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내에게 태조 대왕의 위엄이 느껴진다고?
7. 저 사내에게 태조 대왕의 위엄이 느껴진다고?
"좌의정께서는 말이 되신다고 생각하오?"
"하, 말이 되겠습니까?"
좌의정 박은은 콧바람을 세며 웃었다.
"어느 인간이 천둥소리를 낼 수 있고 15보 밖에 있는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그.. 대감, 총통은 있지 않습니까?"
이 조선 시대에도 총은 존재 하였다.
물론 21세기에 개발된 그런 총기가 아닌
총알과 화약을 따로 넣고 따로 불을 붙여야만 쏠 수 있는 총이다.
사실상 총이 아닌 총알 발사기라고 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다.
아무튼
"아무리 멀리 떨어진 수령이라도 총통을 알고는 있을 것이요, 그런데 저들의 표정을 보면 모르는 것 같소."
"그렇긴 그렇소."
"뭐, 그건 2시진(4시간) 뒤면 결과가 나올 테니, 우리는 구경하십시다."
"그럽시다, 좌상 대감."
이동하는 도중에도 박은은 어제의 일을 잊지 못하였다.
'어제 나가기 전 분명히 나를 쳐다보았지.'
그것도 엄청나게 노골적인 시선으로.
'게다가 고려 말 시기 때 자주 맡던 피 냄새도 같이 풍겨 왔지.'
너무 찝찝하여 어젯밤에 제대로 들지 못하였는데
'오늘 한번 보지.'
*************
"이곳으로 따라오게."
한 관군이 정진을 불러 따라오게 하였다.
"저는 어디를 가는 겁니까?"
"훈련원일세."
훈련원
단어에서 오는 느낌은 병사들을 훈련 시키기 위해 있는 곳이다.
하지만 21세기의 논산훈련소랑 비교하면 안 된다.
애초에 목적 자체가 다르다.
이곳은 엄연히 따지면 논산훈련소가 아닌 사관학교이다.
즉 장교 육성이 목적인 곳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고
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정진은 그냥저냥 계속 따라갔다.
그렇게 5분쯤 걸었을까?
"이곳일세."
어느 연무장 앞에 도착을 하였다.
"이곳에서 군인들이 서로 무예를 닦기도하고, 또 서로 실력을 겨루기도 하는 곳이지."
굉장히 자랑스러운 말투로 말하자, 정진은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때 정진의 뒤에서 수많은 걸음 소리가 들렸다.
터벅터벅터벅터벅
대충 들어도 30명이 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에 정진은 그쪽으로 돌아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도 비롯한 3정승 6판서, 그들을 보좌하는 내시들과 호위하는 군부들이 모두 걸어왔다.
"이야... 21세기 대통령도 저 정도까지는 아닌 걸로 아는데?"
한 명을 위해 한 국가 실세 모두가 나온 모습에 정진은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렇게 이도가 다가오자, 정진을 데리고 온 관군이 빠르게 그에게 다가 갔다.
"주상 전하를 뵙사옵니다!"
"주상 전하를 뵙습니다."
정진이 마저 인사를 끝내자 이도는 인자한 웃음으로 그들을 맞이 했다.
그러고 그들은 이미 세팅된 의자쪽으로 다가가 앉았다.
하지만 병조판서와 꽤 고위급으로 보이는 1명이 자리에 앉지 않았다.
그때 정진은 느꼈다.
아, 오늘은 저들과 싸우는구나.
그리고
아, 저들이 오늘 나랑 싸울 놈이구나.
본능적인 느낌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때 정진에게 다가온 병조판서가 말을 걸었다.
"어제 말했었지? 오늘 시험한다는 거."
"네, 알고 있습니다."
"근데.. 그런 복장으로 하나?"
병조판서가 의아한 얼굴로 준서를 스캔하고 물었다.
"네, 저에게 가장 편한 복장입니다."
"아하...."
병조판서가 저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이 시대때에 가장 보편적 군용 복장이며 성능도 뛰어난 두정갑이 아니라
겉으로 얇아 보이며 특유의 어두운 녹색 계열의 21세기 군용 복장이기 때문이다.
