요.”
“완전 골칫덩이예요. 그 녀석만 없었어도 정화작업이 더 쉽게 진행되었을 건데 말이죠.”
헌터 대장이 길게 한숨 쉬었다.
“강력한 몬스터인가요?”
“강력하다고 해야할지··· 귀찮다고 보는게 맞겠죠.”
헌터 대장은 미라쥬 프리스트 때문에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말해주었다.
녀석은 신출귀몰하게 게이트 곳곳에 나타나서 헌터들이 사냥하고 있는 몬스터에게 회복마법을 걸고는 도망가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강력한 힐러의 서포트를 받는 몬스터들은 사냥하기 쉽지 않았다.
“미라쥬 프리스트를 먼저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저희도 시도야 해봤죠. 그런데 이 녀석이 완전 도망치는데 귀재예요. 몇 번이나 잡으려고 했는데 어찌나 요리조리 빠져나가던지···.”
“발이 빠른가요?”
“분신술을 사용해요.”
“분신술이요?”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자기랑 똑같이 생긴 분신을 여러 마리 만들어서 요리조리 빠져나가더라고요.”
분신술을 쓰는 힐러 몬스터라.
녀석에 대해 들을 수록 기대감이 더 커졌다.
적으로야 까다롭겠지만 적을 현혹시키며 혼자서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면 힐러로서 가치는 두 배 세 배 올라간다고 볼 수 있었다.
대체 어떤 녀석일지 빨리 만나보고 싶었다.
둔산시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갔다.
바깥과 비슷한 도심이 펼쳐져 있지만 게이트 안쪽은 마치 세계가 멸망한 후 몇백 년은 지난 듯한 광경이었다.
부서진 아파트 단지를 담쟁이 넝쿨이 휘감아서 아파트와 상가 단지가 절반 정도만 보였다.
도심의 절반은 이름 모를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서 숲이 조성되어 있었다.
“와··· 꼭 무슨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에 나올 법한 배경이네요.”
무성이가 숲에 점령당한 아파트 단지를 보며 탄성을 냈다.
“여기 들어올 때마다 좀 오싹해요. 만약 인류가 멸망한다면 정말로 이런 광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잖아요.”
헌터 대장님은 그런 말을 하며 우리를 이끌었다.
나와 무성이를 포함한 정화대 스무 명은 몬스터가 뿜어내는 미약한 마기를 나침반 삼아서 계속 게이트 안 쪽을 탐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둔산시 게이트의 메인 타겟 몬스터인 ‘긴팔 맨드릴’ 무리가 나타났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원숭이 맨드릴과 닮은 녀석은 두 팔이 무척이나 긴 게 인상적이었다.
두 팔의 길이가 펼치면 거의 1.5미터는 된다고 한다.
“다들 각자 위치로!”
여장부 헌터 대장님의 명령을 필두로 정화대의 하급 헌터들이 쭉 늘어서며 ‘긴팔 맨드릴’ 무리와 대치했다.
-끼끼끼!
놈들은 긴 팔을 투석기처럼 활용해서 이쪽으로 마구 돌을 던졌다.
정화대 헌터들은 익숙한 듯 미리 가져온 커다란 사각 방패로 몸을 지켰다.
한동안 방패 뒤에 숨어서 버티자 맨드릴들은 돌맹이가 다 떨어졌는지 기괴한 울음을 터뜨리며 정화대 쪽으로 육탄돌격해 왔다.
정화대 헌터들은 차근차근 맨드릴들을 격파해나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맨드릴 수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다.
“나타났어요!”
헌터 대장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다친 긴팔 맨드릴 옆에 어린애만한 덩치에 하얀 긴 로브를 뒤집어 쓴 몬스터가 보였다.
등 쪽에 커다란 나비 날개를 달고 있었다.
녀석은 다친 맨드릴 옆으로 날아온 듯했다.
츠츠츳.
맨드릴은 회복마법을 받고 멀쩡해져서 전장에 복귀했다.
다친 맨드릴의 체력을 회복시키고 녀석은 다른 상처입은 맨드릴을 찾아 날아갔다.
