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나를 건드려?

10. 감히 나를 건드려?
"흐읍!"
캉!!
공중에서 두 개의 단검이 부딪쳤다.
서로 급소를 노리며 서로의 칼들이 춤을 쳤다.
그들의 칼이 다가갈려는 곳은
심장, 폐, 목
사람을 단숨에 죽일 수 있는 급소였다.
하지만
캉!!
"흐읍!"
챙! 챙!!
서로의 무기가 급소에 닿기도 전에 무기를 쳐 막거나, 몸을 비틀어 피하였다.
그렇게 30초 쯤 공방이 이어지다
퍽!!
정진이 발로 적을 밀쳐 내었다.
'생각보다 많이 까다롭네.'
정진이 휘두르는 대부분의 공격을 적은 모두 막거나 피하였다.
물론 다 피한 건 아니었다.
도저히 피하지 못하는 공격은 급소를 피해 다른 부위를 내주는 방식으로
역으로 나를 잡으려 하였다.
즉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적의 공격은 하나도 자신에게 닿지는 못했다.
실력 차이가 확실히 있다는 뜻이다.
'쯧, 이런 놈들 한테도 이 정도 고전을 하다니... 감 다 죽었둔.'
그렇다면
훅!
최대한 약화 시켜 주지.
캉!!
아까와 같지 정진은 칼을 휘둘렀다.
캉! 카카캉!
적을 향해 칼을 내 찌르자, 적은 곧바로 정진의 단검 옆면을 쳐 막아 냈고.
검이 밀쳐진 순간, 정진에게 빈틈이 생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적은 내 찔렀지만 목을 순식간에 옆으로 져치며 그의 공격을 피했다.
그렇게 공격을 이어갔지만
아까와 다르게 정진은 또 다른 신체 부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프슥!!
바로 지금 벤 손목이었다.
손목뿐만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옆구리, 승모, 어깨 등
신경이 많이 모이고 움직임에 크게 이바지하는 곳을 노렸다.
즉 상대방을 약화 시킬 수 있는 부위란 부위는 정진이 모두 노렸다.
"크흑!!"
하나둘 상처가 늘어 날수록 강도의 입에서 고통으로 생긴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러고 몇 번 검이 더 부딪치자
빡!!
갑자기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어?"
강도는 갑자기 발생한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자기 손목을 쳐다봤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분명히 단검을 쥐고 있어야 할 손에 그 무엇도 들려 있지 않았다.
오하려 쥐고 있어야 할 손은 펴져 있었다.
"이게 무슨!"
적이 무기를 놓친 지금이 기회다.
프슥!
정진은 순식간에 강도의 손목 힘줄을 끊어 내었다.
"끄악!!"
'지금이다.'
퍽!!
심한 고통에 강도가 순간 판단을 못 하는지금 정진은 그의 다리 관절을 차 넘어뜨렸다.
뻥!
그런 상황을 놓지 않고 정진은 떨어진 칼을 잡지 못하게 차서 날려 버렸다.
그러자 강도는 자기 손목을 부여잡으며 벽에 기대었다.
"허억.. 허억...."
유일한 무기를 잃은 강도는 정진을 보며 온갖 죽일 눈빛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쯧."
그런 모습을 신경을 쓰지도 않는 듯 정진은 무시하며 다가 갔다.
"그러니까 나를 왜 건들이냐... 어?"
피가 묻은 옷에서 흘러나오는 비릿한 향
하지만 이런 모습이 살벌한 포스로 강도에게 다가왔다.
"일단.... 내가 이런 전문은 아니지만.. 못 하는 건 또 아니거든?"
스릉
"왜 한 거야."
정진이 칼날을 강도에 목에다가 가져다 대며 물었다.
"그럼 누가 시킨 거야? 말 잘해야 할 거야, 살고 싶다면."
"........"
"말 안 해?"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정진을 노려보는 그의 모습에 정진은 진절머리가 나는 듯 투덜거렸다.
"에휴..."
그러고 정진은 다시 역수로 들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너가 먼저 시작한 거다."
푹!!
"끄아아아아악!!!!"
발목 뒤쪽 근육을 완전히 짜른 정진은 잠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짜른 이유는 단지 고통을 유발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혹시 모를 도망칠려는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 짜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강도는 눈에 핏줄을 강하게 새기며 방으로 들어가는 정진을 노려봤다.