"뭐... 선택은 그대의 몫이니."
정진이 고집을 부리자 병조판서는 마지못해 허락하였다.
"그리고 그대가 오늘 시험 칠 내용은 단 한 가지 일세."
"무엇 입니까?"
정진의 물음에 병조판서가 자신이 데리고 온 한 사내를 가르켰다.
"간단하네, 이자와 겨루워 이기는 걸세."
"반갑습니다, 김천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정진입니다."
김천이 인사하며 손을 건네자 정진이 손을 받으며 인사를 받았다.
"크흠.."
"아."
병조판서가 목을 풀며 눈치를 주자 김천이 입을 다물며 뒤로 빠졌다.
"서로 공격은 하되, 서로 목숨을 취할 정도의 공격은 하지 말게."
"네, 알겠습니다."
"승리 조건은 누구 한 명이라도 상대를 제압하면 된다네."
그러고 병조판서는 각자 연무장 끝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터벅
터벅
"다들 준비 되었나?"
그 말에 김천은 자신이 들고 온 검을 뽑아들어 자세를 잡았다.
"저는 준비 되었습니다."
"정진 그대는.."
"저도 준비 되었습니다."
'검도 총통도 제대로 가진 게 없는데 어떻게 이긴다는 소리지?'
아까 대충 훑어보았을 때 보인 무기는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등에 메고 있는 2척(약 60cm)의 철제 통과 바지에 숨겨져 있는 단도가 끝인 걸로 보인다.
"고작 저걸로 어떻게 김천을 이길려나?"
김천은 꽤 유명한 이 시대에 제일 검이다.
검 하나만으로 수많은 왜구와 여진족을 죽였으며, 상왕 폐하에게도 총애를 많이 받았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고작 저런 무기로 싸운다고?
"흐음.. 오늘은 저놈 제삿날이군."
그 누구도 듣지 못하게 혼잣말로 중얼거린 후 병조판서가 소리쳤다.
"그럼, 시작하게!"
*********
아직 상대를 제대로 확인 하지 못한 김천은 자세를 낮게 유지하며 상대를 파악하였다.
'대체 뭐 하는 거지?'
싸움을 하기 위한 자세는 절대 아니다.
멀리서 봐도 대충 공격할 경로가 6군데가 보인다.
그것도 한번 죽게 만 수 있는 방법은 무려 4곳
즉 약점 투성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악감정은 크게 없다.
보는 건 이번이 처음 보는 것이고, 저자의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내가 왔다는 것만 알 뿐이다.
'빠르게 확인해야겠군.'
"쓰읍..."
쿠웅!!
숨을 크게 들이 마신 후 김천이 빠르게 돌진 하였다.
딸깍
정진이 가슴에서 단추를 뜯었다.
그러고
스윽
자기 가슴 주머니에 꽂힌 권총을 꺼내 들어 김천을 향해 들었다.
'뭐지?'
달리던 김천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앞에 있던 사내가 어느 한 물건을 꺼내니 공기가 달라졌다.
'대체 무슨 일이지?'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도 이상하게 변하였다.
본능적으로 생명체라면 느끼는 감정인 두려움이다.
생명의 위기가 느껴지면서 당장 내 마음이 도망치라고 소리치고 있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다.
'아니다, 한번 느껴본 감정이다.'
과거 태조 대왕께서 전투가 끝나시고 봤을 때 받은 그 느낌이다.'
그 생각에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저 사내에게 태조 대왕의 위엄이 느껴진다고?'
아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심하다.
그때는 엄청난 위엄으로부터 느껴지는 감정이라면
지금은 엄청나게 목숨을 조여 오는 감각으로부터 느껴지는 감정이다.
'죽는다, 진짜 죽는다.'
그런 모습에 정진은 잠시 생각하였다.
'악감정은 없으니, 회복하기 쉽고, 고통도 가장 덜한 곳으로 쏴줄게.'
어차피 그래도 엄청난 고통으로 실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죽는 것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스윽
정진은 총구를 머리가 아닌 하체 쪽으로 향하게 들었다.
