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장영실인가?

18. 그대가 장영실인가?
"상왕 전하! 전하께서는 나이가 지긋하신데 어찌 그런 위험한 곳에 간다는 말씀 입니까?"
"전하,저에게 마땅히 할 일도 없습니다. 그리고 마침 저 왜놈들을 토벌할 이들을 이끌 만한 이들도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아...."
이도는 상왕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제발 칼이나 활을 들고 전장에 나가지 않는다는 약조를 해주시면 허락하겠습니다."
"하하하, 당연히 그래야죠."
이렇게 이방원이 대마도 토벌에 참전하게 되었다.
겉으로는 이방원 보다 이도가 위지만.
실질적으로 힘은 이방원이 더 가지고 있다.
그걸 아는 많은 대신들은 침을 삼켰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더 위험한 사람은 주상 전하가 아니라 상왕 전하라는 것을
'말 조심히 해야겠군.'
그렇게 모든 이들이 이방원의 눈치를 보며 토론에 임하였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각자 이번 일에 대해 분골쇄신하며 임해 주길 바란다."
"예, 전하."
그렇게 이도가 먼저 나가고 하나둘 대신들이 문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진이 문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돌아가려는 그때
"이봐. 못 보는 얼굴인데 그대는 누구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진은 고개를 돌렸다.
근데 정진을 부른 사내는.
'태종....'
상왕 이방원이었다
"저는 정진이라고 합니다."
"정진.. 아.. 예전에 전하께서 말한 이가 너였구나."
그때 정진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뭐지?'
이런 느낌은 자주 느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많이 느껴 보지 못한 감각
'살기?'
그러곤 정진은 고개를 올려 이방원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래.. 그대가 신계에서 온 자라는 건 들었다. 그럼 묻지. 왜 신선이라는 자가 다른 세계 왕에게 무릎을 꿇는 것이지?"
적개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정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답을 하였다.
"지상계에 왔으면, 지상계의 법을 따라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흐음..."
정진의 말에 이방원은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
"지상계에 왔으면... 지상계의 법을 따라야 한다... 우문현답이군."
나름 만족스럽다는 듯 정진의 말에 호응을 해줬다.
"하지만. 그래도 그대의 무력은 알아야지. 안 그러냐?"
"그렇습니다."
"내일 정오까지 오거라, 내가 직접 그대의 무력을 확인해야 하겠노라."
"알겠습니다..."
"그럼 돌아가지."
그 말을 끝으로 이방원은 몸을 돌려 수강궁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러고 정진은 돌아가는 이방원의 모습을 쳐다봤다.
'킬방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줄 알겠네.'
아까 본 얼굴에서부터 나오는 날이 서 있는 카리스마, 목소리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100kg의 무게추로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까지 주었다.
게다가 동족 끼리 알아보는 저 피 냄새.
자신이 만난 사람 중 가장 살기가 넘치는 사람 탑3안에 들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내일 만나자고?
"흐음..."
뭘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구만.
*******
그 사이
"뭔가."
집으로 돌아온 박은은 이상함을 느꼈다.
"내 집이 어디 간 것이지?"
있어야 할 장소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
"신이 내게 장난을 하는 것인가?"
주변에 약간의 잔해만 있을 뿐. 집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잠깐만.."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박은은 어느 곳으로 뛰어갔다.
어딘가 도착후 박은은 바닥을 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지하로 통하는 문이 박살 나 있었다.
'누군가 침입을 했나?'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을 지키던 경비병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이지?
경비병도 사라졌다.
비싼 돈을 주고 지키라고 뽑아 놓은 놈들인데.
하지만 그건 그거고.
박은은 지하로 내려갔다.
'있어야 한다. 있어야 한다..'
지하로 내려간 박은은 생각 이외의 상황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문이... 열려 있어?"
밧줄로 묶어 놓은 문이 열려 있었다.
바닥에 밧줄은 짤린채로 말이다.....
'누군가가.. 우리 집을 쳐 들어왔다는 말인데.'
"대체... 누구지?"
그때 박은을 뒷따라 그의 호위무사들이 따라왔다.
"박은님. 대체... 무슨.."