그리고 방에서 나오는 그의 손에 무엇인가 들려 있었다.
"짜잔, 이게 뭘까?"
"이!! 개새ㄲ.. 읍!! 읍읍!!"
텁
"왜 이렇게 흥분해?"
정진은 소리를 칠려는 강도에게 자기 활동복으로 쓸 옷을 그의 입을 막았다.
그러고
"자, 이건 이거 보이지?"
정진은 어떤 한 물건을 꺼내 강도에게 보여줬다.
기다란 지갑처럼 생긴 물건에 강도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너는 모르겠지만, 이 물건은 일제시대 때 쪽발이 새끼들이 우리 독립군을 고문할 때 쓴 거야."
정진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얇은 철제 바늘이었다.
"이걸 발가락, 손가락 손톱 아래에 넣었지, 북한에서 쓴다는 걸 들은 적은 있는데, 나는 제대로 써본 적은 없어."
"......"
"듣기로는 엄청 아프데, 너희들이 흔히 인두를 지진다고 하잖아, 그것보다 더 아프데."
"!!!"
정진이 무슨 말을 제대로 알아 듣지는 못했지만
인두보다 더 아프다는 말에 강도의 눈동자가 떨려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귀찮아서 이렇게 하는 거라 빨리 끝내고 내일 말해줘도 괜찮아, 그럼 하나 꽂을게."
그러곤 바늘을 하나 집어 든 정진은 강도의 엄지 발가락의 발톱 아래쪽으로 집어넣었다.
푸욱.
"!!!! 으읍!!!!! 으으으으읍!!!!!!"
그러자 강도가 엄청난 고통으로 몸부림을 쳤다.
마치 바다에서 갓 오른 물고기 마냥 파닥파닥 거리며 움직였다.
그렇게 1분 정도 고통에 몸부림을 치고 잠잠해 지자 정진은 물었다.
"이제, 말할 거야?"
"......"
"음... 이 시대는 고문 훈련 같은 거 안 받는 걸로 아는데, 게다가 이런 국가에서 양성하지 않는 놈들은.. 음.."
생각보다 강경하게 버티자, 정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보통 이런 일은.. 약점이 있다는 뜻인데...'
약점이라면 보통 뭐라 할 것이 없다.
보통
"가족에게 피해를 갈까 봐, 버티는 건가?"
"......"
'대충 맞군.'
아까와 다르게 흥분하려는 태도에서 약간 느슨해지자 정진은 바로 눈치챘다.
"약속 하나 하지, 나는 너의 이런 행동으로 너의 가족을 절대로 건들지 않을 것이다. 말만 해라."
"....."
정진의 말에 강도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대충 보아하니 나 때문에 가족이 죽을까 봐 고민하는 건 확실한데..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그럼.'
스윽
정진은 강도의 입을 막고 있던 옷을 빼내었다.
"자, 말해 봐라."
"그래."
"존댓말."
"....네."
"일단, 내가 너의 목숨줄을 쥐고 있고, 너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너가 어떻게 죽을지도 바뀔 수 있다. 알았나?"
"... 알겠습니다."
"먼저, 너는 왜 나를 죽이려고 했지?"
"......"
"알려줄 수 없나?"
"그렇습니다."
"이유가 있나?"
".... 말 하면.. 저의 가족이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럼 너희 가족이 어떤 상태인 거지? 그건 말해 줄 수 있나?"
"......."
"말해 봐라, 내가 뱉은 말은 함부로 줍지 않으니."
정진의 말에 깊은 고민하던 강도는 애절한 어톤으로 답했다.
"..... 인질로 잡혀 있습니다."
"뭐라고?"
"저에게 이 일을 지시한 사람이 저희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습니다."
"아까, 돈을 받고 뭐 어쩌고 그랬던 거 같던데?"
"곡식을 빌렸는데, 엄청난 이자를 요구해서 저희 가족을 인질로 잡아갔습니다, 곡식을 갚지 않으면 저희 가족을 노비로 만들어 버린다고."
".... 안타까운 사연이군."
정진이 군대 생활하면서 이런 사례는 없었지만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가족에 돈이 없어, 그나마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다는 UDT로 입대해서 특수 부대원 수당을 받아 가족에게 보내는 그런 부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부하는 입대하고 13년이 지나고 작전중에 전사하였다.
"쯧, 그렇다고 이런 짓을 해도 되겠나?"