끼리릭
그때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가 퍼졌다.
'피해야 한다!'
김천이 황급히 몸을 비틀려는 순간
탕!!!!
정진의 총구에서 총알이 나가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퓨슉
살 가죽이 뚫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왜 갑자기 내 다리에서 피가?'
언제 나를 공격한 거지? 언제 내가 공격에 당한 거지?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극심한 고통이 나를 찾아왔으니.
"크아아악!!"
순식간 자기 종아리를 스친 김천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쓰러진 김천과 너무나 멀쩡하게 서 있는 정진 누가 봐도 정진의 승리다.
하지만
"......."
"......"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그 누구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못 하는 정적이 발생한 그때 유일한 소리가 발생하였다.
다름 아닌 정진의 발걸음 소리
정진이 말없이 김천에게 다가가 그를 업고 병조판서에게 다가 갔다.
"의료실이 어디입니까?"
"어.. 어...."
너무나 당혹스러운 것일까.
병조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젠장.."
정진의 욕지거리에 정신을 차린 병조판서는 이제서야 그의 물음에 답하였다.
"아.. 아! 병조참판에게 부탁하게, 병조참판!"
"예! 대감!!"
"이자를 데리고 빨리.... 젠장.."
병조판서도 갑작스러운 일에 함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였다.
그때 뒤에 있던 이도가 소리쳤다.
"내의원에 가거라! 내시, 빨리 안내하거라!!"
"예, 전하!"
타다다닥!!
"일로 오게."
내시가 정진을 이끌고 나가는 사이 이도를 포함한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고민에 빠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머릿속을 정리하였다.
그렇게 3분쯤 지나자.
"병조판서, 일단 정진의 힘은 증명 된 걸로 해야겠지?"
"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
피는 처음 보는 이도였다.
사냥을 좋아하지 않지만 해봤기에 몇 번 피를 보긴 하였다.
하지만 그건 짐승의 피일 뿐이었다.
실제로 인간의 피를 보니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였다.
동족의 피를 보니 이렇게 당혹스러운 건 처음인 것 같다.
너무나 정신을 못 차리자 옆에 있던 영의정 심온이 소리쳤다.
"내시! 전하께서 휴식이 필요하다! 빨리 전하를 모시고 궁으로 돌아가게!"
"예! 대감!"
그러고 어디선가 가마를 가지고 온 내시들이 안절부절못하는 이도를 데리고 궁으로 돌아갔다.
고작 10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
"끄으으윽..."
조용한 방에서 일어나는 한 사내
"일어나셨습니까?"
그는 다름 아닌 정진에게 총 맞고 실신한 김천이었다.
"여기는 어딘가?"
"여기는 제가 머무는 숙소 입니다."
그러더니 주변을 둘리번 거린 후
"으윽.. 내가 지고 실례를 범했군."
"아닙니다, 저 때문에 이렇게 되신 건데."
그러더니 자신이 다리 상태를 확인하였다.
"끄윽.."
"조심하세요, 처치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회복되려면 30일 이상은 걸릴 거예요."
"당신이 이렇게 하셨소?"
"제가 했죠.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런 외상 치료에 능숙하지 않아서."
"아.. 이렇게 또 신세를 졌군요, 이 은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몸을 일으킬려고 하자 정진이 바로 소리쳤다.
"일어나지 마세요! 그러다가 다리 더 박살납니다."
"끄으으윽.."
아니나 다를까 몸을 조금만 일으켜 세우자 엄청난 고통이 김천의 몸을 감쌌다.
"누워 있으세요, 제가 밥 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저 점심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쓰러지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 그렇게나 시간이 흘렀습니까?"
생각보다 엄청 놀라지 않으며 물었다.
"김천님이 대단하신 거죠, 보통 이틀 동안 기절하는 사람이 널렸는데."
그 말에 김천은 나름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바로 김천이 바로 질문 하나를 하였다.
"사실.. 제가 병조판서께서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저랑 대결이 사실 내기의 일종이었다고, 제가 기절 한 이후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 작가의말
날씨가 많이 춥더라고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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