하지만 감옥 안에 아무도 없자 호위무사들이 당혹스럽다는 얼굴을 지었다.
"후우.... 아니다. 그냥 일정이 약간 연기 될 것뿐이다."
그때 박은의 머릿속으로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 새끼?'
하지만 금방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내가 사는 곳은 어디인 줄 알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마음속에 찝찝함은 지울 수 없었다.
"양녕대군 대감께 가봐야겠네."
"알겠습니다."
일단 보고는 해야 한다.
********
"후우.."
정진이 한숨을 쉬며 외출 준비하자 밖에 있던 방유가 무슨 일이지 물었다.
"정진님 어쩐 일이십니까?"
"아.. 궁으로 가야 해서."
"어제 나랏님께 직위를 받아서 그런 겁니까? "
"그런 것도 있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어."
"정진님을 주상 전하 입니까?"
"아니, 상왕 폐하."
"상왕... 네??"
갑작스럽게 상왕 폐하가 튀어나오자 방유는 의아한 듯 물었다.
"상왕 폐하께서 어쩐 일로 정진님을 부른 겁니까?"
"나도 궁금하다.."
그렇게 군복에 대검, 권총에 수류탄 3개만 장착한 후 정진은 궁으로 향해 갔다.
*******
"여기가... 수강궁인가?"
"그렇다네."
정진의 혼잣말에 뒤에 있던 우승지가 답을 하였다.
"그대가 특작대장 정진인가?"
"그렇습니다."
"상왕 전하께서는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네. 길은 내가 안내해 주겠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승지를 따라 도착한 곳은 어느 한 숲속이었다.
"여기는 어딥니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정진에게 우승지는 웃으며 답을 하였다.
"상왕 전하께서 애용하시는 사냥터일세."
사냥터?
그때
퓨슉
멀리서 뛰어가던 노루가 갑자기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저기 보이나? 저 노루를 상왕 전하께서 잡은 걸세."
그때
다그닥 다그닥
말을 탄 이방원이 등장했다.
자기가 잡은 노루를 자랑하며 신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웃던 와중 우리를 발견했는지 웃음을 멈추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왔느냐!!!"
살벌한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에 정진은 순간 소름이 돋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 이방원의 말에 응수하였다.
"신, 왔습니다."
"그래! 이게 보이냐? 짐의 활 실력이."
"하하하, 한 번에 급소를 맞춘 것을 보면 상왕 전하의 활 실력에 놀라움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정진은 오래전 상관들에게 했던 아부를 떨었던 기술로 이방원의 심기를 맞추었다.
"그대는 활 실력이 어떤가?"
"활을 제대로 사용 한 적이 없어, 실력은 보잘 것이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방원의 질문이었지만 정진은 그저 웃으며 빠르게 답을 하였다.
"그럼 그대는 주로 무엇을 쓰느냐?"
"저는 보통 이걸 사용합니다."
정진이 자기 가슴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이방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에개? 고작 이 손바닥만 한 거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위력을 보신다면 놀라실수 있습니다."
"오호.. 그렇나?"
정진의 자신만만한 말에 이방원은 흥미로운 듯 미소를 지었다.
'아.. 저게 저번에 아들이 말해 준 신계의 무기인가?'
듣긴 들었다. 사거리는 잘 모르지만, 속도와 위력은 활과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는 소리를.
"한번 보자꾸나. 너가 말한 그 무기의 위력을."
그때 이방원의 눈에 무언가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저기 보이나?"
"무엇을.."
"뛰어다는 저 토끼가 보이지 않더냐?"
그때 정진의 눈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확인했다.
"저걸.. 말입니까?"
"그래.. 그럼 내가 뭘 말한줄 알았나?"
이방원의 모습에 정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 미친 영감이.. '
하지만 속으로 그렇게 말해도 정진은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후우..."
숨을 크게 내쉬며 토끼를 쳐다봤다.
그 모습에
"오호라.."
이방원은 흥미롭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허풍만 치는 놈으로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아니군.'
저놈에서느 느껴지는 기세는 절대로 낮지 않다.
오히려 비교하자면 자기 아버지랑 비교할 정도다.
