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Fucking shit! (이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봐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26화
[제천수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 대한민국도 범람지역 수복 가능 국가로 이름 오른 가운데...]
[이 일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청장과 3팀 플레이어들은, 테러아이템 소식에 서울로 돌아가...]
[수복 뒷처리를 맡은 1팀은 여전히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어...]
[SR급 테러 아이템으로 탑을 폭주시키려 했던 누군가의 시도가, 설소은 및 3팀 플레이어들에게 무산되어...]
한껏 EX급으로 불타올랐던 웹상에 던져진 두개의 굵직한 장작들.
커뮤니티는 밤새도록 불야성처럼 꺼질 줄 몰랐다.
-봤냐 중국! 우리도 범람수복 가능 국가다!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고맙다 각성관리청! EX급!
-이번 범람오염 사상자가 역대 최소였다는데 실화냐고! EX급 당신은 어디까지 보고 있는 겁니까!
-근데 1팀 어카냨ㅋㅋ 개폼 다잡고 갔다가 결국 3팀이랑 청장와서 버스 탔네 ㅋㅋㅋ
커뮤니티는 압도적인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여기저기 다운될 정도.
대기업은 오전 업무를 끝으로 직원들을 퇴근 시켰고, 그 외 기업도 업무고 뭐고 출근하자마자 회식을 달리기 바빴다.
“으하하! 봐라 큰일은 3팀이 해낸다!”
“3팀에 등록되면 플생 내리막길이라고? 처음 말한 놈, 다시 한 번 지껄여보라고 해!”
“팀장님 오시면 바로 회식 갈꺼니까 준비해!”
“소고기! 한우! 투쁠!”
각성관리청 3팀 역시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축제분위기.
하마터면 탑 폭주가 될 뻔한 테러 몬스터를 해치웠을 뿐 아니라,
제천의 네임드 처치는 물론 공략까지 활약했으니 당연할 수밖에.
불과 2주 전 소 닭보듯 하던 다른 팀 직원들의 시선이 달라지자 모두가 우쭐했다.
특히 설소은과 함께 테러 몬스터 처치에 지대한 공을 세운 플레이어들은 샴폐인 세례를 당하면서도 함박웃음을 거두지 못했다.
그렇게 국뽕에 한번 담근 것도 모자라, 코를 박고 사람들이 낄낄대는 사이...
휘오오-
관리청 내 재활치료실.
설소은만은 냉기 가득한 분위기 속에 덩그러니 깨어 있었다.
이유는 딱 하나.
‘사람을 기절시켜서 내팽개치고 도망치다니.’
어렴풋한 의식 속에 있는 EX급의 반응 때문.
송라산에서 도망쳤을 땐 그러려니 했다.
엄청난 일을 했음에도 드러나길 원하지 않아 하는 모습이 겸손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이번엔 어떻게든 잡아보려 노력했지만, 잡기는 커녕 질겁하며 도망쳐 버렸다.
그저 팜플렛을 건네며 6시간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건데.
꽁꽁 감추던 얼굴을 보였으니 당연한 반응 일수도 있겠지만,
설소은은 이성보단 감정적으로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말 내가 본 게 맞는 걸까?”
진정한 설소은은 곰곰이 어제 일을 떠올렸다.
그림자 소환수를 어깨에 앉혀두고 탑 밖에서 스킬을 사용하는 EX급의 모습.
게다가 더욱 놀란 건 으르렁 거리며 잡혀있던 은발의 귀여운 늑대수인이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스킬을 쓰고 있었으니까.
마력을 잃은 이세계인이 말이다.
울화와 혼란 속에서 설소은이 옆에 있던 두터운 팜플렛 뭉치를 들고 비틀비틀 일어섰다.
“얼굴은 봤으니까 남양주를 샅샅이 뒤지면 찾을 수 있을거야. 일단 그전에...”
아무 거라도 좋으니 능력을 써서 분풀이를 하고 싶은 기분.
계속 도전 중인 43층에 들어가 볼까?
반지도 있으니까?
...그만두자. 피로가 풀리지 않은 이 상태로는 잘못될 가능성도 있어.
“그러고 보니 이 반지를 준분에게 감사인사도 못했네. 팀장ㅆ... 님이 오시면 만나 봐야겠어.”
단련실의 플레이어 룸이라도 가려 일어선 순간...
벌컥-!
“으하하! 소은아 나 왔다!”
밀가루와 샴페인 범벅이 된 채 해맑게 등장한 3팀장.
설소은의 티하나 없는 이맛살이 살짝 구겨졌다.