"저희는 선비님께서 임금을 모욕한 그런 사람으로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잠깐만."
정진은 강도의 말에서 의문점을 하나 받았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들었다는 것은 누가 나에 대한 얘기를 했다는 말인데... 그 사람이군."
"......"
"그 사람이 누구인가?"
"..... 그건 대답 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놈의 말도 이해된다.
만일 자기로 인해 자기 가족에게 피해라도 가면 그건 저놈에게 엄청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조선 시대
자기 목숨보다 가문의 목숨이 더 중요하고, 자기 목숨으로 가족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면 모두가 그렇게 행동 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시대 때 그런 인질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죄송합니다, 제발.. 저희 가족만은 살려주세요."
'누가 너희 가족을 죽인다고 했나?'
나는 확실히 안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내가 원한이 있더라도, 저 사람에게 있지 저 사람 가족에게는 없다.
싸움은 당사자끼리 풀어야지 제3자를 끌려와서는 안 되고, 끌려 오게 하는 것도 안 된다.
"그럼... 내가 대신 죽여주지."
"안 됩니다!! 오히려 선비님께서 죽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 가족들도 전부 노비가 되어 버립니다!"
반대하는 이유가 철저히 자기의 가족의 안전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럼... 제안 하지, 내가 나를 죽이라고 지시한 놈을 죽여주지, 그 이자를 몇 배로 처먹었다는 놈도 말이야."
"....."
"가는 게 있다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안 그래?"
"... 그렇습니다."
그 말에 강도는 커다란 고심에 빠졌다.
'뭘 요구하지, 곡식? 비단? 아니면 내 목?'
별의별 고민에 고민을 이어가는 그 순간.
"우리 집에서 집사 노릇 좀 하지, 앞 마당 좀 쓸고, 밥 차려 주고, 어때? 나쁘지 않나?"
'노비 아닌가?'
"노비는 아니다, 너를 팔거나, 매질 하거나 그런 일은 일체 하지 않고, 밥이나 숙소 같은 건 충분하게 줄 테니."
"..... 감사합니다."
'그래.. 이거라도 어딘가...'
어디에 더 이상 끌려 다닐 필요도 없고, 다행이 이 사람의 성격과 성품을 보니 우리에게 잘해 줄 것 같고...
"그럼... 이제 말해 주거라, 누가 나를 죽이라고 지시 했지?"
"박은 입니다."
"박은?"
"예, 얼마 전에 좌의정으로 있다가 내려온 분입니다."
"....."
'좌의정.... 그 새끼였어?'
자신에게 개 쪽을 당하고 사직하고 끝난 줄 알았는데.. 감히 나에게 암살자를 보네?
이건 선 넘었다.
내기를 했고 패배를 했으면 당당하게 받아드릴 줄 알아야지.
남자라는 새끼가 쪼잔하게 말이야
".... 그럼 그 새끼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 내가 그 새끼 죽이고 증거물 싹 다 태우고 올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이름은 알아야지, 너의 이름은 뭔가?'
"제 이름은 방유입니다.
"성이 방인가?"
"성은 없습니다."
'여기도 성이 없네.'
조선 시대에 살면서 많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다수 이들이 성이 없다.
그게 조금 적응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긴 했다.
"성이 없는 이유가 있나?"
"이유는... 마땅히 없습니다."
"뭐... 알았다, 그럼 치료해 줄 테니, 너는 이제부터 피해자다."
"알겠습니다."
"그럼.."
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가 붕대와 소독약을 가지러 가는 순간
"감사합니다."
"....."
"정말로."
그 말을 끝으로 정진은 방으로 돌아갔다.
물론 칼을 회수하고 말이다.
아직 믿는다고 했지만, 언제 배신할지는 모르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방에 들어가고 3분이 지나자
"누워 있어 봐."
"네."
"너, 생각 잘한 거야."
그렇게 정진은 간단히 방유의 외상을 치료하고 물었다.
"아직 너를 확실히 믿는 건 아니기에 자기 전 너의 다리와 손을 묶을거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살려 주신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그럼."
방유의 발과 손을 자기가 가져온 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은 후 정진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그 순간까지 정진의 표정은 하나도 좋지 않았다.
오히려 눈빛이 점점 독해져갔다.
'감히 나를 건드려?'
내가 왜 21세기 최고의 군인 중 한 명인지
또 내가 왜 올빼미라는 칭호가 붙었는지,
너희에게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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