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 입니까.
2. 여기가 어디 입니까.
고요한 어둠 속 그곳에서 정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으으으윽.."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고 처음 느낀 것은 딱딱한 바닥이었다.
'허리야..'
계속해서 허리가 욱신욱신거렸지만 정진은 이상한 광경에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나무재질 타일로 된 아파트와 다른 딱딱한 돌 같은 재질로 된 바닥
또 깔끔한 타일로 도배가 된 벽이 아닌 삐뚤어진 모양으로 된 벽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손수 만든 것 같은 창문까지 21세기라고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때 정진은 순간 까먹은 것은 다시 생각해내었다.
"맞다! 내 소지품."
고개를 돌리자 저 구석에 정진이 쓰는 기간단총과 특수용으로 쓰는 저격총, 마지막으로 권총까지 총 개인용 화기 3정과 개인 장구류까지 고스란히 있었다.
'일단 챙기자.'
일단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니 정진은 자기 소지품을 모두 챙겼다.
철컥 철컥
장구류와 저격총은 뒤로 메고 권총은 가슴 앞에 단검은 오른쪽 바지 주머니 옆쪽까지 작전 수행 직전의 모습으로 변한 정진은 천천히 문 앞으로 이동하였다.
스륵
문고리를 잡은 후 천천히 그는 숨을 내뱉었다.
"후우... 후우...."
'지금.'
촤르르륵!
문을 열고 그는 전투 태세로 문밖을 나섰다.
그리고 그 앞에 있던 모습은 정진의 처지에서 충격 중 충격이었다.
21세기에 지어진 건물은 하나도 없으며 포장도로라고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 대신 전주 민속촌에서 볼 법한 초가집이 잔뜩 있었다.
"여기가... 대체..."
당혹스러운 감정이 정진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여기는 어디지? 누가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온 거지? 아니 애초에 부산에 이런 곳이 있었나?
부스륵..
그때 정진은 옆에서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어 버렸다.
철컥
곧바로 전투 태세로 소리가 난 방향을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사람은 80대로 보이는 한 노인이었다.
"어잉? 일어났나?"
"......"
"잘 일어났나 보네. 가기 전에 밥 묵고 가라."
"...네 알겠습니다. 어르신."
정진의 답변에 노인은 굽은 허리를 뒷집 잡으며 유유히 걸어갔다.
"......"
그 모습에 정진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그가 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고풍스러운 한복 복장에서? 아니다.
밥 준다는 인심에서? 아니다.
바로 총을 들고 쳐다보았는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저 태도 때문이다.
저 나잇대라면 6.25때 살던 사람일 것이다.
근데 그런 사람한테 총구를 들이밀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아니 대체...'
당혹감을 품은 채 정진은 대문을 잠시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밖에 나가면 여기 위치를 대략 파악할 수 있으니 그래야 다음에 뭘 할 수가 있다.
터벅터벅
열린 대문으로 나가자 정진은 당혹감은 더더욱 커져만 갔다.
'아니.. 왜 다 초가집이야? 건물은.. 없어?'
정진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점점 떠오르는 해를 뒤로하고 계속해서 걸어갔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대부분 초가집과 농사하는 농민들, 그리고 멀리서 밥을 짓는 듯 연기까지 21세기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니... 여기 대체 어디야? 부산 맞아?'
그때 누군가가 정진의 뒤에 나타났다.
"어이, 총각."
뒤로 돌아보니 아까 밥 묵고 가라던 노인 이었다.
"어디 갔다 했더니 여기 있었어?"
"아.. 네.."
"밥 다 했으니 빨리 와."
"네, 어르신."
정진은 홀린 듯 노인을 따라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안에는 몇몇 반찬이 있는 작은 식탁이 있었다.
"여기 있는 거 다 먹어."
"아... 네.."
정진은 총기로 무장한 남성에게 이렇게 대하는 노인이 이상하기만 했다.
"그럼.."
