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하겠습니다.
6. 증명하겠습니다.
"정진, 좋은 이름이군."
"감사합니다, 전하."
"그건 그렇고, 저 박조의 말이 사실이느냐?"
"네, 사실입니다."
그 말에 주변에 있던 대신들이 쑥덕쑥덕거렸다.
하지만 좋은 뜻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정진이 못보고 있더라도 느낄 수 있다.
이건 누가 봐도 의심과 조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 그럼 대신들은 저자에게 질문할 것이 있느냐?"
바로 그때 당시 좌의승이었던 박은이 바로 입을 열었다.
"신, 좌의정, 저자에게 질문할 것이 있습니다."
"그래, 하거라."
주상 전하가 허락하자 박은은 정진을 째려보며 몇 가지 물었다.
"저 염포 수령의 말에 따르면 너가 왜구 상당수를 잡았다고 한다. 맞느냐?"
"네, 그렇습니다."
정진이 거침없이 대답하자 박은은 실소를 품은 얼굴로 몇 가지 더 물었다.
"그럼 정확하게 몇 명을 죽였는지 기억하느냐?"
"잘 모릅니다."
그러자 박은은 이도를 보며 소리쳤다.
"전하! 저자는 대답을 회피하며 자연스럽게 이상황을 넘길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런자의 말을 계속.."
"그만!"
"......."
이도가 소리치며 박은의 말을 끊었다.
"좌의정 그대의 저자의 말을 너무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 같소."
"송구하옵니다, 전하."
"그럼, 계속하게."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도의 꾸중을 들은 박은은 약간 위축된 상태에서 다시 정진에게 물었다.
"그럼 대략 몇 명을 죽였는지 기억하느냐?"
"그 정도는 기억합니다, 대략 100명이 넘는 왜구들을 사살하였습니다."
홀로 죽인 왜구가 100명이 넘었다는 말에 주변에 서 있던 대신들의 쑥떡거림이 더욱이 심해졌다.
박은 또한 정진의 소리에 실소가 더더욱 담긴소리로 물었다.
"혼자서... 백여명을 죽였다고?"
"네."
정진이 고민도 하지 않고 답을 하자
박은은 이도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전하!! 저자는 이곳 궁궐에서 전하가 계신 앞에서 거짓을 지껄이고 있습니다!!"
"...?"
지껄인다는 박은의 말에 정진은 잠시 어이가 탈출했다.
'뭐? 지껄인다고? 자기들이 뭘 안다고??'
그 말에 살짝 어이가 없어진 정진은 박은을 쳐다보며 한마디를 뱉었다.
"그럼.. 증명해 보일까요?"
"???"
정진의 말에 모든 대신들이 정진을 쳐다보았다.
게다가 이도까지
"그게.. 무슨.."
"증명한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누가 봐도 도발적인 정진의 말에 좌부승지를 포함 박조 북쇠까지 덜덜 떨며 정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쳐다보는 이도는 흥미롭다는 듯 정진을 쳐다보았다.
그런 와중에 이런 말을 정면으로 들은 박은은 얼굴이 빩갛게 변하였다.
"이런 미친놈이.."
자신은 좌의정이다. 종1품으로 국가에서 자신보다 높은 사람은 10손가락 밖에 없을 정도로 높은데
저 미친놈이 자신을 상대로 도발을 하였다.
'허허허..'
어이가 없다.
이런 상황이 몇 번이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존재나 할까?
아무런 종9품도 아닌 평민놈이 고작 공로 한번 세웠다고 나에게 도발을 하다니
미친놈이다. 단단히 미친놈이다.
그때 이도가 굉장히 흥분한 박은을 향해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그럼, 오늘 할 것도 많이 없는데 보는 것이 어떤가?"
그러자 대신들이 각자 쳐다본 후 이도를 향해 한 가지를 물었다.
"전하, 송구하지만 오늘 공무가 많아 이럴 때 다른 것을 한다면, 다음 직무에 영향이..."
"이건 공무가 아닌가?"
"......"
