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5.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뭐 하는 사람인지 도저히 몰랐다.
묘시(오전 5시 ~7시)에 일어나는 것이 아닌 한참 뒤인 사시(오전 9시 ~11시)에 일어나지를 않나.
일어 나서도 아무것도 안 하고 방안에 있다가 밥 먹고 뭘 하는지도 모를 만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이번에 공을 세운 자가 특별히 원한다고 해서 같이 모시고 있다고 하지만 저게 왜 저딴 것을 데리고 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자가 말에서 내리고 자기 자신이 처리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안 된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그는
"그럼 다치는 사람도 생길 수도 있고 시간도 쓸데없이 지연될 수 있으니 제가 처리 하겠습니다."
무슨 별 볼 것도 없는걸 가지고 어떻게 8명의 산적을 처리하려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말로 만 하고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저렇게 하고 엄청 다치겠지.'
하지만 그런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들고 있던 무언가를 산적을 향해 들더니
탕!!
천둥이 치는 소리가 저 남자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커억
소리가 나는 즉시 가장 앞에 서 있던 산적 한 명이 쓰러졌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도술을 부린 건가?
갑자기 천지가 떨리는 소리에 순간 다리가 풀렸지만 정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탕! 탕! 탕! 탕! 탕!
연달아 5번의 방아쇠를 당기자 곧바로 5명의 사람이 더 쓰러졌다.
"어?"
"이게 무슨.."
산적들도 무슨 일어 났는지 당황해하는 사이 정진은 빠르게 2번의 방아쇠를 더 당겼다.
모두 머리를 향해서
탕! 탕!
커억..
연달아 2명이 쓰러지고 마지막 한 명이 남자 그 한 명은 곧바로 도망쳤다.
"으아아아악!!"
하지만 그냥 보내줄 정진은 아니었다.
정진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문장 중 1순위는 언제나 자기를 죽이려는 자는 반드시 죽인다 이다.
근데 아까 자기를 죽이려는 놈이라고 해도 그냥 살려둘 이유는 없다.
그렇게 마지막 한 번의 방아쇠를 더 당기려는 그때
"잠시 멈춰 보게!"
탕!!
옆에서 누군가가 정진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로 인해 총이 흔들리며 머리를 피해 산적의 다리를 맞혔다.
정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급하게 옆에 고개를 돌려보자 다름 아닌 정3품의 좌부승지였다.
"갑자기 무슨 일 이십니까?"
정진이 자신을 잡은 이유를 묻자, 좌부승지는 빠르게 답하였다.
"산적은 저렇게 8명이 다가 아닐세 산 채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저자가 꼭 필요하네."
충분히 납득 할 만한 이유에 정진은 전투 태세에서 평상시로 돌아왔다.
그러고 말없이 다리를 맞춘 산적에게 다가 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뚱멀뚱하게 쳐다보고 있던 관군에게 지시를 내렸다.
"빨리 저분을 도와 저 산적 놈은 데리고 오게."
"아.. 아.. 아! 네, 알겠습니다!"
황급히 정진에게 다가가는 관군을 보는 좌부승지는 아까 일을 떠올렸다.
'아까는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이지?'
멍해 보이던 인간 이었다.
겉으로는 검술을 잘 익히지도 않아 보이고 복장도 한 번도 보지 못한 복장이기에 신경은 쓰이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무언가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움직이지도 않았다. 분명히
하지만 눈 깜빡이는 순간 적이 죽었다.
게다가 순간 천둥이 치는 소리가 났기에 번개 같은 속도로 움직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연달아 5명이 더 죽고 마지막으로 2명을 더 죽였으니
"........"
무섭다.
어떻게 일개 인간 한 명이 저런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저런 힘을 가지고 있는 저놈이 만약 우리 조선을 적대한다면 죽는 건 저놈이 아닌 우리 조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저놈을 잘 이용해서 여진족을 토벌하거나, 왜놈들을 처리하면
더 이상 명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고작 한 명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오히려 한 명이기에 적은 눈치를 채지 못할 것이다.
꿀꺽
좌부승지는 침을 삼키며 쓰러진 산적을 데리고 오던 정진과 관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
"이놈은 주변의 관아에 가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또 정진님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무슨 일이십니까?"
'저놈한테 좌부승지님이 존댓말을 한다고?'
좌부승지가 누군가
정3품 조선에서 꽤 고위직에 위치한다.
대감 같은 호칭은 불리지 못하더라도 영감이라고 불릴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관원들에게도 꿈의 위치에 속한다.
근데 그런 분이 저런 놈한테 존댓말을 한다?
그럼 나도 저놈한테 존댓말을 해야 한다.
저분보다 관직이 낮은 내가 반말하면 안 되니.
'아까 정진님이라고 했지?'
"정진님, 이만 이동하시죠."
"네, 빠르게 가죠."
그렇게 다시 길에 올랐다.
********
가는 길은 그닥 큰일은 않았다.
중간에 산적을 관아에 넘기는 과정에 쓸 때없이 잔치가 일어날 뻔했으니 다행이 무사히 넘어 간 것을 제외하면 크게 없었다.
그렇게 처음 한양으로 향한지 20일째가 되자.
다그닥 다그닥
"이제 좀 있으면 한양이요."
한양에 거의 다달랐다.
"이야.."
조선의 수도 한양에 다다르자, 북쇠는 신기한 듯 쳐다봤다.
염포(현 울산)에 비해 압도적인 인구와 비교도 되지 않는 시장의 크기
그리고
"저기가 주상 전하계서 계신 경복궁 입니다."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인 경복궁까지
"우와!"
신기해 하는 북쇠와
"뭐야 저 촌놈?"
"나랏님 사는 곳 처음 보나?"