그렇게 나가려던 노인을 정진이 붙잡았다.
"잠만요 어르신! 궁금한 게 몇 가지가 있는데 여쭤봐도 괜찮을 까요?'
"못 할 것까지야."
그러고 노인은 정진이 앉은 식탁 반대편에 앉았다.
"먼저 밥 먹기 전에 어제 저를 도와주신 것에 대해 먼저 감사합니다."
"허허.. 감사라고 할게 뭐가 있나. 그냥 서로 돕고 사는 거지."
인자한 노인의 모습에 정진은 실질적으로 궁금한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어르신, 여기는 어디인가요?"
"여기? 여기 염포여."
"염포여?"
"그려."
"부산이 아니라요?"
"그래!!"
"....."
'왜.. 부산이 아니지?'
일단 첫 번째 궁금증이 사라졌으니 정진은 두 번째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경찰서는 어디 있나요? 지금 군부대에 가 봐야 하는데."
가장 필요한 질문을 하였지만 노인의 답은 정진의 상식 밖의 대답이었다.
"경... 뭐? 그게 뭐여?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없어."
"경찰서가... 없다 라고요? 그럼 전화기라도 빌려 주실 수 있나요?"
"그건 또 무슨 말이여? 어제 쓰러져서 정신이 없는 거면 더 자 헛소리 하지 말고."
"...... 알겠습니다."
"그려."
할 일이 끝난 듯 노인은 다시 느긋하게 밖으로 나갔다.
드르륵.. 척
"....."
노인이 밖으로 나가자 정진은 빠르게 자기 휴대폰을 켰다.
'아니.. 경찰서를 모른다고? 전화기도 모른다고?? 아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휴대폰을 켜도 전파가 없다는 말뿐이다.
'.....'
정진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만 진짜야?'
정진은 오늘날짜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날짜는 다름 아닌
[1418년 2월 19일]
"...... 시발."
설마 하던 예상이 그대로 적중하였다.
지금은 과거다.
휴대폰이 오류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 밖 모습은 누가 봐도 과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니야... 꿈일 꺼야..'
그러고 정진은 자기 볼을 세게 꼬집었다,
"아아아아...."
하지만 볼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고통은 지금, 이 상황이 거짓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씨발.. 씨발.... 씨발..."
게다가 지금 시기가 조선 시대였다.
조선 시대 어느 때 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조선 초기라는 것은 확실히 정진은 알고 있었다.
'젠장... 학창 시절 때 역사 공부도 좀 해 놓을 걸..'
그래도 뭐라도 하기 전 정진은 앞에 차려져 있는 밥부터 먹었다.
"그래도... 맛있네."
*************
"어르신 감사합니다!!"
"오냐."
인사를 끝낸 정진은 편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편하게 움직인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편하지 못하였다.
당연하다.
정진의 복장은 이 조선 시대 때의 복장과 너무 다를 뿐 더러 게다가 이 시대 때의 남자라면 다 하던 상투도 안 하고 있었으니
다들 한 번식 쓰윽 쳐다보고 옆으로 피하는 모습에 정진은 웃픈 표정을 지으며 걸어갔다.
가뜩이나 많은 상점들이 모인 곳이라 사람들도 많아 참으로 북적거렸는데 정진을 기준으로 반경 1m내에만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좀 기분이 오묘하네.'
현대 시대 였으면 바로 경찰 오고 날리 났을 텐데.
그리고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의 엄청난 고음이 들려왔다.
"왜구다!!! 도망쳐라!!!"
그 말에 다른 곳에 있던 사람들도 점차 소리치며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다다다다다닷!!
사람들이 가는 방향은 다들 한 곳이었다.
그리고 정진은 고민하였다.
'그냥 도망칠까?..'
하지만 그런 고민은 집어넣었다.
"그래.. 한번 막아보자."
정진은 뒤로 매던 기간단총을 앞으로 매고 사람들이 뛰는 방향 반대 방향을 뛰어갔다.