“...오셨네요. 마침 딱 맞춰서.”
“딱 맞춰서? 우리 소은이 나 기다리고 있었... 그런데 왜 이렇게 춥냐?”
기다리고 있었냐고?
기다리고 있었지. 범람수복작전에 날 따돌리고 간 것 부터,
거기다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내가 EX급을 얼마나 찾고 있는지 알면서 정보를 숨기기까지.
배신자!
휘오오-
분풀이할 상대를 찾은 설소은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 +
“전세 4천이면 지방에 집 구할 수 있겠죠?”
채굴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F급 2던전 내 컨테이너.
일을 마치고 에어 클리너로 흙먼지를 털고 있던 팀원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팀장... 또 쫒겨난다? 보꿀 소설 봐. 쫒겨나면 강해져. 혹쉬 팀장도?”
“뽀굴씨도 강해지고 싶나봐요?”
“우...”
“자자. 그러지 말고 무슨 일인지 제대로 이야기 해보게.”
“그게... 각성관리청에게 루나가 능력을 쓰는 걸 들킨 것 같아요. 제 정체도.”
설소은 플레이어와 있던 일을 이야기 하자 순식간에 싸해지는 사무실.
하필 이 던전 끝나는 즉시 나갈 각 재고 있는 와중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
모두가 당황한 가운데 발두르만은 깊이 고민에 빠져있었다.
“이제 슬슬 괜찮지 않나?”
“예?”
“자네가 우리의 마력을 되찾아 준다는 것 말일세. 숨기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이건 또 무슨 참신한 말이지?
“생각해보게. 자네가 EX급이라는 건 어떻게든 숨길 수 있겠지만, 앞으로 이세계인들을 고용해 마력을 사용하게 되면...”
반박하려 입을 오물 거렸지만 맞는 말.
사람이 많아지면 아무리 숨기려해도 어디선가 들키기 마련이다.
아무리 마력의 맹세니 뭐니 해도, 드러나는 횟수가 많아지면 얼버무리기 힘든건 당연.
발두르가 접선하고 있는 2팀과 5팀 이세계인들만 해도 4명인데 여기서 더 늘어나면...
“후우...”
우진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좋다 이거야. 밝힌다고 치자.
하지만 각성관리청... 아니 청장의 말대로 1팀이 만들어 놓은 이세계인 차별에 대한 인식이 문제.
이세계인들이 탑에서 나타났으니 언제 탑 안의 괴물처럼 변할지 모른다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
물론 그걸 믿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소수지만, 없는 게 아니다.
가까이에 있는 진상팀장만 해도 그걸 믿고 이세계인들을 차별하고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이세계인들이 갑자기 힘을 되찾게 되면?
겨우 몇십년에 걸쳐 이세계인들과 융화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일이다.
1팀장 신봉자들은 이때다 싶어 물고 뜯겠지.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아직은 좀...”
발두르도 생각을 읽었는지 솥뚜껑 같은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하구만. 돌아가는 상황이 있는데도 괜한 말을 해서...”
“하하...”
확실히 이제 숨기기에도 EX급의 볼륨이 너무 커졌다.
게다가 얼굴과 루나까지 설소은 플레이어에게 들킨 상황.
우진은 지갑에서 3팀장과 청장의 명함을 만지작거렸다.
이 둘에게 말하면 뭔가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그래도.
“이, 일단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숨기는건... 안될까요?”
평범함을 미덕으로 삼은 가문의 장자이자, 소시민의 새가슴은 납득하지 못한 상태.
팀원들은 ‘역시 저래야 한팀장이지.’라며 다시 정리에 들어갔다.
아니 EX급 세계수니 뭐니 해도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고 싶은 게 나쁜 건 아니잖아!
내가 선택한 각성이 아니라고!
훌륭하게 자기합리화 숙련도를 올려가고 있을 때...
띵-
[3팀장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시지?”
왠지 불길하게 들리는 알람음에 메시지를 열어보자...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이번 제천수복 작전에 큰 도움을 주신 것과 그동안의 일에 따로 감사인사를 하고 싶은데 식사 가능할까요?
-제발 꼭 부탁드립니다. 안 되면 제가 죽게 생겼습니다. 시간은 저희가 맞출테니 부디...!
뭐지?
메시지 상으로 왠지 모를 긴박감이 느껴지는데?
음... 이 기회에3팀장에게 이세계인에 대해 한번 슬쩍 떠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띵-
-그리고 폐가 안된다면 한사람을 더 데리고 가도 되겠습니까? EX급도 아는 사람일 겁니다.