이도가 박은과 정진의 내기를 구경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엄연히 정진의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야 그에 따르는 보상을 내리고 그에 따르는 직위도 내릴 수도 있다.
"그럼.. 내기를 한다면 서로 거는 것이 있어야지, 박은 그대는 무엇을 걸겠느냐?"
임금까지 이 상황에 끼어들자 박은은 어쩔 수 없이 내기를 받아드리며 입을 열었다.
"신은 직위를 내려 놓겠습니다."
"!!!!"
"대감!!:
직위를 내려놓는 다는 것은 엄청난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고 기력이 딸린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사직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만약에 이런 일로 사직을 당한다면 이건 단순한 일이 아닌 인생의 오점이 되는 것이다.
사망 후에 평가에서 이상하게 될 수도 있고, 자기 자손들에게도 이상하게 기억 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가지고 그러는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사초에도 기록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갖고 하는 것이니 박은 처지에서는 큰 결정을 한 것이다.
"박은은 사직을 한다라..."
이도도 금방 뜻을 파악하였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군... 그럼 정진, 그대는 무엇을 걸겠느냐?"
"흐음..."
"저.. 저 미친놈이.."
"전하께서 말씀하셨는데 고민만 하고..!!"
정진은 주변의 말을 다 묵살하고 짧은 고민 끝에 대답하였다.
"제 목을 걸죠, 제 목."
그러며 자기 손가락으로 자기의 목을 톡톡쳤다.
"허허.."
내기 하나에 자기 모가지까지 거는 놈이 나오자 주변에서는 처음 보는 상황에 당혹감을 숨길 수가 없었다,
결국 당시 우의정을 역임하던 이원이 이도를 향해 간언을 하였다.
"전하!! 궁궐에서 이런 사안은 한 번도 전례에 없던 사안이옵니다!! 당장 멈춰 주시옵소서!!"
하지만 그런 이원을 향해 이도는 퉁명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전례라는 건 만들면 그만 아니오? 언제까지 전례, 전례, 그럴 것이오?"
이도의 말에 좌의 정도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
"그럼 그대는 어떻게 증명을 하겠느냐?"
그 말에 정진은 이도를 향해 쳐다보았다.
"증인으로 1차로 하겠습니다, 만약에 그래도 더 한 증명을 원한다면 제가 직접 증명하겠습니다."
"저, 저, 저 미친놈이.."
국가 존엄한테 부탁이 아닌 어조로 말하자 주변 대신들이 미친놈을 보는 듯 정진을 쳐다봤다.
"흐음... 괜찮군, 그럼 증인은 누구로 하겠느냐?"
"증인은 여기 오는 동안 같이 동행 했던 2명이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흐음.. 그러고 보니 오늘 길에 산적을 만났다고 했지, 좋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진 이도는 바로 정진이랑 같이 온 관군과 불렀다.
그리고 관군은 도착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타라라락
"전하, 종사관 오셨습니다."
터벅터벅터벅
좌부승지와 같이 왔던 관군(종사관)이 도착하자 그는 바로 엎드렸다.
"신, 종사관이 주상 전하를 뵙사옵니다."
인사를 받은 이도는 종사관을 일으켜 바로 물었다.
"그래, 너를 부른 이유가 있다."
그 말에 종사관 주변의 뜨거운 눈빛에 잠시 몸을 떨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하지만 그런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 기행 길에 산적을 만났다고 하였지."
"예, 그렇사옵니다."
"그럼, 그때 누가 산적을 물리쳤지?"
그 말에 종사관은 임금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깨달아 한편으로 다행으로 여기며 답하였다.
"정진이라는 사내이옵니다"
"그럼, 어떻게 그들을 처리 했지?"
"그것이...."
종사관이 말하지 못하자 좌의정이 소리쳤다.
"왜 말을 못 하는 것이냐?!"
"그것이.."
"왜 말을 못 하는 것이냐?"
이제 이도까지 묻자 종사관은 솔직하게 말하였다.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
"그렇사옵니다."
그러자 좌의정이 기세를 탄 듯 소리쳤다.