'이런 인재를 지금에서 보다니... 안타깝지만. 내가 살아 있었을 때 봐서 다행일지도 모르겠군.'
이방원이 생각을 끝마치던 그때.
탕!!!!!
정진이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푹..
탄은 정확히 토끼의 몸통을 관통하였다.
마지막까지 토끼가 피를 흘리며 움직이지 않자, 정진은 천천히 자세를 풀었다.
"후우... 끝났습니다."
"그래... 놀랍군. "
순간적인 소음으로 인해 이방원은 순간 놀랐지만 바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답을 하였다.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니.. 됐네."
죽은 토끼를 가져올려던 정진의 행동을 저지하였다.
이미 이방원은 자기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토끼는 이미 죽었다.
'이 거리에서.. 저기까지 고작 손바닥 크기만 한 무기로 죽였다고?'
"허허허.."
순간 이방원은 상상해 버렸다.
저 무시무시한 무기로 무장한 병사들을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왜놈들 멸하는 건 한순간이겠군.'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나눠 주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이 나눠준 무기들이 오히려 자기 목을 옥죄어 올 것이니.
'주상 전하께서 생각을 잘하셨군.'
이런 부대는 단 몇 개여만 한다.
그리고 사람 숫자도 적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부대는 주상 전하만이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걸 고려 한 건가?'
자기 아들이 이것까지 생각한 것에 대해 이방원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그 무기를 가지고 있는 정진에게 물었다.
"그 무기는 그대가 만들었나?"
"아닙니다. 설계는 제가 했지만,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호... 장인만 있다면 만들 수 있다는 소리군."
웃으며 말하는 이방원에게 정진은 고개를 저으며 답하였다.
"불가합니다."
"이유는?"
"이유는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예산과, 기술 부족이 가장 큽니다."
"흐음..."
나름 합당한 사유에 이방원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바로 정진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해결해 주겠네. 그럼 만들 수 있나?"
"망극하오나... 손 재주가 여간 뛰어난 수준이 아니라, 월등히 뛰어나야 합니다."
"괜찮네. 그대가 생각하는 이상의 장인이 있으니."
그 말에 정진은 머릿속으로 한 위인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혹시.. 그 장인의 이름이 장영실입니까?"
"오호! 그 자의 이름을 알고 있구나."
이방원의 반응에 정진은 장담했다.
내가 아는 그 장영실이 맞구나.
하지만 그래도 정진은 자부 할 수가 없었다.
과연 21세기 기계 수준을 장영실이 그 수준만큼 따라올 수 있을지.
아니 50%만큼은 따라 할 수 있을지.
50%만 따라 해도 된다.
그 정도면 구조가 단순한 총기를 사용하면 된다.
"내가 장영실에게 말을 연통을 보내 놓을 테니, 그대가 직접 만나 보게. 장영실이 있는 곳은 저 우승지가 안내해 줄 테니."
"..... 감사합니다."
"그럼 슬슬 돌아가지."
그렇게 정진은 궁으로 돌아가는 이방원을 따라 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쯤에서 이방원은 자기 집인 수강궁으로 돌아갔고.
"따라오시오."
정진은 우승지를 따라 장영실을 만나러 갔다.
깡!! 깡!! 깡!!!
우승지를 따라 어디론가 가는 길
점점 망치로 철을 두드리는 전형적인 대장간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주변인가.'
점점 대장간에 가까워지자 우승지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곤 크게 소리쳤다.
"장영실! 빨리 와라!!"
그때
"네! 알겠습니다!!"
소리치며 뛰어오는 한 사내가 있었다.
'이 사람이 장영실?'
장영실의 눈을 본 정진은 느꼈다.
이 눈빛 본 적이 있다.
종종 기계에 미친 인간들이 있는데, 그 사람과 눈빛이 똑같다.
무엇이든 만들고 무엇이든 스스로 고칠려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
궁금한 건 못 참고 일단 만들고, 신기한 게 있으면 무조건 뜯어봐야 적성이 풀리는 사람.
그런 분류의 사람이다.
그리고 정진은 그런 장영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대가 장영실인가?"
- 작가의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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