미라쥬 프리스트인가?
녀석의 뒤통수 위 쪽에 빛나는 느낌표 마크가 보였다.
[‘파트너 탐색’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주변에 파트너 몬스터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몬스터가 존재합니다.]
녀석이 맞는 것 같았다.
“얘들아 가자!”
태양이 단단이 무성이까지 모두 미라쥬 프리스트의 뒤를 쫒았다.
“형 어떡하게?”
“우선 생포하자!”
신출귀몰하게 도망가는 녀석이라고하니 포획하고나서 교섭 스킬로 설득해야할 것 같았다.
츠츳?!
미라쥬 프리스트는 우리가 쫒아오는 걸 알고 더 빠르게 도망쳤다.
여러 장해물이 있는 길을 호버링하듯 낮은 높이로 미끄러지듯 날았다.
과연 도망가는 속도가 빠르다.
이대로가면 놓칠 것 같다.
“무성아 갈라지자!”
“뭐? 어쩌려고?”
“반대편으로 돌아서 포위하려고.”
미라쥬 프리스트는 아파트 단지 쪽으로 들어섰다.
길을 보니 미라쥬 프리스트는 왼쪽으로 꺾어지는 곳으로 이동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미리 왼쪽으로 빠져 나가면 미라쥬 프리스트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성이 너는 단단이랑 둘이서 최대한 왼쪽으로 몰아줘!”
“알았어. 한 번 해볼게!”
나는 왼편으로 빠져나갔다.
길을 보니 오른쪽은 거의 막다른 골목이어서 미라쥬 프리스트가 오른쪽으로 갈 것 같지는 않았다.
태양이를 머리에 매달고 아파트 단지 왼편을 질주했다.
각성하고 벌써 20레벨에 다다랐다.
평균적으로 능력을 두루 올려서 힘 스탯은 13에 달했다.
이정도면 후위직인 테이머라도 전력을 내면 왠만한 육상선수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두다다다다!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려서 달렸다.
힘을 낸 보람이 있게 반대편에서 이쪽으로 날아오는 미라쥬 프리스트와 그 뒤를 쫒는 무성이와 단단이가 보였다.
뀨잉!
어깨 위에 매달려있던 태양이가 샤인 애로우를 발사했다.
샤인 애로우는 날아가서 이쪽으로 달려오던 미라쥬 프리스트를 정통으로 맞혔다.
츠츠츠!
바닥을 구르는 미라쥬 프리스트.
“잡아!”
나와 무성이는 동시에 미라쥬 프리스트를 잡으려고 다이빙했다.
그러나 녀석은 신출귀몰하다는 소문을 가진 것처럼 쉽게 잡히지 않았다.
바닥을 뒹굴던 녀석은 특기인 분신술을 사용했다.
미라쥬 프리스트의 몸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6마리의 분신이 나타났다.
“뭐가 진짜지?”
다 똑같이 생겨서 구별이 안 갔다.
쌍둥이지만 이란성인 여동생들보다도 더 구별이 안 간다.
우리 넷은 각자 한 마리씩 미라쥬 프리스트를 잡았다.
그러나 잡는 순간 미라쥬 프리스트는 연기처럼 변해서 사라졌다.
모두 가짜였던 것이다.
그 사이 두 마리의 미라쥬 프리스트는 멀리 도망가버렸다.
결국 1차 포획 작전은 실패해버렸다.
* * *
“못 잡으셨어요? 거 참 아쉽게 됐네요.”
헌터 대장은 이번에야말로 골칫거리인 미라쥬 프리스트를 해결하나 했는데 내가 실패하자 실망한 것 같았다.
“같이 미라쥬 프리스트 잡아주실 수 있을까요? 분신을 사용해서 잡기가 힘드네요.”
“당연히 도와야죠. 근데 저희가 돕더라도 제대로 잡을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그동안 분신을 잡으려고 우리도 노력해 봤는데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어요.”
이틀 후.
헌터 대장의 도움을 얻어서 스무 명의 정화대 인원을 모아 2차 미라쥬 프리스트 포획 작전에 나섰다.
