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 한자야?

13. 왜 다 한자야?
원래라면 달빛이 없기에 오로지 별빛만을 의존하며 행동 할 수 있다.
하지만 야간 투시경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야간 투시경이 있다면 쓸데없이 천천히 움직이고, 파악할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일단 몇 명이 있어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흡!"
정진은 담장의 맨 윗부분을 잡아 위로 올라갔다.
탁 탁
"흐음..."
담장 맨 꼭대기로 올라가 보니 정진은 놀라운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사람이 꽤 많네?'
100평 정도의 공간이지만 야외에만 4명의 사람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저 정도라면... 사병 아닌가?'
조선 시대 이후 사병이 혁파 되었다.
그 이후는 다름 아닌 무인정사, 1차 왕자의 난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사병은 혁파가 되어 버렸고, 전국의 모든 이들은 사병을 거느릴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말로는 없앨 수 있을 뿐, 실제는 아니었다.
공식적으로는 사냥을 위해 사냥꾼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사병처럼 써먹었다.
저것처럼 말이다.
각자 방어구를 쓰고, 기다란 창을 들며 걸어 다녔다.
'이런.. 계획을 바꿔야겠네.'
저 정도의 숫자라면 집안에도 사병들이 지키고 있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만약에 저 사병들이 충청심도 높아, 박은을 도망치게 돕고 그렇게 된다면.
죽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렇다면 방법을 바꿔 천천히 죽여야 한다.
아무도 모르게 한 명 한 명이 죽은 것을 서로 모르게 말이다.
그 생각에 정진은 갑자기 억울했다.
'아니.. 사병 혁파라면서, 이건 뭔데?'
갑자기 관리들 때문에 자기 일 처리가 늘어나는 것에 정진은 엄청난 짜증을 느꼈다.
'이 조선이나, 대한민국이나 공무원 놈들은 일 제대로 안 하는 건 똑같네.'
아무튼 일단 처리해야 할 일이 급선무.
일단 처리하고 보자.
정진은 일단 계속 기다렸다.
사병들의 어떻게 움직이는지.. 동선은 또 어떤지 말이다.
"으흠.."
'두 명은 정문을 지키고, 나머지 두 명은 돌아다니고.'
이렇게 되면 사실상 신경을 써서 처리할 놈은 저 돌아다니는 2명뿐이다.
최대한 사병이 자신과 멀리 떨어지는 순간에 맞추어 떨어져야 한다.
지금 정진의 위치는 정문에서 정반대 편이다.
그렇기에 교대하는 그 순간, 그때 바로 진입해야 한다.
'지금 아니고.. 지금도 아니고...'
이때 사병 둘이 한꺼번에 앞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지금이다.'
스르릅
정진은 빠르게 이 바닥쪽으로 굴러떨어졌다.
정진은 빠르게 검집에서 대검을 역수로 꺼내 들었다.
스르르륵
대문 기준 오른쪽에서 뒤쪽으로 넘어가는 그 모퉁이에 정진은 황급히 몸을 숨겼다.
'최대한 숨소리를 죽여야 한다.'
아까와 같이 아무런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그저 벽과 하나가 된 것처럼
정진은 기다렸다.
그때
자브락... 자브락..
걸음 소리가 커져갔다.
'세 걸음... 두 걸음... 한걸음....'
자브락
사병이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고 앞으로 간 지금이다.
퍽!
정진은 곧바로 사병의 다리 오금을 쳐 자세를 무너뜨렸다.
그러곤
푹! 우드득!!
곧바로 옆목에 칼을 꽂아 그대로 앞으로 돌려 버렸다.
손맛이 좋지 않아 자주 쓰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빠르게 일 처리해야 할 때는 번거러워도 하는 편이다.
일단 하나는 처리했다.
푹슉
대검을 뽑아 든 정진은 바로 피를 닦으며 경계 수준을 높였다.
'다행히 주변에 다가오는 이들은 아무도 없네.'
그럼
딸깍
정진은 곧바로 권총을 꺼내 들었다.
이미 총알은 아음속탄으로 바꾸고 소음기까지 장착하고 난 후다.
그렇기에 소리가 일반적인 상황보다 압도적으로 적게 날 것이다.
하지만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아음속탄은 일단 탄환에 비해 사거리가 짧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런 단점은 있으나 마나이다.
어차피 집안이다.
철컥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진은 곧바로 슬라이드를 당겼다.