"이자가 감히 거짓말을! 전하!! 이 자는 전하 앞에서 거짓을 말하며 능멸하고 있사옵니다!!"
쾅!!
"갈!!!"
이도가 소리치자 주변이 확 조용해졌다.
"아직 저자의 말을 끝나지 않았는데, 왜 말을 끊는 것이냐? 아바마마가 이 자리에 있었을 때는 너희들이 안 그랬는데, 내가 있을 때는 이렇게 한다는 것을.. 나를 능멸하는 걸로 알아도 되느냐?"
"!!"
이도가 좌의정을 향해 살기를 내뿜으며 묻자 좌의정이 엎드리며 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신은 결코 그런 불손하고 외람된 생각하는 적이 없사옵니다..."
너무 살벌해진 분위기 사이 이도는 다시 종사관에게 물었다.
"그래, 왜 모르겠다는 것이지?"
"...."
"눈치 보지 말하고 답하거라."
"망극하옵니다만.. 제가 그곳에 있었지만 어떻게 산적을 죽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무슨 말이지?"
그러자 옆에 있던 좌부승지가 입을 열었다.
"전하, 제가 저자를 대신해서 답하여도 되겠습니까."
"허락하지."
"큽흠...."
잠시 목을 다듬은 좌부승지는 입을 열었다.
**********
좌부승지가 입을 열고 5분쯤 지났을까?
다들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몇 명은 게다가 얼처구니가 없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다들 임금인 이도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니까... 정진이라는 자에게서 천둥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10보 밖에 있던 산적이 죽었다... 그 말이 맞느냐?"
"에, 그렇사옵니다."
"......"
이도가 말없이 정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좌부승지가 한 말이 맞느냐?"
"맞습니다."
"!!!"
정진까지 맞다고 하자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놀라워하였다.
하지만 정작 정진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이 양반들은 내가 빠르게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닌데."
그렇다고 저 양반의 틀린 말은 또 아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는 이 무기에서 천둥소리가 난다고 생각할 수 있디, 게다가 그 이후 적들이 다 사살 당했으니 저들의 말이 틀린 건 또 아니다.
게다가 주변에서 별말이 없자 이도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흠.. 짐은.. 이 사실을 못 믿겠네."
이도가 믿지 못한다고 말하자 좌의정이 소리쳤다.
"그렇사옵니다 전하!!"
그러자 정진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증명 하면 됩니까?"
정진이 퉁명스럽게 묻자 옆에 있던 영의정, 심온이 소리쳤다.
"네 이놈!! 이놈이 공로를 취하겠다고 불렀더니 아주 기고만장 해졌구나!! 전하 앞에서 예의를 당장 갖추지 못할까!!"
"......"
심온이 머리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자 이도가 입을 열었다.
"그만하시오."
그 말에 심온은 입을 닫으며 들어갔다.
"증명은 그대가 선택하시오, 대신 증명은 제대로 해야 할 것이요. 만약에 못한다면 그에 응하는 벌을 내릴 것이오."
"... 알겠습니다, 전하."
이도의 경고에도 정진은 긴장을 크게 하지 않았다.
애초에 증명에서 실패할 예상하지도 않았으며 만약에 증명에 실패한다면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죽여서라도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런 일은 발생 하면 안 되겠지만.'
1차적으로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이도가 용상에서 일어서 내려와 정진에게 다가왔다.
"이제부터 그대에게 확인할 것이 있네, 나를 따라와 우리 조선을 지키는 병사와 한번 겨루는 걸세, 물론 시험에 걸맞은 수준을 준비할걸세."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병조판서, 그대가 준비하게."
"예, 전하."
"그럼 시험은 내일 미시(현재 오후 1시~3시)로 하지."
"예 알겠습니다. 전하"
그렇게 정진의 한양에서의 첫날이 끝났다.
- 작가의말
여담이지만 이 세계관은 여러분이 아는 조선이랑 사뭇 다른 조선입니다.
엄청나게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시지 마시고 편안하게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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