정화대 일행은 맨드릴 무리를 사냥했다.
미라쥬 프리스트는 평소처럼 맨드릴 무리를 지원하기 위해서 나타났다.
정화대 멤버들에게는 미라쥬 프리스트가 나타날 것을 대비해서 미리 넓게 포위해서 대기할 것을 부탁해두었다.
“나타났다! 모두 붙잡아요!”
우르르 헌터들이 몰려들자 미라쥬 프리스트는 특기인 분신술을 써서 도망가려했다.
“각자 한 마리 씩 맡아요!”
8마리의 분신을 만들어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도망가는 미라쥬 프리스트.
다들 어떻해서든 미라쥬 프리스트를 잡으려고 애썼다.
“잡았다!”
하지만 무성이가 잡은 미라쥬 프리스트는 이내 연기로 바뀌어 버렸다.
그오!
단단이가 잡은 미라쥬 프리스트도 연기로···.
“에잇!”
헌터 대장님이 잡은 녀석도 가짜였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가까스로 우리 정화대는 8마리의 미라쥬 프리스트를 모두 잡았다.
그러나 8마리의 분신 중 진짜는 없었다.
우리가 붙잡은 미라쥬 프리스트는 모두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8마리의 분신이 나타나는 걸 분명히 봤는데.
설마 우리가 놓친 분신이 따로 있는 걸까?
“8 마리 였지?”
무성이에게 물었다.
“그랬던 거 같은데··· 솔직히 모르겠다. 한 마리 분신이 더 있었는데 우리가 놓친 거 아닐까?”
긴팔 맨드릴과 정화대 헌터들이 뒤섞여서 혼란스러운 와중이어서 잘못봤을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분신은 분명 8마리였다.
내가 놓친 분신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분신은 눈속임에 불과하고 미라쥬 프리스트는 다른 방법으로 도망간 것 아닐까?
* * *
2차 포획작전도 수포로 돌아가고 나와 무성이는 둔산시의 호텔로 돌아갔다.
서울에서 출퇴근 하기도 거리가 멀고 미라쥬 프리스트를 잡을 때까지는 게이트 근처 호텔에서 지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라쥬 프리스트의 목격 정보도 있었고 금방 동료로 삼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둔산시에서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질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형 어떡할 거야?”
“모르겠다···.”
미라쥬 프리스트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감이 안 왔다.
“테통령 아저씨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고참 테이머니까 뭐라도 조언을 해주지 않을까?”
무성이가 제안했다.
지금까지 많이 도움 받아서 또 부탁하는 건 좀 미안했다.
그래도 둔산시까지 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지.
테통령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하는 문자를 남겼다.
위이이잉~.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락이 왔다.
“호현씨? 고생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나는 테통령 아저씨에게 미라쥬 프리스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아무래도 분신 중에는 본체가 없는 것 같단 말이죠···.”
“까다로운 몬스터기는 하네요. 그럴ㅍ때 쓸만한 아이템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정말요? 어떤 아이템인가요?”
역시 물어보길 잘했다.
“주시자의 눈이라는 아이템이에요. 눈을 속이는 환각 마법의 효과를 안 받게 만들죠.”
오! 그런 아이템이.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구로 상가에 가면 구할 수 있을 거예요. 다만 가격이 좀 나갈 거예요.”
···.
“처, 천만원이요??”
한 번 쓰면 사라지는 소비형 아이템 주제에 무려 천 만원이나 한다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허허허. 호현 씨. 좋은 것을 얻으려면 마땅한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법입니다.”
흙수저 출신인 나로서는 무엇보다 돈 쓰는게 힘들었다.
하지만 테통령 아저씨 말이 맞았다.
뭐든지 투자할 때는 과감해야하는 법이다.
“정보 감사합니다. 한 번 아이템을 구해서 재도전해 볼게요.”
“허허허. 화이팅입니다.”
주시자의 눈을 구해서 미라쥬 프리스트에게 재도전한다.
행동 목표는 정해졌다!
-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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