사브락 사브락
정진은 곧바로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쪽으로 가 보니
"@*#$#^: -=#?$"
"%**^$(&?&"
둘이 서로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정진은 그런 놈들에게
'어딜 떠들고 있나?'
끼릭
정진은 곧바로 방아쇠를 두 번 당겼다.
푸슉! 푸슉!
첫발은 옆에 있던 자의 머리와 심장을 향해 발사하였다.
"커헉!!"
"어?"
옆에 누군가가 쓰러지자, 옆에 서 있던 사병이 바로 소리쳤다.
아니, 소리 칠려고 했다.
"ㅇ!!"
푸슉!!
곧바로 머리에 바람구멍이 나버려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쿵 쿵쿵..
그대로 또 다른 한 명이 쓰러지자 그가 들고 있던 창도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한 명 남았나?'
그렇게 정진이 몸을 숙이며 움직일려는 그때
사브락.. 사브락.. 사브락..
누군가가 걷는 소리가 났다.
아니, 걷는 소리는 아니다.
빠르게 뛰는 소리다.
하지만 소리를 최대로 죽여 뛰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소리를 죽여, 뛴다?
'들켰다!!'
"흐읍!!"
정진은 곧바로 몸을 비틀어 뒤쪽을 봤다.
그리고 그곳에는
"죽어라!!"
후웅!!
남은 사명 한 명이 창을 들고 정진에게 뛰어오고 있었다.
사병과 나와의 거리는 고작 2m
보통이라면 바로 죽어야 정상인 거리다.
하지만 나한테는 총이 있다.
푸슉!!
정진은 곧바로 방아쇠를 당겨 사병에게 쏘았다.
퍽!!
그러곤 곧바로 살이 뚫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은 터라, 약점이나 급소 그런 부위는 제대로 노리지 못했지만
"끄악!"
겪어보지 못한 고통을 선사하기에는 충분하였다.
'아직 남았다.'
푸슉! 푸슉!!
정진은 그대로 방아쇠 2번을 더 당겼다.
푹! 푹!
그러자 이번에는 비장, 폐와 같이 장기에 제대로 적중 되었다.
"컥.. 컥컥.."
제대로 급소에 맞자 사병은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그래도 바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머리와 같은 급소를 맞지 않았으니.
하지만 곧 죽을 것이다.
철컥
정진은 쓰러진 사병을 향해 총을 들었다.
"사적인 감정은 없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
정진의 말에 사병은 눈을 감았다.
죽을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진은 그런 적을 조롱할 생각은 없다.
푸슉!
정진의 총알은 사병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
악의가 없는 적을 죽이는 건 언제나 달가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장기 말일 뿐이니.
정진은 그러곤 바로 집 안쪽으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아까 열 감지 센서로 집안에 적이 없다는 건 확인했다.
그렇기에 정진은 마음 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털컥
집 안으로 들어간 정진은 갑작스럽게 의문이 들었다.
'밖에 분명히 사병들이 지키고 있었어... 근데 안에 사람이 없어...'
정진의 생각은 이 사병들이 '박은'을 지키기 위해 배치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근데 정작 집안에는 지켜야 할 박은은 없었다.
게다가 박은의 노비조차 없었다.
만약에 박은이 외출을 했더라면, 저들이 같이 갔어야 했다.
근데 없다는 것은 이유가 하나뿐이다.
이 사병들이 지켜야 할 것은 '박은'이 아니라, 이 집 안에 있는 '물건'이다.
무려 사병 4명을 쓰더라도 지켜야 되는.
그것이 대체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자, 정진은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
'여기를 다 뒤져 보자.'
찾다 보면 무엇이라도 나올 것이다.
우드득
정진은 기지개를 피며 제대로 찾아보기 위해 움직였다.
'시작하자'
********
"....... 이건가?"
찾기 시작한 지 20분이 지나고 정진은 구석에서 숨겨져 있는 하나의 종이 서류를 발견하였다.
아무리 봐도 그 누구도 찾지 못하게 숨겨 놓았기에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스르륵
둘둘 말아져 있는 걸 펼쳐 확인했다.
"젠장..."
그 안에 내용물을 확인한 정진은 바로 욕 짓거리를 뱉었다.
왜냐하면
'왜 다 한자야?'
안에 적혀 있는 모든 내용이 한자로 적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 귀찮게 하네.."
정진은 한자를 알기는 안다.