그런 북쇠를 보고 쑥떡거리는 한양 백성들까지
다양하였다.
그리고 옆에 있던 박조는 정진에게 말을 걸었다.
"정진님은 한양에 처음이십니까?"
"한양이라..."
정진은 잠시 추억에 잠긴 듯 중얼거렸다.
'왔지. 내가 여기 살았었지.'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크고 서울에서 직장을 가진 내가 서울을 처음일까?
그래도 조선 시대의 서울은 처음이니 처음이라고 해야지.
"네, 한양은 처음이네요."
아! 그럼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박조가 싱글벙글거리며 말하는 그때 좌부승지가 말을 끊었다.
"일단 전하께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하니 나중에 하세."
"아, 알겠습니다."
그 이후 좌부승지는 같이 동행하던 관군을 보내고 박조,정진, 북쇠을 데리고 임금이 사는 곳 경복궁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정진은 예상하지 못했다.
경복궁에서 정진의 인생이 또다시 바뀐 것을.
***********
"오늘의 안 건은 무엇인가?"
용상의 한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그는 다름 아닌 미래에 가장 위대한 왕이라고 평가받는 세종대왕, 이도이다.
하지만 현재는 세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즉위한 겉으로만 왕일 뿐이었다.
게다가 이미 상당한 권한들은 상왕인 그의 아버지 태종 이방원이 다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그러자 아래에 서 있던 누군가가 입을 열렸다.
"오늘의 안 건은 염포에서 올라온 수령에 관한 것 이옵니다."
"아.. 그랬었지."
이미 종5품에서 종4품으로 공로를 치하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정확한 왜구들의 숫자와 피해 규모를 몰랐을 때의 이야기 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상상 이상의 왜구를 상대로 관군의 피해는 꽤 있지만 민간인의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왜구 전원 몰살이라는 엄청난 공이다.
이걸 2개의 품계를 올려주는 건 다른 대신이 봐도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튼 그러고 혼자 고민하는 듯 용상의 팔걸이에 팔을 걸치고 툭툭 쳤다.
그러고
"오늘 오기로한 염포 수령은 언제 오는 거지?"
"1각(15분)안에 도착한다고 하옵니다."
옆에 있던 내시가 답하자 당장의 대화 주제를 정했다는 듯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그자가 오기 전까지 그자에 대한 포상에 대해 말을 안 할 수가 없겠군, 각자 의견이 있소?"
그러자 모든 대신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걸 눈치챈 이도는 먼저 군과 가장 관련된 병조판서(현 국방부장관)에게 물었다.
"먼저 병조판서 그대의 의견이 궁금하오."
그러자 당시 병조판서 조말생이 입을 열었다.
"전하, 외람된 말씀이지만 아직 그자가 어떻게 처리 했는지 제대로 모르기에 그 전후 사정을 알고 파악한 다음 공로를 치하시는 게 적절하다고 봅니다."
"합당한 의견이군."
그렇다. 보고를 과장해서 올릴수도 있으며 게다가 보고를 거짓으로 올린다는 가정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과거의 전례가 있으니 더더욱 조심해여 한다.
그때 밖에 있던 내시가 들어왔다.
"전하, 염포 수령와 좌부승지를 포함 총4명의 인원이 도착하였습니다."
"음? 4명이라니? 원래 염포 수령을 포함 2명 아니었나?"
"그... 염포 수령께서 자신을 도와준 2명도 공로를 치하를 원한다며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그때 옆에 있던 이조판서가 소리쳤다.
"전하! 공로를 치하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은 주상 전하의 몫입니다! 근데 그런 판단을 고작 종3품 도호부가 왈가불가 할 것이 아니옵니다!"
그때 이도는 탐탁지 않는 듯 답하였다.
"생각해 보거라, 이런 공로를 치하하는 자리에서 다른 이들을 불렀다는 자기 공로가 다른 이들에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불렀다는 것 아닌가? 한 번도 들어 보지."
"..... 알겠습니다, 전하."
이조판서는 탐탁지 않아 했지만, 그래도 주상 전하가 하라고 했기에 일단 넘어갔다.
그리고 얘기가 끝나자
저벅저벅저벅
좌부승지를 필두로 박조 북쇠 정진이 움직였다.
박조는 주변 시선에 긴장을 떨고
북쇠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고
실질적인 주인공 정진은 뒤에 소총을 맨 채로 움직였다.
타닥
"신,좌부승지, 폐하의 명을 받아 염포 수령을 모셔 도착하였으옵니다."
"그래, 박조.. 이번 왜구를 훌륭히 물리친 영웅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맞나?"
"성은이 망극하오나,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옵니다."
"그래?"
거짓이라는 말에 옆에 있던 호조판서가 크게 소리쳤다.
"전하! 거짓이라는 말은 전하를 희롱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죄인에게 벌을..."
"어허!! 어딜 짐이 얘기하는데 말을 끊나!!!"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맞았다.
"망.. 망극하옵니다.. 한 번만 용서하여 주시옵서서."
"됐소."
그렇게 호조판서가 크게 욕을 먹자 다들 입울 꾹 닫고 그저 그들을 쳐다보았다.
"으흠.. 잠시 소란이 있었군, 계속 말해 보게."
"예.. 전하.. 사실 제가 한 것은 이들에 비해 한낱 일부 일 뿐입니다."
"오호.."
그러고 박조는 정진을 가르키며 말을 이었다.
"이자가 저의 목숨을 구하고 몇백의 왜구를 홀로 격파하였습니다."
"그래?"
이도는 흥미롭다는 듯 박조 뒤에서 엎드리고 있는 정진을 불렀다.
"그럼..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여기서 문제는 정진이 조선 시대의 문화를 1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도 정진은 자신이 답할 수 있는 존댓말로 답하였다.
"제 이름은 정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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