'한번 와봐라... 21세기 화기의 맛을 보여주마.'
***********
서걱!
"끄아아악!!"
"迫る(닥쳐)!"
서걱
정진이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상황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이미 진입한 관군은 절반이 사망하였고 나머지 절반도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싸우고 있던 누군가가 정진을 향해 소리쳤다.
"도망쳐!!"
소리치며 앞에 있던 왜구 한 명을 베어내었다.
"끄억... 도망... 쳐!!"
하지만 도망치라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정진은 기관단총의 설정을 안전모드에서 단발모드로 바꾸었다.
그리고 학살의 시작이었다.
푸슉 푸슉 푸슉!
세 번 방아쇠를 당겼고
커억.. 푸윽.. 커..커억..
3명이 그대로 쓰려졌다.
"어엉?"
갑자기 옆에 있던 동료가 쓰러지자 멀쩡하게 서 있던 쓰러져 있는 왜구의 들쳐보았다.
"머리에.. 구멍?"
하지만 고민이 길지 않았다.
그의 이마에 또 다른 바람구멍이 생겼으니
푸슉 푸슉!
정진은 빠르게 이동하며 여자들과 아이들을 납치하던 왜구들의 이마을 향해 계속 발사했고
"끄으으윽..."
"크하하하!! 죽어!!"
퓨슉!
커억..
관군을 죽이려던 왜구들도 계속해서 소탕하였다.
그리고 더 앞으로 이동하려는 그때
"잠시만요!"
정진이 구해 준 한 관군이 정진을 불렀다.
"무슨 일 입니까?"
"저의 수령 님을 도와주세요!! 다른 백성들을 돕느라 저기 앞에 있습니다!"
간절한 관군의 부탁이었다.
그리고 정진의 답은 이미 정하였다.
"그럴 생각입니다. 길을 안내하시면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관군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정진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바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를 따라와 주세요."
그렇게 관군을 선두로 정진과 함께 둘이 움직였다.
움직이면서 수많은 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왜구들도
푸슉 푸슉
화약 무기 앞에서는 평등하였다.
'소음기 빼야겠다.'
계속 이동하다 보니 왜구들의 숫자는 점점 많아졌다.
그렇게 되면 단발로는 더 이상 처리하기 힘든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희생자를 줄이는 것
소음기를 빼는 순간부터 총구에서 나오는 소리는 상상 이상의 소리를 내뿜게 된다.
그런 소리가 점점 가까이 온다면.
이 시대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공포에 떨것이다.
그게 왜구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이쪽입니다!"
"......"
타다다닷!
"死ぬ!!(죽어!)"
"끄어억!!"
골목을 지날 때마다 왜구랑 싸우는 관군들이 있었고 그런 관군들은 대부분이 왜구들이랑 고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탕!!!
털썩..
그런 왜구들은 모두 정진의 의해 시체가 되었고
"허억... 허억...."
앞에서 갑자기 왜구가 죽자 관군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정진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정진은 그런 관군을 아랑곳하지 않고 움직였다.
"가지."
"네..네엣!"
아까와 다르게 비교도 할 수 없는 소리가 나자 길을 알려주던 관군은 당황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그리고 매번 이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뒤에서 관군의 감사 인사를 들었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알았다."
길을 알려주던 관군은 움직이는 정진을 보고 다양한 생각하였다.
'대체 누구지? 도사인가? 아니면 신선인가? 그렇다면 뭐라고 해야 하지?'
가지고 있는 거라고는 고작 1자(약 45cm)정도밖에 안 보이는 물건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왜구놈들에게 가져다 대는 순간 그들은 곧바로 쓰러졌다.
혹시 몰라 왜구들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나 같은 범인은 저런 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들을 죽이는지 왜 우리를 도와주시는지
하나도 이유를 몰랐지만 그는 믿었다.
"신선님! 곧 거의 도착합니다."
그는 현생에 강림한 신선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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