특수 부대원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훈련을 같이 수행하기 위해 그 나라 언어를 배우기도 한다.
그렇기에 정진도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배웠다.
가까운 국가 일본어, 중국어, 영어
이 정도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한자는 아니다.
"흐음...."
정진은 어떻게 이 문서를 해석할까 고민 하던 와중
'그냥..'
슥
정진은 곧바로 그 문서를 가지고 나왔다.
챙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게다가 이 시간대에 박은이 없다면, 어디 갔다는 뜻이니 들킬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중요해 보이는 문서 하나를 챙긴 후 정진은 계속 집안을 뒤져 보았다.
그렇게 발견한 것은
꽤 많아 보이는 금은 보석들과 장신구들을 발견했다.
"음... 이건 어떻게 처리 하지?"
대충 봐도 10kg은 족히 나가 보인다.
애초에 다 챙기더라도 자기한테는 크게 쓸모는 없다.
"음.... 그냥 산속에 버려야겠다."
박은 이 새끼가 쓰는 것보다 자연에 묻혀 미래에 유물로 발견되는 것이 더더욱 쓸모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귀중품을 발견한 다음
"....."
수상한 문을 발견하였다.
왜 수상하냐?
문이 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있었다.
다락문의 형태를 뛰고 있었다.
게다가 밧줄로 꽉 묶여 있었다.
그 모습에 정진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여기에 무엇인가 있다.'
딸칵
정진은 곧바로 자기 대검을 꺼내 밧줄을 끊어내었다.
스르륵
밧줄을 끊은 후 정진은 심호흡을 한번하며 다락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다락문을 열자, 그곳에는 계단이 있었다.
'참... 여기가 방공호냐고.'
조선 시대 판 방공호를 통해 정진은 내려갔다.
그러고 지하에 도착하자 정진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무슨.. 감옥이야?'
나무로 만들어진 감옥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누구십니까?"
"저 좀 살려주세요!!"
총 9명의 사람이 갇혀 있었다.
게다가 다들 어린아이들과 여자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이게... 무슨..'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정진은 순간 의문이 들었다.
'여기가 수령의 집인가?'
라고
하지만 수령의 집이라도 이런 감옥은 야외에 있을 뿐 이렇게 지하에 있을 이유는 만무하다.
'대체...'
고민하던 사이 감옥 안에 있던 여인이 정진을 향해 소리쳤다.
"저 좀 구해주세요!!"
그래도 정진은 몇 가지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여기에 어쩌다가 갇히게 되었습니까?"
"곡식을 빌린 게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이자와 함께 달라고 요구해서.. 억울하게 갇혀 있어요!!"
"....."
'이 사람들이구나.'
이 사람들이 박은에게 딩헤 갇혀 있던 사람들이었다.
"알겠습니다, 금방 구해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정진의 말에 여인과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정진을 쳐다보았다.
몸에 살이 없고 그랬지만, 눈에는 생기가 충만해 보였다.
"그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뭐든지 물어봐 주세요."
"방유라는 사람을 아세요?"
그러자 반대편 감옥에 누군가가 소리쳤다.
"저희 서방님 이름인데.. 어떻게 아셨나요?"
"아.. 그 사람이 부탁했습니다, 늦지 않았네요."
"아..."
정진의 말에 방유의 아내를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기는 무슨... 일단 밖으로 나옵시다."
그 말을 끝낸 정진은 대검으로 감옥 문을 묶고 있는 밧줄을 모조리 끊어 버렸다.
"여러분들은 자유 입니다."
그의 말에 모든 이들의 표정이 변하며 정진을 쳐다보았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다들 방법은 다르지만 한마음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자 정진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이 느낌은... 오랜 만이네.'
과거 다른 나라에서 테러 때문에 어디에도 있지 못한 한국인을 구해 준 그때가 떠올랐다.
그때 모든 이들이 나에게 해준 말, 아직도 잊지 못했다.
그래서 하는 것이다.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귀찮기도 해도, 죽을 위험은 언제나 주변에 있지만
그런 것 하나 때문에 특수 부대원 일하는 것이다.
내 덕에 누군가가 살아가는 그 기분.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그럼 제가 먼저 나갈 테니, 천천히 따라 오세요."
그 말을 끝으로 정진이 먼저 밖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갇혀 있던 모든 이들이 느꼈다.
'저분은 영웅이시다.'
- 작가의말
감기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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