“아는 사람?”
우진이 갸웃거리며 아는 사람에 대해 떠올리는 사이.
휘오오-
겨울에 접어든 냉랭한 바람이 창문을 거세게 흔들고 지나갔다.
그렇게 생각보다 최후의 순간은 성큼 다가와 있었다.
+ +
완전히 축제의 현장인 거리.
외국 축제처럼 사람들은 맥주를 들고 나와 모르는 사람들끼리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말려야할 경찰들도 취객들과 함께 만세를 부르고 있는 상황.
한국 각성관리청으로 향하던 올리버는 들떠있는 거리를 보며 갸웃 거렸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
축제?
그렇다기엔 곳곳에서 우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거 원. 내가 가져온 선물을 보면 더 놀라자빠지겠군.
올리버는 실실 웃으며 가방의 서류를 살폈다.
[범람지역 수복 최신 매뉴얼(극비)]
무려 선진화된 매뉴얼.
한국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정보들이 가득한 극비 문서다.
이것 외에도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탑과 던전 관련 문제들을 해결해줄 문서들이 한가득.
원래 외국으로 유출하지 않고 지원팀을 보내는 식으로 하고 있었지만,
EX급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미끼라면 이정도는 되야 하는 법.
올리버는 관리청에 들어가자마자 부둥켜안고 펄쩍이는 접수원에게 안내받아 응접실로 향했다.
관리청 내부도 응접실 유리창이 울릴 정도로 노래하고 소리치고 있는 상황.
덜컹-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왜소한 체격의 부스스한 남자가 들어왔다.
[각성관리청 3팀 김정수 사원]
‘사원?’
팀장급도 아니고 사원이라니.
살짝 불편했지만, 이해는 갔다.
현재 1~2팀장은 부청장과 함께 제천에 내려가 있는 상태니까.
그래도 EX급이 나타난 구역을 담당하는 3팀장이나 청장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나 이래뵈도 미국 10위 플레이어라고?
“Sorry, Mr. Oliver. Team Leader 3 and the Chief are also on an emergency dispatch to Jecheon.(죄송합니다. 올리버씨. 3팀장님과 청장님도 제천에 긴급 파견 간 상태라...)”
“아, 아닙니다.”
“아. 한국어를 잘 하시네요. 그럼 한국어로 이야기 해도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사원이라 얕봤는데, 속을 꿰뚫어 본 것처럼 말하자 덜컥 당황한 올리버.
과연 그랬군.
하지만 3팀장과 1세대 플레이어지만 노쇠한 청장이 내려가 봤자 딱히 해결할 방법이...
초반 기선을 빼앗긴 느낌에, 얼른 서류들을 꺼냈다.
“이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최근 한국에 일어난 재난을 미국이 돕고자 합니다.”
“.....”
“먼저 호의의 표시로 저 미국 10위 올리버가 직접 제천으로 내려가 범람을... 왜 그러시죠?”
올라간 입꼬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김정수 사원을 본 올리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던데 그것도 옛말인가?
아무리 경우가 없어도 도움을 준 사람 앞에서 저런...
아. 그렇군.
너무 기뻐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일지도.
이 서류들과 제안서는 목마른 한국의 갈증을 해소해줄 것들이니까.
그때...
띠리리-
“데일 청장? 죄송합니다 잠시 통화를...”
“크흡! 아 예! 편히 하세요.”
한번 김정수를 흘기며 전화를 받는 올리버.
그러자 데일 청장의 흥분해 흐트러진 목소리가 들렸다.
=올리버! 아직 한국 각성관리청에 도착하지 않았겠지?
“이미 도착 했...”
=망할! 그럼 서류는 보여주지 말고 나와! 괜히 망신당하기 전에!
망신?
그보다 청장이 왜 이렇게 호들갑을...
잠시 후 이야기를 들은 올리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갔다.
“정말입니까?! 제천의 범람던전들이 어제 새벽 공략 완료되었다고요?!”
올리버의 하얀 피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김정수 사원이 왜 저러고 있는지도 단박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미 다 끝난 일을 생색내며 도와주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꼴사납게 보였을까.
“Fucking shit!”
욕설과 함께 올리버는 탁상 위의 서류들을 서둘러 가방에 집어넣었다.
당당하게 한국으로 입국 한지 만 반나절.
올리버는 꿔다놓은 보리자루 신세가 되었다.
- 작가의말
조만간 새로운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선작, 추천해 주신분들께 죄송하고, 만족시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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